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먹으려고 눈이 돌아간 일제, 제정 러시아, 청나라가 경쟁했던 18~19세기에는 중립을 지키는 게 정말 중요한 시절이긴 했다. 실제로 오스트리아는 우리와 달리 강대국들 틈바구니에서 처세를 잘 해서 성공했지. 이거 보고 키신저가 그렇게 칭송한 거다. 약소국의 매력은 강대국의 이익을 얼마나 잘 들어주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그 매력이 높아질 때 비로소 약소국이 살아남을 조건이 완성된다면서 말이지.(이러한 키신저의 생각에 대한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최형익 교수의 의견도 얼추 비슷했음) 하지만 우리는 결국 그렇게 못해서 2번이나 식민지배를 당한 거고.


근데 지금은 공산권 vs 자유진영이라서, 제국주의 팽창기를 끌어다 지금을 논하는 거에 대해서 교수들이 시대착오라고 하는 건 괜히 그런 게 아니다. 대북괴뢰 전면전의 경우, 일본과 협력할 새 없이 자유진영의 승리는 확실하다. 하지만 미국은 한일 동명의 여부와 상관없이 바로 자위대를 한반도 작전에 투입할 거라는 게 기정사실이다. 최소 우리 해역 등지에는 말이지. 왜 그러냐면, 다시 말하지만 이제는 북괴 하나가 아니라 공산권 vs 자유진영의 전쟁이라는 사실 때문.


이 사실은 한국전쟁의 휴전협정을 체결할 때 유엔군 총사령관 마크 클라크, 북괴뢰 김일성, 중공 펑더화이가 합의한 협정문에서 못 박힌 사안이기도 하다.(우리가 저기서 얼마나 주도적이었는지에 대한 논의는 유보하고) 심지어 국제적 진영의 싸움이자, 패권국들의 대리전이 된 한국전쟁이 저 휴전협정대로 제대로 전쟁이 쉬고, 혹은 멈추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미소 냉전 체제는 무너졌지만, 적어도 한반도에서는 아니라는 것. 오히려, 당시의 한국은 전쟁이 휴전, 혹은 정전되는 걸 바라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라는 거다.(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부교수의 의견) 심지어 이승만이 멸공북진통일을 본격적으로 외친 게 이 협정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는 거고.(북한학 박사인 아는 형님의 의견)


따라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때, 북괴만 한정해서 전쟁을 생각한다는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 무지하다는 증거가 된다. 일본과의 동맹이 지닌 필요성을 논하기 앞서, 물론 그것이 국익인지 아닌지 따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또 필요하면 일본과의 동맹을 비롯한 군사협력을 재고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어디가서 그 재고의 순간을 구한말~대한제국 시절로 가정하면 개쌍욕을 먹는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만약 정책 결정자들이 너네와 같은 생각이면 이 나라는 망한다.


북한을 막기 위해 일본과 동맹하자는게 멍청한 소리라고?


지랄하네.


아! 애들아. 도움이 되는 문헌 좀 추천해줄게.


원문으로 보기 싫으면 민음사에서 번역한 거 사다 봐라. 가격이 올라가지만. 감수는 최형익 교수가 맡았다.



박태균 교수 글은 여길 참고해라. 중공 국제정치 분야에서 나름 잘 나가는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