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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숲을 떠난지 몇시간의 시간이 흐른거 같다. 아님 아까 전 전투로 인해 힘이 다 빠져서 그렇게 느끼는건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무리 한참을 걸어봐도 여기를 나갈 길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들어올때 길이 있으면 나갈때도 길이 있을텐데, 왜 안나오는걸까? 처음에는 무지로와 결착을 지어 더이상의 사상자를 만들지 못하도록 하려 그랬는데, 암만 걸어봐도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검은 흙들만 반겨줄뿐, 그저 나갈 길만 찾은채 걷기만을 반복할뿐이다. 


“(대체 언제쯤 되야 길이 보이는거야)”


그렇게 걷다가 지쳐갈때쯤, 눈 앞에 무언가가 어른어른 거리기 시작한다. 뭐지. 너무 걸어서 잔상까지 보이기 시작한건가? 저기 끝쪽에 있는 바위에 누군가 앉아 있는데 착각인가? 그만 나는 의식이 몽롱해진 상태로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몸은 움직이지 않지만 정신은 아직도 희미하게 남은 그런 상태에 누군가의 발소리와 더불어 잠시있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정신이 들었니, 꼬맹씨? 쿡쿡.(헛기침)” 


그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정신이 번쩍 차려서 쓰러졌던 몸을 메마른 땅을 짚고....가 아닌 짚은건 풀내음이 진동하는 푸른 잔디밭이었다. 여기에 이런 정상적인 곳도 있던가? 그러고 어리둥절 할때, 옆에서 또 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 이런, 아직도 제정신을 못차렸나 보구먼, 꼬맹씨. 새파랗게 어린 놈이 후딱 적응도 못하면 쓰나. 쿡쿡쿡.

- 네..? 어라...할머니?

- 이럴땐 할머니가 아니지. 구해주셔서 고맙다고 말해야지. 요놈아. (딱콩!)

- 아얏! 



다짜고짜 옆에 있던 할머니는 내 머리에다 주먹을 쥐어박았다. 잠깐만, 왜 마계에 옆동네 할머니 같은 분이 계시는 거지?


- 고맙습니다; 근데 잠깐만요. 할머니는 왜 이런 위험한곳에 혼자 계세요?? 

- 그건 내가 할말이다, 꼬맹씨.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걸 보면 초보 여행자인거 같은데. 설마 바보가 아닌 이상, 일부러 여기 온 것도 아닐테고....흐음. 쿡쿡쿡.

- 아, 저 사실은....(이걸 말해드려도 되나?) 그게 악마를 쫓던 와중에 그만 여기로 떨어지는 바람에 그만;;

- 뭔 고양이 잡풀 뜯어먹는 소리냐? 겨우 식물 마법으로 깨워줬더니, 늙은이에게 감히 입에 풀칠도 안하고 말해! (확) 

- (움찔) 아; 이걸 할머니께서 해주셨군요. 죄송합니다. 저 그래도 이게 사실인ㄷ...

- 쯧쯧쯧, 마계에 아직 적응을 못했나보군. 너같이 약해빠진 녀석이 마계에 처음 들어오면 극심한 환경변화로 인해 너같이 환몽에 빠져 현실과 재대로 구분을 못하지. 그래서 식물마법으로 환경을 재조성해서 적응시켜 주려고 했건만.... 효과가 없었나 보군. 휴~


할머니는 말을 끊임없이 내뱉으시면서, 거기에 내 말은 전부 묻히고 말았다. 왠지 누구를 연상시키게 하네.


- 어쨌든 너같은 꼬맹씨가 있을곳이 아니야. 그러니 어서 돌아가도록 해.

- 혹시 출구를 아세요?!

- 뭐야. 길도 모르고 걸어다녔단 거냐? 한심하군. 그러니 픽픽 혼자 쓰러져 있었지 쯧쯔.

- ;;;;;;;

- 어쩔수 없지. 그러면 나가는 길만 데려다 주면 되지? 자, 날 따라오렴. (휙휙) 



쿨하게 자기 할말만 마치고는 나를 이끌고 출구쪽으로 데려다 줬다. 거기까지 걸어가면서 혼자서 뭐라고 많은 말씀을 하셨지만, 아직 내가 마계에 적응을 못한건지, 아님 할머니 말에 내가 못 따라가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방금 전 행동과 더불어 자꾸 볼수록 누구랑 계속 겹친다. 하지만 마녀 모자 같은걸 눌러쓰고 계셔서 얼굴은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 자, 도착했다. 이제 여기에 다신 얼씬도 거리지 마렴. 초보자에겐 무리니까.

- 저어, 할머니는 여기에 혼자 남을 생각이신가요?

- 그게 네가 무슨 상관이야! 얼렁 가지 못해! (꽥) 에이구 목이야. 쿡쿡.

- 정말로 궁금해서 그래요. 왜 그렇게 여기에 혼자 남으시려는 거에요?

- 너같이 혼자 다니는 꼬맹이가 뭘 언다고 참견이야?! (버럭) 

- 말씀 못 드려네요. 사실.... 저 혼자 여행한건 아니에요. 동료들을 마을에 두고 혼자 여기에 떨어졌거든요.


그러더니 할머니는 이어가는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주셨다. 어떻게 여기오게 되었는지, 또 마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전부. 그러자 할머니는 내 이야기에 무언가 의문이 든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보며 말씀하신다.


- 흐응...? 마왕군의 간부라고...? 그건 별로 믿기진 않지만, 어쨌든 그런 안타까운 일이 마을 안에서 있었다는 말이구나.

- 네. 어쩌다 여기에 발을 들이게 되었네요;

- 그렇담 여기까지 쫓아 왔으면서, 왜 지금에서야 돌아간다는 말이냐?

- 그...그건 아직 제가 여기있으면 안될거 같거든요. 할머니 말씀대로 여깄는 괴물들한테 제대로 상대도 안될 뿐더러, 마왕성도 어딨는지 모르는 판국에...

- 잉? 고작 그런 이유로 여기서 나가려고 한거냐? 그리고 여기오면서 내가 여기 길도 잘 안다고 알았을텐데, 마왕성 정돈 어딘지 가르쳐달라고 말할수 있었을텐데 말이지.

- (!) 그건...할머니께서 마왕성을 모를실까봐... 또 거긴 위험한 곳이니까 할머니랑 같이 갈수도....

- 설마 마계에서도 잘 걸어다니는 나한테, 지금 너랑 같은 급이라고 단정 지은게냐? 고작 할머니라는 이유만으로...?

- 아니에요. 그...그런게 아니라....

- 에휴~ 거봐라. 지금도 말도 똑바로 못하는구나. 솔직히 말해봐라. 마왕성을 몰라서 안가는게 아니라....


“두려워서 못가는게지? 겁먹은 꼬맹씨?”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가슴속에서 바늘이라도 꾹꾹 찌르듯이 점점 아파져온다. 아마도 이걸 마음의 가책, 즉 양심이 찔린다는 말이겠지. 맞다. 난 겁먹었다. 갑자기 다가온 괴물들 앞에 순간 겁먹어서 섣불리 공격도 못하고, 마지막에도 결판을 못지은것도 보복이 두려웠던 거겠지. 마찬가지로 숲에서 벗어나 아무리 걷고 또 걸어봐도 마왕성은 보이지 않았다. 도중에 이런 감정도 느낀건지도 모른다. 영영 마왕성도 못찾은채 길도 잃어버려선 홀로 여기서 남겨질까봐, 모두에게 못돌아갈까봐, 그 두려움이 날 막아선건지도 모르지. 솔직히 내 마음을 모르겠다. 지금도 혼란스럽다.


-어이 꼬맹씨, 뭘 그러고 혼자 낙담하고 있누? 내 말때문에 그런감? 혹시 겁쟁이라는 말때문에?

-아니요...할머니 말씀이 옳아요. 저도 모르는 사이, 겁먹고 도망가려고 했던거에요. 그래서 할머니탓을 돌리고. 또.... 윽!


나도 모르게 눈물이 목을 타고 끓어오르듯이 눈앞에 맺혀온다. 이러고 말하는것도 창피한데, 눈물까지 나오다니. 난 순간 부끄러워 고개를 들어낼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그런 날 보고 할머니는 평소대로 말씀하시는데, 왠지 다정한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 왜? 거짓말했던 네 자신이 창피한거냐? 포기하려 들던 네가 한심하거냐? 그게 어쨌다고 그러냐. 누구나 그런 마음은 가질 수 있단다. 네 자신이 겁쟁이라 말하지말거라. 당연한거다.

- ......하지만 전 할머니께 거짓말로 현실에서 도망친거 같아....

- 하하하하하——!


그러시더니 내 목소리를 질렀다. 처음엔 왜 저러시는지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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