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꽃이라......"


유채꽃. 색은 노란색. 꽃말은 '명랑', '쾌활'. 이 꽃을 볼 때마다 참 너와 똑 닮은 꽃이라고 항상 느낀다.


------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난 너는 항상 교복 위에 노란 맨투맨을 입고 학교에서 토끼처럼 뛰어다녔다. 

난 모습이 '명랑'하고 '쾌활'하다고 생각했다. 

넌 마치 하이에나 같은 나와는 다른 타입의 사람이었다.


이렇듯,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일 것 같았던 나와 너의 사이에는 같은 동네라는, 

그리고 그 동네에서 먼 같은 학교를 다닌다는 접점만 있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너의 명랑하고 쾌활한 성격은 

하나의 접점만으로도 우리를 친구로 만들었다.


너는 처음 만난 날, 

학교 가는 길의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혼자 이어폰을 끼고 등교하던 나의 뒤통수를 치며 "야 ! 너도 이 학교 다녀?" 라고 물어봤었지. 

나는 물론 무시했지만. 

그 날 이후, 너는 나에게 "야 어제 시험 어땠어?", "롤 해? 티어 어디야?"와 같은 질문을 등교길에서 매일같이 했었다.


자연스럽게 질문 한 두개씩 답변을 해 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는 친해질 수 있었고 

같은 대학교, 같은 학과를 지망하는 것 등의 접점도 하나씩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서로 매일 같이 연락을 하고, 

그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만나 

등하교길을 함께하며,

혼자 다니던 독서실도 너와 같이 다니기 시작했다.


너와 친해지면서 그와 동시에 너의 친구들은 

나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 친구들과의 무리에 끼어서 

조금씩 친구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 때부터, 너를 좋아했던 것 같다.

다만 추측성 표현의 이유는 어두웠던 나를 

너가 한 줄기 햇살과 같이 밝혀주었다는 

감사의 감정인지, 

아니면 진짜 '단순한 호감'인지 

기억이 안 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서의 첫 시험인 중간고사가 끝나면서, 우리는 점점 노는 것도 함께하기 시작했다. 

홍대에서 너가 나의 옷을 봐주고 돌아가는 길에 

내 어깨에 기대 잠을 청한 일, 

겨우 예매를 한 공포영화를 보다 너가 무서워 

나의 손을 실수로 잡은 일과 같은 것들이 

너에 대한 나의 감정을 의문에서 확신으로 바꾼 것 같다.


감정이 확신이 된 지 며칠 뒤, 

나는 너에게 고백을 하려 했다. 

편지를 쓰고 또 지웠다. 쓰기 시작한 지 4시간 후, 나는 내 인생에서 다시는 쓰지 못할 글과 

유채꽃을 편지 봉투에 담았다. 

그리고 너에게 '내일 기대해!' 라는 페메를 보낸 후 나에게도 봄이 왔다는,

나의 사랑도 이젠 꽃이 필 것이라는 설렘에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그 편지가 

너에게 전달 되어지는 일은 없었다.


편지를 쓴 다음 날, 너는 이 세상에 없었다. 

등교길에서의 교통사고였다. 

항상 만나던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과속하던 택시에 변을 당했다. 충돌 후 바로 즉사.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갔지만 

너는 이미 다 말라버린 유채꽃이 되어 

색이 바래진 채로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렇게 너의 햇살로 이루어진 나의 봄도, 

나의 사랑도 허무하게 즉사해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꺾여지고 말았다.


--------


"안녕하세요 19학번 신입생 정치외교학과 민정우입니다!"

"와 신입생 목소리 좋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후 3년동안 죽을 듯이 공부해 그토록 오고 싶었던 대학교의 지망하던 학과에 합격해 지금 이 신환회에 왔다.


우리 학교 광장에 있는 공원은 유채꽃으로 유명하다. 유채꽃 수 천개가 이루는 노란 들판은 꽃말과 같이 보는 사람에게 '쾌활'하고 '명랑'한 인상을 남긴다. 그래서 그런지 신입생 환영회 그리고 뒷풀이 장소로 많이 활용 되는 듯 하다.


그 들판에서 나는 내 자기 소개를 끝낸 후 자리에 앉았다. 나는 들판에 피어있는 유채꽃을 바라 보며 혼잣말을 한다.


"유채꽃이라...."







This site is protected by reCAPTCHA and
the Google Privacy Policy and Terms of Service ap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