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로 강찬은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해보았다. 대파를 최대한 적게 써서 조리해보았지만 고통은 거의 같았으며, 대파의 진액만 써서 만들어도 그 통증은 처음만큼은 아니었지만 아주 아파왔다.

 

대파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상각에 강찬이 마취용으로 쓰기 위해 고량주를 쓸 만큼만 방에 가져왔다. 고량주는 원가가 싸서 강찬도 한 번 수수로 만들어 보았었다. 옛날에 마취제가 없었을 때 독한 술을 마시게 한 후 수술했다는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명탐정 코난에 나온 것처럼 해독 작용을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긴 했다.) 그러나 마취를 했으나 통증은 살짝만 적어졌을 뿐이었다. 처음이 트레일러로 깔리는 듯한 통증이라면 이번에는 버스에 깔리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대파의 진액만 써서 마법으로 요리하고 마법을 건 고량주를 들이마셨다. 그러나 아직도 통증은 나아지지 않았다. 각각의 방법만 썼을 때보다는 나아졌지만 그래도 승합차에 깔리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거기에 대파의 진액만 썼기에 그 효능은 줄어들었다. 이 방식으로 끝까지 가다가는 미쳐서 정신병원에 실려갈 것 같았다.

 

강찬이 그가 두번째로 잘하는 분야인 제이력을 써보았다. 참고로 강찬이 잘하는 분야는 제영력, 제이력, 제육력 뿐이다. 그렇다. 낙제 직전의 수준이다. 나머지는 잘 못해서 태오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을 정도이다. 그가 제육력 대회에 참가한 것은 '어떤 분야든지 8강 안에 들으면 다른 분야의 점수가 낮아도 낙제하지 않는다'는 규칙 때문이었다.

 

강찬이 제이력을 써보았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해제시켜야 할 지 알지 못했다. 마법을 쓰면서 김초은이 건 제일력 마법이 뇌에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강찬이 그 자리에서 절망했다. 그리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모든 것을 체념하고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으니 갑자기 취기가 몰려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술에 취해 필름이 끊기고 의식을 잃었다. 하긴 그 독하다는 고량주를 세 컵이나 들이마셨으니 당연하다.

 

*

 

강찬이 잠시 정신을 차려보니 부재중 전화가 한 건 와있었다. 주연재였다. 아직도 남아있는 취기와 함께 전화를 걸었다. 전화벨이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통화가 연결되었다.

 

"여보세양? 그쪽은 갈 되가양?"

"아니. 이거 답없는 것 같아. 잠깐, 너 말투 바뀐 것 같은데 뭐한거야? 이것도 그 마법의 일종인가?"

연재가 강찬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상함을 느껴 말했다. 놀란 느낌에다 살짝 걱정스러운 마음이었다. 확실히 강찬의 목소리는 흐물거리면서도 발음은 똑바른 이상한 어체였다.

"아니, 고량주 먹어서 그래양. 하도 아파서 써먹었더니 이 모양이다양."

"아 그런 거였냐. 근데 너 술 먹으면 참 뭐 같구나. 그래서 어떻게 됐어?'

"으헤헤...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다 실패했어양..."

"그럼 결국에는 이길 수 밖에 없는건가..."

"결국엔 내가 이겨야 되는거양? 으에..."

"역시 너 말투 이상하다. 빨리 잠이나 자라."

"차가운줄만 알았는데 걱정도 해주는군양. 고맙다양. 빠이양."

 

그렇게 강찬은 전화를 끊고 침대에 뻗었다. 그리고 그 기세로 바로 잠들었다. 그리고 일어나보니 어느새 아침이되어 그의 엄마가 그를 깨우고 있었다. 다행히 고량주는 숙취가 적어서 강찬은 바로 학교에 갈 준비를 할 수 있었다.

 

*

 

"그래서 다음 경기는 누구랑 붙으려나~"

"그러게다. 아주 중요할 텐데."

여유롭게 말하는 태오를 보며 강찬이 살짝 진지하게 말했다. 태오는 바로 그것을 알아차렸다.

"오, 이건 마치 이대로 1등할 기세?"

"그래야지.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강찬의 마음의 소리가 그의 입 밖으로 나오자 자신의 말에 살짝 움찔했다. 태오가 말했다.

"얼마 전까지 부끄러워하던 기색은 어디가고 이제 의욕만 남았네?"

"그래도 아직 부끄럽긴 부끄럽다고. 그래도 이기긴 이겨야지."

강찬이 거짓말은 아닌 말을 통해 아까의 발언을 무마했다. 태오가 아무렇지도 않게 느끼며 바로 노트북을 켰다. 그리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파일을 열자 대결 장소가 나왔다.

 

 

정선 경기장, 집중력 ※주소는 아래 별도의 글 참조

제6경기, 박태오(전북 남원) vs 황영조(서울 강남)

 

제부도 경기장, 체력 ※주소는 아래 별도의 글 참조

제9경기, 추강찬(전북 남원) vs 홍시양(경기 철원)

 

 

"홍시양이라..."

"이번에는 경기장이 서로 다르네. 근데 뭐 이렇게 멀어."

"원래 랜덤으로 뽑는 거라 멀 수도 있고 가까울 수도 있는 거야. 오히려 지난번에 대전에 둘 다 걸린 게 행운이라면 행운이었지."

'그 덕분에 내 인생이 그 여자들 때문에 꼬여버렸고.'라고 강찬이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면 대회 끝나면 바로 전화로 알려주는 거다?"

"그래."

 

그리고 홍시양과 황영조에 대해 파보기 시작했다. 둘 다 지역예선에서 중하위권에 들었던 학생들이었다. 덕분에 강찬과 태오가 안심을 할 수 있었다. 강찬이 안도의 한숨을 쉬고서 부탁했다.

"이번에는 나한테 제삼력 좀 알려주라. 나 잘 못하는 거 알잖아."

"오케이."

그렇게 태오가 강찬에게 제삼력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강찬은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로 이전보다 더 집중하며 하나하나 배우기 시작했다.

 

 

*

 

"다행히도 너 이번에는 쉬운 상대네."

연재가 전화 너머로 말했다.

"어, 그렇지. 실수만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있을 거야."

"그럼 행운을 빈다. 꼭 1등해야 한다?"

"당연하지. 세계를 위해서라도."

강찬이 굳센 의지를 내비치며 다짐했다. 연재가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이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너 술 마실 때 귀엽더라. 말끝마다 양이 뭐냐, 양이."

"잠깐, 내가 그런 말을 했어?"

"어. 말투도 흐물거리면서 똑바르고. 마치 애교부리는 듯한 느낌?"

"아악, 필름 끊겨서 아무 생각도 안 나."

"그래? 그리고 마지막에... 아 아니다. 나 밥 먹을 때 됐으니까 끊는다."

"어? 어, 알겠어."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그나저나 밥 되게 늦게 먹네.'라고 강찬이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