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도셀 맨 아홉 살 모모코

끝나고 돌아와 가게 아저씨와 인사하고

재즈를 듣는구나,

모모코가 재즈를 듣는 이곳.


된통 노란색인 컴포즈 커피 틈바구니엔

사는 게 고통인 애엄마들, 찻집으로 착각하고 쭈그려앉은 중년 아재가 지나쳐갔었다.

그들에게 자리를 비켜주며 나는

너무 많이 표현하지 않는 미덕을 신경썼었다.


연대가 연대 같던 마지막 6월,

나무색 창틀 밖은 청포도의 색으로 흔들렸었다.

그 안에선 목적이 동일한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하얗게 부서지는 소리를 내고 있었지.

난 이 빙수를 다 먹고

문 열어놓은 고깃집에서 친구 여섯 명과 군대 얘기 할 예정이었다.

나는 항상 이 상태가 그대로 갈 거라고 믿는 나쁜 버릇이 있었다.


알아서 잔반처리 역할이었던 18세,

살아온 모든 날을 종합해 그냥 발언권이 없었다.

열등감도 없었으니 그토록 나는 그대로였지.

이 삭막한 입시 공장에서 나만이 재즈를 안다는 건 좋아,

앞으로도 ‘나만’이었으니 그토록 나는.


내 주제를 안 순간 내가 취한 건,

내 손으로 그 세상을 만들지 않고 

알아서 잘 찾아 간 것.


유리 잔과 유리 접시 사이

긁히지 말라고 놓은 흰 종이…

나는 은수저를 그위에 올려놓는다.

미도리색 볼록렌즈 사이로 모모코를 건너다본다.

탄산 욕조에 걸쳐진 노란 아이스크림,

그 밑에 헤드폰 쓴 모모코가 시선으로 일기를 쓴다.


아홉 살에 엘피판을 끼워

재즈 듣는 모모코야 나는 궁금하단다.

그 나이에 나처럼 주제를 몰랐던 애가 있을까.

아홉 살 모모코야 가르쳐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