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학생들! 담배 안 꺼?"
"야이 xxx야! 돈은 내고 가야지!"
"이런 xxx가 있나! 빨리 안 꺼져?"
"꺄아악! 도와주세요!"

이 소리들은, 내가 근무하는 곳에서는 항상 들을 수 있는 소리이다.

나에게는 그저 일상소음일 뿐이지만, 타인에게는 흔히 들을 수 없는 뒷골목의 실상으로 들리는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직 경찰이다.
굳이 이름은 말할 필요 없을 것 같고, 그냥 다들 경찰, 경찰 씨, 경찰 아저씨... 등등으로 부른다.
뭐..... 저런 호칭보다는 욕으로 불릴 때가 더 많긴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근무한 지 1년 하고도 8개월쯤 되는 최고기간 근무자다.
1년 8개월이면 보통 직장 기준으로는 그렇게 오래된 것도 아니지만, 이곳은 좀 다르다.
거의 매일 패싸움이나 칼부림이 일어나 근무하는 경찰들 몇명이 중상을 입기도 한다.
이곳에서 1년 이상 근무한 사람은 나와 내 후배 2명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에서 1~2분 정도만 걸어가면 치안도 좋고, 사람들도 많이 다니는 번화가가 나온다.
그곳 사람들은 이런 어수선한 뒷골목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좀 다르다.
왜냐하면, 이곳의 사람들은 대부분 그 번화가에서 왔기 때문이다.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이곳으로 온 사람들.
범죄, 알코올, 마약 등으로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
고리대를 빌리고 갚지 않아 조직 폭력배에 들어간 사람들 등.
인생이 정말 나락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이 대부분인 곳이다.

휴...... 오늘도 이곳에서 난리를 치는 사람들을 몇 명 잡아 왔다.
처리하는 게 쉬울 것만 같지는 않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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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된 남자의 이야기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콘크리트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전날 비가 온 탓인지, 콘크리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비 냄새가 코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런 것에 신경을 쓸 겨를도 없이, 손목에서 차갑고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남자들도 나처럼 수갑을 차고,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망할 경찰차에 올라타기 바로 전, 한 경찰의 혼잣말을 들었다.
"처리하는 게 쉬울 것만 같지는 않군."
쳇, 자기가 무슨 서부극 주인공이라도 되는 것도 아니고......

나? 나는 딱히 체포될 이유도 없었다.
그냥 저쪽의 조직이 먼저 시비를 걸길래 응수했더니, 갑자기 그쪽이 주먹을 날린 게 다지.
사실 나도 이런 짓을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라고.

1997년 금융위기 이후로 거의 25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나는 다시 취업할 수 없었지.
급변하는 세상을 따라가지 못해서야.
처음에는 삶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정말 많이 들었어.
하지만 나에게는 먹여살려야 하는 가족들이 있기에, 삶을 포기할 수 없었어.
이대로 있으면 정상적으로 살기는 틀렸다는 생각에, 닥치는 대로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지.
그때, 이 일자리를 찾게 되었다.
처음에는 정상적인 직장인 줄 알았어. 이런 곳인 줄 알았으면 들어오지도 않았을 거다.
하지만, 들어와서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나가려고 하니, 내보내주지 않더군.
이자들과 함께 강제로 일하다 보니, 내 생활양식도 자연히 그들처럼 변하게 되었지.
빠져나가기에는 이미 늦었어.

그런데.... 혹시 뒷골목을 돌아다니던 여자 한 명을 못 보았나?
옷차림도 고급스럽고 이곳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여자였는데, 왜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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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거지의 이야기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도와주세요'
라고 적힌 표지판을 든 거지는 길거리에 앉아 있었다.
주변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불쌍한 눈빛을 보내며, 거지의 냄비에 천 원이나 오천 원 짜리를 넣어 주었다.
어두워지기 전까지, 거지는 그 일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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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운 여자의 이야기.

"저 혹시....... 이 병원이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여자는 불안한 듯 병원의 이름을 쓴 종이를 보이며, 사람들에게 길을 물었다.
마침내 병원을 찾아낸 여자는 병원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특수 진료실으로 갔다.

무겁고, 차가운 공기가 여자의 몸을 감쌌다.
의사는 여자를 보고 다 안다는 듯 한,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 성폭행을 당했어요. 제 뱃속 아기를 지워 주세요."

며칠 뒤, 여자는 한결 홀가분해진, 그러나 불안한 표정으로 집을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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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면성-빛
이걸로 단편이나 5화짜리 소설 쓰면 괜찮을 것 같은데........
양면성-그림자 설정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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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사람들에게 보이고 노출되는 모습

그림자: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자신의 내면, 속마음

선악의 구분 수단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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