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dennis0203입니다.

"이 주의 자동차" 시간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최근 말레이시아의 국영 자동차 기업인 프로톤, 그리고 자회사였던 영국 스포츠카 업체인 로터스가 매각되었다는 소식이 있었죠?

그래서 이번 주를 위해 선정한 차는, 프로톤에서 만든 대표차종 중 하나를 선정해 보았습니다.

 

나무위키 문서 - 프로톤 페르다나

 

 

이렇게 두고 보면은, 약간 마쓰다 아텐자같이 스포티함 중심의 중형 세단같은 느낌도 듭니다.

이 차는 지금의 마쓰다 아텐자가 맡고 있는 역할처럼, 현재 프로톤의 유일한 중형 세단으로서 기함을 담당하고 있는 찹니다.

1~2세대 전에 만들어진 북미시장용 혼다 어코드가 그 기반이 되었고, 말레이시아 내의 지위는 대체로 아슬란이나 제네시스, 에쿠스에 가까운 편이지요.

 

프로톤 페르다나는 프로톤이 미쓰비시와 기술제휴 관계를 맺고 있었던 1994년에 처음 도입된 라인업인데요. 이때는 미쓰비시의 중형차였던 에테르나(Eterna)를 도입해서 현지화한 차종이었고, 페이스리프트를 해 가면서 2010년까지 죽 생산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최후기형은 알파로메오 느낌도 좀 나는 모습이었고, 본래는 미쓰비시 갤랑이나 폭스바겐, 혹은 닛산 차를 후속으로 도입하려다가 계획이 꼬여서 생산기간이 상당히 길어졌지요. 거기에 기함 자리가 3년 동안 빈 것도 덤이었지요.

 

 

그러다가 2013년에 혼다 어코드를 도입한 2세대가 나왔고, 그때는 정부 관료들한테만 관용차로 판매하다가, 2016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디자인을 대거 갈아엎고 일반인들에게도 판매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중형차는 한국으로 치면 그랜저 이상의 지위를 지닌 차라 수요가 한정되어 있었고, 1980년대 초에 미쓰비시 차를 도입해서 겨우 독자차종+엔진 개발을 시작한 프로톤의 기술력으로는 "독자개발 중형차"를 만들기 어려웠기에, 어코드 플랫폼과 엔진을 그대로 도입했지요.

 

어떻게 보면 페르다나는, 우리 입장에서 대입해 보면 "말레이시아 그랜저"나 "말레이시아의 아슬란", 좀 더 밀어붙이면 제네시스라고도 말 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에 말레이시아 총리 및 부총리가 페르다나 기반의 리무진을 공식석상에서 타고 다닌 것도 감안하자면, 과장을 해서 에쿠스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죠?

 

......

 

최근 프로톤 차들에 대한 기억을 조금식 캐내면서, 요새 프로톤에서 어떤 차들을 만들고 근황이 어떤지를 다시 확인해 보았습니다.

 

(사진 속 차량은 왼족부터 페르다나, 사가, 페르소나입니다.)

 

확인을 해 보니까, 제가 초등학생~중학생 때 처음으로 자세히 접한 프로톤의 라인업과 상당히 달라져 있다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일단 두부지게 생긴 사가와 와자는 각각 후속 세대 사가, 그리고 미쓰비시 랜서 기반의 인스피라가 대체했고, 페르소나는 소형 해치백인 아이리즈에 트렁크를 덧붙인 소형 세단이 되었습니다. 미니밴인 엑조라는 스즈키 에르티가의 뱃지 엔지니어링 버전으로 바뀌었고, Gen-2와 페르소나는 각각 지금의 수프리마 S와 프리브가 되었지요. 몇몇 차종은 처음 접했을 때처럼 매력적이었지만 몇몇은 좀 아니었고, 특히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차인 사트리아는 후속차종 없이 단종되었더군요.

 

그리고 프로톤 차들의 평가가 안 좋다는 걸 보고 현지 리뷰도 찾아 보았고, 말레이시아의 영어 포럼 사이트에서 의견들을 엿들어 보기도 했지요. 어디선가 들은 바로는 프로톤이 한때 "국산차"라는 상징으로서 너도나도 자부심으로 여겨지던 차였지만, 이제는 품질 문제에 실망한 나머지 외제차로 수요가 쏠리고 있고, 프로톤은 돈 없는 사람들의 비중이 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프로톤의 소형 세단인 사가, 그리고 페로듀아의 소형 세단인 베자(Bezza)를 비교하는 기사에서 접한 "그동안 프로톤에 대해 많이 참았다", "페로듀아 차는 프로톤 차보다 정비소를 덜 다녀와도 된다"는 식의 코멘트가 지금도 은연중에 떠오르네요. 지금의 현대기아자동차도 연상되고요.

 

 

프로톤이 로터스와 같이 중국의 지리자동차로 매각된다는 소식부터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까지,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현대기아자동차에서 스스로 자초한 논란거리들 때문에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한국지엠 군산공장 철수설이 돈 게 언제인지를 기억한다면, 여러분도 같은 고민을 하게 될 겁니다.

 

"우리가 주변 사람들 눈치를 안 보고도 '자동차는 역시 국산 아니겠어?'와 같이 말할 수 있는 날, 언젠가 올 수 있을까?"

"우리가 주변의 의식할 필요 없이, 떳떳하게 자부심을 가지고 탈 수 있는 국산차와 한국 자동차 기업이 등장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언제 찾아올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그런 날, 그런 국산차, 그런 대한민국 자동차 기업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특히 그 대상이 현대기아자동차와 그곳의 차종이 된다면은, 저는 언제든지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이만, 여기서 글을 마무리짓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