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단배에는 닻이 없네.

누가 밑을 보고 나아가는가.

모두가 그저 노를 저어,

저 수평선상에 꼬집혀 있을

이름 모를 육지를 찾아 헤메나니.


망망대해에는 생이 없네.

누가 우리에게 먹이를 먹이는가.

다만 우리는, 오르며 실은

절인 고기와 익는 과실에 기대

살 나날을 그것으로 가늠하나니.


우리의 걱정이란 뻔하지.

끝내 흘러내린 마지막 링거 방울로

비어버린 수액팩을 바라보면서,


힘이란 힘은 다 쏟으나

정작 저를 채우는 것은 없어,

끝내 버려질 신세가 될 것을 염려하네.


허나 알잖는가.

그 걱정을 품고서라도

우린 항해를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바다 밑을 겉도는 푸른 죽음 위로

바다가 흩뿌리는 붉은 낭만이

눈 앞에서 아른거리는데,


내뱉는 연기도 없이 빛만 차올라

이렇게나 부글거리는데,

나 그칠 수 있을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