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핸드폰을 다시 열어봤어

아침 9시 20분쯤 도착한 문자에는
"누난 이제 지하철탈껀데. 나쁜놈아 여자 기다리게 만들래?"
라는 글귀가 이상하게 슬프더라구


그 아래, 아침 10시쯤 도착한 문자에는
"상준아 누나 좀 늦을거같아, 만약에 너무많이 늦으면 기다리지말구 들어가 미안해"
라는 글귀가 이상하게 날 울리더라구 ..^^


라디오 방송에서는 계속해서


"대다수의 승객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연기에 질식해....
"인화성 물질이 타면서 발생한 유독가스로...
"이번 참사의 피해규모는...
"현재 소방관들의 접근도 어려워 역내 승객들의 생사조차 불분명...

이상하게 갑자기 심장이 빨라지는걸 느꼇고
다시한번 전화를 걸어봣어
하고 또했어, 계속했어
통화 버튼, 누르고 누르고...



문자도 몇통이나 넣었던지 몰라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져, 이상하게도 불안해
이런생각 하지 말자고 속으로 외치고 외쳤는데도
도저히 불안감을 떨칠수가 없더라..



너무나 급박해진나는 중앙로 근처에서 내린뒤

지하철쪽으로 미친듯이 달렸어..



검은 연기는 하늘을 뒤덥기라도 하듯
높게 치솟아있었고

중앙로역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삥둘러싼 수많은 사람과
소방차... 소방대원들...


그리고 걱정에 찬 표정으로 몸둘바를 몰라하시는 분들....

그분들을 보니까 갑자기 나도 울컥 눈물이 나더라고..
주체할수가 없어서 고개를 젖히고 억지로 눈물을 멈춰세웠어..

아...정말 그때의 걱정은 말로 표현할수 없더라구....

속으로 계속 생각했어
에이 설마....
에이 설마....


누난 잘있을거야, 내일 아침에 핸드폰을 열면 분명히
잘잤냐는 문자 변함없이 보내줄거야 누나는...



얼마나 착한 누난데 설마..


그렇게 계속 안되는 전화만 붙들고..
검은 연기가 계속해서 올라오는 계단입구만 계속 뚤어져라 쳐다봣어
사람들이 구조 되어 나올때마다, 제발 혜은누나이길 빌었어..
계속해서 안믿던 하나님한테도 빌었어
제발 누나 무사하게 해달라고...
주체못할정도로 그냥 소리없이 울면서 전화... 기도..만 할뿐이었어



한시간이 흐르고..
두시간이 흘렀어..


꾀 많은 사람들이 들것에 실려 구조 되었지만
정말 애석하게도 그중에 혜은누나는 보이지 않더라


갑자기 맨처음 누나를 보고 첫눈에 반한일
번호를 묻고, 신기하게도 그 첫눈에 반한 상대와 가까워지고,
이야기를 나눳었던 일들

누나 웃는얼굴, 찡그린얼굴,
놀란얼굴 왜 죄다 스쳐 지나가는걸까?



그게 마지막이었거든....^^


정말 인정하기 싫은데,
너무나도 인정하기 싫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어 ^^ 하 진짜 글쓰면서 눈물 나는건 또뭔데

생각하려고도 안했어
지금 이슬픔 헤아려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게 너무 슬펐어


친구들앞에서 정말 미친듯이 울었고

매일 내게 장난을치던 친구들도
그때 만큼은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힘내라는 말뿐이었어

진짜 왜? 대체 왜 누나일까

그 뜨거운 불구덩이속에서
20살이란, 이제막 청춘이 시작되려는 나이었는데...
그 청춘, 후에 생각해도 아름답고 행복했었다고 기억할수있게
만들어 주려고했는데...

얼마나 힘들었겠어 우리누나..


그때 우리사이에서 쓰이던 메신저 세이클럽 타키 혜은누나의 홈페이지에 달린 수많은 추모글..

나도 정말 진심어리게 썻어,
한자한자 적을때마다 북받치는 감정, 터져나오는 눈물.. 주체못하고 거실에 가족들있는데
계속 흐느끼면서 썻어.. 누나 너무 보고싶다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많은 분들이 격려해주더라
그때 나를 제일 다독여주는 혜은누나 친구로부터 전해들은말



"혜은이가 너 되게 많이좋아했어, 맨날 만나면 니 얘기밖에 안했는데...
2월 18일날 너 만난다고 엄청기대하고, 그날 고백받을거라고 입이 닳도록 말하더라
만약에 못받으면 자기라도 고백할거라구.... 혜은이 좋은데로 갔을거야, 내가 만난친구중에
제일 착한 친구였거든..."



하염없이 눈물만흘렸어.. 읽고 또 읽고, 또 읽었어
그리고 그렇게 울고 또 울고.. 계속 울었어 정말...^^

그런데 그땐... 아무리 무슨수를 써도 슬픔이 풀리지가 안더라..
제일 힘들었던건 그날 만나자고한 나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고

누나한테 너무 미안하더라.... 정말 제일 힘들었던 날이었어..
사진볼때마다 터져나오는 눈물... 가족들한테 보이기 싫어서 밤마다

베게에 얼굴 파묻고 지칠때까지 울었어... 근데..
그렇게 울어도 슬픔이 가시질 않는데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거야 죽으란거야?

그래도 역시 시간이 약인가봐..



혜은누나, 나 보고싶었지^^
벌써 5년이란 시간이 흘렀네

그때 그 문자가 담긴 핸드폰

멍청하게 버리지 못하고 아직까지 가지고있네,
누나를 만나게 해주고, 누나와 가까워질수 있게 해주고,
누나를 좋아하게 해준 고마운 핸드폰이잖아...^^
친구들과 한문자는 지우고 누나랑 나누엇던 문자만 고스란히 모아둔 핸드폰엔
아직도 누나가 웃어주며 했던 한마디, 정말 일초를 십년같이 기다렸던 문자들
그리고 03년 2월 18일날 누나가 내게 보냈던 마지막 문자....^^

다 고스란히 남아있네..^^

나때문에 죽은거란 생각에 정말 거짓말안치고 몇개월내내 울고 또 울었어
남자새끼가 말이야....

참 웃기네.. 이젠 누날 기억할만한건 몇장의 사진과 내 기억뿐이야
누나가 그때 줫던 증명사진 군대에까지 가져갓었어

고참들이 애인이냐고 물을때마다 참 뭐라 대답할지 애매하더라
그런데 난 당당히 네, 애인 입니다라고 대답했었어 아직누나의 ok 사인은 떨어지지 않았엇지만

생각으론 백번도 넘도록 내 여자친구엿거든^^

누나 벌써 내나이도 23살이네...
참 누가봐도 와닿지 않을 얘기 속으로 감추고있다가 이제서야 꺼내봣어^^

거긴좀 어때 누나? 보고싶어 미치겠다 진짜로...
꿈이라도 좋으니까 못했던 고백좀 받아줫으면 좋겠다..^^


사랑해 누나...


-아직도 기억하고있는 상준올림

 

오래전. 네이트온 에 올려져 있던데 진짜 실화 이면 ㅎㄷㄷ...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세이홈피 시절 이니까 먼가.. ㅠ

 

(내용이 너무 길어서 일부만 가져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