유이챈러스 채널

 * 이 글은 저의 블로그에서 먼저 쓴 글을 리뷰쓰기에다 다시 정리한 내용입니다.


"변신 자동차 또봇", 2010년에 등장한 이후로 서서히 인기를 쌓아 온 시리즈물 중 하나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작품이지만 아이들부터 청소년, 성인들까지 고려한 작품이고, 나름대로 팬들을 챙겨 주는 편이었지요.

물론 지금은 거의 찬밥이 되어 가는 상황이고, 새로운 완구 라인업을 따라가느라 작품성에도 악영향을 받기도 하다가 무기한 휴재중이지만...그럼에도 수년간 많은 분들이 기다려오던 또봇 극장판이 올해 4월 27일에 공개되었습니다. 얘기를 들은 때로부터 거의 2~3년 가까이 기다렸네요.

그래서 제가 또봇 극장판을 보고 왔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처음으로 만들어 본 장편 극장용 애니메이션치고는 나름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오그라드는 곳도 없고, 오히려 저도 즐겁게 본 작품이었어요. 극장판 이야기를 할때 가급적 내용 스포일러가 안 되도록 써보겠습니다.
 
......
 
일단 스토리를 이야기하자면, 차도운 박사와 하나 -두리 형제, 권리모 씨와 세모가 중요한 출장 겸 가족여행을 삼아 제주도로 가면서 생긴 사건들이 주가 됩니다. 반면에 출장을 가기로 했던 위원회는 모리 박사가 중간에 지휘권을 빼앗아갔고, 일행들이 모리 박사의 음모에 휘말리게 되지요.

스토리상으로는 또봇의 전성기인 9~10기를 담당한 사람이 각본을 쓴만큼 매우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있고, 동시에 하나, 두리 세모, 그리고 좀 있다가 합류한 국수호와 국관장 씨를 통해 깨알같은 재미를 줍니다. 잊을법할 때 중간 중간에 나오는 개그 캐릭터인 옥디룩도 덤이지요.

"인간의 기계화", 그리고 "가족애"를 매우 심오하게 다루는 만큼 도운, 리모 등이 진지한 분위기를 이끌기도 하고, 심지어는 하나, 두리, 세모, 수호 모두가 절박한 처지에 계속 처하는 상황도 볼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제가 느낀 걸로는 1기와 9~10기를 적절히 섞은 것 같은 진행이에요. 아예 중심 주제가 윤리적인 내용이라서 심오함을 더해준 것 같습니다.
 
......
 
등장인물도 나름 흥미진진하게 짠 편인데, 모리 박사만 하더라도 인간미를 은근히 비웃고 거의 뭉개버릴듯한 포스를 풍기는 냉철한 악역인 동시에 은근히 사연이 없잖아있는 인물입니다. "니네 엄마가 어딨어!!"를 외치던 9~10기의 악역인 아크니가 조금은 연상되기도 하는 인물이에요.

심지어 위원회를 유지하고 있던 회장과 모리 박사의 관계나, 모리 박사의 부하가 상사 앞에서 보이는 태도의 변화도 지켜볼법한 요소이고, 리모 씨와 도운 박사가 아이들 걱정을 하면서 갈등을 빚을 때라던가 국관장 씨의 호탕한 성격, 더 나아가서는 또봇 K의 과거가 어땠는지도 볼 만합니다. 

또한 스포일러기는 하지만 기타 주변인물들 중에서도 볼 만한 사람들이 조금씩 있습니다. 이 모든 인물들에게 나름의 사연이 주어져 있고, 깨알같은 재미부터 어둡고 무게감 있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스토리가 좀 너무 남자 캐릭터 중심으로 간 점이 약간 아쉽고, 몇몇 추격전같은 액션 씬이 너무 짧게 느껴진 점도 개인적으로는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70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을 빈틈없이 흥미진진하게 만든 걸 보면, 저는 제작팀에서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
 
그래픽은 TV 시리즈의 것을 극장판에 맞게 조금씩 디테일을 다듬는 정도고, 때문에 2017년 극장용 애니메이션치고는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사실상 TV 방영판 또봇도 1시간이나 그 이상짜리 에피소드 하나를 5분씩 끊어서 시리즈로 만든 것이니 자연스러웠던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비쥬얼은 7년 전 그래픽의 흔적이 여전함에도 적절히 잘 다듬은 편이고, 좋게 말하면 오히려 TV판에 비해 이질감이 없다는 의미도 됩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 많이 흔들리긴 했어도 극장판이 이 정도면, 적어도 또봇 제작팀들의 역량을 다시 엿볼 수 있는 기회일겁니다.

또한 또봇 시리즈에서 그랬듯이 지하철 계기판이나 설명서같이 깨알같은 디테일에 신경을 쓴 점들도 볼만하고, 수염이나 입술, 도운 박사의 브로치 표면같은 텍스처도 TV판보다는 세밀함을 더해 줍니다. 굳이 트집을 하나 더 잡자면, 얼마간 옥디룩 씨가 남발하던 방귀 개그 정도? 

자동차 애호가로서 이야기하자면 스폰서를 해 줬을법한 현대기아자동차가 자사의 현대 에쿠스, 기아 카니발 등을 악역으로 쓰게 놔둔 점이라던가, 제작진들이 오히려 경쟁사인 쌍용자동차의 코란도 스포츠를 준주인공처럼 대접해준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덧붙이자면 르노삼성 QM5와 쉐보레 스파크도 등장하고, 각 회사의 로고도 같이 박아넣은 걸 보실 수 있습니다.
 
......
 
"극장판 또봇: 로봇군단의 습격"을 보면서, 저는 이 영화를 보는 70분 내내 즐거웠습니다. 상영이 끝난 뒤에는 나름대로의 쿠키 영상도 마련되어 있고, 중간 중간에 팬들을 고려한 팬 서비스도 조금씩 들어가있었어요. 

음악과 음향효과도 많이 개선된 듯하고, 특히 배경음악은 몇몇 예외들을 빼면 TV 시리즈에서 별 감흥이 없었던 부분이지만 극장판에서는 적어도 평균 수준까지 끌어올렸다고 생각합니다. 보컬곡도 몇 가지 들어가있고, 이 보컬곡들은 아마 또봇 팬들이라면 기억하실 곡들입니다.

개인적으로 또봇 팬들이라면 이 극장판을 한번 봤으면합니다. 그동안의 또봇 시리즈에 실망했다면, 적어도 잠깐이나마 시리즈의 초심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을수도 있을 거에요. 아이들을 둔 부모님들도 같이 보셨으면 하고, 이번에는 터닝메카드 극장판을 상영했던 것만큼 상업성 짙게 풍기는 구석이 별로 없는만큼 부담없이 보실 수 있을겁니다.

혹시 또봇 팬들이거나 이에 대해 좋은 기억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한번 보러 가 보세요. 크게 후회하진 않으실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