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하우스 1화

 

그때 아라키 아키라는 19살이었고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반복될 뿐인 일상을 충동적으로 남자 친구 미키모토 신지와 같이

시모키타로 도망쳐왔다. 자신이 좋아하는 기타 중심의 록 밴드와 수많은 라이브 하우스가 유명한

곳이었다. 그때 그녀가 가지고 있던 건 상처투성이의 마음과 지나치게 건방진 2살 연하의 남자

친구와 그가 전 재산을 털어서 사 준 일렉트로닉 기타가 전부였다.

아키라는 신지를 데리고 교복 차림으로 무작정 라이브 하우스 아르바이트를 찾아 다녔다.

9번째 라이브 하우스에서도 안 될 것만 같은 분위기가 되자 아키라는 목이 갈라지도록 크게 소리

쳤다.

“저, 기타 칠 수 있어요!”

그녀는 마치 사회에 불만이 많고 퇴폐적인 어떤 젊은 여자 점장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것만 같았

다. 그녀는 누가 말리기도 전에 등에 메고 있는 기타 케이스에서 순식간에 기타를 빼고, 스트랩을

걸고, 피크를 꺼내 앰프도 이펙터도 없이 기타를 연주 하기 시작했다.

곡의 이름은 ‘크림슨 스트레이트’이다. 그녀가 3년 전 오늘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긴 생머리

(스트레이트 헤어)를 진홍색(크림슨)으로 물들이고 신지에게 아이바네즈 XH300을 선물 받고 만든

오리지널 곡이다. 마호가니로 만들어진 과감하고 매혹적인 곡선을 가지고 있는 검은색 바디 라인

과 그 가장자리에 살려진 강렬한 진홍색 포인트는 아라키 아키라의 눈이 돌아버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건 아라키 아키라의 16번째 생일 선물이었다.

‘크림슨 스트레이트’는 곡을 만든 아키라에게 있어서도 아직 빠른 템포, 어려운 코드 변환과 까다

로운 주법이 많은 곡이다. 그래도 괜찮다. 그녀는 이 곡만 3년 동안 연습했으니까. 다른 곡은 쳐

다보지도 않았다. 아직 가사도 없고 노래도 부르지 못하고 지금은 겨우 연주하는 게 최선이지만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록을 담은 곡이다.

그녀의 인생에서 첫 공연이 끝났다. 실수는 조금 있었지만 좋은 느낌이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신지에게도 처음 들려줬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신지는 떨고 있는 아키라의 손을 붙잡았다.

“여기서 일하게 해주세요!”

(서술)

“이봐, 사실 라이브 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 하는데 기타 실력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점장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러나 과거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리하게 록 밴드를 도전했던

그녀의 마음은 이미 움직이고 난 뒤였다. 그녀에게는 아라키 아키라가 자신이 가장 빛나던 시절

과 겹쳐 보였던 것이다.

“기타 가지고 내일 다시 와, 자세한 건 그때 이야기하자고.”

아키라는 신지를 숨이 안 쉬어질 정도로 강하게 끌어안고 라이브 하우스를 달려 나왔다.

벌써 해가 저물었다. 1월의 차가운 싸라기눈이 내리고 있다. 그녀의 진홍색 머리 위에 눈이 붉은

밤하늘에 별이 녹아 내리듯이 빛났다.

두 사람은 먼저 오늘 밤 잘 곳을 찾아야 했다. 누구든 시모키타에서 살아있는 눈사람이 되고 싶

진 않을 테니까.

“저기, 선배는 돈은 그럭저럭 갖고 있단 말인가요? 아키라 선배.”

평소 능청스러운 신지의 말투가 그대로 드러났다.

“현금으로 40만엔 정도 갖고 있어.”

“그래도 선배, 그 돈은-.”

아키라는 신지의 말을 끊고 온 세상의 빛을 전부 삼켜버릴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산타클로스가 주고 간 돈이야.”

물론 아니다. 아라키 아키라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부모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

다. 아키라의 부모는 아키라가 태어나기 전부터 둘이서 작은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있었는데, 그들

은 항상 바빴고 아카라에게 방관적이었다. 그녀는 7살의 생일 때 부모에게 사랑받는 것을 포기하

고 낡은 아파트에서 음악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아라키 아키라 본인이 모든 사물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친구들

을 만들지 못했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적당히 말을 걸어주는 인간의 형상을 한 빈 껍데기들이 있

었을 뿐이었다. 그딴 걸로 그녀의 마음은 채워지지 않았다.

시모키타는 점점 눈이 많이 내리기 시작한다. 갑자기 눈보라가 몰아쳤다. 신지는 아키라에게 안

긴다. 아키라의 얼굴이 조금 빨개졌다. 신지의 교복에서 남자 향수 냄새가 난다. 아키라는 그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근처의 모텔을 예약했다. 모텔에 도착하기까지 그녀는 조금 생각에 잠겼다.

그녀가 중학교 3학년 밴드부 부장이 되었을 때 가장 먼저 입부를 희망하는 신입생이 1명 있었다.

또래에 비해서 조금 키가 작은 아키라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을 것 같은 키에 쇄골이 보이도록

풀어헤친 교복과 흘러내리는 넥타이, 헝클어진 은발과 날카롭고 장난스러운 푸른 눈매는 건방지

고 능청스러운 그의 성격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아키라는 학교가 끝나고 그를 부실로 불렀다.

“미키모토 신지 군이지? 이야기는 들었어.”

아키라는 속옷이 아슬아슬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까지 줄인 교복 치마를 입고 맨살이 다 드러나도

록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지만 정작 아키라 본인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드럼에 앉아 있는 미국계 일본인 티파니 로즈가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하프 트윈테일

에 전체적으로 청록색 브리지 염색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웃을 때 보이는 뾰족한 상어 이빨이

신지를 소름 돋게 만들었다.

“마침 지금 우리 밴드에는 너가 희망하는 베이스와 서브 보컬이 필요해. 올해는 보다시피 우리들

밖에 없으니까. 그래도 이거-.”

아키라는 깊은 한 숨을 내뱉고 종이 비행기가 된 신지의 입부 신청서를 가볍게 날렸다. 그건 신

지의 가슴에 맞고 떨어졌다.

“다시 말해봐. 너가 우리 밴드에 들어오고 싶다는 이유.”

신지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아키라의 시선을 피하고 티파니를 바라봤다. 그녀는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일본어를 모르기 때문에 뾰족한 상어 이빨을 갈고 있을 뿐이었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신입생 환영 라이브를 보고 아라키 아키라 선배에게 반했다고.

파워풀한 공연도, 터프하고 쿨한 성격도, 귀여운 외모도, 허스키한 목소리도 전부 좋아한다고.”

신지는 무심하게 말했다. 신지는 그걸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키라는 조금 화가 났다. 자

신을 바보 취급 한다고 생각했다. 미키모토 신지의 첫 사랑이었다.

“너가 나를 좋아하는 건 자유지만 나는 너 따위 건방진 녀석에게 사랑받고 싶지 않아.”

아키라는 마음을 닫고 있었고 그건 그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였다. 신지는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

다. “제 자유나 침범하지 말아 주실래요? 아라키 선배.”

아키라는 신지를 무시하고 학교에서 빌린 기타를 들고 말했다.

“닥치고 빌린 베이스나 들어. 지금부터 오디션을 볼 거야. 곡은 ‘My Hair is Bad’의 ‘진홍’이고 신입생 환영

라이브 때 불렀던 곡이지. 미키모토 군, 너가 쓸모 있다는 걸 증명해.”

두 사람이 모텔에 도착해서 신지가 샤워를 끝낼 때까지 아키라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괜찮나요? 아키라 선배.”

신지가 멍하니 있는 그녀의 옆에 앉아 걱정스럽게 묻는다. 아키라는 무의식적으로 신지의 몸을

더듬어 어깨를 찾는다.

“신지 너는 빈 껍데기 같은 게 아니야.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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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우리 아카라이브 친구들 반응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일단 5500자 정도 생각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