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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철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겠지만 나가사키 신칸센의 진척도는 매우 느립니다. 그리고 그 느린 진척도의 중심에는 사가현이 있고요. 혹자는 사가현의 이러한 태도는 님비라고 합니다만, 사실 사가현이 이렇게 신칸센을 결사반대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나가사키 신칸센의 진행 과정을 보면 사가현이 단순히 공사비 많이 내서 싫다가 아니라 정말 복장 터지는 상황입니다.


 원래 나가사키 신칸센이 구상된 것은 30년은 족히 되었습니다. 그리고 맨 처음 정부와 사가현, 나가사키현의 3자 합의는 재래선 쾌속화였습니다. 야마가타 신칸센이 1992년, 아키타 신칸센이 1997년 개통되었으니 뭐 표준궤로 뜯어고치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시기에 논의가 이루어진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FGT, 가변궤간 차량이 부상합니다. 막 개발되는 중인 기술인지라 실제 사용이 될지 알 수 없는 기술이지만 어찌됐든 나가사키현과 정부는 좋아라 했고, 사가현은 뭐 재래선 이용하는 것은 똑같으니 아무 말 안 했습니다.

 그런데 FGT가 JR규슈가 GG를 치면서 나가리가 되었습니다. 일본 철도의 그 협궤가 내구도를 말아먹은 건데요, 이렇게 되니 정부와 나가사키현은 이러면 풀규격 신칸센을 짓자가 되어버립니다. 이렇게 되면 사가현은 열받습니다. 사가랑 하카타는 거리가 가까워서 신칸센의 효과가 없다시피 합니다. 신칸센이 필요하다면 그냥 신토스 가서 갈아타면 됩니다. 이렇게 나가사키에만 이득이 가지 사가에는 아무 이득도 없는 풀규격 신칸센인데 이게 심지어 사가현을 더 많이 경유하니까 사가가 공사비를 더 내야 됩니다. 거기다가 잘 쓰던 나가사키 본선을 갑자기 제3섹터로 떠안아야하기까지 합니다. 더욱이 나가사키 본선 상에서 가장 승객이 많은 곳이 사가역인데, 하카타까지 환승 없이 갈 수도 있었던 것이 이제는 환승이 강제됩니다. 

 사가현의 입장은 30년전이나 지금이나 재래선 특급으로 똑같습니다. 그리고 나가사키에서 타케오온천 구간은 뭐 거의 풀규격으로 다 지었습니다. 사가현을 어떻게 통과할 것인지 문제는 아직도 결론이 나지 못했습니다. 이러면 사실 정부의 정공법은 신칸센 정부 돈으로 짓고 나가사키 본선도 제3섹터로 안 돌리고 존속시켜 주는 것인데, 이건 JR규슈가 싫을 겁니다.


여러모로 참 난감한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