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없는 민주주의는 실효성이 약할 수 있긴 한데, 일단 명백히 다른 개념임. 


대충 둘의 차이점을 말하면, 

민주주의는 의사 결정의 방식 중 하나이고,

자유주의는 어떤 가치를 중시하냐는 거임.


민주주의는 그 근본부터가 소수의 의견을 묵살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의사 결정 방식이고, 일단 다수결에 따라 의사 결정과 방침을 정했으면 그 결정을 따르는 것을 모든 구성원에게 (폭력을 쓰든, 감금을 하든) 강압하는 방식임. 

다만, 이러한 강압은 사실 규모가 큰 집단에서는 마인드 컨트롤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거의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다른 의사 결정 방식보다 더 옳다거나 그르다는 말은 아님. 


근데, 한국인들은 민주주의 자체를 신성시하고, 생활 속에서 사람들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게 말이 되냐.' 같은 소리를 할 때는 보통은 '자유의 제한'에 대해 불만이 있는 거지, '부정 선거'나 '불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음. 


특히, 직접 민주주의도 아니고 간접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권력자들은 법이 허용하는 내에서 어떤 행위를 하든지 민주주의에 어긋나지 않는다.'라고 생각함. 


보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탄핵 제도나 헌법 등의 간접 민주주의에 대한 안전 장치를 마련할 수는 있을지라도, 우리는 권력자들이 법(헌법, 행정규칙, 조례 등 포함) 자체를 어기지 않는 이상 그들의 행위가 민주주의나 전체주의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고 봄. 

의사 결정 방식 자체를 정해진 임기 동안의 독재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민주주의로 결정했으면 그 기간 동안 독재를 허용하는 게 민주주의임. 다만, 민주주의에서도 여러 결정이 상반될 경우에는 그러한 결정 중 우선 순위를 정해서 우선 순위가 낮은 것은 배제하는 것이고, 그것이 현재의 대통령 제도라고 생각함. 

한국의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독재를 가급적 허용하는 자리임. 그에 대한 안전 장치로 삼권 분립이 있을 뿐. 

대통령 임기 동안 행정부에 대해 불법이 아닌 이상은 국민들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주장해 봐야 강제력이 없음. 다만, 행정부가 마음에 안 들면 그에 대해 사법부나 입법부를 통해 견제하려는 정도. 



민주주의나 다수결은 이론적으로 완벽한 방식도 아니고, 국가 단위의 경쟁에서 볼 때의 필승 전략도 아니며, 천국 같은 나라를 만들어주는 가치를 지니지도 않았음. 

(오히려 천국은 하나님에 의한 독재일 것 같은데.)



그러니 '민주주의 국가에서' 라는 말 보다는 상황에 맞춰서 '자유주의 국가'나 '자본주의 국가' 라는 말을 일상 생활에서 구분해서 써야 한다고 생각함. 



근데, 다른 나라도 민주주의랑 자유주의 혼동해서 쓰는 사람 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