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와 버프술사는 천막에 들어온다.

"설마 그 아저씨가 점술을 믿다니.."

"공짜라니까 한 번 해보신 거겠죠"

 

천막 안은 어두침침했다. 가운데 앉아 있던 여자가 말한다.

"그 손에 든 건 내일 할 일이죠?"

"네"

"흠.. 내일은 싸울 일이 없을 거에요

싸우려 하지만 않는다면야 말이죠"

"아무 준비 없이 가도 된다는 건가요"

"네, 공격 준비도 하지 마세요"

"근데 니 이름이 어떻게 되지?"

"실비아"

버프술사는 점술사의 두건을 내려본다.

그녀의 얼굴을 본 버프술사는 말한다.

"귀족의 딸이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거니"

"때가 되면.. 다 아실 거에요.

일단 노숙하는 거나 그만 두시는 게 어때요"

"음.."

"어.. 제 집에서 주무실래요?"

"아니"

"여하튼 그런 거에요. 흠흠, 저도 목적은 달성했으니 가봐야겠네요"

점술사는 천막을 거둔다. 마법사는 그녀를 돕는다.

"다시 만나요"

점술사는 헤어지면서 외쳤다.

"야, 너 쟤 알아?"

"아니요"

 

다음날 아침이다. 둘은 이웃 마을의 촌장 집에 간다.

마법사는 문을 두드린다.

반응이 없자, 버프술사는 문을 마구잡이로 흔들었다.

"이보게, 그렇게 흔들면 문 열기가 두렵잖나"

 

촌장은 방 안으로 그들을 안내한다.

벽엔 마을 사람들과 여행객들의 그림이 걸려 있다.

"부인이 그린 걸세. 자네들의 그림도 걸리게 될 거야"

의자에 앉자, 촌장 부인은 웃으면서 차와 다과를 내온다.

"부인, 그 그림을 건네드려봐"

건네 받은 그림엔 검은 갑옷의 기사가 있었다.

"무지 크고, 도끼를 들고 있어요"

"공격하는 패턴은 있나요"

"음.. 그게.. 그 종이에도 대충 적혀있다시피 위험한 인물인가 하는 것만 확인해달라는 걸세.
맞으면 처리까지 해 주는 거고."

대화가 끝나자, 둘은 부인의 말에 따라 여러 포즈를 취하는 모델이 되었다.

촌장은 이따금씩 나가 담배를 피웠다.

 

"근데 왜 빈손인가"

"저희 둘 다 마법사라서요"

"임무가 임무다 보니, 앞에서 상대할 사람이 필요할 게야. 내, 아는 검사를 부르고 있었네"

이윽고 뒷마당에서 젊은 검사 한 명이 들어왔다.

유난히 큰 방패를 위시한 무장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 부르셨나요"

"이럴 때엔 촌장 님이라고 불러야지.."

 

촌장 집을 떠난 이들은 검은 기사가 나타난다는 산으로 향했다.

"어이, 먼저 자극하지는 마."

"네, 당연하죠. 사람일 수도 있는 걸요"

 

검은 기사가 멀리서 보인다. 자세히 보면 도끼로 나무 패는 모습이 보인다.

셋 모두 그 덩치와 위압감에, 쉽사리 접근할 엄두조차 내지 못 한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버프술사가 검은 기사에게로 접근한다.

둘은 어느 정도 몸짓을 하다가 검은 기사의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좀 흐르자 해가 지기 시작했다. 

"아까 그건 저녁 차려준다는 거였나"

"설마, 우리가 여기 있는 걸 알고 들어오게 한 걸까요"

"음..?

오!, 그럴 수도 있겠다. 3:1은 불리하니까"

"창문을 깨고 후딱 들어가서 누나를 구하는 거에요!"

"그래!"

 

둘은 환상적인 팀워크를 보이며 오두막 안으로 들어왔다.

그 검은 기사는 스튜를 접시에 담고 있었다.

버프술사는 화난 채로 외쳤다.

"이 십알 새기들이!"

"어.. 죄송합니다"

마법사는 오두막 안에 친숙한 얼굴이 있는 걸 보았다.

"삼촌이 왜 여기 계세요?"

"발이 삐여 있던 날 여기로 데려와주었지 뭐니"

"오오! 고마워요"

 

창문을 수리한 일행은 감사 인사를 드리고 촌장 집에 갔다.

삼촌과 촌장이 얘기를 나누다가 서로간에 웃음을 지었다.

일행은 두둑한 보수를 받고 집으로 되돌아갔다.

"잘 있어"

"나중에 좋은 거 있으면 검사로 꼭 불러줘"

 

마법사의 집에서 하룻밤을 같이 자게 된 버프술사는 말한다.

"부모님은?"

"이웃 마을에 계세요"

"왜"

"왜냐뇨"

"왜 혼자 여기 살아?"

"여기가 그나마 일거리가 많이 나오니까요"

"그렇긴 하네"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약속 잡은 거 있니?"

"아뇨... 어! 설마.. 검은 기사가?"

"야.."

"그럴 수도 있잖아요"

"아니.. 아니... 어쨌든 한번 열어본다"

 

점술사였다.

"안녕하세요. 다시 뵙네요. 뭐, 제가 찾아온 거지만요."

"엥, 안녕. 근데 왜 시간에 오냐"

"아, 내일 같이 떠나요"

"누구랑?"

"언니랑 쟤랑"

"갑자기?"

"네, 갑자기"

점술사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떠나는 목적은 버프 잘 넣는 너와 관련 있어요. 너와"

"뭔데"

"집히는 게 있지 않나요? 네, 그거에요, 그거.

정말 감이 좋으시네요. 다 이해하셨으니 내일 정오에 찾아뵐께요. 그럼 안녕"

점술사는 교양 있게 문을 닫는다.

 

"근데"

"네, 누나"

"너 진짜 쟤 모르지"

"몇 번 봤긴 봤어요"

"원래 저랬냐"

"아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