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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퓌르트=스포츠서울 정재은통신원] 독일 무대에서 반전 디딤돌을 놓은 이청용(30·보훔)은 현지에서 ‘블라우에 드라하(Blauer Drache·청룡의 독일식 표현)’로 불린다. 그는 “더 뛰어야 한다”며 다시금 독기를 품고 있다.

 

이청용은 3일 오전(한국시간) 독일 퓌르트의 슈포르트파크 론호프에서 열린 2018~2019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12라운드 그로이터 퓌르트와 원정 경기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전반 37분 팀의 선제골을 도우면서 2-2 무승부에 힘을 보탰다. 나흘 전인 지난달 30일 얀 레겐스부르크와 11라운드 홈경기에서 ‘한 경기 3개 도움’을 기록한 그는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로 웃었다.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그는 문전으로 달려든 로베르트 테셰를 향해 감각적인 아웃프런트 크로스를 시도했고, 테셰가 가볍게 밀어 넣었다.

 

물오른 컨디션의 이청용은 90분 내내 공수 전반에서 영향력을 입증했다. 중앙 뿐 아니라 좌우 측면을 폭넓게 움직이며 2선 전 지역을 누볐고, 눈 깜짝할 사이 최후방 수비까지 가담하며 수차례 헤딩 클리어도 뽐냈다. 후반 상대 공세가 거셌을 땐 베테랑답게 경기 템포를 조율하고 상대와 신경전도 마다치 않았다. 땀에 흠뻑 젖은 채 벅찬 숨을 내쉬며 공동취재구역으로 걸어 나온 이청용은 스포츠서울과 단독으로 만난 자리에 “이런 게 축구 선수의 삶”이라며 치아를 살짝 드러내고 웃었다.

 

- 경기 소감은.

(2경기 연속 포인트에도 무승부라는)결과가 굉장히 아쉽다. 전반 경기력을 후반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앞으로 경기가 많이 남았으니 준비 잘해서 더 좋은 경기하고 싶다.

 

- 팀이 2연속 막판 실점으로 다잡은 경기를 놓쳤다. 전반 경기력을 후반까지 왜 끌고 가지 못했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수세에 몰렸을 때 우리가 (경기 운영을) 더 영리하게 하지 못했다. 그러나 원정에서 좋은 경기를 펼치면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품고 있다. 실망하기엔 이르다.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

 

- 본인은 시즌 4번째 도움을 기록했다. 단기간에 팀에 녹아든 비결은.

동료가 많이 도와준다. 경기장에서 서로 믿음이 있기에 공을 주고받는 플레이가 잘 맞는다. 하지만 난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경기장에서 능력을 더 발휘하도록 준비하고 애쓰겠다.

 

- 2선 전 지역을 소화하고, 수비 가담도 적극적이더라. 로빈 두트 감독이 요구하는 건.

이전(소속팀)과 다르게 측면보다 중앙에서 공을 연결하면서 공격을 풀어가주기를 바란다. 나도 이 역할에 만족한다. 그래서 앞으로 더 좋은 플레이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된다.

 

- 독일에 오자마자 벌써 7경기를 소화했는데.

(웃으며) 체력적으로는 조금 힘들긴 하나, 이런 게 축구 선수의 삶이니 정말 행복하다. 이전(크리스털 팰리스에서 못 뛸 때)보다 감사한 마음이다. 많은 분이 응원해주시는 데 더 보답하겠다.

 

- 국가대표팀 복귀 얘기도 나온다. 5일 호주 원정을 가는 ‘벤투호’ 명단 발표가 있는데.

대표팀에서 뛰는 건 언제나 영광이고,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내가 지금 욕심낼 상황은 아니다. 팀에서 내가 할 것을 최대한으로 보인다면 언젠간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 지난 러시아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했는데, 대표팀에 대한 도전 의식이 강할 것 같다.

글쎄, 대표팀에 대한 마음은 언제나 같다. 지금은 보훔에서 한 경기, 한 경기 준비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 외 생각은 하지 않는다. 월드컵은 내가 부족했기 때문에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했지만, 실망하지 않고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이다.

 

- 벤투 체제 대표팀 소식이나 영상을 챙겨보나.

항상 대표팀 경기를 챙겨보고 있다. 나와 함께 뛰었던 선수가 아직 많이 있기 때문에 관심을 두고 지켜본다. 

 

- 대표팀에서 베테랑의 역할은 무엇인가.

대표팀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한다. 아무래도 경험 많은 선수가 어떻게 분위기를 끌어가느냐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더라. 나도 어릴 때 많은 형들의 훈련 태도나 경기장에서 움직임을 보며 자극을 받고 더 열심히 한 것 같다. 나도 이제 나이가 많은 쪽에 속해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후배에게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한다. 

 

- 독일 생활을 궁금해하는 팬이 많은데, 음식이나 생활은 어떠한가.

독일 음식보다 집에서 아내가 해주는 밥을 먹고 힘을 낸다.(웃음) 요즘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독일어는 아직 많이 배우진 못했지만, 시간이 나는 대로 독일어책을 틈틈이 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