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마르다





츠유(ツユ)는 푸스(작곡, 기타), 레이(보컬), miro(피아노)로 구성된 밴드이다. 오무타츠는 일러스트를 맡고 있었으나 탈퇴하였고 현재 뮤비의 일러는 외주를 주고 있는 모양.


츠유의 현 유튜브 채널은 본래 자신의 보컬로이드 곡들을 올렸었으나 츠유를 결성하면서 해당 영상들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채널을 개편한 채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음악에 있어서 가사는 중요한 요소이다. 리듬과 소리의 음낮이 외에도 가사를 들으면서 그 가사가 마음에 울리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로 들어가자면 나는 '청해'가 잘 안 되는 편이라 가사집이 없으면 노래의 가사를 별로 신경쓰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솔직히 국내 가요를 듣는것과 해외 가요를 듣는것의 차이가 나에게는 별로 없다고 생각되며 특히 랩의 경우에는 거의 듣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어떤 가수가 교묘한 재치가 담긴 신선한 프리스타일을 무대에서 선보였다면 난 아무리 집중한다고 해도 그 귀중한 결과물을 흘려듣게 될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나라고 해도 가사가 내 마음을 잡는 경험을, 정말로 아주 가끔 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은 보통 리듬, 멜로디, 구성이 마음에 들었거나 보컬의 음색이 좋았거나, 아니면 뮤직비디오와의 조합이 깊은 인상을 남겼거나이다. 가사가 마음에 들었던 적은 진짜 손에 꼽을 수 있다 못해 지금 당장 생각나는 곡이 1, 2곡 나올까 말까 싶은 정도이다. 나에게 있어 음악의 가사라고 하면 보통 그런 것이다.


 힙합에 있어서 가사는 보통 마약과 살인, 돈자랑, 실력자랑 등이 주를 이룬다. 한편 발라드와 같은 대중가요는 사랑, 이별 같은 것들을 다룬다. 그러한 소재들은 보편적으로 사람들에게 와닫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만큼 보편적인 가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딱히 우리나라로 한정지을 것이 아닐 것이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가사가 좋았던 곡을 생각보다 더 많이 적을 수 있을 것 같다. 싸이의 연예인, 아버지. GOD의 촛불하나. 체리필터의 오리날다. 빈지노의 Aqua Man. 그리고 나는 좋았지만 여기에 적기에는 왠지 부끄러워 여기에 적기 주저하게 되는 곡들까지.

 한편 보컬로이드의 경우에는 우울, 자살, 정신병 등이 다루어지곤 한다. 사람들은 아마 이런 소재들을 반사회적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것은 일종의 '비현실적 가치'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의미를 잃어버리지만, 그 자극성과 장르, 씬과의 어울림 때문에 소모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것은 음악의 있어서 한가지 방향성이다. 가사가 음악과 어울리고 그것을 즐겁게 느낄 수 있다면 나는 만족할 수 있다.


 츠유는 사실 J-pop으로 분류될 수 있으나 작곡가 푸스가 보컬로이드계에서 몸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그 씬의 스타일이 그대로 가사에 남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츠유의 노래에서도 자살이니, 약이니, 정신병이니, 절망이니 하는 소재가 계속 다루어지고 있다. 이거 하나 말할려고 앞에서 수많은 주저리들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츠유 노래의 가사가 와닫았는가? 하면 나는 딱히 그렇다고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일반적인 인상으로는 대부분의 노래들의 가사가 논리적으로 정돈되어있지 않고 감정이나 소재가 너무 앞으로 들어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과거에 사로잡혀 있어



사운드와 구성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푸스는 기타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다고 하며 츠유 공식 뮤비들의 썸네일에 무조건 귀여운 여자아이가 박혀있는 것처럼 구성에 있어서도 어떤 곡이든 반드시 기타 솔로가 등장하며 이것 또한 츠유의 아이덴티티이다. '과거에 사로잡혀 있어' 와 같은 노래는 밝고 발랄한 반주와 반복적으로 반복되는 가사 '今'의 리듬이 중독적이다. 자기복제적으로 보여지는 파트들이 곳곳에 있으나 곡 구성을 보면, 신나는 '벌스'와 호소력 짙은 '훅'이 있는데, 이 둘 사이에 처음에는 이런저런 빌드업과 짧은 구간들이 존재하나 계속 반복되면서 그것들이 덜어지며 벌스와 훅 사이가 점점 가까워지고 마지막 반복에서는 아예 둘이 붙어버린다. 그 직전의 벌스는 분명 발랄함을 유지하고 있으나 음악적 긴장감은 높아져 있는 상태이며 여기에서 오는 역설적인 느낌이 있다. 따라서 그 이후에 들어가는 훅은 더 극적이다. 이런 높은 긴장감의 체험은 비록 약간은 투박해보일 지라도 훌륭하게 기능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대중성을 획득하고 있다.




역시 비는 내리네


츠유의 첫 곡 '역시 비는 내리네'는 개인적으로 가사가 마음에 들었고 아마 모든 츠유 곡들 중에서도 가장 가사가 좋았던 것 같다. 절절하면서도 자기부정성이 조금은 내포된 짝사랑이 건전한 방식으로 다루어져 있다.




저승으로 가는 버스에 타고 안녕.


프리 코러스와 사비(훅)의 멜로디가 마음에 드는 노래. 사실 그 외의 부분은 기억이 잘 안나기도 한다.




데모니슈


이건 사운드에 있어서 변화를 꾀한 곡이었다. 이 곡은 반대로 멜로디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리듬게임 스타일의 두드리기 좋은 스타일의 곡을 노렸고 그렇게 해서 게임에도 실렸다. 가사도 멜로디도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들었을 당시에는 신선했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질리지 않게 해주는 곡이었던 것 같다..




루저 걸


 가사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도 곡 스타일에 있어서도 츠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중적인 곡이 되기에는 후크가 지나치게 감정을 호소하는 편이고 반주나 피아노의 멜로디는 너무 가볍다. 그런점에서 '루저 걸'이나 '눈물이 마르다'는 그런 사람들의 배려한 곡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변화는 팬들에게 있어 비토를 받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도 '루저 걸'의 훅은 호소성 면에서 좀 얌전해지긴 했으나 멜로디 자체는 그리 좋지 못했다. '눈물이 마르다'의 경우는 얌전해진 벌스가 역시 갈팡질팡하는 점에서 별로였으나 몇번 들어본 결과 조금은 분해도 훅의 멜로디만큼은 인상적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저승버스'의 멜로디를 중간중간 차용하는 것 또한 별로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이건 해당 곡을 모르고 들었을 때에는 괜찮게 들릴 수도 있는 것이라 확답은 아니다.



언젠가 어른이 될 수 있으면 좋겠네


뮤비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하는 행동들이 귀여웠던 곡. 음원으로 들어도 신나긴 했다.




Under Kids


 겉보기에는 별로 힘이 없어보이는데, 사실 사람들을 모아서 엄청 쎈 집단을 만들 것 처럼 보였으나 다시 쫄아서 비극적인 패배를 맞이하는 뮤비 자체가 귀엽다. 어떨 때에는 곡보다 뮤비가 더 집중이 될 때가 있다.

 그러나 이 곡만큼은 음악적으로 좋았다. 츠유 후반기의 특유의 '중간에 갑자기 흐름 끊어먹기'가 이 곡에서 등장하는데 이 곡에서는 분명히 적절하게 사용되었으며 특히 이곡은 두번째 사비 파트에서 숨겨놓은 또 다른 사비가 이어지며 이 사비의 멜로디가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마지막에 그동안의 발매했던 곡들의 멜로디를 다 차용하는 팬서비스와 같은 구간이 등장한다. 지옥버스를 차용한 눈물이 마르다의 멜로디가 등장하고 지옥버스 파트도 따로 등장한다. 차용의 차용은 아니지만 지옥버스는 눈물이 마르다에서도 쓰였고 이 곡에서도 쓰였다. 그런데 눈물이 마르다가 이 곡에서 쓰인다는 건 내 기준에서는 살짝 어지럽고 그 이상으로 할 말은 찾지 못하겠다.



Rock한 너와 작별이야


빨간 꽃잎들이 떨어지는 것을 보니 분명 봄을 배경으로 하고있는 것 같다. 분명히 깔끔하고 구성에 있어서는 완벽하게 단정되어 있다. 그러나 그런 점이 조금은 이 곡을 비대중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대중적이라는 것을 곰곰히 생각해보았을 때 내린 판단이다. 음악의 모든 면에서 호소적이고 맥락이 탁월하게 연결되어 있고 가위소리는 정말 이 곡의 핵심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너무 깔끔해서 오히려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 하지만 이 곡에는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 문단은 나의 실수다. 그냥 이 노래는 따스하게 이쁘다.




비교 당하는 아이





츠유를 이야기할 때 이 곡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잔잔한 분위기와 더불어 잔잔함과 호소력이 공존하는 그렇게 해서 츠유의 색을 잃지 않고 대중성을 확보한 훅 파트가 핵심이다. 초반의 발랄한 벌스는 자칫 곡 전체 분위기를 해칠 수 있었으나 그 이후의 프리 코러스가 벌스와 훅을 훌륭하게 이어주었다고 생각한다. 곡의 아이는 비교당했지만 이 곡은 다른 곡들의 비교 우위를 얻어내었고 그 결과 츠유에서 가장 히트한 노래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둘러보다 보니 츠유의 3집은 이전과 다르게 초회판과 특별한정판으로 나뉘며 특별한정판은 우측이다. 츠유 팬들이라면 당연히 왼쪽이 마음에 들 것이고 그보다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들은 아마 오른쪽이 더 이쁘다고 생각할 것이다. 괜찮은 디자인이라는 생각 이전에 이 밴드가 열심히 돈을 벌려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아 장사하자 먹고살자.


 놀랍게도 이상으로 내가 좋아하는 츠유 곡들을 다 선정해 본 것 같다. 나는 츠유의 발랄한 멜로디메이킹이 마음에 든다. 훅의 호소성이 조금 질릴때가 있지만 저승버스처럼 훅에서 통통튀는 에너지가 있는 곡들도 있었다. 이러한 멜로디 메이킹과 그럭저럭 감각이 있는 곡구성. 레이의 말랑말랑한 목소리와 가창력. 그리고 이러한 곡 대부분이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매력적인 멜로디라인을 많게든 적게든 가지고 있었기에 나는 이런 츠유의 노래들을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듣고 있다.


최근의 츠유의 노래들을 들어보면 어딘가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음악은 단순히 감각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좋은 음악은 하나의 복합적인 아이디어로서 구성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아이디어가 없다면 멜로디는 길을 잃고 갈팡질팡하게 된다. 작곡가 푸스는 최근에 음악을 그만두겠다는 것과 비슷한 선언을 했다가 논란이 되었고 결국 번복을 했다. 좋은 곡의 아이디어라는 것은 단순히 노력한다고 해서 오는 것이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보석과도 같은 아이디어를 모아야 하는건데, 그게 잘 안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푸스는 마음 딱 잡고 3년동안 쉬면서 여유를 가지는게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다고 확실히 나아지리라는 장담은 없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츠유는 연속된 곡들을 연달아서 성공했고 음악도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상업적으로 이미 확실히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마지막으로 눈물이 흐르다를 들으며 자러가겠다.


+ 듣다보니 눈물이 흐르다에는 비당아의 차용도 있었다. 그러려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