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죠 2차) 6-3. 돌로 만들어진 바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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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린은 끝없이 실을 뽑았다.


‘실… 내 마음의 의지로 뽑아내 움직일 수 있는 건가? 이 실은… 닿아라…! 닿아… 휘감겨. 타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이… 손가락에서 뽑혀 나오는 이 실의 정체는… 대체?!’


실은 어딘가의 벨트에 감겼다. 죠린은 다시 법정에서 판사가 외친 판결을 떠올렸다.


“15년, 15년, 15년! 15년! 15년! 15년! 15년! 내… 청춘이… 15년이나!!”


그 순간, 벨트를 감은 실이 끊어지며 죠린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힘은 이 정도까지가 한계인가…? 실이 끊어지면… 내 손가락 살갗도… 뜯겨 나가…’


여자 간수 한 명이 쓰러진 죠린에게 다가왔다.


“자… 잠깐만요. 간수장님. 얘 기절했는데요… 구속복이 너무 조이는 거 아닌가요? 이 방이 에어컨 때문에 건조돼 옷이 줄어들면서 조이나봐요.”


간수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바라보았다.


“잠깐…! 너 뭐 하는 거야?”


“벨트 좀 느슨하게 풀어주려고요.”


“잠깐 이리로 와봐!”


간수장은 그 간수에게 속삭였다.


“신입, 너 말이야… 이 방은 일부러 옷이 조이게 건조시키고 있는 거야! 잘 들어…! 초장에 버릇을 들이는 게 중요해. 저 녀석이 어떤 녀석인 줄 아냐? 그 ‘스피드왜건 재단’의 2대 회장, ‘시저 체펠리’의 증손녀이자 뉴욕의 부동산왕 ‘죠셉 죠스타’의 증손녀기도 하지… 무지막지한 부잣집의 아가씨란 말이야. 사고방식이 자기중심적이고 쾌락만을 추구하는 생활을 해왔겠지… 그래서 범죄를 저지른 거야. 저런 녀석은 입소하자마자 확실히 버릇을 들여야 해… 굴욕을 줘서 말이야.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지금 이 자리에서 깨우치게 하는 거야, 만만히 보이면 안 돼.”


간수장은 쓰러진 죠린을 발로 툭 찼다.


“야! 뭐 하고 자빠져 있어?! 일어나! 지금부터 구속복을 벗겨줄 건데. 아까 법정에서 그랬던 것처럼 정신줄 놓고 난리치지 않는다고 약속할 수 있겠나?! 안 그러면 또 진정제 놓고 계속 그 상태로 있어야 한다!”


죠린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야! 대답 안 해?!”


죠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구속복 벗기는 걸 허가한다. 지금부터 네게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부모가 지어준 이름 말고 감사하게도 주에서 ‘번호’를 부여해줄 것이다! 네 번호는 ‘FE40536’이다! 이 번호를 부르면 똥을 싸고 있든 밥을 먹고 있든 간에 달려오도록! 머릿속에 똑똑히 기억해 둬라! ‘FE40536’! 신체검사를 실시하겠다! 가지고 있는 소지품을 전부 트레이에 올려놓고 ‘스트립’을 시작해라!”


간수장은 신입 간수에게 속삭였다.


“굴욕은 지금부터야… 고무 장갑 이리 줘봐…”


간수장은 고무장갑을 끼며 고압적으로 소리쳤다.


“뭐 하고 있나! ‘스트립’의 의미는 팬티까지 싹 다 벗고 궁둥짝을…”


죠린은 그 즉시 옷을 전부 벗은 다음 엉덩이를 깠다.


“네 발로 엎드릴까요? 위를 보고 누울까요?”


간수장은 할 말을 잃었다.


“그래… 좋다…”


그 모습을 에르메스가 지나가며 보고 있었다.


“오… 저기 저건 죠린이잖아… 무죄 아니었나…? 흥. 하지만 보아하니 문제는 없겠어. 상황이 좀 진정되면 한번 찾아가 봐도 좋을 만큼…”


잠시 후, 죠린은 알몸으로 늙은 의사에게 다가갔다.


“입 벌리고! 혀 위로, 아래로. 고개 좀 오른쪽으로 돌려볼까? 왼쪽! 아 해보고.”


그 순간 의사는 손가락으로 죠린의 양 눈을 찔렀다. 죠린은 비명을 지르며 두 눈을 감쌌다.


“뭐 하는 거야!”


“의안은 아니군. 안경, 콘택트 렌즈도 없음. 신장 174cm, 체중 58kg, 혈압 정상, 충치 하나. 임플란트나 혀에 피어스 같은 건 없고. 왼팔에 나비 문신. 왼쪽 어깨에 별 모양 반점 있음.”


의사는 작성한 서류를 건냈다.


“5초 안에 잘 읽고 밑에서 사인하도록.”


그때, 죠린은 줄을 서 있는 이 중 남자처럼 근육이 울끈불끈 한 이를 발견했다.


“저… 저기. 화… 확인 좀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여기 여자 교도소 맞죠?”


“트렌스젠더 여자다…! 어서 냉큼 읽고 사인하지 못해!”


죠린은 -그 혹은- 그녀를 보며 감탄했다.


“우와. 인류의 여명이 따로 없네, 이거.”


그때, 죠린은 그 옆에 난 창살 사이로 변호사를 발견했다. 죠린은 창살을 잡고 밖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그 변호사가 맞았다. 죠린은 손에서 피가 튈 정도로 창살을 강하게 붙잡으며 실을 뽑았다.


“저… 저 새끼…! 잘도 뻔뻔하게… 여길 찾아왔겠다!”


변호사는 땀을 흘리며 교도소장에게 말을 걸었다.


“이거 푹푹 찌는군요. 셔츠가 흠뻑 다 젖었습니다.”


“원하시면 소장실로 가시겠습니까? 에어컨이 나오는데.”


“아니요… 여기면 됩니다. 단순한 서류 제출인데다 제… 의뢰인을 생각하면 이런 더위쯤 참을 수 있습니다.”


변호사는 나오지도 않는 눈물을 훔쳤다.


“15년이라는 판결. 그걸 생각하면… 좀더 가벼운 형을 받게 해줄 수는 없었던 걸까 싶어 제 자신의 실력 부족이 저주스럽게 느껴집니다.”


“그 여자는 부상자를 습지에 유기하지 않았습니까? 15년이면 싼거죠. 정말 선생님은 대단한 변호사이십니다. 하지만 재판 없이 끝나 별로 돈은 되지 않았으려나요?”


“돈? 전 그런 걸 위해 이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척 봐도 거짓말이었다. 물론 소장도 다 알고 있었지만 괜히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실례했습니다. 선생님은 정말 고귀하신 분이시군요. 어디 보자, 그럼 이제 죠린 쿠죠를 만나러 가실 겁니까?”


“아니요… 그만 두겠습니다. 이미 제 역할은 끝났습니다. 의뢰인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고 싶어도 더 이상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까요.”


“아… 맞다. 방금 전 그 여자가 선생님에게 편지를 전해달라고 해서 받아왔습니다. 내용은 다 체크 완료했고요. 그리고 여기, 서류 수취 증서입니다.”


변호사는 자신의 자동차에 타서 죠린이 쓴 편지를 읽었다.


‘그 인간에게도 전해주시지. 시원해? 하지만 땀은 멈추지 않을 거야. 지금도… 앞으로도 쭉. -쿠죠 죠린-‘


변호사는 말없이 그 편지를 구긴 다음 차를 몰며 넥타이를 풀었다.


“휴우~ 역시 그곳과 내 차는 공기부터가 다르다니까.”


변호사는 에어컨을 틀었다.


“사회 밑바닥 쓰레기 놈들과 같은 공기를 마셔야 하다니 이놈의 일도 참.”


그 순간, 갑자기 실이 변호사의 목을 졸랐다.


“우… 우억… 억, 어억! 숨이…!”


변호사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왜… 왜 목이?! 큰일이다! 에어컨에 건조된 ‘실’이! 스위치…! 머… 멈춰야…”


변호사의 처절한 비명과 동시에 그가 몰던 자동차는 가드레일을 들이 받고 바로 밑 바다로 추락, 폭발하고 말았다. 그 큰 소리는 교도소까지 들리고도 남았으며, 죠린은 그 소리를 듣고 두 눈에서 검은 불꽃을 일으켰다.


“지금은 손이 닿는 거리가 아닌데다… 힘도 전혀 없지만… 15년씩 못 기다려! 반드시 찾아가주겠어! 그리고 로메오… 안녕… 내 첫사랑…”


잠시 후, 옷을 다시 받은 죠린은 간수가 시키는 데로 걸으며 중얼거렸다.


“실의 ‘힘’보다 자연의 힘이 효과적…이라 이건가? 과연, 그리고 ‘마음의 힘으로 움직여 자신의 몸을 지켜라’… 이거였어… 그때 그 손가락을 베였을 때 발현하기 시작했던 ‘펜던트’의 의미는…”


같은 시각, 한 여자 죄수가 그 펜던트를 들고 어디론가 움직였다.


“유치장 면회실에서 주운 이거… 재밌네… 쏠쏠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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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ㅜㅑ 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