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약 50km 후퇴한 이반 랍신의 워커 소대의 구조요청은 모스크바에 빠르게 전해졌다. 모스크바의 관제실에서는 탄식과 짜증 섞인 대화가 몇분간 이어졌고, 수송기로 이들 소대를 회수하고, 새 기체들을 보내기로 결정하였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전장 약 400m의 거대한 수송기가 이반 랍신의 머리 위에 거대한 그늘을 드리우며 나타났다. 그의 눈앞에는 로켓 부스터를 키고 낙하하는 다른 부대의 워커들이 보였다. 천지를 뒤흔드는 - 우수한 자세제어프로그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반 랍신은 착륙하는 거대한 워커들의 충격을 몸으로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 진동과 함께 이반 랍신이 탑승한 기체보다 훨씬 대형의 기체 여럿이 차례차례 로켓 부스터들을 떼어내며 낙하했다. 


이반 랍신은 보았다. 자신이 조종했던 정찰용 기체가 아니라, 이들은 훨씬 거대한 전투수송용 기체였다. 그의 워커는 수송기에서 내려온 초대형 램프에 올라타, 기계음과 함께 수납되었다. 통신장비를 통해서 전투수송용 워커들이 그가 왔던 방향으로 천천히, 그리고 육중히 이동해가는 것을 콘택트렌즈로 훔쳐보고 있었다.


그의 기체가 완전히 수납되고, 그가 헤드기어를 벗으며 조종석에서 나오는 순간, 그의 상관이 그에게 온갖 잔소리를 퍼붓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얼마나 기체 하나하나가 귀중한지, 그리고 다른 민족이 전쟁이라도 걸어오면 어떡할 것인지 등등등... 물론 이반 랍신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고막음소거장치를 작동시키려 하였으나, 상관이 통제 프로토콜을 잠시 걸어놨는지 귀따가운 잔소리를 여과 없이 들어야 했다는 것은 고통스러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