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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남자다운 거나 여자다운 거가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들을 통해 유추가 되는 게 있기는 합니다. 별로 그런 거에 성격이나 행동을 끼워 맞추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내 성격을 여성스러운지 남성스러운지 아니면 내 행동이 여성스러운지 남성스러운지 저 스스로 판단하면서 글을 써볼게요, 참고로 전 동성애잡니다. 남잔지 여잔지는 여러분이 맞춰보세요.

 

 저는 게임을 좋아해요. 오버워치, 롤, 그랜드 체이스, 던파, 등.. 한국에서 유명한 게임부터 해서 컨뎀드, 디아블로 등도 하고 스팀에서 만든 인디게임도 좀 하고 그런 사람입니다. 이건 흔히 남자같은 취미겠죠.

 

 저는 귀여운 걸 좋아합니다. 개, 고양이, 아기, 그리고 예쁜 컵이나 그릇 같은 것도 좋아해요. 예쁘고 멋진 옷들을 입은 사람들을 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이건 흔히 말하는 여성들의 취미일 겁니다.

 

 저는 손재주가 없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십자수, 퀼트 같은 걸 가정 시간에 할 때마다 언제나 죽을 맛이었죠. 요리도 잘 못합니다. 그냥 밥이나 하고 라면이나 끓이는 정도? 이건 흔히 말하는 남자들의 특성 같네요.

 

 저는 운전을 잘 못합니다. 처음으로 도로 주행했을 때 거의 출발 지점에서 조금 가다 한 바퀴 유턴하고 나자마자 바로 떨어졌을 정도였죠. 이건 흔히 말하는 여자들의 특성이겠네요.

 

 저는 외모를 꾸미는 데 흥미가 없습니다. 언젠가는 똑같은 바지를 세 벌 사서 그것만 돌려 입으면서 대학교를 다닌 적도 있네요. 그래서 애들이 저에게 바지가 그거 한 벌 뿐인 줄 알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이건 흔히 말하는 남자들의 특징이죠.

 

 저는 수줍음을 많이 탑니다. 낯가림이 심하죠. 그래서 학교 다닐 때 좀 고생 많이 했습니다. 새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죽을 맛이었죠. 지금은 좀 덜해졌지만, 여전히 밖에 나가서 발표하는 건 죽을 맛입니다. 이런 수줍음은 여자들의 특징이겠죠

 

 저는 감정 표현이 별로 없습니다. 무덤덤하고 무뚝뚝한 성격이죠. 좋게 말하면 침착한 성격이고요, 이런 무뚝뚝한 성격은 음, 남성다운 성격일까요?

 

 저는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언제나 체육 시간에는 그늘에 앉아 쉬는 게 좋았던 학생이었지요. 체육이라면 누구보다도 더 싫어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건 여자들이 흔히 가지는 특성이죠.

 

 저는 힙합 음악을 좋아합니다. 이건 남성의 특성, 저는 거친 행동을 싫어합니다. 이건 여성의 특성. 저는 철이 없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도 별로 철이 들었단 소리를 잘 듣지 못했습니다. 이건 흔히 말하는 남자는 커도 애다라는 말처럼 남자의 특성이겠네요. 저는 눈물이 많습니다. 이건 여자의 특성이겠네요. 

 

 여기까지 읽고 나서 이 글을 읽은 누군가는 제가 남잔지, 여잔지 알 수 있을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저에겐 정말 여러가지 특성이 있으니까요.

 

 완전히 남자다운 사람이 있을까요? 완전히 여성다운 사람이 있을까요? 그렇다면 거기서 완전히 남성답고 여성다운 것은 뭘까요?

 

 위에서 제가 제시한 모든 성격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성에 관한 관념일 겁니다. 전 중성인인 걸까요?

 

 정말 이성애자인 분들은 저 중에 나오는 것 중에 단 한가지도 해당되는 게 없나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남성 동성애자는 여성스럽고 여성 동성애자는 남성다운 게 아니라 이성애자 여러분이 너무 자기 역할에 옭아매여져 있느라 제대로 자신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아니면 정말 완전히 여성스럽고 남성스러운 인물들이거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