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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층에게 보수 이미지는 그리 좋지 않다. ‘보수’라는 말은 태극기부대, 대북 전단, 전광훈 목사의 기독교 반공주의 집회를 연상케 한다. 이른바 ‘보수집회’에서는 여전히 40년 전에나 듣던 군가가 흘러나온다. 이번에 ‘차이나 게이트’ 음모론처럼 외국인 노동자와 중국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 역시 보수 이미지를 구성하는 요소다. 전체적으로 보수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시민사회의 상식에 미달하는 혐오 기피 집단의 이미지다. 이처럼 한국 보수는 대중 의식 속에서 ‘극우’로 표상되고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에서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자신을 보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말에서 긍정적 가치들을 떠올리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보수층 밖에서 그 말은 대부분 부정적 장면들을 연상케 한다. 주관적 믿음과 객관적 실태 사이에 큰 괴리가 있는 셈이다.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했다고 당내에서 반발이 일어났다. 자신들이 새누리당 시절 이미 당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말을 삭제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2012년 총선 전 비상대책위원이던 김종인 위원장은 새누리당의 정강정책을 만들 때 ‘보수’라는 말을 딱 한 군데만 남겨놓고 다 빼버렸다고 한다. 그때도 당내 반발이 심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당시 여론조사에서는 보수 삭제에 찬성하는 여론이 절반을 넘었고, 삭제에 반대하는 여론은 15%에 불과했다고 한다. 보수를 삭제하는 대신 김 위원은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를 넣었다. 작전은 주효했다. 그해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152석으로 단독 과반을 확보했고, 이어 대선에서도 승리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이는 보수가 스스로 생각하는 이미지와 남들이 보는 이미지 사이에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보수주의자의 머릿속 이미지가 아니라 그들이 겉으로 보여주는 이미지를 보고 표를 던진다. 보수가 비호감이 된 것은 그동안 주로 ‘극우’로만 표상돼왔기 때문이다. 정치에서 호감·비호감의 감정은 중요하다. 인간은 논리적 판단 전에 호불호의 감정으로 사안에 대해 선(先)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지지를 받으려면 이미지부터 호감으로 바꿔놓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