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 내가 만든 세계야, 올-오토마타로 손수 만든 도시야. 어때?"


"세상에, 이걸 만드느라 몇날며칠, 아니 몇달을 집에만 콕 박혔던 거야?"


"음...실은 아니지, 딱 한 번 계란을 사러 나갔었거든."


"젠장, 니가 오토마타에 심취한건 알았지만, 이 바보같은 것을 만드느라 니 친구들도 버렸다니."


"뭐라고? 바보같은?"


...


젠장, 발끈해버렸다. 하지만 적어도 저 녀석하고는 만날 일 없다는게 위안인가.


나는 요즘 오토마타에 푹 빠져있다. 내가 만든 조형물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다.


결과물을 보면 난 피노키오를 만드는 제페토가 된 기분이다.


그들은 내가 만든 대로 살아 움직이며, 그들은 내가 만든대로 생겼으며,


그들은 곧 나다. 



사실 난 친구와 한바탕 말싸움을 벌인 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물론, 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아니다.


'이 작품들에 생명을 불어넣는다면, 모두가 인정할까.'


라는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나는 모든 일생과 시간을 이것에만 쏟아부었고,


마침내 50%는 성공하였다.


그들에게 '뇌' 라고 할 수 있는 기관을 심어 주어 생각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전기를 연결하면 단시간이나마 그들이 사고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생을 이 연구에만 바쳐온 나는 전기요금도 낼 돈이 없었고,


근근히 밥만 겨우 챙겨먹는 처지이다.


이 책과 함께, 내 최후의 도시와 함께 난 비참히 생을 마감하거나,


난 내 수제자를 찾아 이 명맥을 이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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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에서 딸랑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고양이녀석, 밥달라고 하는 건가.


"저기요~"


사람의 목소리다. 사람이다. 사람.


어떻게 맞이하지? 어떻게 대하지?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지?

젠장, 내 머릿속은 뒤죽박죽이다. 이렇게 패닉 상태에 빠진 적이 없다.


아니,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생각해야 한다. 생각해내야 한다. 쥐어짜내야 한다.


어릴적 배운 예법, 말하는 방법, 모든걸 쥐어짜낸다.


"혹시 오토마타 배울 수 있을까요~?"


"아, 네. 들어오시죠."


젠장, 준비도 되지 않은 채 맞이하였다. 큰일이다.


좋아 이렇게 된 거, 그냥 맞이하여주겠다. 좀 미안하지만, 수강료를 선불로 받을 생각이다.


젠장, 내가 이렇게나 추해졌다니. 친구 말을 들을 걸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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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네요~ 생명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젠장,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큰일이다, 어떻게 말하지?


으음, 좋아, 아는 내용을 천천히 말한다. 지루하다 생각돼지 않게끔.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공격적인 말투로 대처한다.


"흠흠, 그렇지, 이것은 손수 내가 제작하였으니,


여기에는 이 톱니바퀴가 달려 있는데~ (...)


이게 오토마타의 원리라네."


"오오오, 장인의 말씀!"


젠장, 투머치토커가 되어 있었군, 내가 어렸을 적 가장 싫어하던 유형이었는데,


난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저 청년이 집중하며 들어준 것에 살짝씩 감사의 마음을 가진다.


하지만 그것이 드러나지 않게끔, 딱딱하면서도 부드러운 말투로 말을 건넨다.


"으음, 그러고 보니 이름도 물어보지 않았구먼, 자네의 이름은 무엇인가?"


젠장, 내가 무엇을 잘못 말하였나, 상대의 생각이 잠시 굳은 듯 하다.


내가 어찌해서든 풀어줘야 한다. 내가 잘못하였다.


"흠흠, 무슨 사연인지는 몰라도 말하기 힘들다면, 내가 별명을 지어주겠네, 어떤가?"


"좋습니다!"


그의 입이 올라가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좋다. 내가 이 대화에서 이루어낸 유일한 성과다.


"어디, 별명은... '비테' 가 어떻겠나? '생명' 이라는 뜻의 라틴어네."


이 말은 내가 젊었을 적 책에서 읽은 것이다. 쓸 일이 없을 줄 알았지만,


여기서 쓰이는 군, 기분이 썩 좋다.


"좋습니다! 좋은 이름이군요!"


청년의, 아니 '비테' 의 표정이 좋다. 내 작명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그럼, 할아버지? 아저씨? 의 성함은 무엇인가요?"


기억해낸다. 내 이름. '미치 프랭클린 멀도나도.' 쉽다.


자연스럽게 말한다.


"풀네임은 미치 프랭클린 멀도나도. 편한 것으로 부르게나."


"혹시 멀도나도 할아버지라 불러도 돼나요?"

"돼고말고, 젊은 말동무가 있어서 좋구먼."


하하, 모두가 웃는다. 모두라고 해봐야 저 청년, '비테' 와 


나, 멀도나도만이 있지만, 이렇게 웃어 본 적이 있었는지 생각한다.


웃은 강도가 아니라, 웃은 계기에 따라서,


'비테' 는 날 즐겁게 만든다. 나도 보답해야만 한다.


내일은 이 '오토마타' 에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을 보여줄 예정이다.


잘 돼면 좋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