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죠 2차) 6부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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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를 박살낸 그날 밤, 1층 침대에 앉은 죠린은 생각했다.


‘스톤 프리. 실 형태일 때는 먼 거리까지 갈 수 있어… 하지만 힘이 약하고 대미지도 받기 쉬워. 입체로 뭉치면… 힘도 집중되어 강해져… 하지만 반대로 그 거리는 기껏해야 2m… 이 스톤 프리로 철창을 부러뜨릴 수 있을까? 아니, 그건 불가능했어.’


스톤 프리의 손이 동전을 손쉽게 부숴버렸다.


‘동전을 뭉개 버리는 정도… 펜던트 안의 돌이 끌어낸 정신 에너지. 탈옥이라… 그게 가능할까…? 일단 파악부터 해야돼… 교도소 전체를…’


다음날, 죠린은 어마니에게 전화라도 걸 요량으로 공중전화 쪽으로 내려왔다.


“저기, 있잖아… 너.”


죠린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그쪽을 돌아봤다. 공중전화 앞에서 수회기를 든, 금발의 긴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가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부르잖아! 너! 거기 너 말이야. 안 들려? 이런 상황에서 이런 소리 하긴 좀 그렇지만 실은 내가 지금 좀 곤란하게 됐거든… 전화가 끊길 것 같아. 전화기에 돈을 더 넣지 않았다간… 콜렉트 콜도 아니고… 혹시 동전 있으면 좀 빌려줄래?”


죠린은 그녀를 말없이 바라만 보자 여자는 간절한 표정으로 부탁했다.


“1달러만 있으면 좋겠어… 가족이랑 통화하는 것도 오랜만이거든.”


죠린은 주머니에서 1달러 동전을 꺼내 그녀에게 건냈다.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통화 끝나면 바로 갚을게…”


뒤이어 옆 자리의 다른 죄수가 통화를 끝내자 죠린은 그쪽으로 가려 했다. 그 순간, 덩치 큰 흑인 죄수가 죠린을 밀치고 전화를 잡았다.


“야, 비켜! 내 차례라고.”


그 여자는 일전에 배식을 담당하던 죄수였다.


“잠깐만, 방금 그 장거리 통화하던 여자 뒤에서 줄 서서 30분이나 기다린 건 나란 말이야! 줄 안 서 있었던 건 그쪽이잖아!”


“등신. 너 신입이냐? 여기 전화는 다 예약제라고! 수감자들은 다 전화를 쓰고 싶어 하거든. 하지만 아무리 쓰고 싶어도 순서가 자유면 당연히 혼잡해지기 않겠냐 이거야.”


죠린은 당연히 언성을 높였다.


“예약? 그런 얘기 못 들었어!”


“그럼 앞으로 잘 기억해두렴. 참고로 보통 한 달씩 기다려야 하지만.”


죠린은 아연실색했다.


“한 달?! 한 사람이 몇 분씩 통화해야, 아니 뭔 짓을 하면 한 달씩 기다리게 되는 건데?”


“그게 또 교도소 7대 불가사의라니까.”


그때, 다른 죄수가 20달러 지폐를 건네며 물었다.


“있잖아, 그 순서 나한테 안 팔래?”


흑인 죄수는 그 여자에게 자리를 넘겼다.


“그리고 이게 그 7대 불가사의의 원인이지. 위대한 자본주의 국가잖아?”


죠린은 쓸데없이 완벽한 자본주의 사회 같은 교도소의 삭막함에 급격히 우울해졌다. 그때, 게스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안녕. 오늘은 좀 어때~?”


죠린은 급격히 우울해진 만큼 급격히 화를 냈다.


“시끄러!! 가까이 오지 마! 너 같은 거랑은 말 안 섞는다 그렇게 말했을 텐데!!”


게스는 미안하다는 듯 팔을 저었다.


“진짜 너무 그렇게 눈엣가시 보듯 하지 좀 말아주라. 네 부하가 되기로 내가 맹세한 거 잊었어? 뭐든지 너 하자는 대로 하고 또 침대도 너한테 아래층 줬잖아! 그리고 난 그냥 네가 무지 걱정돼서 충고하러 온 것뿐이야.”


“이게 무슨 꿍꿍이야…?! 쫓아오지 마!”


“그런 거 아니야! 오해 말고 좀 들어봐! 지금 있잖아 죠린… 너 지금 엄청 큰일날 짓을 했어. 방금 그 금발 여자한테 ‘1달러’를 빌려줬지?”


게스의 표정이 급격히 진지해졌다.


“그거, 당장 받아내는 게 좋을 거야. 아니, 당장 받아내지 않았다간 분명 큰일나.”


“뭔 소리야? 그런 거 받아내는 게 무슨 대수라고 그래? 겨우 1달러 갖고.”


“아, 아~ 방금 ‘겨우’랬지?! 그거야, 그거! 겨우 1달러라는 생각! 내 말 잘 들어, 죠린. 이곳 ‘수족관’에서는 수감자들끼리 금품을 빌리고 빌려주는 건 절대 금지 사항이야… 네 말마따나 겨우 1달러라도… 만약 네가 그 금발한테 겨우 1달러를 못 받아내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쟤처럼 돼.”


게스는 턱으로 죠린의 뒤쪽 벽을 가리켰다. 거기엔 덩치 큰 죄수가 왜소한 동양인 죄수를 벽에 몰아붙이고 몇 대 때리더니 돈을 갈취하고 있었다.


“소문이 이곳 수족관의 수감자 전원에게 퍼져 나가. 죠린이라는 신입이 겨우 1달러 빌려준 것도 ‘못 받아냈다’. ‘우리도 빌리러 가자’. ‘겁 좀 주면 또 빌려줄 거다’. 다들 그런 생각을 하게 돼. 그리고 뜯기지. 쟤처럼 차례 차례... 매일 매일… 돈이 다 떨어지면 몸과 마음까지 전부 팔려가지. 지옥이란 건 저런 꼴을 당하는 게 아닐까? 불쌍한 녀석.”


“아니 잠깐… 너무 호들갑 떠는 거 아니야?”


“과연 그럴까 죠린? 쟤도 처음에는 겨우 1달려였어. 그리고 봐… 저기 그 금발. 자기 방에 들어갔다 다시 나왔는데… 너한테 돌아올 생각은 없어 보이네. 진짜라니까. 다 너 생각해서 충고하는 거야…”


잠시 후, 도서실. 죠린은 도서실의 소파에서 ‘노인과 바다’를 읽는 그 죄수에게 다가갔다.


“안녕. 책 읽는데 미안. 나야, 아까 만난 죠린.”


여자는 반갑게 인사했다.


“어머, 안녕. 좀 어때? 이거 명작이라던데… 혹시 읽어봤어?”


“안 읽어봤어. 그보다 아까 전화할 때… 바로 갚는다고 했지? 그러니까… 그거… 언제 줄 건가 해서.”


죠린의 말에 도서실의 다른 죄수들도 몰래 그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 1달러! 물론이지. 잊을 리가 있겠어? 전화할 때 쓴 동전 말이지? 물론 나중에 갚을게.”


“방에 가면 있다고 했잖아. 방에 갔지? 지금 있어?”


그 말에 여자는 순식간에 표정을 싹 바꾸면서 윽박질렀다.


“거 더럽게 귀찮게 구네! 동양인 주제에 어디서 씨부렁거려! 나중에 갚는다잖아! 수전노처럼 이게 진짜!!”


지켜보던 게스는 정말 심각한 -죠린이 열 받아 ‘스톤 프리’로 그 죄수를 박살낸다던가 하는-상황을 걱정하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그보다 있잖아, 10달러만 더 빌려줄래~? 그럼 밖에 있는 친구한테 전화해서 돈 좀 갖고 오라고 할 수 있거든. 응? 있지? 빌려주라, 10달러.”


다른 죄수들도 흥미롭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죠린이 말 없이 그녀에게서 등을 돌려 화장실 쪽으로 걸어가자 그 죄수를 비롯한 다른 죄수들은 또 새로운 호구가 왔다는 생각인지 피식 웃기도 했다. 지켜보던 게스 역시도 도대체 죠린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죠린은 화장실로 걸어가며 부서뜨리다 못해 가루로 분질러 버린 동전을 꺼내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그 죄수는 배를 미친듯이 조이는 통증을 느꼈다. 죠린의 ‘스톤 프리’가 동전 가루를 먹인 실을 풀어 몰래 그녀의 커피에 떨어뜨린 것이다.


“배… 배가… 뭔가 안 좋은 걸 먹었나…”


그녀는 급히 죠린이 있던 화장실 문을 두들겼다.


“자… 잠깐, 야! 저기 있잖아! 어… 얼른 좀 나와줄래?!”


문들 두들기는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야, 내 말 안 들려! 얼른 싸! 나오란 말이야! 이 망할 것아!!”


죠린은 들리지 않는 척 화장실 안에서 소설 ‘모비 딕’을 여유롭게 읽고 있었다. 그 죄수는 급히 철창을 두들겼다.


“저… 저기요 간수님! 문 좀 열어줘요!! 도서실에서 좀 내보내줘!”


하지만 운 나쁘게도 주변에 간수조차 없었다.


“왜… 왜 갑자기 배가?! 안 되겠어… 아… 알았어! 갚을게! 1달러 맞지? 여기 있으니까 당장 좀 나와줘!”


“갚아? 나중에 갚는다면서… 괜찮아. 신경쓸 거 없어… 천천히 갚아도 돼.”


“사, 살게 알았어! 팔아줘! 화장실 순서 좀 팔아줘!! 4… 아니 10달러 낼게! 팔아줘!!”


“좋아!”


죠린이 문을 벌컥 열자 그 죄수는 문에 맞아 쓰러졌다.


“아, 미안~ 하지만 방금 분명 그랬지? OK! Thank you! OK! 10달러! 팔게!”


죠린은 고의적으로 10달러 지폐를 팔랑거리며 움직였다. 게스는 그런 죠린을 보며 감탄했다.


‘제법인데! 능력을 저렇게 활용할 줄은…’


죠린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그 동양인 죄수에게 작게 속삭였다.


“있잖아… 너, 이 다음에 화장실 앞에 가서 서 있어. 또 한 명 화장실 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나올 거야. 뜯긴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너 하기 나름이지만…”


그녀가 죠린의 말을 따를 때, 조금 전 그녀의 돈을 뜯던 덩치 큰 죄수가 뒤이어 배를 잡았다.


“어… 어라! 어쩐지… 이거! 나도…”


죠린은 그런 일을 뒤로 하고 도서실 밖으로 나서기 위해 철문 가까이 설 때, 철문 밖 복도 아래로 야구공이 굴러다녔다. 그리고 죠린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경악했다. 야구선수처럼 차려 입은 금발머리 소년이… 그 야구공을 줍기 위해 복도를 움직이고 있었다. 놀란 죠린이 철창을 붙잡고 소년이 사라진 곳을 살폈으나 그곳은 다른 철창으로 막혀 있을 뿐이었다. 그 순간, 그 소년은 죠린의 뒤편에서 다시 나타났다.


“죠린 누나. 내일 낮에 누나한테 면회인이 올 거야. 하지만 만나면 안 돼, ‘그 사람’은… 만나면 안 돼…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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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

생년월일 - 1989년 12월 5일 플로리다주 마이에미

신장 - 171cm 체중 - 56kg

죄목 - 방화, 살인미수, 가석방 중 도주 형기 - 12년

스탠드 - 구구 돌즈

기타 - 죠린과는 악연으로 시작되었다. 귀여운 것을 좋아하여 어렸을 땐 햄스터나 잉꼬를 키운 적이 있고, 자기 성격을 못이겨 그것들을 죽여버리는 악취미도 있었다. 죠린은 그녀를 싫어하지만, 감옥에 있으면서 죠린에게 이런저런 생활 방식 등을 알려주며 나름 사이는 괜찮아 졌다. 하지만 여전히 죠린이 주먹이라도 들면 쫄아버리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