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7일 총통관저


"총통 각하, 옌시산 장군이 지휘하는 제 17군, 15군이 평형관에서 일본군에게 승리했습니다!"


"정말인가! 잘 되었구먼. 다른 곳에서의 전황은 어떻게 되나?"


"바오딩에서는 26, 29군 잔존군과 펑위샹의 1집단군이 전선을 방비하고 있지만, 조금씩 전선이 바오딩 시가지 쪽으로 밀리는 상황입니다. 창저우에서는 탕언보의 7집단군이 북패수를 경계로 일본군과 대치 중입니다. 다퉁 지역에서는 아군이 일본군과 대치중이나 살짝 밀리고 있습니다."


"일단 알겠네. 화중지역에서는 일본군의 특이동향은 없는가?"


"예. 딱히 없습니다만..."


"좋아. 지금 하고 있는 화북지방에서의 공장 철수 작업에 더 열중하게. 일본군이 밀고 내려오기 전까지 시간을 끌어야 하네."


"최대한 빨리 하겠습니다."


화북에서의 전황은 예상보단 좋았지만, 숫자 자체도 중국군 67만 vs 일본군 29만으로 우리가 훨씬 많은 상황에서도 살짝 밀리는 정도인데다가 화력 자체도 크게 차이나니 화북 방어선은 결국 뚫리게 되어 있었다.


내 기본적인 전략은 원 역사에서의 국민군도 채택했던 '지구전'으로, 화북 병력들이 시간을 끄는 동안 화북 지역의 경제기반들을 할 수 있는대로 안전지대로 이송시키고 그와 동시에 미국에서 지원받는 무기로 신식사단을 최대한 만들어보는거다.


물론 기존의 독일식 정예사단들과 호흡이 안 맞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오합지졸에 뭣하면 적전도주하는 군벌군들보단 훨씬 낫잖아?


이 계획의 1가지 문제는 예산이었다. 안 그래도 초공작전도 하고, 군벌들 반란 찍어누르고 하느라 내가 올해(1937년) 7월에 장제스에 빙의하기 전까지도 1년 예산의 70%가 군비로 나가는 어매이징한 판국이었고, 나머지 30%로 어찌어찌 경제 개발도 하고 했던거다.


이런 상황에서 전면전까지 터지니까 자연스레 예산이 더 나가기 시작했고, 미국에서 무기도 사와야지, 그거 갖고 신식 사단들 훈련해야지, 이거 하다 보면 실제 민생에 쓸 수 있는 예산은 20%는 남을까? 이런 상황에서 '황금의 10년'이라 칭하는 폭풍성장기를 중일전쟁 전에 이룩하고 중일전쟁도 어찌어찌 잘 이끌어나간 장제스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사실 나는 어찌보면 미래 지식을 안다는 걸 빼면 장제스보다 나아보이는게 없다. 잘못하면 내가 장제스에 빙의한게 중화민국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지도?


그나마 내가 장제스에 빙의하자마자 만든 반부패기관인 남의사 산하 염정공서가 일을 의외로 잘하고 있어서 부정부패 사범들에게서 몰수한 재산이 꽤 되었고, 사단들 훈련시키는 비용은 이걸로 좀 충당이 되긴 했다.


부정부패 사범들을 잡으면 형량을 약간 약하게 때리는 대신 무조건 전재산 몰수로 대응하는 등 중앙정부 차원에서 돈에 집착을 하고 있으니 장제스와 쑹씨 일가(장제스의 친인척으로, 원 역사에서도 엄청난 부정부패에다가 돈을 물 쓰듯 쓰고 다닌 놈들이다)가 사실 부패해서 돈을 모으고 있네 하는 뒷말도 나온다.


물론 여기 나오는 뒷말의 약 절반 정도는 염정공서한테 걸려서 재산을 몰수당했거나 당하게 생긴 지방관리들이 지어낸 걸로 추정되긴 하지만.


그러고 보니까 쑹씨 일가 얘네도 언젠간 정리를 하고 싶은데, 이 쑹씨 일가가 무조건 과만 있는게 아니라 중일전쟁 기간 동안 장강의 수운 유지 등의 경제적인 측면에서 공도 있어서 멋대로 숙청하거나 재산을 뺏기가 좀 뭣한게 문제다.


1가지 더 이상한 건, 내가 알던 역사 지식대로면 지금쯤 홍차오 공항 사건(일본군 장교가 멋대로 상해의 홍차오 공항에 난입하다 사살당한 사건)과 상해사변(위의 홍차오 공항 사건을 빌미로 일본군이 상하이를 공격하기 시작한 사건)이 벌어진지 보름은 지났어야 하는데 아무일이 없단 거다.


매우 다행이긴 하지만 도대체 어쩌다가?


나는 고민했지만 답을 알지 못했고, 나중가서야 그 난입을 시도한 장교가 원래 역사보다 며칠 더 길어진 탈영장교 수색사건(5화 참조)에 차출되어 난입 자체를 시도할 여유가 없었단 걸 알게 되었다. 이런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인가?



8월 28일 평형관


"이보시오! 우리 군대가 당신네 군대 포격에 맞아서 120명이 사망하고 400명이 부상당했단 말이오! 뭐라 해명이라도 해 보시오!"


"장군님 정말 죄송합니다. 그건 고의가 아니라..."


"고의가 아니면 다 해결될 일인가! 100명이 넘게 죽었다고!"


"앞으로 저희 포병들에게 주의를 시키고 오폭을 한 해당 포병들에게 큰 징계를 내리겠습니다."


"하... 내가 참아야지,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있다면 좌시하지 않을 거요. 빌어먹을, 일본놈들한테 죽거나 다친 병사가 9000명인데..."


길길이 날뛰다가 간신히 화를 삭이는 옌시산을 뒤에 두고 본부를 나온 린뱌오는 그 포병들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자네들... 아주 잘했어! 하지만 조금 더 눈에 띄지 않게 했으면 좋았을 것을..."


"반동들과 침략자들을 격퇴하기 위해서라면 뭐든 하겠습니다!"


"바로 그래야지! 우리 정치장교가 교육을 아주 잘 시켜놨구먼!"


린뱌오는 흡족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움직였다.



같은 시각, 일본군 진영


"사단장님, 지원 병력으로 89식 전차와 치하전차가 각각 5대씩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전투의 사상자가 집계되었는데 합계 약 3400명이 사상했습니다."


"원래 전차까지 합하면 89식 20대, 치하 11대구먼. 지나군 대전차소총병들도 어제 좀 조져놨으니 이 정도면 충분히 뚫을 수 있겠지?"


"당연합니다! 오늘 밤 전투에는 꼭 적진을 돌파해서 황군의 위용을 뽐내겠습니다!"


"그래... 귀관은 이따가 17시 정각에 있을 회의에 참여하게."


"하잇!"


'일단 어제의 전투로 장중정의 중앙군인 21사단도 큰 피해를 입었을 터, 직계군 없는 지나군은 그저 총알만 낭비하게 하는 허수아비들일 뿐이다. 오늘은 전차부대 5대 정도를 우익으로 보내 지나군더러 주공이 우익이라고 생각하게 한 다음, 좌익 방향으로 나머지 치하 11대와 89식 10대를 돌파시킨다.'


그렇게, 하늘이 어두워지고 저녁을 먹은 병사들은 사단장 앞에 집합했다.


"지나놈들의 정예병들도 어제의 전투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오늘은 꼭 적진을 돌파해 저 지나놈들에게 우리가 어떤 군대인지 확실히 보여주도록. 이상이다."



첫 스타트는 증원된 전차여단의 돌격이었다. 89식전차 5대는 중국군이 있는 우익 방향으로 전진하기 시작했고, 곧 몰려나온 중화민국의 빅커스 전차 부대 3대와 전투가 벌어졌다. 중국군 21사단의 대전차소총병들도 그에 가세했다.


어느새 89식 전차 3대가 격파되고, 그걸 보고 있던 옌시산은 만면에 웃음을 띄웠다.


"어제와 비슷한 전략을 쓰다니... 누굴 바보로 아는 건가?"


"사령관 각하! 급보입니다! 좌익 방면으로 일본군 전차 추정 20대 가량이 돌파 중! 지원을 요청합니다!"


"뭐야! 분명 주공은 우익 방향이 아니었나!"


옌시산이 당황하는 동안 좌익부분의 중국군들은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으악!!! 쇳덩이가 굴러온다! 도망쳐!"


"임마! 쇳덩이가 아니라 어제 본 전차잖아!"


어김없이 도망병이 발생했지만, 병사들이 전투와 죽음에 익숙해져서인지 아니면 도망칠 놈들은 이미 어제 도망쳐서 그런진 몰라도 확실히 어제보단 도망병수가 줄어들어서 약 800명 가량 되는 병사가 도망쳤다.


하지만 20대나 되는 전차를 변변한 대전차화기도 없는 중국군이 제대로 저지할리는 만무했고, 어제와는 홍군의 포격도 없었기 때문에 삽시간에 중국군의 좌익이 와해되기 시작했다.


"작전이 통했다! 전 보병연대 돌격!"


그렇게, 평형관 전투의 향방을 결정지을 일본 보병대의 돌격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