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가기 싫어하는 많은 이유들 중 대표적인 것들의 공통점을 나한테 묻는다면 군운영의 비합리성이라고 답할것이다.

취침시간, 운동, 훈련, 교육, 경계, 영내 생활, 외출,휴가 정책, 등등 군 내에서 무엇하나 합리적이며 효과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사병들 역시 모든 일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며 간부들은 어떻게든 쥐어짜내려고 처벌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부대운영이 흘러가게 되며 그 관성을 따라 들어오는 사병들도, 간부들도 행동하게 된다. 이 관성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상당한 각오를 해야만한다. 설령 그게 군법에 어긋나지 않고 다른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경우에도 간부들은 철저한 보신주의로 행동하게 된다. 100% 확신이 없다면 하지 않겠다는 마인든데 세상에 100%는 없다. 내일 태양이 뜰 확률이 100%라고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이런 비합리성의 근원은 서로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크다. 게임이론에서 내쉬균형점이라고 불리는 서로를 신뢰하지 못할때 구성원 모두에게는 최악의 결과 라는 균형점에 도달한다. 간부들은 사병들이 절대로 자발적으로 일을 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으며, 사병들 역시 간부는 사병들의 삶의질 따위는 상관에게 잘보이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희생가능한 것이라고 믿고있다. 

사병들의 입장에선 간부가 자신들의 삶을 매우 고달프게 만들어도 그것에 대한 보복이 거의 불가능하기에 당연하게도 간부들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물론 전투력 유지라는 명목하에 상관들이 요구하는 기준들은 지키지만 그 이외의 것을 모두 희생시킨다. 

여기까지가 내가 생각하는 군운영의 비합리성과 그 원인이었다. 그럼 대체 임금 상승은 여기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인가?

1. 군인들의 행동에 '명확'한 가치가 매겨진다. 

이전에도 '명확'한 가치가 매겨졌다. 다만 자유시장에서 거래되는 노동력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의 노동착취에 가까웠기 때문에 제설을 사람에게 시키는 따위의 비합리적인 노동력 이용이 가능했던 것이다. 시급 200원이라는 노동력을 가지고 있으면 제설차를 돌리는게 10만원밖에 안해도 50명의 인력을 10시간 이용하는게 더 싸기 때문에 50명의 10시간을 희생시키더라도 제설차를 부르지 않는다. 

최저임금인 8350원을 적용시켜보면 11.9명이 1시간일했을 때 제설차만큼 할 수 있어야 인력 활용이 정당화 된다.

2. 효율적 인력활용-인격적 대우

시간당 8350원 주면서 칫솔로 미싱질 시키는 미친 사업주를 본 적 있는가? 만약에 있다면 곧 망했을 것이다. 비인격적인 대우라는 것은 차치하고 솔밀대 하나만 주면 10배가 넘는 효율을 보일 수 있는 작업을 칫솔질로 대체하고 있었다면 안망하는게 신기할 것이다. 앞의 가치를 매김으로서 어떤 활동은 하면 안되는가가 결정된다. 제3세계나 감옥의 죄수들에게나 형벌식으로 주어지던 노동들이 군대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유휴병력도 매우 효율적으로 운용될 것이며 이런 상황에선 많은 군대의  잡무들이 (취사, 청소etc) 들을 외부에 맡기는게 당연히 더 싸게 먹히기 때문에 훈련이외의 일이 극단적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3. 전투력 강화

 훈련은 아주 많이 강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병들도 본인의 업무가 명확해지기 때문에 그래도 이전보단 목적의식이 어느정도는 생기지않을까 기대한다. 의식있는 간부들도 드디어 미화나, 자살방지 따위가 아니라 실질적인 위협에서 사람을 지키고 살릴수 있으며 사병들도 열의를 다하는 훈련을 시행하려고 할 것이다. 이전에는 사실 현상유지, 폭탄돌리기 수준으로 부대를 방치하던 간부들이 절대 다수이며 그것이 꼭 그들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잘못은 분명 있으나 그들'만'의 잘못은 아니다)

4. 군대에 대한 사회 인식 변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유무는 곧 그 사람을 규정하게 된다.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부분에서 돈이 없다면 인간다운 대접을 받기 힘들어진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을 노동으로 이끄는 유인동력이 되어 돈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성은 쉽게 사라지기 힘들 것이다. 
이러한 사회 현실에서 시급 200원 짜리는 사람대접을 받기 힘들다. 200충 300충 하며 타인의 부모, 본인의 부모를 재단하는 세상에서 군인에게만 그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제대 이후의 삶도 결코 만만하지 않으며 대부분 학기를 연장해서 복학하거나 취업시장에서 몇달간 무직상태로 지내게 되기에 이런 사고를 더욱 부채질 시키는 원인이 된다. 

만약 최저임금만이라도 군인들이 받게 된다면 군에대한 인식자체가 매우 크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편돌이 취급은 받지 않겠는가? 


결론:
사실 길게 글을 적었지만 임금향상이 가져오는 효과들은 기본적으로 인식의 변화로 인해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병들 스스로에 대한 인식, 사병을 보는 간부들의 인식, 사회가 군인을 바라보는 인식. 현실적으로 물리적인 형태에 귀속된 인식들이 많기때문에 임금향상시 그 물리적 형태의 변화로 인식들이 변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임금향상으로 인식이 변화되는 것도 개인적으론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 어쩌겠는가 내가 태어난 사회가 현재 이런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현 정권의 많은 문제들 속에서도 군인들의 점진적 임금상승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전보단 비효율적인 운영이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미도 없는 긴글 읽느라 고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