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땅에 불시착한 알도 일행.

교회로 가는 길은 상상을 넘을 정도로 가혹했다.

어두운 동굴 밑바닥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존재는.


이것은, 또 하나의 낙원으로 가는 궤적......


제 3화 날개를 진 자
교회 본부로 향하는 일행은 낙뢰를 피하기 위해 지하 공동으로 이동하는 방안을 선택한다.
공동을 빠져나가면 대단층을 우회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프라이 :
으음......저 상태는......

메리나 :
꽤나 위험해 보이는데......

알도 :
미안. 생각보다 늦었지. 너무 기다리게 했나?

치르릴 :
어라? 알도만 온 거야? 클라르테가 안 보이는데......

알도 :
뭔가를 조금 깊이 생각하는 것 같아서......
이럴 땐 혼자 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아가지고.
.....그나저나 다들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

프라이 :
음. 미리 조사하려고 생각했지. 잠시 지하 공동 안쪽을 보고 왔다.

메리나 :
.....안은 생각보다 훨씬 깊어.

로제타 :
바위가 번개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자력을 띄고 있어요.

알도 :
그렇군......

클라르테 :
자력을 띈 바위......자철석.....이란 건가.

메리나 :
클라르테.....이제 괜찮아?

클라르테 :
응......걱정하게 해 버렸네. 난 이제 문제없어.

치르릴 :
클라르테는 분명 아직도 상태가 안 좋은 걸 거야!
검을 가진 구세주의 환생이 잘 지켜주겠다는 거야!

클라르테 :
하핫.....고마워, 치르릴. 언제나 도움을 주는구나.

치르릴 :
흐흥! 당연한 거야!
......그것보다 정말 이 공동을 빠져나가면 대단층 서쪽 끝으로 나오는 거야?

프라이 :
지질학 마니아 공의 말로는 그렇다고 했습니다.

로제타 :
이 공동을 빠져나갔다는 노포우 족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을 경우......의 이야기겠지만요♪

알도 :
분명.....정보의 출처가 조금 불안하다는 느낌이 있지만......

메리나 :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을 거야.

알도 :
왜.....?

메리나 :
미답지를 지나가는 동안 왠지 묘하게 본 적 있는 마물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 마물이 공동 안에도 있었어. 그건 샤스라 결정지대.......대륙 북쪽에서 본 마물이 틀림없어.
완전히 같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게 추론에 도움이 됐어. 즉......

클라르테 :
동굴을 지나가는 동안 샤스라 결정지대의 마물이 번개의 성질에 적응했다.....?
그리고 바르베라 미답지로까지 서식 범위를 넓혔다는 거니?

메리나 :
......아니면 그 반대일 거야. 아무튼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앞뒤가 맞아.

로제타 :
변함없는 혜안이군요♪ 역시 메리나 씨와 클라르테 씨에요.

치르릴 :
치, 치르릴도 같은 생각을 한 거야.....!
말해도 바뀌는 게 없으니 조용히 있던 것 뿐이야!
아무튼 바깥은 위험해서 공동으로 갈 수밖에 없으니까.....!
그치~ 프라이? 그런 거야!

프라이 :
예? 예예.....그렇습죠!

클라르테 :
아.....그렇구나. 번개에 직격당해 모두 사이좋게 죽을 순 없으니까......
(모두......사이좋게 죽는다고.....?)
(뭐지......방금 뇌리를 스친 불길한 이미지는.....)

알도 :
그럼 지하 공동으로 들어갈까. 조심해서 가자!

Quest Accepted


알도 :
꽤 깊어 보이는 절벽이네......

치르릴 :
프라이! 절벽을 뛰어넘어서 로프를 묶고 오는 거야!

프라이 :
그런 무모한 행동을....!?

클라르테 :
뭔가 반대쪽으로 건너갈 방법을 생각할 필요가 있겠어.

메리나 :
이 근처에 뭔가 힌트가 있을까......

치르릴 :
어라? 왠지 굉장히 예쁜 바위가 있는 거야!

프라이 :
치르릴 공, 함부로 만지시면 위험합니다!

치르릴 :
색이 바뀐 거야!?

로제타 :
어머나? 뭔가 일어날 듯한 예감이 드네요♪

치르릴 :
바위가 내려온 거야!?

클라르테 :
아무래도 자력을 띈 바위는 같은 색의 전류에 이끌리는 성질이 있는 것 같아.
그 빛나는 바위엔 번개의 성질에 간섭하는 힘이 있는 걸로 보이네.

알도 :
이 바위를 뛰어서 넘어 가면 반대쪽으로 갈 수 있겠어. 좋아, 저쪽으로 가자!

-

클라르테 :
어라......?

알도 :
왜 그래, 클라르테?

클라르테 :
음...아니.....방금 누가 뭔 말 했어?

알도 :
아니? 난 아무 말도......

프라이 :
모두 조용히 걸음을 옮기고 있던 걸로 보이는데......

클라르테 :
그런가.....기분 탓일 거야. 목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했는데......

치르릴 :
환청이라니......클라르테는 벌써 지친 거야?
치르릴이 착하다 착해 하고 쓰다듬어주면 되는 거야!

메리나 :
클라르테......당신, 또 얼굴이 새파래졌어.
무턱대고 걸어가는 게 지름길인 것도 아니니까, 오늘은 여기서 쉬도록 할까.
마침 이 근처는 비교적 마물의 기운이 옅은 모양이고.......불을 지피면 안전히 쉴 수 있을 거야.

클라르테 :
응.......달게 받아들일게. 고마워, 메리나.

메리나 :
그러니까 딱히 당신을 위한 게 아니......
.....어라?
(기분 탓인가......전에도 같은 말을 클라르테에게 한 것 같은데......)

치르릴 :
으으으~!! 치르릴의 착하다 착해 쓰담쓰담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거야~!?
흥인거야! 그럼 치르릴은 모닥불에 필요한 걸 모아올 거야!
프라이! 같이 가는 거야!

프라이 :
알겠습니다! 이 공동에도 독자적인 생태계가 있는 모양입니다!
불을 붙이면 탈 만한 것을 분명 찾을 수 있겠죠!

로제타 :
우후후.....♪ 어지간한 건 제 마술로 태울 수 있을 거에요.
열심히 찾아오세요♪

-

프라이 :
휴......조용히 일렁이는 불을 보니 진정되는군요.

알도 :
이런 곳에서 다같이 몸을 녹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
귀룡이 추락한 일은, 그......

로제타 :
사과할 건 없어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니까요.

치르릴 :
그래! 불가항력이었던 거야!

알도 :
아......모두 고마워.

클라르테 :
그러고 보니 정신이 없어서 물어볼 틈도 없었는데......
......겨우 온 기회니까 모두의 됨됨이를 더 자세히 알고 싶어.

메리나 :
그래. 당신에겐 단편적이나마 교회의 기억이 있는 것 같으니......
우리 교회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뭔가 떠오르는 게 있을 지도 모르지.

클라르테 :
하핫......분명 그럴 것 같아. 하지만 그것만이 목적인 건 아니야.
당연히 뭔가 떠오르면 그건 좋은 일이겠지만......
다만.....흥미가 있을 뿐이거든. 여정을 함께하는 너희들이라는 존재에.
분명 여기서 이렇게 모두와 불을 둘러싸고 앉게 된 것도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알도 :
왠지 클라르테다운걸.
괜찮지 않을까? 나도 모두에 대해서 더 알고 싶거든.

메리나 :
그래. 궁금한 사람에게 먼저 물어보면 될 거야.

-
모두의 이야기 

알도

알도 :
음.....왜 그래? 나랑 얘기하게?

클라르테 :
너에 대해 알려줄 수 있을까? 알도.

알도 :
나에 대해서라......뭐부터 말하면 좋을지 고민이야.

클라르테 :
언젠가 말해줬지. 구해야 할 사람이 있다고.....말이야.

알도 :
아......내 소중한 사람이야.
긴 여행 도중 딱 한 번 다시 만났어. 무슨 일이 있어도 구하고 싶었는데......
......풀어줄 수 있던 건 마음 뿐이었거든. 몸은 시간의 어둠에 삼켜지고 말았어......

클라르테 :
시간의 어둠.....?

알도 :
......응. 새카만 시간의 구렁텅이 밑바닥에.
에덴은......
......아. 그 사람의 이름은 에덴이라고 하는데.
그는 시간의 어둠에 떨어지고 계속 혼자 있었거든.
가족과도 뿔뿔이 흩어졌고. 정말 오랜 시간 혼자 있어서......
결국 너무 괴로워하다가 모습이 변하고 만 에덴은 이 세상에 위험한 존재가 됐어.

클라르테 :
.....싸웠니? 너는.....그 에덴이랑.

알도 :
......응. 구하기 위해서 싸울 수 밖에 없었어.
마지막의 마지막에 목소리가 전해져서......에덴은 제정신을 되찾았어.
하지만 육체는 그대로......

클라르테 :
그랬었구나.....

알도 :
내 모습은......사실 에덴의 몸을 빌린 거야.
여동생의 안에 잠든 지오의 힘......이라는 게 이 모습으로 바꿔 줬어.

클라르테 :
그건......놀라운걸. 그럼 네 진짜 모습은 따로......?

알도 :
하핫......조금 신기하지?
난 에덴이면서도 에덴이 아니야.
이 모습을 거울로 볼 때마다......반드시 에덴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클라르테 :
알도.....넌 강하구나.

알도 :
어.....그래?

클라르테 :
내 목적이 일단락되면......널 도와주고 싶어.
괜찮을까......? 알도.

알도 :
고마워, 클라르테. 그렇게 말해주니 든든하네.

클라르테 :
후후.....그래? 지금의 내가 힘이 될지 나 자신도 조금 의문이 가지만.

알도 :
그렇지 않아. 그 때가 되면 부탁할게.

클라르테 :
응.......약속할게.

 

-

메리나

메리나 :
어라.....나랑 이야기하고 싶어?
......무엇부터 말해야 할까. 이런 건 별로 익숙하지 않거든.

클라르테 :
후후.....그렇게 어렵게 생각할 거 없어.
그냥 네가 걸어온 길에 대해 알려줬으면 해. 그것만 말해주면 돼.

메리나 :
......당신과 이야기하면 왠지 이상해진다니까.
난 말이지...... 「날개가진 아이」라고 불리고 있어.
「날개」가 교단의 가르침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당신에게도 말했었지?

클라르테 :
응.....그래. 열두명의 날개를 가진 자들.......그들은 신의 권속이니?

메리나 :
나 자신은 스스로를 신의 권속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지만......
어릴 때부터 강한 마력을 갖고 있던 건 확실해.
교단의 가르침에 따르면 날개는 신에게 가기 위한 열쇠가 되는 것......
반드시 실체가 있는 날개가 필요하다는 건 아니야.
난 이 마력의 날개로 언젠가 신에게 가는 이정표가 될 거라고......그렇게 기대받아 왔어.
날개가진 아이라는 이명은 날 거둬준 사교님이 그렇게 불러준 게 시작이었던 건 같아.

클라르테 :
거둬줬다고.....?

메리나 :
응......맞아.
난 어릴 때 교회 본부에서 거둬졌어. 사교님은 「내려왔다」고 말했지만......
생각할 것도 없이 버려진 아이......였던 거지.
......나는 말이지. 사교님에게 거둬지기 전 까지의 기억이 없어.
그래서 쓸데없이 하늘에서 온 사자라고 기대받은 걸지도 몰라.

클라르테 :
그랬구나......

메리나 :
후후.....그렇게 생각하니 우리는 조금 닮았네.

클라르테 :
그래. 서로 기억 속에서 미아가 되고 말지......

메리나 :
기억의 미아.....라.
분명 마음 속에 계속.......들어갈 수 없는 작은 방이 있는 기분이 들어.
중요한 게 들어있을 것 같지만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그런 이상한 방이.
가는 법을 잊었을지도 몰라. 아니면 존재마저 잊어버렸을지도 모르고......

클라르테 :
메리나......

메리나 :
거둬준 은혜를 갚고 싶어서......사교님의 기대에 답해주고 싶어서. 어린 나는 봉사활동에 몰두했어.
지금 생각해 보면......그 방을 잊고 싶어서 몰두하게 된 걸지도 몰라.
쓸쓸한 기분이......들지 않았으면 해서.

클라르테 :
......메리나는 그 작은 몸으로 열심히 해 왔어.

메리나 :
그런 건......

클라르테 :
날 봐. 너보다 한참 어른인데......이렇게 헤메고 있잖니.

메리나 :
후훗......그러게.
당신은 이상한 사람이지만......대화를 해 보니 싫다는 느낌은 안 들어.

클라르테 :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운걸.
나에게 너에 대해서......더 말해주지 않겠니?

메리나 :
음...그래.....그 밖에는.......

-

클라르테 :
중앙 대륙에서 봉사 활동을 하면서 신을 찾고 있다.....라.
그렇구나.....위험을 수반하는 경우도 있지 않니?

메리나 :
그렇게 큰 일은 아니야. 분명 위험이 따르긴 하지만......
그 날같은 위험은.....다시는 내 부대에 오게 두지 않을 거야.

클라르테 :
......그래. 힘든 일도 있었구나.

메리나 :
......내 부대가 흩어진 건 모두 내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야. 힘들다고 말할 자격은 없어.
그들을 위해서도 난......멈춰설 수 없어.
정기 보고를 위해 교회로 돌아가면 검과 날개의 신상이 눈에 들어와.
.......매달리고 싶다는 마음이 하나도 안 든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그래......이런 식으로.
......신이시여. 그대는 대체 어디에 계시나요.
그대가 남겨주신 은혜가 지금 완전히 사라져 가는 이 땅에......
자그마한 은혜의 잔재조차 사라져, 그대가 내려오기 이전의 황야로 돌아가려고 하는 이 극서의 대지에......
부디 다시 구원의 손길을......

클라르테 :
메리나......

메리나 :
요전에.....바로 최근에 정기 보고를 할 때도 이렇게......
방금 떠오른 이미지는......?

클라르테 :
......뭔가 떠올랐니?

메리나 :
역시......뭔가 이상해......
지금처럼 신상에 기도한 후에 난 뭘 했더라.....?
기억이 이어지질 않아......

클라르테 :
이어지지 않는다고.....?

메리나 :
떠오르는 건 탑지기......요한의 얼굴이야.
그는 내게 몇 가지 질문을 했어.....
그 후엔 이제 괜찮다고......그렇게 말했어......
그 때 난 어째선지 심하게 몽롱해져서......
뭔 일이냐고 물어봤지만 이쪽의 이야기라면서 얼버무렸고 그 후로는......
정신이 드니 중앙 대륙에서 평소대로의 생활로 돌아와 있었어.

클라르테 :
.........

메리나 :
그건 대체 뭐였을까.....?

-

치르릴

치르릴 :
클라르테! 이 치르릴과 얘기하고 싶은 거야?
으흐흐흐~~!! 검을 가진 구세주의 환생의 굉장한 이야기가 듣고 싶은 거야?

클라르테 :
응......그래. 꼭 그 이야기를 들려주길 바래.
너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 알려줄 수 있겠니?

치르릴 :
에엣......클라르테......
치르릴이 이렇게 말해도 얼굴을 찌푸리거나 실실 웃지 않는 사람은 처음일지도 모르는 거야......
클라르테는 의외로 순수한 걸까.....?

클라르테 :
......내가 어쨌다고?

치르릴 :
헷? 앗, 아, 아니! 별로 아무것도 아닌 거야!
그럼 바라는 대로 치르릴이 즈큥~! 하고 자기소개를 하겠다는 거야!
치르릴은 교단 사람들에게서 천재! 신동! 이라고 불리면서 높은 지위를 받은 거야!
중앙 대륙에 파견되어 봉사 부대의 대장을 담당하던 나날! 굉장히 바빴던 거야~!

클라르테 :
응응. 그 임무 중에 나와 만났었지.

치르릴 :
클라르테는 럭키한거야! 이 치르릴과 만나서♪
모두 치르릴을 존경하고 대륙을 구원할 존재라고 믿어 의심치 않은 거야!

클라르테 :
헤에......그랬구나. 갑자기 흥미가 솟구치네.
제일 궁금한 건......계기인데.

치르릴 :
계기.....말이야?

클라르테 :
치르릴이 자신을 검을 가진 구세주의 환생이라고 생각한 게 언제였니?

치르릴 :
엣?! 그, 그건......
메리나가 왔을 때부터야.

클라르테 :
메리나가 왔을 때부터....?

치르릴 :
그래! 메리나가 「날개가진 아이」라며 교단 어른들에게 떠받들여지게 된 후부터야!
치르릴은 메리나보다 먼저 천재라고 받들여져 온 거야.
그러니까 날개가진 아이보다 뛰어난 검을 가진 구세주의 환생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거야!
그래서 모두 메리나가 아니라 치르릴에게 의존하게 만들 거야.
치르릴이 전부~ 혼자 화려하게 해결해 줄 거야!

클라르테 :
후후......치르릴은 굉장한걸. 대단한 노력가야.

치르릴 :
그......그렇다는 거야!
하지만 기분이 이상한 거야......이렇게 칭찬받는 건......
......조금 오랜만인 거야.

클라르테 :
치르릴.....?

치르릴 :
아.....아무것도 아니란 거야!
좋아~! 메리나가 가만히 있어도 아무 문제 없을 정도로 치르릴이 노력하겠다는 거야!
치르릴은 지금 메리나보다 딱 한 단계 낮은 계급이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는 거야. 중요한 건 뭘 할 수 있느냐.......얼마나 진심이 될 수 있느냐야!

클라르테 :
......너같은 사람이 옆에 있으면 메리나도 분명 구원받을 거야.

치르릴 :
헷.....!? 무, 무슨 말 하는 거야!?
치르릴은 딱히 메리나를 구하고 싶어서 노력하는 게.....!
애초에 걘 맨날 건방떠는 거야!
요전에 정기 보고 때도 치르릴의 얼굴을 보는 둥 마는 둥......
......어라?

클라르테 :
.....왜 그러니?

치르릴 :
이상하네.....?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거야.
치르릴은 메리나를 만나서......그 다음에 뭘 했더라......?

클라르테 :
.......기억이 애매하니?

치르릴 :
음......탑지기 요한의 얼굴을 본 건 기억나는 거야.
몇 가지 질문을 받고.......이제 괜찮다는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간 거야.

클라르테 :
..............

치르릴 :
그건 대체 뭐였던 거야......?

-

프라이  

프라이 :
음. 클라르테 공. 이 프라이와 이야기하겠습니까?
이거......클라르테 공과 둘만 있으니 이상한 기분이 드는군요.

클라르테 :
이상한 기분......? 그건 무슨 뜻이지?

프라이 :
이상한 이야기입니다만.......
이렇게 지금이라도 당장 빈틈을 찔려서 의식을 잃을 것 같은... 위기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클라르테 :
그건.......분명 이상하네. 내가 네 의식을 빼앗아봐야 아무런 이득도 없지만.

프라이 :
그렇군요......그래서 이상한 기분이 든다고 한 겁니다.
이런........쓸데없는 이야기로 흘러가버렸군요. 이건 실례했습니다.

클라르테 :
후훗......상관없어. 그럼 너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을래?

프라이 :
그렇군요......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을 텐데요?
전 신관단에 소속된 신관입니다. 치르릴 공의 직속 부하죠.
봉사 부대로서 마물 퇴치 등을 담당하며 마을 등지로 교단의 교리를 설파하러 다닙니다.

클라르테 :
그렇구나. 네가 교리를 설파하는 모습을 조금 상상해 봤는데......
......음. 분명 사람들 앞에서 열심히 이야기하겠지.

프라이 :
음.......클라르테 공은 감이 굉장히 예리하군요.
그렇습니다. 설법을 하는 동안 힘이 계속 들어가서, 눈치채고 보면 사람들이 열탕에 들어온 것 처럼 됩니다......

클라르테 :
그건......대단한걸.......

프라이 :
일부에선 샐러맨더같이 뜨거운 남자라고 하는데요......
사람들에게 신의 가호를...... 그렇게 생각하니 꼭 열기가 들어오고 맙니다.

클라르테 :
......프라이는 정말로 성실한 사람이야.

프라이 :
성실......입니까.
고마운 말이지만.......조금 복잡한 기분이군요.
성실만으론 사람들을 구할 수 없다......전  그걸 목격하고 말았습니다.

클라르테 :
......무슨 말이야?

프라이 :
어느 청년에게 제 말이 닿지 않은 겁니다.......
매일매일 기도해 봐야 생활이 풍족해지지 않는다고......
이런 비참한 생각은 이제 지겹다고......
쓸데없는 일만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다른 노인에게 그런 말도 들었습니다.
제가 손을 뻗어주는 행동이 쓸데없다고 생각한 적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설법을 하다 보면 이따금 생각하고 맙니다.
역시 안에 있는 대해에 계신다는 신을 찾아 사람들의 생활을 구원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 하고요.
모두가 충분히 기도를 드렸으니.......계속해서 기다리고 있단 말입니다.
.......신이 답해주실 날을요.

클라르테 :
..................

프라이 :
치르릴 공의 정기 보고에 함께 본부로 돌아갈 때.......매번 이렇게 생각하고 맙니다.
또 신을 보게 될 일은 없을 거라고......말이죠.
요전의 보고에도 그만......
흠.....?

클라르테 :
......왜 그래?

프라이 :
아니......아무래도 무심코 떠오른 게.......
최근에 있던 정기 보고를 떠올리려고 하니......머리에 안개가 낀 것 같지 뭡니까......

클라르테 :
안개가 꼈다고......?

프라이 :
음.......떠오르질 않네요. 탑지기를 만난 것 만큼은 떠오르는데......

클라르테 :
......어떤 이야기를 했는데.

프라이 :
아니......그것도 안 떠오르는군요.
다만 몇 가지 질문을 한 후 이제 괜찮다는 말을 들었다......그것만 잘 떠오릅니다.

클라르테 :
..............

프라이 :
이 대화는 대체 뭐였을까요......?

-

로제타 

로제타 :
어머어머. 우후후.....♪ 저와 대화하고 싶으신가요?
자 그러면.......그나저나 무엇부터 말해드릴까요?

클라르테 :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마. 평소의 너에 대해 알려주면 그걸로 충분해.

로제타 :
후후......♪ 제일 어려운 요구를 해 오는군요.
하지만 정말 아쉽네요. 귀룡 씨 위에서 한 이야기가 제 이야기의 대부분이니까요.

클라르테 :
분명 이단 심문관......이랬지.
애초에 그 이단이라는 건 어떤 존재인데......?

로제타 :
어라......클라르테 씨, 흥미가 있나 보네요?
좋아요. 특별히 알려드릴게요......♪
우선 저희 교단엔 교전이라는 형태의 가르침이 있어요.
단, 교전이라고 해도 평범한 말씀을 이용해 집필한 평범한 서적이죠.
하고자 하면 의외로 곡해된 해석을 할 수도 있어요.
그걸 막기 위해 교회는 사제 회의로 정해진 정식적인 교전의 해석을 발표했지만요......

클라르테 :
.......그렇구나. 공식 해석이 있으면 비공식의 해석도 있다. 빛과 그림자인가......
그 그림자를 이단으로 인정하는 게 너희 심문관이란 거지?

로제타 :
후후.....♪ 그게, 사실은 달라요.

클라르테 :
그.....런가?

로제타 :
네. 이단이라고 인정되는 건 혐의가 있는 본인들 뿐......
쉽게 말해서 피의자가 인정만 하지 않는다면 이단이 아니다.......그렇게 되는 거죠.

클라르테 :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아무도 자신이 이단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텐데.....?

로제타 :
모두 그렇게 말하죠.
하지만 그걸 인정하도록 만드는 게 저희들의 진정한 실력이랍니다.

클라르테 :
이상하네.....대체 무슨 마법을 쓰는 건데?

로제타 :
싫네요~ 마법이라니. 그런 거창한 게 아니라고요.
다 방법이 있지만 이 이상은 비밀이에요. 그냥 하나만 말하자면......
.......사람들에겐 반드시 숨은 면이 있다는 거죠.

클라르테 :
숨은 면......?

로제타 :
네. 맞아요. 클라르테 씨의 숨은 면도 폭로해 드릴까요?

클라르테 :
후후.......아쉽게도 지금의 내겐 드러낼 것도 숨길 것도 없어.
슬플 정도로 새하야니까. 너희들에게 보이는 면이 지금의 내가 가진 전부야.

로제타 :
그런가요......아깝네요.
「단죄의 사생아」로서는 그런 분이 더 억죄는 맛이 있긴 하지만요......♪

클라르테 :
단죄의......사생아?

로제타 :
몇몇 분들은 그렇게 불러요. 분명 제가 경건하기 때문이겠죠.
그 어떤 분의 숨은 면을 파헤쳐도 마음이 흔들릴 일은 없으니까요♪
비록 상대가 친부모라고 해도요.......

클라르테 :
내게도 있었을까.....? 숨은 면이라는 게.
만약 잃어버린 기억으로 이어진다면 부탁하고 싶은 기분도 드는데.

로제타 :
클라르테 씨도 참 여유롭군요.
메리나 씨와 치르릴 씨는 이런 이야기로 흘러가면 언제나 싫다는 표정을 짓거든요~
후훗......♪ 요전에 심문회의 정기 보고 때문에 본부로 돌아갔을 때도.......
......어라?

클라르테 :
왜 그래, 로제타......?

로제타 :
.......이상해요.
나란히 선 두 분의 고충을 씹는 듯한 귀여운 표정을 틀림없이 봤을 텐데요......
.......잘 기억나질 않ㄴ네요. 이런 일이 있었나요?

클라르테 :
기억이 안 나......?

로제타 :
메리나 씨와 치르릴 씨......그리고 노아 씨와 모케 씨를 만난 기분이 드는데.......
별로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탑지기의 얼굴만 머리에 떠오르네요.

클라르테 :
그 탑지기라는 사람 말고 다른 기억이 애매하다는 거야......?

로제타 :
네......그래요.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듣고......이제 괜찮다는 보증을 받고 임무로 복귀했는데요.......
......대체 뭐가 괜찮다는 거였을까요......?

클라르테 :
..............

로제타 :
전 무슨 보증을 받은 거죠......?

-

클라르테 :
모두 고마워. 덕분에 이 짧은 시간 동안 마음이 가까워진 것 같아.
......그런데 이상하네.
알도를 제외한 교회 출신 4명은 모두 마지막 정기 보고 때 이상한 체험을 한 것 같거든.

알도 :
이상한 체험.......?

클라르테 :
자신들이 뭘 했는지 떠오르질 않는대......
떠오르는 건 탑지기라는 사람에게 뭔가를 질문받은 것.
그리고 이제 괜찮다......라는 보증을 받은 것........이 중에서 틀린 건 없지?

메리나 :
응......그래.

프라이 :
전 그렇습니다만......

로제타 :
클라르테 씨의 말대로에요.

치르릴 :
앗......! 치르릴만 그런 게 아니었던 거야.....?

메리나 :
전부 다 그 기억만 갖고 있다면......

로제타 :
수상한 냄새가 강렬하게 나는군요......

치르릴 :
탑지기는 외부로도 많이 나오지 않는 남자인데 다들 관련된 거야.....?

프라이 :
흠......! 하지만 대체 어떻게 해야 우리에게 일어난 일을 알 수 있을까?

노아 :
뀨웃......?

메리나 :
어라...... 왜 그래?

클라르테 :
토끼는 귀가 좋거든. 뭔가 소리를 탐지한 걸지도......

메리나 :
토끼.....?
......잠깐. 당신 지금......노아를 토끼라고 했어?

클라르테 :
응......그게 어쨌는데, 메리나?

치르릴 :
치르릴은 아무리 봐도 토끼로 보이지 않는데?

프라이 :
생물학상으론 고양이에 가깝다고 하는 학자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로제타 :
별 상관 없잖아요.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약한 생물이라는 건 변하지 않으니까요♪

메리나 :
토끼......어딘가에서......
윽......!?


클라르테 : 
......신중하게 가고 싶어. 누군가에게 들킨다면 큰일이잖아? 

노아 : 
뀨웃.....? 

메리나 : 
어머...... 무슨 일 있어? 

클라르테 : 
토끼는 귀가 밝으니까 말이야. 발걸음 소리를 들은 게 아닐까. 

메리나 : 
토끼.....? 

클라르테 :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메리나 :
떠올랐어......!!

알도 :
메리나!? 갑자기 무슨.......

메리나 :
우리가 정기 보고가 있던 그 날 대체 뭘 했는지를!

치르릴 :
에엣......!?
무, 무슨 말이야, 메리나!? 모두에게 자세히 말해보란 거야!

메리나 :
우리는 바로 며칠 전......교회 본부에서 당신과 만났어!
......그리고 결정탑 안으로 들어갔어......!

프라이 :
결정탑이라고요.....? 그런 두려운 행동을......
으윽......!? 결정탑.......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치르릴 :
치르릴도 방금 그 말로 갑자기 구와악~~!! 하고 떠오르는 거야!?
클라르테! 넌 결국......혼자 탑으로 들어간 거야!
아니......정확히는 그 탑지기와 둘이서......!

로제타 :
......이상하네요. 저도 기억이 점점 선명해지고 있어요.
구교회권에서 임무를 마친 후 탑지기가 소집했었죠.
거기서 뭔가 수상한 장치를 썼다고 생각하는데요.......

프라이 :
클라르테 공과 함께한 기억을 완전히 잊고 있었습니다.

치르릴 :
그러고 보니 그 장치....어딘가 수뢰침을 닮은 것 같은데.......

메리나 :
이제야 떠올랐어......설마 기억을 잃은 게 클라르테만이 아니었다니.
약속했었지, 클라르테. 살아서 돌아오면 여러가지를 물어볼 거라고......말이야.
지금이 그 때야. 모두 말했듯이 당신도 당신에 대해서.....

클라르테 :
..........
......미안. 모두 기억을 되찾은 이 분위기를 깨고 싶지는 않지만.......
난 아직......

메리나 :
뭐......?

알도 :
설마......클라르테는 기억이 돌아오지 않은 거야......?

클라르테 :
응......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메리나 :
그런.......

치르릴 :
어떻게 된 거야? 클라르테만 다른 기억을 잃어버린 거야......?

로제타 :
동시에 떠올리지 못한 이상, 그 가능성이 높은 것 같네요......

프라이 :
클라르테 공.....

메리나 :
......그래. 떠오르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지.
우리의 기억이 돌아왔어. 분명 클라르테의 기억도 되돌릴 방법을 찾을 수 있겠지.

로제타 :
하지만 상황을 고려하면.......우리 네 사람의 기억을 봉인한 건 그 탑지기가 틀림없을 텐데요.
그게 사실이라고 가정하면.......

프라이 :
클라르테 공의 기억 상실에도 탑지기가 개입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러운 텐데......

알도 :
그러면.......교회로 서둘러야 할 이유가 하나 늘었네.

치르릴 :
맞아! 그 탑지기에게 이야기를 듣는 거야!

프라이 :
그렇게 정해졌으면 어서.......

클라르테 :
앗......잠깐만!
또 목소리가.......들렸는데? 이번엔 아까보다도 강해......!

로제타 :
아니요? 전 목소리같은 건 못 들었는데요.......

메리나 :
하지만 오늘만이 아니라......그 날도 클라르테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어.

프라이 :
누군가가 구원을 청하는 목소리......였죠.

치르릴 :
클라르테가 교회에 꼭 가야만 하는 기분이 드는 건 분명 그 목소리 때문일 거야!
기억이 없어도 마음 어딘가에서 막연하게 이끌리고 있는 거야!

클라르테 :
구원을 청하는 목소리......하지만 지금 들은 이 목소리는.......

알도 :
클라르테...... 역시 얼굴이 새파란데......?

클라르테 :
...........

메리나 :
잠깐.......괜찮아? 클라르테, 당신........

클라르테 :
.......가야 해. 이 목소리를 무시할 순 없어.

프라이 :
또 그 구원을 청하는 목소리인가.....? 

클라르테 :
아니, 이건.......구원과는 오히려 정반대야.......

치르릴 :
음~~.......그런 표정으로 말하니 어쩔 수 없는 거야.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야!

메리나 :
그래......그 목소리도 클라르테의 기억을 되찾을 단서가 될 지 모르니까.

로제타 :
상관없어요. 아무래도 그러는 편이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요♪

알도 :
그래. 나도 이의는 없어.

클라르테 :
다들......
......고마워. 멀리 돌아가게 되겠지만 잠시 진로를 북쪽으로 바꾸자.

-

알도 :
여기는......?

프라이 :
누군가가 살고 있던 걸로 보이는데.......
......여기에도 노포우 족이 살고 있는 건가?

로제타 :
어머나......과연 그럴까요.
노포우 족은 무기의 사념을 먹지만 인간처럼 식사를 할 수도 있는데요......
누군가가 식기를 쓴 흔적은 보이지 않네요. 그럼 여기 있는 식기는 대체 뭘까요?

프라이 :
설마.......인간이 살고 있다는 건가!?

치르릴 :
에엣.....? 이런 곳에 사람이 살고 있을 리가 없는 거야. 눈 제대로 뜨고 보라는 거야!
아무리 살고 있다고 해도 이런 곳에서 오래 있을 순 없는 거야!
즉......이제 쓰이지 않는 곳일 거야!

프라이 :
예......? 하아......

메리나 :
.......보니까 먼지가 쌓여있진 않아.

로제타 :
이건 아무리 봐도 현역으로 쓰이는 것 같네요......♪

치르릴 :
윽......!
아......알고 있었다는 거야! 프라이를 시험한 것 뿐이야!

알도 :
하지만 왜 이런 곳에 사람이 사는 거지......?

클라르테 :
모르겠지만.......
......이 근처에 다른 거주지의 흔적은 없는 것 같아.
그럼 아까 들린 목소리의 주인은 이곳의 주인이란 건가.......

노아 :
뀨슛!

메리나 :
노아.....?
앗..... 위험해!
갑자기 공격을 하다니.......대단한 인사야.
우선 이름을 말하는 게 예의지. 이름없는 누구 씨?

후드를 쓴 인물 :
너희들은......인간인가? 어떻게 여기로 냄새맡고 왔지?

알도 :
냄새를 맡다니.....? 대체 무슨 말이야?

후드를 쓴 인물 :
흠.......거짓말 하지 마. 놈들의 존재를 눈치 챈 거잖아?
구경거리로 써먹을 생각이겠지만 아쉽게도 놈들을 내 우리 안에서 꺼내줄 수는 없어......
당장 떠나. 안 그러면......
.......이 다음엔 진짜로 맞출 거니까.

프라이 :
아까부터 조용히 듣고 있자니 알 수 없는 말을......!
놈들이란 게 대체 뭐지!?

메리나 :
기다려, 프라이! 이 살기......보통이 아니야.
여긴 내가......

치르릴 :
꺄아악~~~~!? 대체 뭐야!?
으으윽......! 프라이! 방패가 되는 거야!

프라이 :
맡기십시오, 치르릴 공......! 제가 모두를 지키겠습니다!

로제타 :
일단 멎은 것 같은데......그 힘의 파동은 대체......?

후드를 쓴 인물 :
이건......정령의 힘.......!

로제타 :
정령의 힘......?
그건 흥미롭네요. 정령의 은혜가 없는 땅에서 그 이름을 듣게 되다니......♪

후드를 쓴 인물 :
말도 안돼...... 그 정령은 먼 옛날에 마구 날뛰다가 잠들었을 텐데.....!
너희들이 깨운 거냐......!?

클라르테 :
으윽.....!? 목소리가......이렇게 강하게......!

메리나 :
클라르테.....! 정신차려......!

클라르테 :
아, 응......아무래도 목소리의 주인은 저 사람이 말하는 정령이라는 것 같아.......

치르릴 :
설마......! 그게 사실이라면 클라르테는 정령과 호응한 거야!?

알도 :
아무튼.......파동이 한 번 더 오면 공동이 무너질 거야......!
클라르테는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알고 있어.....!?

클라르테 :
응.......이 이상 없을 정도로 선명해......

알도 :
미안. 안내를 부탁해......! 클라르테를 따라가자!

-

클라르테 :
이건......!

치르릴 :
왜 이렇게 강하고 끔찍한 힘이 흐르는 거야......!?

메리나 :
마물의 범주를 벗어났어......! 설마 정말로 정령인가.....!?

알도 :
이 힘의 느낌은......어딘가에서......
그래....샐러맨더야.....!

프라이 :
흠? 불렀나?

알도 :
아니, 샐러맨더처럼 뜨거운 남자가 아니라.......
이 힘......존재감.......어딘가 샐러맨더 그 자체와 가까운 느낌이 들어.

로제타 :
이런 이런......정령이라는 것도 아주 농담인 건 아닌가 보네요.

알도 :
대단층 남쪽을 지배하는 번개......이게 나다라 화산의 마그마같은 거라면......
......눈 앞에 있는 저게 그 발신원이란 거야!

메리나 :
클라르테......! 당신에게 구원을 청하는 게 이 정령같은 존재야?

클라르테 :
분명 이 존재가 부르고 있어......
하지만 구원을 청한다는 쉬운 감정이 아니야......!
증오와 회한으로 가득한.......파괴 충동의 덩어리야!

알도 :
오는 건가.....!? 반격하는 수밖에 없겠어......!

-

치르릴 :
해, 해치운 거야.....!?

메리나 :
아니, 아직이야.....! 방심해선 안돼......!

치르릴 :
꺄악.....!?
엣......?

프라이 :
윽......크학......!

치르릴 :
프라이.....!!

프라이 :
다친 데는 없습니까? 치르릴 공......

치르릴 :
뭐 하는 거야......!? 지금은 방패가 되라고 명령하지 않았는데......!

프라이 :
후후......비명은 명령과도 같죠.
치르릴 공에겐 한 번도 진심으로 방패가 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이 프라이는 그 끔찍한 날에 맹세했습니다.
미래를 잇는 자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 육신을 기쁘게 방패로 쓰겠다고......
그리고 만약 불타버린다고 해도 다시 일어서겠다고요......!

치르릴 :
프라이.....

프라이 :
그러니 이건 제 뜻입니다. 치르릴 공이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로제타 :
괜찮아요, 치르릴 씨. 이 사람은 그리 쉽게 쓰러질 정도의 존재가 아니거든요.
간단히 쓰러져 준다면 전 얼마든지 돕겠지만요......

프라이 :
후훗......로제타 공도 가끔은 좋은 말을 하는군요.
하지만.......지금은 너무 여유롭게 말할 수도 없겠어요.

메리나 :
아무래도 막 깨어나서 아직 제대로 된 상태가 아니었던 것 같아.

알도 :
.......응. 지금은 철수하자. 이야기는 살아남고 나서 하자고!

클라르테 :
그래. 온 길을 돌아서.......아까 본 그 사람도 데리고 나가야 해!

-

후드를 쓴 인물 :
정령이 미쳐 날뛰고 있어......너희가 깨운 거냐?

치르릴 :
그런 걸 의논할 틈은 없는 거야~!
당신도 얼른 같이 도망치자는 거야!

후드를 쓴 인물 :
도망.....? 어디로?

알도 :
어디라니, 그건.......

메리나 :
바위가......번개를 띄고 있어......!?

후드를 쓴 인물 :
이 공동 안은 이미 저 정령의 지배 하에 있어......
땅을 기기만 하는 너희들이 도망칠 길은 없다.

프라이 :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알도 :
맞아! 우린 포기하지 않아!

로제타 :
절대 안 따라오시겠다면 두고 갈 거에요~♪

후드를 쓴 인물 :
..............
흥........포기를 모르는 놈들이야.

-

프라이 :
저쪽에 빛이 보인다!

치르릴 :
......다 온 거야! 이제 밖으로 나가는 거야!

알도 :
윽......이건......!
바닥이 안 보여......! 그럼 여긴......

메리나 :
거인이 할퀸 흔적......!? 
조심해! 발을 헛디뎠다간 단번에 끝이야......!

로제타 :
하지만 번개도 다가오고 있어요. 이건 굉장히 난처한데요.......
앞뒤로 막혀서 움직일 수가 없네요.

클라르테 :
.......뛰어내리자.

메리나 :
클라르테......?

클라르테 :
넌 날개가진 아이잖아......메리나?

메리나 :
그렇게 불리긴 하지만......물리적인 날개는 없다고 몇 번이나 말했을 텐데.......?

클라르테 :
당연히 알고 있지.
하지만 날개가진 아이는 검을 가진 구세주.......너희가 신이라 믿는 존재로 가는 이정표야.......
.......그게 사실이라면 이런 곳에서 운명을 닫을 순 없어.
난.......그 날개에 걸고 싶어.

메리나 :
...............

로제타 :
아무튼 여기서 가만히 서 있어봐야 바싹 타 버리기만 할테니까요.
전 클라르테 씨에게 찬성할래요. 훨훨 날아볼까요♪

메리나 :
로제타......

프라이 :
.......일련탁생이군요.
아까 전에 한 맹세는 간단히 번복하지 않을 겁니다.
반드시 여러분을 지키고 저도 살아남겠습니다.

메리나 :
프라이.....

치르릴 :
흥.....! 검을 가진 구세주의 환생이 이 정도로 동요할 리가 없는 거야!
검은 날개보다 강하다, 인 거야! 얼른 해 보는게 좋을 거야!
......자, 메리나!
그런 짜증나는 표정 짓지 말고 치르릴의 영원한 라이벌답게 빨리 뛰어서 날으라는 거야!!

메리나 :
치르릴......너까지......

알도 :
하핫......! 여기까지 와서 모두 한 뜻이라면 나도 각오할 수 밖에 없겠네.
가자. 메리나. 나도 이런 위기 정도는 몇 번이나 넘어왔어.
위기 한두번 쯤은...... 이제 아무것도 아닌걸.

메리나 :
.............
......알았어. 꼭 살아서 돌아올 거야.
신이시여......부디 우리를 지켜주소서......!






클라르테 :
..............
............................
여기는.....?

??? :
......흑......흑.......

클라르테 :
울음소리......?
여자아이의 울음소리였나.......그냥 둘 순 없겠어.
좋아.......울음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 보자.

-

클라르테 :
너는.......

메리나 :
으으......흑흑.......

클라르테 :
.......왜 울고 있니?

메리나 :
으으......미래가.......날 죽이려고 해.......
당신은........나와 미래 중 어느 쪽을 구원할 거야......?
어느 쪽을 죽일 거야......?

클라르테 :
...................
......그 답은 정해져 있어. 난.......



 

 

 

 


클라르테 :
이......노래는.......

알도 :
앗......! 정신이 들었어!?

-

클라르테 :
......집 안?
분명 우린 이판사판으로 벼랑에서 뛰어내렸는데........

로제타 :
네......저희도 방금 막 정신이 들었어요.

클라르테 :
그런가......모두 무사했구나.
엘의 노래가 들린다는 건 메리나도......?

알도 :
아니......그게.......

메리나 :
......나는 여깄어.

클라르테 :
메리나......!?
유일한 엘의 노래의 연주자가 여기 있다는 건......
......이 노래는 대체 누가 부르는 거지......?

알도 :
아......어떻게 된 거지......
사실 엘의 노래를 닮았을 뿐인 다른 노래가 아닐까......?

메리나 :
아니......이건 틀림없이 엘의 노래야.
......노랫소리는 밖에서 들려. 진위를 확인하러 가자.

클라르테 :
응.......그러자. 뭐가 기다리고 있을까.......

-

클라르테 :
저 등에 있는 건........

알도 :
날개.....? 미스트레아인가......?

미스트레아 :
이 목소리는.......
정신이 들었군요. 알......그리고 여러분......!
여러분이 쓰러져 있는 걸 발견했을 땐 어떻게 되나 했는데.......

메리나 :
여러모로 묻고 싶은 게 많지만.......
우선 감사를 표하고 싶어.
우리를 구해준 게 당신이지. 음.......

미스트레아 :
아니요. 구해줬다니, 그렇게 거창한 건........
그냥 편하게 미스트레아라고 불러주세요.

치르릴 :
그 등에 달린 날개......진짜 날개인 거야......?

프라이 :
가짜로는 보이지 않는데요.......

미스트레아 :
그렇게 바라보지 마세요...... 파, 파렴치해요......!

프라이 :
파렴치!? 잘 모르겠지만 이건 실례했군........

메리나 :
하지만 놀라운걸.......설마 진짜 날개를 가진 인간......익인이 실재했다니.

알도 :
익인인가.......혹시 교단에 전해졌다는 날개가진 자랑 관계가 있어?

로제타 :
......알도 씨. 지하 공동 입구에서 만난 여섯 날개의 용을 기억하시나요?

알도 :
어, 응.......

로제타 :
물리적인 날개가 있으면 날개가진 자......라는 쉬운 이야기가 아니에요.
오히려 우려마저 하나 생기는데요......

알도 :
우려.....?

로제타 :
......미스트레아 씨. 당신은 당신의 종족을 뭐라고 전해들었나요?
그건 제 예측으론 날개가진 자가 아니라.......

미스트레아 :
......네. 저희는 날개가진 자가 아니에요.
태어나면서 죄인의 낙인을 등에 가지는 일족......
......「날개를 진 자」에요.

Quest Complete 

 


알도 :
그나저나 큰일이네..... 이 마을을 어디에서 나가야 하지?

클라르테 :
마을 안을 둘러보자. 뭔가 단서가 있을 지도 몰라.


-


알도 :
여기........들어갈 수 있을 것 같네. 최근에 무너진 것 같은데.......

클라르테 :
위치 관계로 보면 지하 공동으로 이어져 있을 가능성이 있어.
그 정령이 폭주했을 때 지형이 변한 걸지도 몰라.

알도 :
좋아......조사해 볼까.

미스트레아 :
전 이 마을에서 나갈 수 없어요. 날개를 진 자는 우리에 갇혀 있어요.

알도 :
우리에 갇혀 있다고.....?

미스트레아 :
......하지만 그 이상한 힘이라면 그물망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날개가 필요해지면 그 힘을 써서 불러 주세요.

 미스트레아가 파티에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