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시절, 학자가 있었어요.

컴퓨터는 고사하고 계산기조차도 없던 시절, 그는 혼자서 0에서부터 1을 창조해내야 했죠.

하지만 학자는 그래도 괜찮았어요.

그게 학자가 하는 일이잖아요.

게다가 학자는 왕실 직속이었거든요.


하지만 그만큼 높은 자리는, 그만큼 책임이 무겁다는 뜻이었어요.

마을에 비가 안 내려서 심한 가뭄이 들었어요.

물론 학자는 이를 해결해야 하는 책임이 있었어요.

만약 학자가 해결하지 못한다면 시민들의 원망과 저주를 받아서 왕실 직속 학자 자리에서 쫓겨날 수도 있었어요.

그러기만 하면 다행이었을까요?

가뭄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분노가

책임자에게 돌아와

학자를 찌르게 될 수도 있었죠.

책임이란 건 그런 것이었으니까요.


어쨌든 학자는 가뭄을 해결해내야 했어요.

폭포가 있는 옆 마을에서, 어떻게든 물을 끌어오기로 했죠.

하지만 옆 마을은 걸어서 세 시간이나 걸렸어요.

물을 끌어올 방법을 생각해내기엔 너무나도 먼 거리였죠.

하지만 책임이 너무나도 두려웠던 학자는 새벽에, 모두가 자고 있을 때

물을 길어오기로 했어요.

다리가 빠지도록,

물을 실은 어깨가 나가도록

6시간 동안 물을 날랐어요.


작은 저수지에 물을 붓곤 마을 사람들에게 말했어요.

"제가 물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아직 모자라서 하루에 이만큼밖에 만들 수가 없네요."

그 작은 물에도 사람들은 기뻐했어요.

그들이 저수지에서 본건 물이 아니라 희망이었으니까요.

책임은 더 무거워졌어요.

희망을 주었으니, 그걸 저버린다면 목숨마저 저버릴 터였어요.

그래서 학자는 매일 새벽마다 물을 길었죠.


그러다 어떤 사람이 제안했어요.

"저수지가 깊고 크다면 더 많은 물을 저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수지를 넓혀주세요!"

시민들은 멍청해서 그 말에 동조했어요.

점점 더 많은 시민이 동조했으니, 안 해주면 어떻게 되겠어요?

저수지와 함께 생매장될 수도 있었어요.

그래서 새벽에 물을 길으며 땅도 팠어요.

두 시간 동안 파면 그래도 넓어진 것 같았어요.


저수지를 보고 사람들에게 말했어요.

"저수지도 넓힐 수 있었어요! 하지만 하루에 이게 최선이에요."

학자가 피곤해 보였지만 시민들은 신경 쓰지 않았어요.

자신한테만 보기 좋으면 그만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시민들은 학자에게 점점 더 많은 걸 바랬어요.

"야생동물이 수질을 더럽히니까, 울타리를 만들어 주세요!"

학자는 물을 길으며 땅을 파고 나무를 캐곤 울타리를 만들었어요.

"밭으로 이어지는 수로를 만들어주세요."

학자는 물을 길으며 땅을 파고 나무를 캐곤 울타리를 만드는 거에 더해 관까지 파묻었어요.

"물이 땅으로 스며요. 자갈이 필요할 것 같아요."

학자는 물을 길으며 땅을 파고 나무를 캐곤 울타리를 만드는 거에 더해 관까지 파묻곤 심지어 자갈을 저수지에 날랐어요.

사람들의 욕심은 끝이 없었죠.

학자는 망가지고 있었어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그리고 일이 터졌어요.


이윽고 학자는 미쳤고, 모든 것을 부수기 시작했어요.

저수지부터 시작해서 수로, 집, 밭, 성, 사람

모든 것을요.

미친 듯이 파괴하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괴물이었죠.

하지만 그는 계속 울고 있었어요.

아직도 책임이 무서웠으니까요.

괴물한테 죽임당하는 사람이 물었어요.

"왜 괴물이 되신 거에요? 원래 그렇지 않았잖아요!"

학자의 대답은 당연했죠.

"어쩌겠어요, 세상이 제게 괴물이 되는 걸 요구한다면, 괴물이 되어야죠."

괴물은 결국 자신까지도 부숴버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