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blog.naver.com/rvtbznum/220822618782출처

독자분들께서는 혹시 이런 의문을 품어 본 적 없으신가?

 

'생판 모르는 사람을 죽인 것과 자기 부모를 죽인 것은 똑같은 살인인데, 왜 현행 한국법은 존속살해를 더 강하게 처벌하지?'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법학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서 다른나라의 법이 어떤지 모르지만, 존속살해를 더 강하게 처벌하는 현행 한국법은 분명히 한반도의 전통규범에 근거하고 있다. 존속살인행위를 더 강하게 처벌하는 데에는 '천륜을 어긴 개망나니' 또는 '인간의 본성에 반한 쓰레기'라는 죄목이 살인죄 위에 덧붙여진 것이다. 중국인들과 중국을 모방하기에 여념이 없던 한반도인들은 '기록'에 굉장한 집착을 보였는데, 중국대륙과 한반도의 판례들을 보면 공맹사상이 교조적인 이론으로 자리잡았던 한나라 시대 이후로 '천륜을 위해하는' 범죄들은 매우 가혹하게 처벌됐다. 이 전통이 현재에까지 내려오는 것이다. 

 

그런데 도덕적 감정으로 근거지워지는 도덕률이란 기본적으로 이런 것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단적으로 말해서, 내 아이가 죽는 것을 목도하는 것과 생판 모르는 사람의 아이가 죽는 것을 목도하는 감정이 같을 수 있나? 내가 생각하기에는 전혀 다른데, 그건 내가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당장 나는 내 조카가 죽는 걸 보면 눈깔이 뒤집힐 것 같지만, 남의 아이가 죽는 걸 보면 그냥 "아이고, 저거 오티기 헌댜!"라며 안타까움만 표현할 듯 싶다. 도덕적 감정이란 근본적으로 이런 것이다. 도덕적 감정에는 근원의 차이가 확실하고, 남에 대한 연민은 '슬픔을 미루어 짐작하는 수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건 침팬지 사회에서도 그대로 관찰된다. 침팬지들은 같은 무리의 동족끼리 상당히 높은 수준의 도덕적 감정을 보여주지만, 다른 무리의 침팬지에게는 가차없는 잔인성을 드러낸다. 심지어 침팬지들은 다른 무리의 개체들을 먹기도 한다. 이건 춘추전국시대 맹자의 라이벌이었던 고자나 순자의 통찰이 옳았음을 입증하는 실험적 자료이다.

 

人之性惡 其善者僞也 今人之性 生而有好利焉 順是 故爭奪生 而辭讓亡焉 生而有疾惡焉 順是 故殘賊生 而忠信亡焉 生而有耳目之欲 有好聲色焉 順是 故淫亂生 而禮義文理亡焉 然則 從人之性 順人之情 必出於爭奪 合於犯分亂理 而歸於暴(性惡篇)

 

“사람의 본성은 악한 것이다. 선이란 인위적인 것이다. 사람의 본성이란 태어나면서부터 이익을 추구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본성을 그대로 따르면 쟁탈이 생기고 사양하는 마음이 사라진다. 사람에게는 태어나면서부터 질투하고 증오하는 마음이 있다. 이러한 본성을 그대로 따르면 남을 해치게 되고 성실과 신의가 없어진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감각적 욕망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본성을 그대로 따르면 음란하게 되고 예의와 규범이 없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본성을 따르고 감정에 맡겨버리면 반드시 싸우고 다투게 되어 규범이 무너지고 사회의 질서가 무너져서 드디어 천하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참고로 본 흥신소의 타이틀인 추구(芻狗, 지푸라기 개, straw dog)라는 용어도 당대에 노자가 인간성을 근거없이 신뢰하는 유가들을 비꼬기 위해 꺼낸 말이다. 지푸라기 개는 당대 중국인들이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들었다가 제사가 끝나면 바로 버렸던, 하찮은 물건이었다.

 

天地不仁 萬物爲芻狗 聖人不仁 以百姓爲芻狗

 

"세상은 어질지 않아서 만물이 지푸라기 개 취급을 받는다. 성인들도 어질지 않아서 백성을 지푸라기 개 취급한다."

 

 

쟤들 뿐만 아니라, 당대 성선설을 지지하는 무리들에 대한 비판은 매우 가혹했다. 예전에 내가 이웃분에게 소개시켜드린 '묵공'이란 만화도 당대 유가의 대척점에 서 있던 일군의 무리에 대한 스토리를 모티브로 삼고 있는데, 이 묵가는 유가적 성선설과 달리 차별없는 동정과 공감을 내세웠다. 그게 겸애(兼愛)이다.

 

모든 선입견을 네려놓고 원론으로 돌아가 보자. 만일 사회가 감정을 도덕의 근원으로 삼아야 한다면, 겸애가 현대사회의 보편적인 원리에 맞을까, 아니면 유가식의 차별적인 애정이 현대사회의 보편적인 원리에 맞을까? 답은 명백할 것이다.

 

 

나머지 얘기는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