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신앙이고, 몇 년 전까지도 신앙생활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뭔가 좀 그렇더라.

 

내 자신의 정체성이 곧 죄가 되는 곳에서, 내 스스로를 숨기고 신앙생활을 해봐야 무슨 의미인가 싶기도 하고, 고해성사 시간에도 성 소수자라는 사실을 매번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어느 날 고해성사에서 그 사실을 말해야 한다는 것이 결국 "가톨릭에선 내 존재 자체가 잘못이며, 나는 타고난 정체성의 댓가로 고쳐지지 않을 것에 대하여 용서를 빌고 영원히 죄인으로써 살아가야한다. "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 생각 들자마자 현자타임이 딱 오더라.  

 

자신을 내려놓고 온전히 하느님이 일러주신대로 판단하며 살아가야한다는 건 다시 말하자면 내 삶을 내 뜻 대로가 아니라 실재하지도 않는 신의 뜻대로 살아야 한다는 거잖아.

 

난 그런 거 잘 못 참겠거든. 내 인생이 내 인생이 아닌 거. 단지 이렇게 태어났다고 사랑도 나누지 말고 참회하며 살라니, 이건 좀 아니잖아? 그래서 냉담자 됐어. 사랑과 평화를 설파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아직도 옳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분을 신으로 떠받드는 것도 좀 우스운 일이고. 가톨릭 교회도 조금 온건하다고는 하지만 기본 골조는 기독교라서 동성애에 대해 배타적이더라.

 

세례명이며 교적이며 첫 영성체며 하는 흔적들은 아직 생활 속에 남아있긴 한데, 다시 성당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