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보다 훨씬 안 읽히는 책이었다.

「닥터 지바고」와는 다른 방식으로 복잡하게 서술된다.

난해함보다는 난잡함에 가까운, 퍼즐은 복잡한데 완성되는 그림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느낌.

또한 지금까지 읽어본 책 중에 가장 독특한 서술 시점을 가진다(1인칭 관찰자 시점과 전지적 작가시점이 결합되어 있다)


1, 2권에 비해서 3권이 매우 강렬하다.

후반부를 더 깊게 즐기기 위해서는 1, 2권을 놓치는 것 없이 최대한 이해하며 읽은 것이 좋을 것이다.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에게 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듯하다.

허무주의, 무신론, 사회주의 등이 비판되고, 스테판 트로피모비치의 최후를 통해 신과 믿음의 필요성을 강하게 어필한다.


소설의 시작과 끝인 주인공 니콜라이 스타브로긴은 말 그대로 악령의 모습을 보여준다.

언제나 소름 돋을 정도로 이성을 놓치 않는 '이성의 악령'.

그는 자신이 강하게 의도하지 않았지만, 수많은 영향을 미치고 파멸들을 생산한다.

그리고 스스로도 일종의 파멸을 맞는다.

3부 8장과 9장에서 니콜라이는 두 번의 엔딩을 맞이한다.

8장에서는 인간의 탈을 빌려쓴 악령으로써의 엔딩. 신비로움을 유지하며 끝을 맺는다.

하지만 9장에서 니콜라이는 악령의 탈을 쓴 인간으로 변화되어 이해되고, 그리하여 8장의 엔딩은 인간 니콜라이의 엔딩으로써 다르게 이해된다. 




키릴로프는 니콜라이를 제외한 인물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키릴로프는 무신론자, 허무주의자에 속하지만 그것 때문에 삶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을 사랑하며, 죽을 날을 세면서도 삶에서 행복을 느낀다.


 키릴로프의 인신 사상과 그 삶에서는, 실존주의로 이어질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인다.


물론 도스토옙스키의 입장에선 키릴로프의 죽음이 아름답지 않게 쓰여졌어야 되었을 것이기에, 키릴로프의 최후 모습은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