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붉은 사막을 마지막으로 떠난 탐험대가 되었다. 앞으로 얼마간은, 아니 꽤 지난 다음까지도 저 사막을 밟을 사람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4번째 탐험대였기에 그리 특별한 탐험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제 마지막으로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다녀온 사람이 되었다. 우리 뿐만 아니라 우주 정거장에 있는 미국인도, 중국인도, 나머지 다른 국적의 사람들도 수천년간 인류가 쌓아온 문명이 인류에 의해서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채고서 혼란에 빠졌을 것이다. 우주정거장에 있는 사람들은 보통은 주기적인 보급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보급이 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그 사람들이 남아있는 식량과 식물 재배키트로 초식동물이 된 것마냥 행동하거나 다시 땅을 밟기 위해 탈출 우주선을 작동시키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만들었다. 물론, 나는 그 우주정거장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궁금하지만 알 수 없다. 나는 화성과 지구를 연결하는 우주 선단의 선원이기 때문이다.

 2062년 1월 12일. 날씨 우주선.


 루이는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입을 열었다.

 "몇 주 전에, 우리가 지구의 불빛이 모두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챘잖아."

 "그렇지."
 칼이 루이의 말에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우리는 지구로 돌아갈거야?"

 "지구로 돌아가지 않으면 어떻게 하게? 다음 탐사대가 이 우주선에 도킹하기 전에 우리가 이 우주선에서 물건을 챙겨서 지구로 돌아가는 것이 우리 임무의 마지막이라는 건 알고 있는데."

 "문제는 다음 탐사대가 이 우주선에 도킹할 일이 전혀 없다는 것이지."
 존이 엠마의 말에 덧붙였다. 이 우주선은 총 5번의 탐사대를 화성에 보내는 것을 위해 만들어졌다. 우리가 4번째 탐사대라는 것은 이 우주선의 수명이 1번 더 쓰고도 안전을 위해 절반의 탐사 기간동안 더 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을 말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여기서 버티는 것도 어느정도는 가능해."
 나는 쑥밭이 되어서 사악한 모히칸들이 물을 독점하고 다니는 그런 지구를 상상하며 우주선에서 잠시 버티고 싶다고 생각했다.

 "기껏 버텨봐야 6년 더 버티는 것이잖아? 우리가 지구로 돌아갈 1년동안 지구에 일어난 재난이 가라앉아서 사람이 살만하지 않을까?"

 칼은 조금 낙관적인 말투로 이 이야기를 꺼냈다. 문명이 싸그리 날아갈 만큼의 위기는 핵전쟁이나 운석 충돌 같은 경우가 아니면 잘 없을테고, 운석 충돌은 우리를 화성으로 보낼 기술력이 있는 사람들이 그 운석이 얌전히 지구에 부딪혀 5천년간의 노력이 사라지도록 하지 않을테니 전파가 끊긴 원인은 핵전쟁일 것이라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핵전쟁의 낙진이나 그런 것들은 원자력 발전소가 같이 터지지 않는 이상은 몇달이면 완전히 사라진다고도 칼이 덧붙였다.

 "이 우주선에서 영원히 살 수 없는 이유는 우주선의 수명이 다해서지 식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니까 조금 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난 식물 재배 키트에서 자란 풀만 먹고 몇년을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말이야. 동물성 식품은 더 만들 수 없다고."

 엠마와 칼이 말을 주고받았다.

 "지금 고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아. 지구에 가까워진다면 그때 다시 생각하자."

 헤수스가 입을 열었다. 모두는 지금 이야기해봤자 지구 상황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할것이라 생각했는지 헤수스의 말에 동의하고 각자의 일을 하러 돌아갔다.


 우리는 인류의 아직까지는 마지막 대우주 사절단으로써 인류의 최고 과학기술을 가진 배를 운전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지구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지구가 크게 보이자 우리가 출발할 때 보았던 멋진 지구의 밤의 금실이 수놓인 풍경과 달리 화성처럼 밤이면 아주 새까만 모습이 보였다. 가끔씩 밝은 불빛이 보일 때가 있지만 대도시가 내뿜는 거대한 금빛과는 다른 그냥 금색 실오라기가 보였을 뿐이다. 우주선의 날씨는 맑다.

 2062년 5월 18일. 날씨 우주선.


 6명이 모두 모이자 어제 반대 1표 찬성 2표로 지구로 내려가기로 결정했으니 어떻게 할지를 생각해보자고 존이 말했다. 솔직히 나는 기권이 3명인데 이게 맞는 투표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이거, 착륙할 자리를 정할 수는 있는거야?"
 엠마가 어떻게 착륙할지를 정해야한다며 말을 꺼냈었다.

 "시간을 잘 정해서 떨어진다면 적당한 자리에 떨어질 수 있을거야."
 "지구의 대부분은 바다, 사막, 정글이라고. 거기 떨어진다면 우리를 구조해줄 사람이 없지 않아?"
 "우주에서는 아무도 구조해주지 않아."
 엠마의 말에 칼이 반박했었다. 누가 반대고 찬성인지, 그리고 기권인지는 누가 봐도 뻔했었지만 그건 '비밀투표'였다. 민주적인 방식.

 

 "우리가 낙하할 장소는 땅이 많은 지역이어야해."

 루이가 말을 꺼냈다.

 "그냥 유럽이나 아메리카에 떨어지면 안되는거야?"
 칼이 루이의 말에 대답했다. 칼은 이 긴 관광버스 생활이 싫증났는지 빨리 지구의 흙을 만지고 싶어했다.

 "유럽이나 아메리카의 도시에 떨어지면 우리가 볼 것은 파괴된 콘크리트조각과 살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 뿐일거라고."
 엠마는 칼의 말에 부정적으로 대답했다. '비밀투표'였지만 누가봐도 반대했는지 알 수 있었고, 지금도 알 수 있다.

 "그냥 미 중부에 떨어지면 괜찮을 것 같은데. 대부분 농장이라 먹고사는데 문제도 없고, 거기 미사일을 쏠 만큼 가치있는 목표물도 없잖아."
 헤수스가 말을 꺼냈다.

 "문제는 그 농장을 돌리는 기계는 석유를 밥으로 삼는다는거야. 우리는 가죽벨트라도 먹을 수 있지만 기계는 석유만 밥으로 삼는다고."

 "우리는 밀을 팔게 아니라 그냥 밀을 먹기만 할 목적으로 농사짓는거야."

 헤수스가 말을 여러번 꺼내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엠마는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잘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엠마가 어떻게 생각하던 간에.

 기나긴 이야기가 흘러갈 동안 나는 감자튀김 한무더기를 들고와 조금씩 먹고 있었다. 루이도 내 감자튀김을 조금씩 먹었다. 존은 열심히 생각하고 있었지만 내 머릿속은 이 감자튀김 짭짤하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나도 감자튀김에 대해 열심히 생각하고 있었으니 생각은 한것이다.

 "그냥 미국 중부에 떨어지는게 나을 것 같은데. 굶어죽는 걱정은 안해도 되잖아."

 나는 감자튀김을 먹으며 생각없이 말했다. 하지만 내가 아무 생각없이 한 말은 그 주장에 지지자가 2배나 늘어나는 놀라운 효과를 만들어냈다.

 "주변에 집이나 마을이 없으면 수백마일을 걸어가게?"
 "한달 정도는 걸을 수 있잖아?"
 엠마의 반박과 헤수스의 대답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세상에. 헤수스가 이렇게 많은 말을 꺼내는 것을 본 적은 처음인 것 같은데. 루이와 칼은 이 일이 재밌게 보고 있었고 존은 점점 심각해져가는 얼굴로 깊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감자튀김이 다 떨어져가기 전에 이 이야기가 끝났으면 좋겠는데.

 "그럼, 아메리카 중서부를 목표로 착륙하기로 하자. 미시시피 강이나 호수 근처라면 굶어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잖아. 기후도 괜찮고 말이지."

 존이 깊은 고민 끝에 말을 꺼냈다.

 "토네이도라도 불면 어쩌게?"
 엠마는 계속해서 불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적어도, 다른 곳보다는 위험요소가 적은 편이야."
 존은 엠마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헤수스도 엠마가 말하는 위험요소들을 해결할 방법들을 하나하나 해결했다. 나는 감자튀김을 다 먹었는데 이 회의가 어서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좀 많은 시간이 지나서 미 중부에 착륙하기로 결정이 되자, 나는 다른 할 거리를 찾으러 방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