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교회 본부에 도착한 일행.

기쁨도 잠시, 단죄의 아이는 무자비하게 미소짓는다.

모든 이단을 몰아낸다는 그녀의 마수가 뻗치는 곳은......


이것은, 또 하나의 낙원으로 가는 궤적......



제6화 신을 사칭하는 자
드디어 교회 본부에 도착한 일행.
가혹한 여행길에서 여러 발견과 수많은 의문을 품은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치르릴 :
아아~~......
드디어 돌아온 거야! 감개무량한거야!

프라이 :
정말로 먼 길이었습니다......이 외관을 보는 것도 꽤 오랜만인 것 같군요.

메리나 :
결국 정기 왕복편보다 빨리 오진 못했지만......

로제타 :
왠지 신선한 기분이네요. 보기 좋게 늦었다는 게요.
특히 저와 메리나 씨가 시간에 늦는다는 건 이번이 처음이고 말이죠......

메리나 :
그나저나 내 인생을 전부 봤다는 듯한 말투야......

로제타 :
당연하죠. 메리나 씨는 저의 제 1급 감시대상이니까요♪

치르릴 :
잠깐 기다리는 거야! 치르릴도 태어나서 이번 말고 지각한 적 없는데!?

메리나 :
하아......아무래도 좋아......
.......늦은 덕분에 생각치도 못한 수확이 있었으니까, 결과적으로는 잘 된 일 아니겠어.

미스트레아 :
여기가 여러분이 향하던 교회 본부......
이야기로 듣고 상상하던 것보다 더 큰 건물이네요.....!

클라르테 :
그래......하지만......

알도 :
왜 그래, 클라르테.....?

클라르테 :
아, 아니야......큰 일은 아니야.
다만......꽤 좋은 이야기는 아닐 거야.

알도 :
......기억에 대한 건가.

클라르테 :
모두의 이야기를 총합해 보면 내가 이전에 이 교회에서 메리나와 만났던 건 사실이겠지.
교회가 눈 앞에 있으니 정말 뭔가 떠오를 지도 모르겠다고......
......조금은 그런 식으로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메리나 :
......우리가 만난 건 교회 안이었어. 아직 낙담하기엔 일러.

프라이 :
초조해하지 마시죠, 클라르테 공. 기억이란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니.

치르릴 :
만약 스스로 떠올리지 못해도 탑지기 요한을 추궁하면 뭔가 보일지도 모른다는 거야!

로제타 :
추궁이라......좋은 말이네요.
심문실을 쓸 땐 먼저 제게 신청 해 주세요♪

프라이 :
그 방의 사적 이용은 금지되어 있을 텐데......

로제타 :
후훗......사실은 그렇지만 공적인 이유를 내세우는 정도는 별 것도 아니랍니다?

치르릴 :
왜 은근슬쩍 무서운 말을 꺼내는 거야.....!?

로제타 :
어머...제가 그랬나요. 우후후......실언을 했네요.
뭐,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요한 씨를 공격하면 한 만큼 실토할 것 같으니까......♪

알도 :
심문실은 아무튼 그렇다 치고.......
클라르테의 기억이 돌아올 수 있도록 나도 돕고 싶어.
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클라르테 :
......고마워, 알도. 그리고 다들......
너희와 함께 여기까지 온 나는.....행복한 사람이야.

치르릴 :
정말~~......!! 찡해지는 말은 제쳐두라는 거야!

클라르테 :
하핫......그래.
그럼 바라던 목적지..... 교회 본부 안으로 들어가자.

Quest Accepted


미스트레아 :
아아......이건.......멋진 건축 양식이네요......!
절벽에서 한정된 자원으로 집을 지은 저는 상상도 못 한 건물이에요......!

알도 :
응.....! 파르시팔 궁전과는 다르다고 할까, 압도적인 느낌이네.
그런데......
그것보다 시선이 신경쓰이는데......

구경나온 아주머니 :
이게 꿈이야 생시야? 등 뒤에 날개가 달려 있잖아......

구경나온 아저씨 :
아니, 꿈이 아니야...... 펄럭펄럭 날고 있어......

미스트레아 :
아, 안돼요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날개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니.....!

치르릴 :
그만~~! 그만 보라는 거야!!
치르릴도 잘 모르지만 익인의 날개를 응시하는 건 예절에 어긋난다는 모양이야!
프라이! 소녀의 수줍음을 가려주기 위해 이번에도 다시 방패가 되는 거야!

프라이 :
예! 치르릴 공!!

프라이 :
느오오오옷----!! 열 혈!!

아저씨 :
아, 안 보이잖아.....!? 샐러맨더처럼 뜨거운 남자의 왕복 뛰기 때문에 모습이......!!

로제타 :
자 그러면......저것의 인간을 벗어난 움직임은 눈에 들이지 말고.......
......여러분은 대체 뭐가 의문스러워서 모인 건가요?
날개가진 자의 「날개」가 무엇인지, 경건한 신도 분들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텐데요......?

알도 :
고차원적인 힘과 인간의 차원을 잇는 가교의 상징.......이라는 거잖아.

로제타 :
그 말대로에요. 신도가 아닌 알도 씨도 쉽게 떠올리는군요 ♪
익인이라는 단순한 이종족에게 끝없는 시선을 보내다니...... 교회의 품위가 의심받을 텐데요?

구경꾼들 :
..............

프라이 :
휴......아무튼 혼란은 피했군요.

미스트레아 :
가, 감사합니다, 여러분......

메리나 :
그나저나......역시 눈에 띄는 것도 당연할 거야.
익인에 대한 반응은 아까 몰려온 구경꾼들을 보면 예상할 수 있고......
적어도 이렇게 몰려다니는 건 피해야 하는데......
......그래, 정했어. 일단 여기서 해산하자.
미스트레아는 날 따라와.

미스트레아 :
저.....말인가요?

치르릴 :
해산.......이라면 메리나는 대체 어디로 가려는 거야? 이 치르릴을 두고.......

메리나 :
먼저 가서 지금까지의 전말을 최고 사제에게 전하러 갈 거야.
우리가 익인과 행동하고 있다는 건 메를로 구에 배급하러 온 신관을 통해 이미 귀에 들어왔을 테니까.
그럼 미스트레아 본인이 가는 게 이야기가 빠르겠지. 내빈으로 동석시킬 생각이야.

프라이 :
그럼 이 프라이도 함께.......

메리나 :
무슨 말 하는 거야, 열혈 신부?
너, 제관 아니었어? 애초에 최고 사제를 알현할 권한이 없잖아......

프라이 :
으윽......그랬죠......

메리나 :
알현이 끝나면 바로 돌아올 거야. 그때까지 뒷일을 부탁할게.
자......이쪽이야, 미스트레아.

미스트레아 :
앗, 네......!

로제타 :
갔네요. 저흰 뭘 할까요?

클라르테 :
......나도 가야겠어.

알도 :
클라르테.....?
사라져 버릴 것 같이 미약하지만......목소리가 들려.

프라이 :
흠. 그 목소리란......구원을 바라고 있다는 그 목소리인가요?

클라르테 :
이전의 내가 들었다는 목소리와 같은 지는 모르겠어......
그 전에 너무나도 연약해서 방향마저도 특정할 수 없어.
이전의 나는 결정탑이라는 곳에서 목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로제타 :
네......분명 그렇게 말했었죠.

클라르테 :
......그 장소를 알려줘.

치르릴 :
장소를.....?
앗......! 설마 클라르테...혼자 간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클라르테 :
후훗......분명 '왠지 혼자 가야 한다'고 강하게 호소하고 있는 건 사실이야.

치르릴 :
그럼 치르릴도 마찬가지인 거야.....!
클라르테를 혼자 보내선 안된다고 강하게 말할 거야!
잃어버린 기억이 돌아오고 나서...... 클라르테와 요한을 둘이서 가게 둔 걸 후회하고 있는 거야.
그 때 물러서지 않았다면 클라르테의 기억이 사라질 일이 없었을 텐데......

클라르테 :
치르릴......고마워. 하지만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야지?

치르릴 :
응.....?

클라르테 :
혼자 가야 한다고 호소하는 강박 관념과 같은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이상으로 너희와 함께한 여행길을 부정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어.
이전의 우리는 만난지 얼마 안 된 사이였잖아?
그 때의 판단은 분명 그 때의 최선이었겠지만.
지금의 나라면 망설임 없이 모두가 합류한 뒤 가는 걸 택할 거야.
결정탑이 있는 곳을 알고 싶은 것도, 단순히 기억을 되찾을 단서를 원해서니까 안심해.

치르릴 :
클라르테......
정말......! 뻔한 말 하지 말라는 거야!
확실히 치르릴과 클라르테는 가혹한 여행길을 함께 걸어온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지만.....
......그렇기에! 클라르테는 여차하면 의외로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는 거야!
그 러 니 까 !! 이 치르릴이 같이......

??? :
치르릴 언니~~!!

치르릴 :
......헷?

여자아이 :
겨우 찾았다! 구세주 놀이 하자! 응? 같이 하자~

치르릴 :
뭐어~~!? 놀이가 아니라는 거야!!
그리고 치르릴은 지금 바쁘다는 거야!

여자아이 :
에엣? 안돼에~.......
언니가 돌아오면 꼭 하자고 약속했으면서.......

치르릴 :
윽......그러고 보니......!

프라이 :
치르릴 공......놀러 가세요.
클라르테 공은 이 프라이가 책임지고 지켜보겠습니다.
절대 혼자 결정탑으로 보내지 않겠습니다.

치르릴 :
프라이.....
......전에는 그러다가 뒷통수에 한 대 얻어맞고 뻗지 않았어.....?

프라이 :
후후후......
이 프라이.....같은 실패를 두 번 반복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학습하는 생물.....! 이번엔 제 옷깃 안에다 금속판을 덧대뒀죠.
뒷통수를 급습해도 대책은 완벽합니다!

치르릴 :
프라이......그런 건.......
.......정말 대단한 거야! 완벽의 완 이라는 거야.....!!
그럼 치르릴 대신 클라르테를 지켜보라는 거야......!!

프라이 :
과분한 칭찬입니다......!

치르릴 :
정말.....어쩔 수 없다는 거야. 같이 놀고 얌전히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여자아이 :
응! 알았어!

치르릴 :
(이 애를 집으로 돌려보내면 바로 합류하겠다는 거야!)

프라이 :
(예! 맡겨만 주십시오!)

치르릴 :
아아~ 인기인은 괴롭다는 거야!
그럼 다들! 일단 아듀! 라는 거야!

로제타 :
어머나. 치르릴 씨까지.
그런데 이렇게 되면.......저도 너무 한가하게 있을 순 없겠네요......

알도 :
설마 로제타도.....?

로제타 :
후훗......♪
그 설마랍니다. 이단 심문관은 담당 신관을 감시할 의무가 있으니까요.
클라르테 씨의 감시는 알도 씨에게 맡길 수밖에요.......

알도 :
맡기다니...갑자기 그렇게 말해도......
그리고 클라르테는 이제 혼자 무리하지 않을 것 같은데......

로제타:
그랬으면 좋겠지만요......
제 직업상 의심이 많아서요......♪ 단독 행동만은 피하게 하세요.
......그럼 부탁할게요?

알도 :
로제타까지......

클라르테 :
하핫......왠지 갑자기 조용해졌어.
그럼 이제 결정탑이 있는 곳을 알려주지 않겠어, 프라이?

프라이 :
그게 말입니다, 클라르테 공......
기억의 단서라고 하니 먼저 안내하고 싶은 방이 있습니다.

클라르테 :
먼저.....? 응, 당연히 상관없지.

알도 :
나도 같이 갈게. 클라르테의 기억에 관계가 있다면 보고 싶기도 하고......
(.....그리고 로제타가 클라르테를 맡겨버려서.)

프라이 :
알겠습니다. 그럼 따라오시죠.



메리나 :
(......클라르테는 기억을 잃은 그대로야. 하지만 혼자 무리하는 성격까지 바뀐 건 아닌데......)
(최고 사제에게 설명이 끝나면 바로 돌아와야지.....)

미스트레아 :
왜 그러세요, 멜......?

메리나 :
......아무것도 아니야. 자, 알현실로 빨리 가자.

일시적으로 맵 점프가 불가능해집니다.



메리나 :
오랜만이야, 조제. 최고 사제 알현 예약을 네게 맡겨둬서 다행이네.

초로의 제관 :
오오, 메리나 공...... 이제야 돌아오셨군요.
정기 왕복편에 타지 못했다고 들었을 땐 어떻게 되나 싶었습니다.......
......어라? 저 분은 동행자 분인가요......?

미스트레아 :
아.....! 저는......

초로의 제관 :
아니요, 괜찮습니다...... 모습을 보아하니, 여기까지 오느라 시선이 신경쓰였을 테지요.
교전의 올바른 해석은 매일같이 설파하고 있지만......어떻게 해도 이해에는 개인차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 분들의 몫까지 무례를 사과하겠습니다.

미스트레아 :
앗, 네......정중한 사과 감사합니다.

메리나 :
익인 미스트레아야. 그녀에 대한 것도 포함해서, 최고 사제에게 지금까지의 보고를 하고 싶어.
알현 신청을 부탁할 수 있을까?

초로의 제관 :
물론이죠, 날개가진 아이여. 미스트레아 님은 내빈으로 등록하겠습니다.
그럼 수속을 할 테니 잠시 기다리세요......

메리나 :
잠깐 기다려.

초로의 제관 :
......왜 그러십니까?

메리나 :
이번엔 급해. 「위계의 쐐기(位階楔)」를 써.

초로의 제관 :
하아......위계의 쐐기를......?

미스트레아 :
위계의.....쐐기.....?

메리나 :
자신보다 계급이 낮은 사람의 알현 순서를 미루는 긴급 조치야.
위계의 권력으로 쐐기처럼 억지로 끼어들어서 위계의 쐐기지......
별로 쓰고 싶지 않지만 사태가 사태니까 이번엔 불가피해.

초로의 제관 :
메리나 공 치고는 드문 판단이네요.......

메리나 :
그 정도로 중요한 이야기라고. 부탁해도 되겠지?

초로의 제관 :
물론이죠.......잘 알고 있습니다.
현재 알현을 기다리는 사람은 조제 2명, 사제 1명, 총 3명입니다.
조제 2명을 뒤로 보내고 사제 다음으로 알현하는 게 제일 빠릅니다.

메리나 :
응......그럼 상관없어.

초로의 제관 :
그럼 수속하러 가겠습니다. 부를 때 까지 기다리세요.

미스트레아 :
역시 멜은 굉장한 분이군요.....

메리나 :
그렇지 않아. 내가 뒤로 보낸 건 조제 뿐이야.
애초에 최고 사제를 알현할 수 있는 건 제관 이상으로 정해져 있으니까.

미스트레아 :
조제.....? 제관......?

메리나 :
후훗...... 미스트레아.......
표정이 종잡을 수 없어하는 때의 알도 같은데?

미스트레아 :
그, 그런가요......?

메리나 :
.....뭐, 갑자기 그런 말을 들으면 모를 거야.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에 교회에 대해서 여러가지를 설명해 줄게.

미스트레아 :
네. 흥미롭네요......!
그것도 잘 기록해둬야 겠어요......!

메리나 :
그럼 부를 때 까지 근처에서 대기하자.
자, 노아...... 너도 같이 가야지?

노아 :
뀻 뀻!



클라르테 :
......그런데 프라이. 내 기억과 관련있는 장소란 게 대체 어떤 곳이야?

프라이 :
가면 바로 알 겁니다. 자, 이쪽입니다!



프라이 :
이 방입니다, 클라르테 공.

알도 :
여기가 클라르테의 기억과 관련있는 곳.......

프라이 :
네. 여기는.......
......클라르테 공과 제가 처음 만났던 예배당입니다.

클라르테 :
그렇군......

프라이 :
......그런데 데려오고 보니, 클라르테 공에게는 자극이 좀 강할 지도 모르겠군요.

클라르테 :
자극.....? 잘 모르겠는데......
......기억이 돌아올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괜찮아.

프라이 :
하핫.......배려를 해 주시다니. 그럼 들어갑니다......

알도 :
어......난 여기서 기다릴까 하는데.

클라르테 :
왜.....?

알도 :
처음에 만났던 곳에, 그 때 없었을 내가 있으면......
겨우 떠오를 기억이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잖아?

클라르테 :
듣고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
고마워, 알도. 뭔가 떠오르면 네게도 바로 알려줄게.

프라이 :
그럼 들어갑시다. 알도 공은 잠시 기다리시죠.

알도 :
기억이 없다라......어떤 느낌일까.
클라르테...... 뭔가 떠올렸으면 좋겠는데.

??? :
꺅----!!

알도 :
뭐지.....비명......!?
큭......로제타의 부탁이.......
......아니. 부탁받은 일은 클라르테를 혼자 두지 말라는 거였어......
클라르테를 부탁해, 프라이.....!



클라르테 :
이게 검을 가진 구세주의 조각상......
......의 잔해인가.

프라이 :
저도 뒤늦게 달려와서 메리나 공에게 전해들었지만......
이 구세주상은 클라르테 공이 낙하한 충격으로 파괴되었다는 모양입니다.

클라르테 :
낙하의 충격으로.....? 하핫......프라이 치고는 드물게도 엉뚱한 조크를 하네.
석상을 파괴할 정도의 속도로 떨어졌는데 상처도 없다는 건 내 마력 경도로는 상상할 수 없는걸.

프라이 :
......이건 조크가 아닙니다.

클라르테 :
음......
그 표정......아무래도 거짓말은 아닌 것 같네.
정말로 이전의 내가 이 조각상을 이렇게 끔찍한 모습으로......?

프라이 :
네.....석상의 파괴를 추궁할 의도는 없었습니다. 배려가 부족했나 봅니다......
사고니까 클라르테 공이 마음앓이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클라르테 :
............
......안되겠다. 역시 떠오르질 않아......

프라이 :
클라르테 공......
무리하게 떠올리지 마시죠.
떠올려야 할 때 떠올려야 할 것을 떠올릴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클라르테 :
고마워, 프라이......

프라이 :
그런데.....아직 이런 모습이라서. 은총의 감소가 심각해져서 명목뿐인 기도가 되겠네요.......
시간을 되돌릴 수있다면 당장에라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주고 싶지만.......

클라르테 :
시간을......되돌려......?



메리나
왜 갑자기 침묵하는 거야. 결정탑에 들어갈 거잖아?

클라르테 :
(탑에 들어가기 전......?)
(시간이.......돌아왔어! 어떻게든 힘이 닿은 건가......)

로제타 :
무서워졌다고 말해도 저희끼리 들어갈 거에요♪

클라르테 :
아, 아니......
(안돼. 함부로 그녀들을 말려들게 할 순 없어.....)
(그 탑지기.....요한이라는 남자는 누군가를 지키면서 싸울 정도로 빈틈이 있는 상대가 아니었어......)
(나 혼자 구해야 해. 그녀들의 신을......결정탑의 꼭대기에서......)




클라르테 :
(방금.......극히 단편적이지만 기억같은 게 보였어......)
(내 기억이라는 실감은 없어. 하지만 그 정보가 진실이라면......)
(이전의 나는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지금의 나처럼 모두를......)

프라이 :
왜 그러십니까, 클라르테 공......?
.....설마 기억이!?


클라르테 :
아, 아니.....아무것도 아니야.
(철회하자.....난 역시 혼자 결정탑으로 가야 해.)
(그들을 소중히 생각하니까......그 판단은 무엇보다도 바른 판단이었어.)
(양심을 파고드는 것 같아서 죄책감이 들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어......)
뭐라고 할까......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하는 내가 원망스러워서.
잠시 뒤돌아서 눈을 감고 있어줄래?

프라이 :
뒤......말인가요?
(......클라르테 공의 상태가 묘하다. 혹시 뭔가를 떠올리고 또 혼자 결정탑으로 갈 생각인가?)
(그럼 미리 넣어둔 금속판이 활약할 순간이란 건가.....!?)
좋습니다.....! 단번에 이렇게 휙 하고......!

클라르테 :
휙 하고.....?

프라이 :
아, 아니, 그.......
......아무도 안 보고 있잖아요. 울어도 좋다는 말입니다.

클라르테 :
고마워......프라이는 착하다니까.
(그 착한 마음을 난......)

프라이 :
(바로 습격하진 않는군......)
(지금은 사소한 말을 해서 방심했다는 걸 어필하고......)
그, 그나저나 클라르테 공......
구세주 상이 왠지 치르릴 공을 닮지 않았습니까?
.............
흠.......어디가 닮았냐고요? 그건 다리가 두 개, 팔도 두 개고.......
.............
그, 그리고...... 맞아요! 검을 가졌다는 점이 완전히 닮아서.......

??? :
으~~음......이거 치르릴 군이 일부러 보낸 게 아닌가?

프라이 :
......하핫, 분명 그렇군요. 이 조각상은 하나만 갖고 있으니......
......뭐야!?

요한 :
안녕하신가.....열혈 신부 군?
혼잣말이 재밌길래 그만 입을 열어버렸군.

프라이 :
요......요한 공.......

프라이 :
(뭣......클라르테 공은!?)

요한 :
왜 그러지? 꽤 당황했잖아.
동행자가 있지 않았나? 설마 먼저 두고 간 건가?

프라이 :
부, 부끄럽지만...... 그런 것 같습니다.

요한 :
자네가 언제나 대장에게 휘둘린다는 건 들었어. 일이라지만 서로 고생이 많아.
그나저나 열혈 신부 씨......
......그 후로 뭔가 떠올랐나?

프라이 :
............
떠오르다뇨......? 그게 대체 무슨 말이죠?

요한 :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방해를 했군. 난 이만 실례하지.

프라이 :
......휴. 간이 서늘해지는군......
기억 제거가 풀리지 않았는지 확인하러 온 건가......?
만약 「돌아오지 않았다」라고 대답했으면 나는......
......앗!
그보다 클라르테 공이......!
모처럼 옷깃에 금속판을 숨겨뒀는데......
......왜 저번처럼 힘으로 제압하지 않은 거지!?
그래도 다행이군.......이번엔 알도 공도 있으니까.
후후......클라르테 공. 그렇게 쉽게 혼자서 결정탑으로 갈 생각은 말도록......!



여자 :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알도 :
큰 일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그럼 난 이만.......
클라르테를 프라이한테 완전히 맡기고 말았네......
만약을 위해 바로 돌아가자. 클라르테의 상태를 생각하면 말썽은 일어나지도 않았겠지만......
......어? 저건.......
크, 클라르테......!? 혼자서 뭘 하려고......!
결정탑으로 가는 건가......? 당장 쫓아가야겠어!



클라르테 :
여기가 결정탑 입구구나......돌아온 기억과 다르지 않은 것 같네.
.............
......역시 목소리가 약해. 그래도 다른 곳에 비하면 꽤 선명히 들려.......
정말 오래 기다리게 했네. 여전히 내가 구해주길 바라고 있다면.....
......난 몇번이라도 네게로 달려갈게!
뭣......
......뭐지? 문이 안 열리잖아......!?

요한 :
(저 뒷모습은......!)
(잘못 본 건......아닐거야. 그럼 왜 살아있지?)
(자네는 내 손으로 확실하게.......)

클라르테 :
모두의 이야기로는 이 문을 연 건 분명 나였을 텐데......
기억을 잃은 게 원인인가? 아니면 역시 난 기억과 함께 중요한 무언가까지 상실한 건가......?
......아니. 더 단순한 문제인가. 나도 멍청하지.
한 번 침입을 허락했잖아. 봉인 술식을 바꿨을 가능성도.......

요한 :
..............
(......어쩌지? 한 번 더 직접 숨통을 끊어놓을까?)
(마침 엘의 사슬이라면 여기서......)

??? :
어이~ 클라르테......!

요한 :
(칫......들은 적 없는 목소리......무고한 교도인가.....?)
(냉정해지자. 여긴 사슬을 쓰기엔 너무 눈에 띄어.)
(......아무튼 발각되면 불리하니까. 일단 여기서 물러서자.......)



요한 :
.............
......내가 못 죽인 건가?
아니.....엘의 사슬로 전해진 숨이 끊기는 감촉은 확실했어.
의문점은 크게 두 가지. 은발 군은 결정탑의 문을 열지 못한 것 같은데......
술식을 바꾼 적은 없어. .......그렇다기보단 바꿀 수 없어.
두 번째는 기억을 지운 놈들과 은발 군과의 관계성인데.
그들이 교회로 돌아오고 거의 동시에 은발 군이 다시 나타났어......
우연같지 않단 말이야......
메를로 구로 간 신관의 보고에 은발 군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건 그 익인에게 시선이 집중되어서였나.......
.......뭐, 지나간 일은 됐어.
기억도 없어서 문을 열 힘도 없는 은발 군은 지금은 제쳐두자.
그것보다 신경쓰이는 건 날개가진 아이가 최고 사제에게 알현을 신청했다는 정보인데......
열혈 신부 군을 떠본 건 헛수고로 끝났지만......그놈들한테서 아무래도 수상한 냄새가 나.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자. 그 때 제일 먼저 할 일은........
......음. 우선 날개가진 아이의 의도를 저지하는 건가.......
그러려면 나도 알맞는 방법을 써야겠지.......
하아.......안되지. 정말로 내 대가 되고 나선 쉬운 일이 없어.......



알도 :
클라르테......! 프라이는 어디 있어!?

클라르테 :
......미안, 알도. 너희가 내 신변을 보호해 주려는 건 알고 있었어. 그래도......
......기억이 돌아왔어. 단편적인 기억에 불과하지만......

알도 :
기억이.....!? 정말!?

클라르테 :
이전의 내가 모두를 멀리하고 홀로 결정탑으로 올라갔던 이유......그걸 이해하고 말았어.

알도 :
역시 혼자 결정탑을 올라갈 생각이었어......?
(젠장......이러면 로제타가 말한 대로잖아.......)

클라르테 :
이해해 줘, 알도. 남들을 말려들게 할 순 없어.

알도 :
남이 아니라 동료잖아......!

클라르테 :
.....그렇다면 더더욱 안돼.
의지하고 싶은 상대가 의지해선 안 될 상대라는 걸 알게 된다면......알도는 어떻게 할 거야?

알도 :
그건......
......분명 의지하지 않겠지.

클라르테 :
.......그렇지? 알도와 나는 어딘가 닮았어.......
너라면 나랑 같은 결론을 낼 줄 알았어.......

알도 :
.......아직 말 끝난 거 아니야. 클라르테.

클라르테 :
응......?

알도 :
분명 나도 의지해선 안 될 상대에겐 절대 의지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건 그 상대가 진정한 의미에서 의지해선 안 될 상대였을 경우에만 그러겠지.

클라르테 :
무슨 말이야.....?

알도 :
의지해선 안 될 상대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니까.
......에덴을 구하러 가기 전에 말이야. 난 여동생 피네를 몇 번 씩이나 뿌리쳤어.
위험하니까 따라오지 말라고......그래도 피네는 결국 나 몰래 슬쩍 따라왔어.
모두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나도 아플 만큼 잘 알아. 하지만 마음은 막을 수 없어.
메리나도 치르릴도 프라이도 로제타도 미스트레아도....... 어쩌면 노아도 모케도......
......물론 나도. 그 때의 피네와 같아.
그러니까, 포기하고 처음부터 계산에 넣는 게 좋을 것 같아.
정말로 지켜야 할 때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게 최선이 아닐까.

클라르테 :
알도.......
......알았어. 잠깐 생각 좀 해 볼게.

알도 :
.............

클라르테 :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어쨌든 난 이 문을 열 수 없으니까.

알도 :
그래?

클라르테 :
우선 원인을 아는 인물을 찾아 볼 생각이야.
그 때까지 네가 한 말을 내 나름대로 곱씹어 볼게.



치르릴 :
프라이는 지금쯤 클라르테의 일격을 제대로 막았겠지......?

여자아이 :
왜 그래, 치르릴 언니?

치르릴 :
.......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검을 가진 구세주 활동 개시하러 가는 거야~!

여자아이 :
가는 거야~!!



치르릴 :
구세주 치르릴, 귀환한 거야~~!!

여자아이 :
귀환한 거야~~~~!!

노파 :
어머나.....치르릴 쨩! 어서오렴.

치르릴 :
할머니! 방금 막 온 거야~~!!

노파 :
호호호......모케쨩도 오랜 여행 수고했어.

모케 :
뀽뀽 뀨우~~!

치르릴 :
음~...... 모케는 항상 음식 주워먹고 낮잠만 자서 특별히 피곤하진 않을 텐데?

여자아이 :
앗......언니! 모케쨩은.......
구세주를 지키는 특별한 동물이잖아!

치르릴 :
.......헷?

여자아이 :
그렇지, 언니!
언니가 위험할 때 두둥~ 하고 커져서 구해주잖아......!

모케 :
뀨뀨웅~?

치르릴 :
어......그게.......

여자아이 :
발톱이나 이빨이 빠드득! 즈큐웅~~! 하는 느낌이지!?

모케 :
뀨루뀨루 뀨뀨웅~~?

치르릴 :
그......그렇다는 거야.......
모케의 정체는 구세주를 지키는 신수 모케폰타스인 거야!

모케 :
뀻.......
뀨뀨뀽뀨우!?

치르릴 :
(모케!? 이건 어디까지나 급조된 설정인 거야!)
(「그랬군!」이라는 식으로 눈 반짝여봤자 모케는 결국 그냥 모케인 거야~!!)

모케 :
뀨룻 뀨룻! 뀻뀨웅~~~~!!

치르릴 :
(불리한 때만 되면 전혀 들어주질 않는 거야......)

노파 :
어디......신수.....? 교전에 그런 기록이 있었니?

치르릴 :
힉......!
하, 할머니! 교전에는 누락된 부분......즉 아무도 모르는 기록이 있다는 거야!
거기에 신수에 대한 기록이 있......을 거야!

노파 :
......아무도 모르는 기록인데 치르릴 쨩은 어떻게 아니?

치르릴 :
히익......!!
치, 치르릴은 구세주니까 교전이 되기 전의 사실도 전~부 다 아는 거야!

노파 :
하하하.......잘 모르겠지만 치르릴 쨩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구나.

치르릴 :
그, 그렇다는 거야~~!! 아하하하하.......

여자아이 :
굉장해! 굉장해~!
나도 언젠가 나만의 신수를 만나고 싶어......!



치르릴 :
구세주 치르릴, 귀환한 거야~~!!

여자아이 :
귀환한 거야~~~~!!

대장간 아저씨 :
오, 치르릴 쨩! 잠시 내 말 좀 들어줘!

치르릴 :
흔쾌히 들어주겠다는 거야! 대체 무슨 일인 거야?

대장간 아저씨 :
사실 요즘 새 검을 만들어 봤는데......
치르릴 쨩이 꼭 감상을 말해 줬으면 해.

치르릴 :
흐응.....? 그 검이 뭐야?

대장간 아저씨 :
이건데......

여자아이 :
나도 보여줘~!
으음~~......잘 만들었네!

대장간 아저씨 :
하하하! 고마워, 꼬마 아가씨!

치르릴 :
분명 잘 만들어진 거야! 역시 치르릴의 애검을 만든 아저씨인 거야!
그런데......흠.......
......앗! 핑 하고 온 거야! 평소랑 만드는 방법이 다른 거야!?

대장간 아저씨 :
오옷!? 역시 알아주는구나?
역시 자칭 검을 가진 구세주의 환생이야!

치르릴 :
자칭은 왜 붙인 거야!?
그리고 검을 가진 구세주의 「검」은 구세를 위한 힘이란 거야!
뭐, 뭐어~ 치르릴은 관록이 붙게 하려고 진짜 검을 써서 수련하지만......

대장간 아저씨 :
하핫......알고 있단다!

치르릴 :
흥......인 거야!
그런데 이 검......이상한 문양이 보이는 거야......
이건 동방의 도의 특징인 거야!

대장간 아저씨 :
정말 잘 봤어......! 자, 신의 은총이 사라져서 좋은 철도 얻을 수 없잖아?
오래된 검을 몇 자루 녹여서 검 한 자루로 다시 만든 거야.

치르릴 :
그렇구나. 좋은 생각인 거야...... 하지만 이걸론 강도가 좀 모자란 거 아니야?

대장간 아저씨 :
그래......역시 있던 철로 만들면 잘 안되나 보다.
어디선가 좋은 철이 굴러 들어오진 않을까......?

여자아이 :
치르릴 언니, 역시 굉장해......!
아저씨가 하고 싶은 말을 바로 이해했어! 전기가 통하는 것 처럼!

치르릴 :
전......기.....?


로제타 :
바위가 번개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자력을 띄고 있어요.

클라르테 :
자력을 띈 바위......자철석.....이란 건가.



치르릴 :
그거......그거야......!

대장간 아저씨 :
음......? 설마 짐작가는 곳이라도 있니!?

치르릴 :
미답지의 동굴에서 찌릿찌릿한 자철광을 찾은 거야!

대장간 아저씨 :
뭐.....!? 그런 신비한 재료로 만들면 어떤 검이 되는 거지!?

치르릴 :
다음에 채굴해 오겠다는 거야! 시험해 보라는 거야~!!

대장간 아저씨 :
고마워라.....! 정말 고맙다, 치르릴 쨩!

여자아이 :
에헤헤......언니는 대장간 아저씨의 구세주야!




치르릴 :
구세주 치르릴, 귀환한 거야~~!!

여자아이 :
귀환한 거야~~~~!!

신관 :
치르릴 님......! 무사히 오셨군요!

신관2 :
어라...날개가진 아이는.....? 같이 안 왔나요?

치르릴 :
같이 돌아왔지만 지금은 잠깐 따로 행동하고 있는 거야.

신관2 :
그렇군요.
미답지를 답파했다는 소문도 있는데.......
두 분이 무사할지 저희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치르릴 :
후후훙~~!! 검을 가진 구세주만으로도 충분한데 날개가진 아이까지 같이 있으면......
미답지를 넘어오는 일 쯤은 식은 죽 먹기! 라는 거야!

신관 :
그 소문이 사실이었어요......!?

신관2 :
하지만......그럴 듯 해요.
치르릴 님과 메리나 님은 평소에도 호흡이 잘 맞는 신동 사이였으니까요......
어떤 문제가 생겨도 힘을 합쳐 대처할 수 있겠죠.

치르릴 :
뭐뭐엇......치르릴과 메리나는 그런 식으로 사이가 좋진 않다는 거야!

신관 :
하아......사이좋다는 말까진 안 했는데요.......

치르릴 :
그래도 그래도~ 확실히~? 치르릴은 검을 가진 구세주의 환생이니까~.......
.......날개가진 아이인 메리나가 헤롱헤롱대는 건 당연한 말씀이란 거야~~♪

여자아이 :
응! 날개가진 자는 구세주를 도와주는 게 일이니까!

치르릴 :
응응! 그런 거야!
미답지를 건너왔다고 메리나가 꼭~ 치르릴과 동고동락하고 싶다고 했으니......
우후후후훗! 치르릴은 정말 죄가 깊은 구세주인 거야~~!



치르릴 :
역시 검을 가진 구세주인 치르릴은 모두의 웃음에 빠져선 안 될 존재인 거야~~!!

여자아이 :
역시 언니랑 구세주 놀이하는 건 정말 즐거워......!

치르릴 :
그러니까 이건 놀이가 아니라니까!?

여자아이 :
에헤헤~~......!
나 어른이 되면 말이야! 치르릴 언니처럼 구세주가 될 거야!
그 때는......놀이가 아니라.......

치르릴 :
............
넌 지금도 어엿한 구세주님인 거야.
그러니......치르릴이 교회에 없을 땐 모두를 부탁하겠다는 거야.

여자아이 :
응.....! 나 힘낼게!
놀아줘서 고마워! 치르릴 언니!

치르릴 :
..........
......그렇구나. 모두들 사실은.......
그보다 너무한 거야. 놀이가 아니라고 몇 번 말해야 알아주는 거야......?
아무튼 일은 끝난 거야. 모케! 모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거야!

이단 심문관 :
......검을 가진 구세주의 환생인가.

이단 심문관2 :
저렇게 당당히 주장하고 다니다니......
자칭할 뿐만 아니라 순진한 어린아이에게까지 그 사상을 심는 것 같군.

이단 심문관 :
아무리 날개가진 아이와 맞먹는 신동이라지만......

이단 심문관2 :
은총이 사라져 가는 지금 이 시기에 그 이름을 사칭하는 자를 간과하는 건......

이단 심문관 :
.......신은 무른 존재가 아니라고.



최고 사제 :
..............
당신의 얼굴을 보는 건 오랜만이군요. 내일은 눈이라도 오려는 건지......
......탑지기 요한.

요한 :
은총이 사라지기 시작했으니 이곳에 눈이나 비는 쉽게 내리지 않을 겁니다......최고 사제님.

최고 사제 :
일부러 위계의 쇄기를 쓰면서까지 여기로 올 필요는 없잖아요?
최고 사제와 탑지기란 서로 등을 마주하는 것이 불문율.
......용건이 뭔가요? 간단히 말하세요......

요한 :
괜찮아요......시간 뺏진 않을게요.

최고 사제 :
흠.....이건......!

요한 :
날개를 진 자의 모습에 관한, 「소실되게 한」 기록 부분입니다.
이 부분이 새로 발견되었다고 공표하고 싶은데요......

최고 사제 :
선대 최고 사제에게서 존재는 들었지만......실재할 줄이야.
탑지기의 혈통이 지켜 온 교회 역사의 이면......저조차 내용까지는 모르고 있던 최고 기밀.......
일부라지만 공표한다는 행위의 의미를 모를 그대가 아니잖아요?

요한 :
그만한 사태란 겁니다. 이제 이 교회는......
한참 전에 한계를 맞았으니까요.

최고 사제 :
......알겠습니다. 간이 감정으로 돌아가죠.

요한 :
부탁합니다. 그 감정의 결과가 나오면......
......공식 견해가 하나 바뀔 겁니다.

최고 사제 :
이건 눈이 내리기보다......
......태풍이 될 것 같네요.



메리나 :
......아무리 그래도 너무 늦어.
우리 전에 들어간 사제격의 순서 대기는 1명 뿐이라고, 그렇게 말했잖아?

미스트레아 :
네. 그랬을 텐데요......
앗.....설마 저희를 부르러 오다가 길을 잃은 게 아닐까요!?

메리나 :
.......대체 그게 무슨 걱정이야?
평소엔 여기서 기다리면 다음 차례라고 불렀을 텐데......
......뭔 일이 있는 걸까. 확인하러 가자.



메리나 :
......이봐, 조제. 뭔가 예기치 못한 사태라도 생겼어?
우리 전에 들어간 예약은 사제 1명뿐이었을 텐데.

초로의 제관 :
아, 날개가진 아이여. 그게......
당신의 수속을 끝낸 후 생각도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메리나 :
생각도 못한 일......?

초로의 제관 :
......네. 사실 새로운 위계의 쐐기가 적용되었습니다.

메리나 :
뭐야.....!

초로의 제관 :
죄송합니다......자주 일어나지 않는 사태인데.......
......아무튼 조금 있으면 메리나 공의 순서가 올 겁니다. 즉시 확인하겠습니다.

미스트레아 :
위계의 쐐기라면 멜이 아까 사용한 제도......였죠?
자신보다 하위인 사람의 알현 순서를 뒤로 미룬다는......

메리나 :
응, 맞아......정확히는 사제 알현만이 아니라 여러 일에 쓸 수 있어.
다만, 자주 쓰이지 않아서 거의 잊혀진 제도일 텐데......

미스트레아 :
그건 이상한 이야기네요.......우연 치고는 너무 작위적이에요.

메리나 :
애초에 부제인 나를 뒤로 미룰 수 있는 사제는......

초로의 제관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전 분의 알현이 끝났습니다.
지금부터 최고 사제님께 가도 됩니다다만..... 준비는 되었습니까?

메리나 :
......고마워. 번거롭게 했네.
가자, 미스트레아.

미스트레아 :
네.....! 최고 사제님......긴장되네요!



최고 사제 :
잘 돌아왔어요......메리나 부제.
그리고 여기 아가씨도.

미스트레아 :
앗, 네.....! 미스트레아라고 해요......!

최고 사제 :
뭐, 그렇게 굳어있지 않아도 좋아요......편히 있으세요.
소문은 들었습니다. 미답지를 넘어왔다면서요?

메리나 :
네. 그 경위를 최고 사제님께 말하기 위해 왔습니다.
우선 배의 난파로 대륙 남쪽에 상륙하고 나서.......

......이상이 여기로 오기까지의 저희들의 행적입니다.
긴급 소집에 늦어서.......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최고 사제 :
그 건에 대해서는 묻지 않을게요. 사정은 잘 알았습니다.

메리나 :
그런데 최고 사제님......소집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최고 사제 :
흠.......
......그래요. 이 기회에 말할게요.
다른 제관과 대장에겐 사제 회의에서 이미 통지했지만......
......아르테스 구, 레나노 구의 멸망이 확인되었습니다.

메리나 :
예......?

최고 사제 :
배급하러 간 신관이 발견하고 조사한 결과 사실이라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메리나 :
그런.......

미스트레아 :
메를로 구같은 구교회권이 굶주림으로 사라졌다는 건가요.......?

최고 사제 :
......그래요.
부디 죄 없는 영혼들에게 신의 자비가 있기를......

메리나 :
............

최고 사제 :
신이 남긴 은총은 머지않아 바닥을 드러낼 겁니다.
저는 최고 사제로 임명된 십여년 전부터 쳬쇄적인 교회를 버리고 개방된 교회를 표방하며......
......중앙 대륙의 파르시팔 왕조와 계속 교섭해 왔습니다.
아시는 대로, 여러분 봉사부대의 파견도 교섭의 일환이죠.
모두의 힘을 통해 가능한 한 신속하게 일을 진척해 나갔지만......
......지원 물자의 도착은 안타깝게도 때에 맞지 못했습니다.
그들에게 가야 했을 물자는 다른 구교회권으로 배분되어서.......

메리나 :
그래서.......메를로 구로 가는 추가 물자가 그렇게 많이......?

최고 사제 :
.......많다고는 해도 올해를 견디고 남을 정도의 양도 아닙니다.
파르시팔 왕의 갑작스러운 실종으로 지원 조약 체결이 정체된 것이 최대의 요인이지만요......
......전 그걸 핑계로 눈을 돌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메리나 :
저희가 신을 찾지 못해서.......

최고 사제 :
날개가진 아이......아니, 메리나 부제. 당신의 부대의 봉사 이력은 다른 부대와 견줘도 명백히 뛰어납니다.
메리나 부대와 치르릴 부대......이 두 부대가 없었다면 이번 배급조차 수배할 수 없었겠지요.

메리나 :
그래도......

최고 사제 :
......메리나 부제. 사과해야 하는 건 저희 쪽입니다.
그 작은 어깨로 얼마나 큰 중압감을 견디고 있었을까요......
.......용서해 달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아니, 저희 어른들은 당신에게 용서받을 수 없어요......

??? :
......대화 중에 실례하겠습니다.

초로의 제관 :
간이 감정 결과가 나왔습니다. 역시......

최고 사제 :
......그런가요. 예상한 결과이긴 하지만요......

미스트레아 :
간이......감정......?

메리나 :
.............

최고 사제 :
......역시 전 용서받을 수 없는 운명을 진 인간 같네요. 이제와서 또 다시......
.......당신에게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말을 해야 하니까요.

노아 :
귯......!?

메리나 :
노아가 경계하고 있어......
대체 무슨 말이죠, 최고 사제님.....?

최고 사제 :
새로 발견된 교전의 일부분에 이와 같은 일문이 있었습니다.
「열두명의 날개가진 자를 사칭하는 자들은 신의 권속을 모방해 그 등에 한 쌍의 날개를 지고 있다」......
전에는 날개를 진 자들은 거인이 할퀸 흔적에 매장되었다......라는 구절로 해석되었죠......
지금까지 날개가진 자와 날개를 진 자의 모습에는 정설이 없었는데......
이를 통해 그 둘에게 실체가 있는 날개가 존재한다는 것이 공식 견해로 바뀌었습니다.

초로의 제관 :
그러니......미스트레아 씨. 저희가 당신에게 묻겠습니다.
당신이 날개가진 자라면 알고 있을 겁니다.......
.......우리의 신이 있는 곳을.

미스트레아 :
그건.......
......미안해요. 전 아무것도 몰라요.

초로의 제관 :
그렇......군요. 저희가 경솔한 질문을.......

최고 사제 :
날개가진 자는 신의 차원과 인간의 차원을 잇는 가교.......
......날개가진 자가 아니라면 저희는 당신을 날개를 진 자로 정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스트레아 :
...............

메리나 :
......당했어. 그 위계의 쐐기는 역시......


초로의 제관 :
......네. 사실 새로운 위계의 쐐기가 적용되었습니다.


메리나 :
애초에 부제인 나를 뒤로 미룰 수 있는 사제는......



메리나 :
......그래. 부제를 뒤로 미룰 사제는 탑지기밖에 없어......

미스트레아 :
탑지기.....!? 멜의 기억을 조작했다는......!?

메리나 :
......저항해도 소용없겠지. 좋아. 마음대로 해.

최고 사제 :
메리나 부제...... 아니......
......피의자 메리나. 그리고 날개를 진 자 미스트레아 양방에게.......
.......성식 처분이 결정되기까지 옥중에서의 구류를 내리겠습니다.

메리나 :
(......뒷일을 부탁할게. 너희들......)

노아 :
귯! 규귯--!!



여자 :
......그거 알아? 최고 사제를 알현한 부관이 구류되었다는 그 소문 말이야......

청년 :
아, 그거 들었어.....! 게다가 잡힌 건 그.......

로제타 :
......요한 씨의 계략이군요. 만만치 않은 상대인걸요.......
후훗.......그러면 드디어 저도 처신법을 다시 생각해야겠어요.
그렇게 정해졌으면 어서.......
치르릴 씨가 존엄한 희생을 치러줘야겠죠♪



치르릴 :
어라라......? 모두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 거야......!
뭐, 언제나 행실이 바른 치르릴이라면 벌써 합류했겠지만!

??? :
우후후......기분이 꽤 좋아 보이네요, 치르릴 씨?

치르릴 :
윽......이 등골이 싸~~해지는 느낌은......!

로제타 :
네 네. 싸~~한 로제타에요♪
치르릴 씨를 부르기 위해 왔답니다~

치르릴 :
부르러 온.....거야? 그렇다는 건 메리나의 알현이 벌써 끝났다는 거야?

로제타 :
글쎄, 과연 그럴까요......?
제가 치르릴 씨를 부르러 온 이유는 상상과는 달라요. 당신이 지금부터 갈 곳은.......
......우리의 심문실이니까요♪

치르릴 :
시, 심문실......!?
나쁜 농담 그만하라는 거야! 왜...... 치르릴이......

로제타 :
자신의 양심에 물어보세요. 이단의 뿌리가 마음 깊~숙히 뻗은 게 아닌지......♪

치르릴 :
로제타, 오해야! 치르릴이 검을 가진 구세주의 환생이라고 말하는 건.......

로제타 :
자각이 있는 모양이네요. 나머지는 심문실에서 대답하세요.
치르릴 씨? 신을 사칭하는 건 중죄니까.......
......확실하게 물어뜯어 줄게요♪

이단 심문관 :
칫......단죄의 사생아에게 선수를 뺏겼어......

이단 심문관2 :
저 여자애한텐 왠지 동정이 가긴 하지만.......

이단 심문관 :
흥......분하구만! 신의 은총이 사라져 가는 지금이 한창때라고 본 모양이지.
가장 가까이에서 다른 심문관을 견제하고 기회가 무르익으면 그 자리에서 낼름 베어가는 거야......

이단 심문관2 :
그렇군......단죄의 사생아라는 이명은 겉치레가 아니었어.



프라이 :
알도 공! 클라르테 공--!!
큭.....! 여기에도 없다는 건 벌써 결정탑으로......!?
이렇게는 안돼! 나도 바로 가야 겠어......!
뭐, 뭐냐 귀공은......?

??? :
..............

프라이 :
(호의적인 상대가 아니란 건 분위기로 알 수 있어. 하지만.....)
(이 프라이, 치르릴 공에게 받은 사명을 다하기 전 까지 여기서 잡힐 순 없다!)
이야~ 날씨가 좋네요~ 어때요? 여기서 잠시 하늘이라도 보면서 소소한 이야기를.......
(소매에 넣어둔 금속판이 아직 건재해! 자, 빈틈투성이인 뒷통수를 노리는 게 마지막이다......)
(뭣......또 한 명이!?)

??? :
...............

프라이 :
으......윽.......
으아아아아아악-----!?



클라르테 :
방금은......!

알도 :
그녀석, 클라르테를 놔두고 뭐 하는 거야......?

클라르테 :
그를 책망하지 마. 난 그의 착한 마음을 이용해 예배당을 빠져나온 거니까.

알도 :
그랬......구나.
아무튼 프라이가 있는 곳으로 빨리 가자. 뭔 일이 생겼을 지도 몰라!

클라르테 :
응......!

??? :
......기다려, 은발 군.

클라르테 :
이......목소리는......
......안되겠어. 떠오르질 안아. 어딘가에서 만났었나?

요한 :
그 반응......정말로 날 잊었군.
왠지 충격적이지만.......나한테는 아주 좋은 기회야.

클라르테 :
음......미안. 잡담할 시간이 없어. 이야기라면 나중에.......

요한 :
어이쿠...... 그러면 잡담은 그만두지.
나는 요한. 탑지기를 하고 있다. 자네는 내게 묻고 싶은 게 있지 않나?

클라르테 :
............!!

요한 :
미리 말해두겠지만 결정탑의 문은 봉인 술식을 바꿀 수 없어.
바뀐 건......자네 쪽이라고. 내게 죽었을 은발 군?

클라르테 :
......잠깐 기다려.
지금 날 죽였다고 말한 거지.....? 네가.....?

요한 :
그래. 업무의 일환이니까.......원한은 갖지 말아달라고.

클라르테 :
...........

요한 :
자네가 어떤 수작을 써서 살아있는 건지 내 나름대로 생각해 봤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네는 기억을 잃지 않았어.
자네는 이전의 자네와는 다른 존재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어.

클라르테 :
다른......존재.....?

요한 :
자네도 짐작이 갈 텐데. 어때? 이전에 비해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감각이라던가.......

클라르테 :
그, 그건......


클라르테 :
..............
.....왜일까? 이렇게 싸울 수 있는데......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몸에 힘이 안 들어가는 감각이 느껴지는 건......



요한 :
정곡을 찔린 표정이군....... 이거 엄청난 수확이야.
만약 내 가설이 맞다면 자네는.......
......원래의 자네가 절명하기 직전에 수정의 힘으로 복사된 존재일 거야.

클라르테 :
그럴 리가 없어......! 수정의 힘으로 복사할 수 있는 건 신의 은총뿐이라고 들었어......!

요한 :
그 말대로다. 인간은 수정의 힘으로 복사할 수 없어.

클라르테 :
기다려......그럼.....나는......

요한 :
그래.......반대로 생각해 봐. 복사할 수 있다면 자네는 신의 은총 그 자체인 거라고.......
그러니......
......이번에는 신의 그릇이 될 자로서 정중히 초대하지.
하늘의 성좌......수정탑 꼭대기로.



알도 :
......클라르테, 큰일이야! 프라이가 보이질 않아......
클라르테.....!? 어디로 갔지.....?

??? :
그게 사실인가......!?

알도 :
응......?

신관 :
응...... 최고 사제와의 알현 도중에.......

신관2 :
어떻게 된 거지......대체 무슨 죄로 그 날개가진 아이가 구류를.......

신관 :
등에 날개가 있는 여인을 데려왔는데 그 사람도 같이......

알도 :
(구류.....!?)
(날개가진 아이와 날개가 있는 여인이라면......메리나와 미스트레아잖아!)
제길......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프라이도 클라르테도 메리나도 미스트레아도 없어......
이럴 때 의지할 건.......

치르릴 :
치르릴은 치르릴인 거야! 검을 가진 구세주의 환생으로 불리고 있는 거야!

로제타 :
지극히 인축무해해요~ 이 안의 누군가를 심문실로 불러낸다는 건 지금은 생각하고 있지 않고요♪

알도 :
.............
......좋아! 로제타를 만나서 말해보자!



알도 :
로제타! 찾았다.....! 이런 곳에 있었구나......!

로제타 :
알도 씨......? 어떻게 된 일이에요. 안색이 이상한데.
이 심문실은 관계자 이외에는 출입 금지라고요?

알도 :
그건 미안......! 하지만 메리나랑 미스트레아가 최고 사제에게 구류당했어.......

로제타 :
어머. 알도 씨의 귀에도 들어왔군요.
침착하세요. 성급히 굴어도 상황은 호전되지 않는답니다?

알도 :
그, 그것도 그렇지......
......다행이다. 로제타는 역시 냉정해.

로제타 :
..............
하지만.......난처하네요. 저도 지금 매우 바빠서.......

알도 :
매우 바쁘다니......?

로제타 :
계속 눈여겨 본 감시 대상을 드디어 심문실로 불러냈다고요.
......신의 이름을 사칭하는 자를♪

알도 :
신의 이름을.......?
그런가......로제타는 교단의 가르침을 착각하는 사람을 인정시키는 게 일이니까.
이럴 때가 아니지......왜 나한텐 안 말한 거야.
하지만 이렇게 됐으니......치르릴에게 협력을 구해야겠어.
저기 로제타. 치르릴이 어디 있는지 알아?

로제타 :
어머......역시 너무 가까이 있으면 둔해지나 봐요.
알도 씨......진심으로 물어볼게요?
신의 이름을 사칭한 건......알도 씨도 잘 아는 분이에요.

알도 :
아니. 난 신을 사칭하는 사람이 아니라 치르릴을......
.................
......아니, 잠깐. 설마 로제타......

로제타 :
네.......그 설마에요.
치르릴 씨는 안쪽 방에서 반성하고 있어요.

알도 :
설마.......
머리가 못 따라가겠어.....로제타......왜 이런 때에 동료를 갈라놓는 거야......?

로제타 :
동료를 갈라놓는......건가요. 웃긴 말을 하는군요.

알도 :
응......?

로제타 :
이럴 때일수록......필요한 법이에요.
함께 미답지를 넘어 온 이상 저도 여러분과 한 패로 여겨지는 게 자연스러우니까.......
.......의심받을 거에요. 그냥 뒀다간 저까지 말이죠.

알도 :
그래서......이렇게 동료를 팔아넘기다니.......

로제타 :
.......착각하지 말아 주시겠어요, 알도 씨?
전 이 교회의 이단 심문관이에요. 이게 오히려 원래의 모습인걸요.
교회의 법, 교회의 규칙에 따라 교전의 내용을 오인하는 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죄를 인정하게 해 그 죄에 알맞는 죗갚을 치르게 하죠. 그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에요......
메리나 씨가 구류된 건 물론 가슴이 아파요.
하지만 그게 교회의 법이라면 전 거스를 수가 없어요.......
......거슬러서는 안돼요.

알도 :
......알았어.
로제타가 그렇게 말한다면......난 내 생각대로 움직이겠어.

로제타 :
아무런 힘도 되어주지 못해서 괴로울 뿐이에요.......
적어도 이 출입금지된 방에 알도 씨가 왔다는 건 못 본 걸로 해 드릴게요.
그럼 전 심문이 있으니 이만......

알도 :
.........
(로제타는 교회의 일원이니까 거스를 수 없다고 했어......)
(그건 즉......교회의 사람이 아닌 내게 맡기겠다는 의미일 거야.)
(의심받는 게 싫다는 것도 분명 뭔가 이유가 있어서겠지.....)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것 뿐일지도 모르지만......)
.......아니. 어려운 생각으로 골머리 앓는 건 나중에 하자.
로제타와 치르릴은 심문실......프라이와 클라르테는 행방 불명.......
......일단 목표로 삼아야 할 건 메리나와 미스트레아인가......
그 둘은 어디에 구류되어 있는 걸까......?
어떻게든 말해야 해......!


알도 :
큭......메리나도 미스트레아도 어디에도 안 보여......!
역시 이 안에 있는 감옥 안이 유력하겠지......
저건 교대.....? 저 틈을 노리면......
......될 리가 없지. 연극처럼 될 리가 없잖아......

노아 :
뀻 뀻.....!!

알도 :
우왓! 노아.....!?
(아차! 놀라서 소리가.....)

신관 :
......흐! 거기 누구 있습니까?
거기 뒤에서 뭐 하고 있습니까? 수상한데요......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세요. 난폭하게 굴고 싶지 않으니까요.
음......! 그 차림새는......

알도 :
아니...난 별로 수상한 사람이 아니야......!

신관 :
......설마 귀공은 메리나 공과 함께 미답지를 넘어왔다는 그 사람인가요?

알도 :
어.....?
당신.....날 알고 있어?

신관 :
메리나 공이 귀환했다고 듣고 상태를 보러 갔을때 당신을 본 기억이 있으니까요.

알도 :
그런가......아무튼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라 다행이다.
메리나는 그......감옥 안에 있는 거지?

신관 :
......네. 그리고 전 감시역입니다.
관계자와 비관계자를 가리지 않고 접촉을 금지시키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알도 :
그런가......그렇다면 만나긴 어렵겠네. 당신에게도 폐가 갈 거고......
역시 프라이랑 클라르테를 먼저 찾을 수밖에 없겠어......

신관 :
......잠시만요.

알도 :
응......?

신관 :
어서 들어가세요. 메리나 공을 구해주셨으면 합니다......
전 예전에 메리나 공의 부대에 배치되었었죠.
사정이 있어 지금은 다른 부대에 있지만...... 메리나 공의 고결함은 잘 알고 있습니다.

알도 :
하지만 지나가게 해줬다가 만약 들키면......

신관 :
......신은 사라진 지금도 어딘가에서 지켜보실 겁니다. 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만약 이 일로 신이 절 벌한다고 해도......
......그 고통은 제 긍지가 될 겁니다. 기쁘게 몸으로 받아들일 겁니다.

알도 :
......알았어. 고마워, 신관님.

신관 :
신의 인도가 있기를......



미스트레아 :
알.....!

프라이 :
알도 공.....!

메리나 :
......어라, 알도. 안색이 이상한데 무슨 일이야?

알도 :
.....메리나! 미스트레아! 그리고 프라이까지.....!
모두 여기 잡혀 있었구나......

노아 :
뀻 뀻!!

알도 :
......말해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뭐든 좋아. 아는 걸 다 알려줄래......?

메리나 :
그들은......우리를 이단으로 인정할 생각이야.

알도 :
이단으로 인정한다고.....!? 왜 갑자기 그런 걸......
애초에 이단이란 본인이 인정하지 않으면 이단으로 정할 수 없는 거잖아......?

메리나 :
분명 그렇긴 한데...... 왜 네가 그걸 아는 거야?

알도 :
동굴에서 모닥불 피우고 있을 때 로제타랑 클라르테가 말해줬는데?

메리나 :
흠......좀 의외네. 넌 기억력이 좋구나.
하지만......이번만은 그 법칙이 맞지 않겠지. 아마......아니, 분명.

알도 :
무슨 말이야......?

메리나 :
특별 조치를 허가하는 법이 존재하거든. 최고 사제 또는 제관의 과반수 이상의 허락이 필수적이지만.
심문관 10여명 중 과반수가 이단이라고 판단하면......
본인의 인정 여부와 상관없이 이단으로 인정할 수 있어.
......그게 「신하 칙정」이야.

프라이 :
신하 칙정.....!?
말도 안 됩니다......요 수십년 동안 고작 몇 번 밖에 없었던 특별법 중의 특별법이잖아요.....!?

메리나 :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야.
이번 소동의 중요도......그리고 타이밍을 감안하면 말이지......

미스트레아 :
저희가 최고 사제님을 알현하기 직전에 누락되었다는 경전의 일부가 새로 발견됐다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마치 의도하고 있었다는 듯이, 저희들이 알현하던 중에 그게 해독되었죠.
그 기록에 따르면 날개를 진 자가 날개가진 자를 따라해 등에 날개를 지고 있다는 것 같았어요......

메리나 :
......날개를 갖고 있으면서 신에게 가는 길을 제시하지 못한 미스트레아는 필연적으로 날개를 진 자로 판단되었지.
자세한 경위는 생략하겠지만......상황을 생각하면 우리가 알현하기 전에 최고 사제를 알현한 건 그 탑지기야.
그가 소실되었던 교전의 일부를 최고 사제에게 보여줬다고 생각하는 게 안타깝지만 제일 상황에 맞으니까......
.......정말 감쪽같이 당했어.

프라이 :
......이런 식으로 우리 교회의 교전과 익인의 마을의 전승을 부합시키다니.....

미스트레아 :
네......그 때문에 저와 같이 있던 멜까지......

알도 :
그런 건 그냥 핑계잖아.....!
짜고 치는 거야! 미스트레아가 교회에 온 타이밍에 그런 사료가 나타난 건......!

메리나 :
작위적이라고 느끼는 것도, 운명이라고 느끼는 것도......인간의 마음 중 하나야.
얼핏 보면 밝게 행동하는 사람도, 신의 은총이 사라져서 실제로는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겠지.
특정한 누군가를 방패삼아 죄의 소재를 그 개인에게 몰아넣는 거야......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땅의 사람들은 견디지 못해.

알도 :
그런 식으로.....? 지금까지 날개가진 아이라고 다들 떠받들였으면서.....?

메리나 :
......다 그런 거야. 기대가 커지면 커질수록 때의 돌아섰을 때의 실망 또한 큰 거지.
내가 여전히 신을 찾지 못한 건 사실이기도 하고......

프라이 :
............

메리나 :
그 요한이 대체 어디서 교전의 누락된 부분을 찾아낸 건지 아무 짐작도 안 가지만.......
......지금 이 상황이 현실인걸.

알도 :
난......
......나는 모두가 붙잡힐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걸 알고 있어.
저지르지 않은 죄로 잡혔다면 탈옥을 도와주고 싶어.

메리나 :
...........
......고마워, 알도. 마음만 받아둘게.

알도 :
메리나......!

메리나 :
여기서 도망치는 행동은......이 땅을 구원하기 위해선 저지를 수 없어.
악법 또한 법이야......그 안에서 싸우지 않는다면 신용을 얻을 수 없어.
그게 교전의......신의 선택이라면 달게 받아들일 거야.

알도 :
하지만......이 땅에 신은 더 이상 없잖아!?

메리나 :
알도......넌 정말 상냥해.
......고마워.

신관 :
......준비가 끝났습니다. 대성당으로 이동해 주세요.

알도 :
기다려! 메리나......

신관 :
......죄송하지만 외부인 분은 물러나 주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메리나 공 스스로가 도망치지 않겠다고 말했으니......그걸 존중할 것입니다.

노아 :
뀨웃......!

메리나 :
노아......
만약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넌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가.
잘 있어......

알도 :
메리나......다들......



초로의 제관 :
......모두 모였군요. 정숙하시길 바랍니다.
우선 여기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이르지만......기쁜 소식과 슬픈 소식이 있습니다.
그럼 최고 사제님.......

최고 사제 :
.....먼저 기쁜 소식부터 말하겠습니다.
......우리 교전 중 오랫동안 누락되었던 부분이 발견되었습니다.
그 부분에는 이와 같은 문구가 있었습니다.
「열두명의 날개가진 자를 사칭하는 자들은 신의 권속을 모방해 그 등에 한 쌍의 날개를 지고 있다」......
아시는 대로 날개를 진 자들이 거인이 할퀸 흔적에 매장되었다......라는 문구로 해석되었었죠.
날개가진 자와 날개를 진 자의 모습에는 지금까지 정설이 없었고, 날개는 높은 마력의 비유로 여겨졌는데.......
이 발견을 기점으로 그 둘에겐 실체가 있는 날개가 존재한다는 해석을 공식 견해로 보고 있습니다.

청중 :
실체가 있는 날개......그럼 날개가진 아이는......?

청중2 :
나 들었어......! 그 날개가진 아이가 실체가 있는 날개를 가진 여인을 데려온 걸......!
그 사람이 날개가진 자라면 드디어 신이 계시는 곳을......!?

최고 사제 :
.......안타깝게도 그 부분부터가 슬픈 소식입니다.
날개가진 아이가 알현할 때 익인을 동석시킨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그 자는 신이 계시는 곳을 전혀 모릅니다.......

청중 :
날개가 있는데도 신이 계신 곳을 모른다고......?

청중2 :
신에게 가는 가교가 아니라면 그걸 흉내내는 날개를 진 자......악마라는 거잖아......

최고 사제 :
그 자가 신의 권속인지 악마인지......그걸 판단하는 건 인간의 분수에 넘칩니다.
신의 이름으로 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신하 칙정 제4호. 여기서 개정을 선언합니다.
피의자, 그리고 신의 뜻의 대행자인 이단 심문관은 앞으로!

초로의 제관 :
정숙하십시오......!!
......그럼 제1심문관. 피의자에게 심문을 시작하십시오.

제1심문관 :
......피의자 메리나에게 묻습니다.
스스로를 날개가진 아이라 사칭하며 그 지위를 분수에 맞지 않게 높힌 동기를 말하십시오.

프라이 :
스스로.......사칭을......?
......네놈! 메리나 공이 얼마나 그 이름을 무겁게 여기는 지 아느냐......!

메리나 :
.......진정해, 프라이. 심문받는 건 나야.

프라이 :
큭......

메리나 :
......날개가진 아이라.
미안하지만 단 한 번도 스스로 자칭한 기억은 없는데.

제1심문관 :
그렇군요.......분명 그 이름의 출처는 길러준 부모인 사교였다는 조사와 일치합니다.
그럼 그 사교도 같은 죄겠군요. 나중에 소환할 필요가 있겠지요......?

메리나 :
그래......그게 너희 심문관의 방식이잖아.
(그 사람을 내 일에 말려들게 할 순 없어......)
......좋아. 내가 사교님......길러주신 부모님을 속인 거야.
그리고 날개가진 아이라고 불리면서 온갖 혜택을 받아온 거지. ......그 분에게 죄는 없어.

미스트레아 :
멜......!?

제1심문관 :
과연......그렇습니까. 제 심문은 이상입니다.

초로의 제관 :
......그럼 제1심문관. 이단으로 생각한다면 피고인의 우측으로.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좌측으로 이동하세요.

제1심문관 :
외람되지만 이단으로 판단했습니다.

초로의 제관 :
......다음 심문을 시작하죠. 제2심문관......앞으로!



로제타 :
......바깥이 꽤 소란스러워졌네요.
하지만 안심하세요. 이 심문실은 심문을 하고 있는 한, 거의 치외법권인 곳이니까요.
천~천히 기다리자고요♪

치르릴 :
.............

로제타 :
자, 치르릴 씨.....슬슬 말해 주실까요?
당신이 언제나 검을 가진 구세주의 환생이라고 자칭하는.......그 진의를요.

치르릴 :
......진의같은 거 없다는 거야. 보이는 게 전부야.

로제타 :
숨겨봤자 시간 낭비라고요? 오늘은 전부 낱낱히 파헤쳐 드릴테니까요♪

치르릴 :
......흥! 이런 햇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서 낱낱히 파헤쳐봐야 아무것도 없다는 거야.
처음부터 없는 걸 찾아봐야 쓸데없이 시간 날리는 거야......!

로제타 :
음~ 이거 심문하는 맛이 있겠네요......
그럼 질문을 바꿀까요.
치르릴 씨는 왜 자신의 신이 숨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치르릴 :
......환생하기 전의 일은 잘 기억나지 않아.

로제타 :
그렇군요......그럼 외람되지만 제 견해를 말하도록 할까요......
구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서 그런 거 아니겠어요?

치르릴 :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로제타 :
그렇게 노려보지 마세요. 정당성이 있는 사고의 흐름을 제시한 것 뿐이니까요......
게다가 이때까지 은총을 선사하고 구제해 온 걸 갑자기 내팽겨치고 사라졌잖아요?
보통은 가망이 없어 포기했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죠.
.......하지만, 이렇게도 생각하고 있어요.
신이 그렇게 판단했으니.......환생인 치르릴 씨도 같은 결론을 내도 되는가.....말이죠.

치르릴 :
...........

로제타 :
.....어때요? 구원의 가치가 없지 않나요?
치르릴 씨의 진의를 조금도 알아주지 않는 민중 따위.....♪

치르릴 :
그렇지 않아.....!
모두.....언젠가 꼭 알아 줄 거야! 그러니......
......앗!!

로제타 :
어라? 이상하네요.....? 아까는 진의같은 거 없다고 말했잖아요♪

치르릴 :
로제타.......너.....!

로제타 :
후훗......그럼 다음 질문이에요♪
치르릴 씨는 언제부터 검을 가진 구세주의 환생이라고 자칭하기 시작했나요?

치르릴 :
......기억 안 나!

로제타 :
그런가요......그럼 이건 제 직감인데요.......
메리나 씨가 이 교회에 오고 나서부터가 아닌가요?

치르릴 :
.......!!
어떻게 알았어......? 설마 알도한테......!?

로제타 :
그러니까 직감이라니까요......♪ 그렇게까지 메리나 씨를 의식해서 말하고 다니니 다 들킨 거죠.

치르릴 :
치르릴은 메리나를 의식하지 않.......

로제타 :
.....후훗. 그럼 또 물어볼게요, 치르릴 씨?
그 메리나 씨가 구류되었어요. 신하 칙정이 적용된 모양이더군요.

치르릴 :
신하 칙정.....!? 메리나가!?

로제타 :
지금 한창 개정되고 있을 때라고요.
게다가 교전의 누락된 부분이 발견된 모양이라서.......
날개가진 자와 날개를 진 자에게 실체가 있는 날개가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된 것 같더라고요.
미스트레아 씨는 날개를 갖고 있으면서도 신이 있는 곳을 몰라서......
그녀와 알현실로 동행한 메리나 씨는 최고 사제에게 악마를 데려온 거나 마찬가지가 된 거죠.

치르릴 :
그런 게......!

로제타 :
메리나 씨의 죄가 인정되면 다음에 불똥이 튈 상대는 같이 여행한 치르릴 씨와 제가 되겠죠.
하지만 안심하세요. 이 심문실에 있는 한......
.....당신의 안전은 보증되어 있으니까요♪

치르릴 :
......엣?
보증되어 있다니......무슨 말이야......?

로제타 :
말 그대로의 의미에요~ 지금 당신의 담당 심문관은 바로 저니까요......♪
반대로 보면 이 심문실에 있는 한, 타인이 손댈 수 없다는 뜻이 되죠.
그리고 당신을 붙잡아 두면 제게 오는 의심이 많이 풀리는 게 현실이잖아요.
어때요......? 이 틈에 여기서 나가고 싶진 않나요?
심문실에 예전부터 존재했던 비밀통로를 쓰면 바깥으로 탈출할 수 있어요.
저도 혼자선 허전하단 말이에요. 나쁜 이야기는 아니죠.....?

치르릴 :
로제타......그렇게.......
......하겠다는 거야.

로제타 :
그런가요......♪ 그럼 어서 이 교회에서 탈출을.......

치르릴 :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로제타? 착각하지 말라는 거야.
치르릴이 하겠다는 건 단순히......
.......여기서 빠져나가는 것 뿐이야!
치르릴이 나가는 건 심문실 뿐! 바깥으로 도망칠 거면 로제타 혼자 호다닥 도망치면 되는 거야!

로제타 :
어머나.....? 그럼 곤란해요, 치르릴 씨.
당신은 이 단죄의 사생아에게 한창 심문당하고 있잖아요?
안전의 보증마저 버리고 어디로 가려는 거죠?

치르릴 :
건방진 거야.....! 치르릴이 지금 받고 있는 건 신하 칙정이 아니라 단순한 심문!
그럼 치르릴만 인정 안 하면 이단 인정은 불가능하다는 거야!
치르릴은 구세주의 환생! 그래도 이단은 아니야!!

로제타 :
어머나......정말 말이 막 나오네요.....♪

치르릴 :
막말이지만 이게 로제타가 알고 있던 진의인 거야.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메리나가 있는 대성당에서 마음대로 물어보라는 거야!

로제타 :
그런가요......대성당에서......

치르릴 :
구세주의 환생으로서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방치할 수 없다는 거야!
로제타도 성직자라면 같이 가자는 거야!
그리고......치르릴보다도 의심받지 않는 입으로......도와달라는 거야.
......믿고 있었던 거야. 로제타가 의심받지 않도록 처신했던 건.......
.......만약의 때에 모두를 돕기 위해서라는 걸.

로제타 :
......너무 과한 평가군요.

치르릴 :
응......?

로제타 :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아.....치르릴 씨는 변함없이 곤란한 사람이에요!
하지만......후훗♪ 그렇게까지 말해주니 어쩔 수 없죠.
도망칠 것 같으면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이단이라는 것을 정말로 인정시킬 생각이었는데......
......그 각오에 동참하겠어요. 대성당까지 같이 가죠!



알도 :
부탁이니 비켜줘.....! 동료들이 위험해!

신관 :
아니 그러니까......저흰 외부인을 들이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니까요.
계속 난리 피우시면 경비를 부르는 수가 있어요.......

알도 :
경비.....!? 그럼 메리나의 입장이 더......
제길......난 아무것도 못 하는 건가......?

??? :
평소답지 않은 발언이네요, 알도 씨?

알도 :
로제타.....! 그리고 치르릴도......!

모케 :
뀽 뀨우~~!

알도 :
하핫......모케도 왔구나!

치르릴 :
치르릴은 외부인이 아닌 거야! 비키라는 거야!

신관 :
하지만.......지금 한창 심문 중인 거 아니었어요.....?

치르릴 :
치르릴은 결백한 거야! 그걸 증명하러 온 거야!

신관 :
하아......어떻게요?

로제타 :
이렇게요♪ 저도 기대하고 있어요~
자......당신도 도와주셔야죠, 알도 씨? 잠깐 귀 좀 빌려주세요.

알도 :
어, 응......
......알았어! 그럼 나도......!

신관 :
좀 곤란한데요.....아무리 로제타 씨라도......

로제타 :
어머, 안되나요......? 사건의 전말을 말할 중요 참고인인데......

신관 :
......그렇다면야. 단......
......만약 무슨 일이 있다면, 로제타 씨.
당신의 입장상 무사히는 안 끝날 겁니다.....?

로제타 :
네. 걱정해 줘서 고맙네요♪

신관 :
......아. 넌 안돼.

모케 :
모"옷......!?



초로의 제관 :
이단 심문관 10명......만장일치로 유죄입니다.
최고 사제님의 생각을 들을 필요도 없었군요.......
메리나 공......
......아니, 수형자 메리나. 형량에 대해선 나중에 통지를......

??? :
잠시만 기다리라는 거야--!!
이건!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잘나신 어른들이 잘난 입으로 말하고 있는 거야!

메리나 :
치르릴......?

미스트레아 :
로즈......!

프라이 :
알도 공.....!!

치르릴 :
흥! 너희 때문에 메리나의 무뚝뚝한 표정이 반이나 더 무뚝뚝해 진 거야!
한 번 더 묻겠는데......대체 이게 뭔 상황인 거야?
메리나가 교회에 오고 나서 계속 날개가진 아이 타령을 해 놓고는......
갑자기 불리해지니까 다 모여서 몰매지를 하는 거야!?

초로의 제관 :
치르릴 공.......말이 지나치니 주의하시길.

치르릴 :
흥.....! 최고 사제 앞이라고 눈치나 보고 있는 거야?

초로의 제관 :
그런 게 아닙니다. 이곳은 지금 신하 칙정이 열리는 곳......신의 눈 밑이나 마찬가지인 곳입니다.
여러분이 수형자와 같이 여행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부디 자애가 있기를......

치르릴 :
신의 눈 밑......? 훗......헛소리인 거야.
신은 이 치르릴! 검을 가진 구세주는 여기 있으리! ......라는 거야!!

초로의 제관 :
...............

메리나 :
................

이단 심문관 :
.................

최고 사제 :
..................

치르릴 :
그 신이......심의의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거야! 어서 철회하라는 거야!

이단 심문관 :
누, 누가 저 폭탄녀좀 어떻게 해 봐......!
이단같은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잖아.....!?

로제타 :
후훗......여러분의 표정도 최고네요.....♪

최고 사제 :
.....치르릴 조제. 정해진 일은 정해진 일입니다.
이 신하 칙정은 심문관의 다수결을 포함해 신의 뜻으로 보고 있습니다.
로제타 심문관이 가진 한 표에 기대를 할 수도 없죠......

이단 심문관 :
공교롭게도 결과는 만장일치야.
......아무리 단죄의 사생의의 표라고 해도 한 표는 단지 한 표일 뿐......!
10 대 1은 계란으로 바위 깨기! 이제와서 뒤집는 건 불가능해!

로제타 :
음~......여러분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정하는 건 마음대로지만 제가 한 표를 쓰는 건.......
......「유죄」인 쪽이라고요?

이단 심문관 :
뭣......무슨 말이야!?

로제타 :
네. 알아요. 이건 여러분이 의논에 의논을 거쳐서 만들어 낸 결과라는 걸요......
천학비재인 저는 생각을 말하는 것도 힘들죠......!
다만, 그런 저라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으니 귀를 기울여 주시죠......♪

초로의 제관 :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최고 사제님......?

최고 사제 :
......좋습니다. 듣지 않을 수도 없으니까요.

로제타 :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미스트레아 씨는 날개를 진 자가 아니랍니다?

미스트레아 :
네.....!?
(저, 날개를 진 자가 아니었던 건가요.....!?)

로제타 :
이 의논은 애초에 그녀가 날개를 진 자라는 전제를 기초로 성립된 거죠......
가장 중요한 여러분의 고증은 어디에 있죠?
혹시나 하는 건데......
신이 계신 곳을 모르면 날개가진 자가 아니다......즉 날개를 진 자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정한 거 아닌가요?

초로의 제관 :
...........

최고 사제 :
......그럼 묻겠습니다. 날개가진 자도, 날개를 진 자도 아니라면.......
......그녀는 대체 무엇이죠?

로제타 :
간단한 이야기죠. 그녀는 날개를 진 자......
......의 자손입니다.

이단 심문관 :
자, 자손......!?

신관 :
분명 그럴 지도 모르지만......그렇게 말해서 뭐가 바뀌지?

로제타 :
어머나......여러문, 잊으셨나요?
저희 모~두 사이좋게 죄인의 자손이라는 걸요.
제가 유죄에 표를 던진 건 바로 이것 때문이에요♪
미스트레아 씨를 날개를 진 자라고 추궁한다면......그와 마찬가지로 저희는 죄인으로 추궁당해야 하죠.
안 그러면 한 입으로 두 말 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고도 미스트레아 씨를 날개를 진 자로 부를 각오가 있다면 메리나 씨도 유죄겠죠.
단, 모두 같은 이유로 저희 또한 유죄가 되는 거에요.
평등하게 감옥으로 들어가자고요~♪
......하지만 감옥 수가 모자라거든요. 교회를 감옥으로 바꿔야 하려나?

이단 심문관 :
이......이의 있다......!
새로 찾아낸 누락된 부분에는 이와 같은 기록도 존재한다.......
바로 「날개를 진 자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모습이 변치 않는다」......다!
그녀가 엘프족으로 대표되는 장명종일 가능성을 부정하는 사료가 없는 이상, 그녀가 자손이라는 건.......

로제타 :
있는데요? 부정하는 사료가......

이단 심문관 :
뭐......!?

로제타 :
그녀들 익인은 인간과 거의 같은 주기로 세대가 바뀌는 생물이죠.......그건 이미 확인이 끝났어요♪
근거는......그녀의 마을에 있던 「깃털무덤」이에요.

알도 :
깃털무덤......?

로제타 :
깃털무덤이란 익인의 장례식에서 고인의 깃털을 한 가닥 봉납하는 장소에요.
그 안에서 거의 천 가닥을 넘는 깃털을 확인했죠.
수십명 규모의 마을에서 그런 수의 깃털이 있다면......상당한 세대 교체를 거듭했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거에요.

미스트레아 :
로즈.....!? 보지 말라고 했잖아요!

프라이 :
나와의 약속도 가볍게 깬 건가!?

로제타 :
앗......미안해요♪ 직업상 거짓말을 해서라도 진실을 잡아야 해서 말이죠......
그에 비해......저희 교전의 역사는 약 수백년 규모......
익인의 선조가 날개를 진 자라면 반대로 그 세대 교체의 빈도가 보증된다......라는 거죠♪

이단 심문관 :
하지만......그 깃털이 전부 다른 익인의 깃털이라는 건.......

로제타 :
하아......끈질기시네요.
지금까지 인간과의 접촉을 끊었던 익인들이 왜 위장 공작같은 행동을 하겠어요.
조금은 머리를 써서 생각 좀 하세요. 네.....?

이단 심문관 :
힉......!

로제타 :
미안해요......너무 오래 말해서 그만 진심이♪
뭐 그건 그렇고.......익인의 깃털에는 「우문」이라는 게 있거든요.
동일 개체는 어떤 깃털이든 우문이 같지만 다른 개체와는 깃털이 완전히 달라요.
깃털무덤의 우문과 마을 사람들의 우문......적어도 모두 다 달랐어요.
물론 혈연이 이어진 사람들의 우문에도 명확한 차이가 있으니 신빙성은 나름대로 충분하고요♪
만약 이게 거짓말이라고 생각되면 스스로의 눈으로 확인하러 가는 게 어떨까요?
기쁘게 안내할게요,. 마물이 득실대는 떠들썩한 길을요♪

이단 심문관 :
으.......

신관 :
그걸로......
......그걸로 논파할 생각인가!

신관2 :
단죄의 사생아.....! 우리는 자신의 부모를 팔아넘긴 마녀에게 쉽게 동조하지 않는다!

로제타 :
..............

신관2 :
방금 한 발언도 헛소리야! 증거가 있을 리가 없어.....!

신관 :
최고 사제님.....! 현혹되지 말고 냉정한 판단을.......

치르릴 :
입다물어----! 라는 거야!!

신관3 :
너, 너야말로 입 다물어! 넌 자신의 행동을 반성한 적 있어!?
망언만 해서 상대를 안 해줄 뿐이지, 구세주를 사칭하는 행동은 이단 그 자체다.....!
부모를 팔아넘긴 마녀와 이단 조제의 말에 귀기울일 녀석은.......

최고 사제 :
버디스 조제......

신관3 :
예......?

최고 사제 :
.......말은 신중히 하세요. 상대가 누구든 해도 될 말과 안 될 말이 있습니다.
이곳은 신의 눈 밑입니다. 잊으셨습니까?

신관3 :
이, 이건......엄청난 무례를.......

치르릴 :
치르릴은......
......치르릴은 검을 가진 구세주를 사칭하지 않는 거야.

이단 심문관 :
이 기회를 틈타서 무슨 짓을......!

치르릴 :
메리나에게 들려주는 건 굴욕이지만......어쩔 수 없어.
너희는 메리나를 써먹기 좋은 우상으로 계~속 추앙해 왔어.
날개가진 나이 타령을 하면서.......자기들 원하는 대로 해 왔지.
메리나는 바보니까......
......바보인데다 엄청난 노력가니까 너희 말에 묵묵히 따른 거야.
그런데.......오늘 이 상황이 일어나다니......
이게 치르릴이 계속 두려워 한 건데......
.......그리고 검을 가진 구세주라고 자칭하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한 건데.

이단 심문관 :
...............

치르릴 :
보이지도 않나 보네. 어른들의 기대를 저 작은 어깨로 위태롭게 짊어지는 모습이......
모두, 모두, 모두가! 메리나에게 부탁만 하고......계속해서 기대기만 하고......
그래서 치르릴만은......메리나를 도와주자고 생각한 거야.
날개가진 아이보다 더 위에 있는 존재가 있다면 조금은 부담을 덜 수 있겠지......하면서.
결과는 비웃음만 사서 별로 의미도 없었지만......

메리나 :
치르릴......

치르릴 :
치르릴은 검을 가진 구세주의 환생.......
치르릴은 스스로의 힘으로......검으로.....! 사람들을 구원할 거야. 새로운 구세주가 될 여자란 거야.
그런데 치르릴은 참 궁금한 거야. 왜 모두가 자신을 검을 가진 구세주라고 하지 않는 거야?
이제는 없는 신에게 매달리고......어린아이에게 의존하고......
그걸로 정말 만족하는 거야?
매달리기만 하고......빌기만 하고......누군가에게 자기 생각을 떠넘기기만 하고......
그래서는 이미.....끝난 거나 마찬가지야.
이 땅을 구원하려면 모두가...... 한 명 한 명이 구세주가 되어 미래를 그려나가야 해......
저기.....그렇지......?

최고 사제 :
......여기까지 하겠습니까?
로제타 심문관의 말에는 객관적인 타당성이 있었습니다.
익인 분들의 마을에 있다는 깃털무덤은 다시 한 번 검증해야 겠지요.
조사단을 편성해 보내세요. 확인이 끝날 때 까지 그녀들 익인을 날개를 진 자로 부르는 것을 금합니다.
메리나 부제에겐 집행 유예를 내려, 구류를 취하하겠습니다.

메리나 :
.............!!

최고 사제 :
......이걸로 괜찮겠지요? 치르릴 조제.

치르릴 :
......아.
무, 물론인 거야.....!

알도 :
잘 했어, 치르릴......!

프라이 :
우오오......한때는 영원히 이별하게 되는 줄 알고......!

미스트레아 :
훌쩍......잘 됐어요! 하지만 너무하잖아요, 로즈......!

치르릴 :
고마운 거야, 최고 사제! 치르릴 너무 기뻐......

최고 사제 :
.....단, 치르릴 조제가 도중에 한 실언은 엄중 주의 처분을 내리겠습니다. 나중에 제게 오세요.

치르릴 :
왜 가야 하는 거야----!?



클라르테 :
......말해줘. 신의 그릇이란 대체 뭔지.......
애초에 왜 신에게 그릇이 필요하지.....?

요한 :
그건......우리 신의 상태를 보면 알 텐데?
우리의 신은 내 선조......초대 탑지기가 무리하게 만들어서 완전히 엉망인 상태다.
지금 생겨나는 은총은 여러 번 우려낸 것이나 마찬가지지.
하지만 새로운 그릇만 있다면......

클라르테 :
......다시 이 땅에 윤택한 은총이 내린다는 건가?

요한 :
맞아. 그렇게 되는 거지.

클라르테 :
......이해할 수 없군. 무슨 이유로 나 같은 걸 신의 그릇으로 삼으려는 거지?

요한 :
뭐, 궁금하겠지......설명할 시간이 아까우니까...

클라르테 :
윽......뭘 하는 거야......!?

요한 :
.......닿았지? 하지만 조금 아플 뿐 아닌가?
난 이전의 자네를 죽였을 때 똑같은 엘의 사슬을 썼어.
엘의 사슬은 우리에게는 단순히 튼튼한 정도의 사슬이지만......
.......반대로 「낙원의 백성」에게는 닿기만 해도 치명적인 특공 병장이지.

클라르테 :
낙원의 백성......?

요한 :
......역시 궁금하지 않나? 하지만 낙원에 대한 자세한 건 지금은 별로 중요하지 않거든.
다만, 결정탑의 문은 낙원의 백성과 그 기술을 이어받은 탑지기 일족만이 열 수 있어.
자네가 낙원 출신이라는 건 이 시점에서 자명했어.
자네가 진정한 의미의 날개를 진 자였나 해서 당황했었다고.

클라르테 :
(낙원의 백성이 진정한 날개를 진 자.....)

요한 :
그런데 자네는 수정의 힘으로 복사하고 말았지. 그렇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네는 날개를 진 자가 아니라 신......은총을 내려주는 쪽에 선 존재였다는 거지.
복사로 다소 열화가 되었지만 모방품으로 쓰기엔 충분하잖아?

클라르테 :
그래서 내가 신의 그릇인가.......

요한 :
적어도 복사되기 전의 자네는 이 신을 구하려고 했지.
그리고 난 이 땅에 신의 은총을 되돌리고 싶어......그게 내 일이니까.
그 모두를 만족시키는 꿈같은 계획......이라는 거야.
단 하나......자네의 자유는 희생해야 겠지만.

클라르테 :
.............




메리나 :
.......매달리고 싶다는 마음이 하나도 안 든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그래......이런 식으로.
......신이시여. 그대는 대체 어디에 계시나요.
그대가 남겨주신 은혜가 지금 완전히 사라져 가는 이 땅에......
자그마한 은혜의 잔재조차 사라져, 그대가 내려오기 이전의 황야로 돌아가려고 하는 이 극서의 대지에......
부디 다시 구원의 손길을......

프라이 :
제가 손을 뻗어주는 행동이 쓸데없다고 생각한 적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설법을 하다 보면 이따금 생각하고 맙니다.
역시 안에 있는 대해에 계신다는 신을 찾아 사람들의 생활을 구원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 하고요.
모두가 충분히 기도를 드렸으니.......계속해서 기다리고 있단 말입니다.
.......신이 답해주실 날을요.



클라르테 :
......그 이야기를 받아들일게. 내 몸이 아깝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요한 :
자네라면 그렇게 말할 것 같아서......은발 군.

클라르테 :
하지만 마지막으로.......

요한 :
......좋아. 나도 귀신같이 굴진 않을 테니까.
동료들과의 이별 인사 정도는 끝내고 와도 좋아.

클라르테 :
......고마워.

요한 :
할 수만 있다면......말지만. 슬슬 판결이 끝났을 때인가?



알도 :
뭐라고 할까...정말로 한때는 어떻게 되는 줄 알았다고.......

미스트레아 :
잘 풀려서 다행이에요......!

치르릴 :
하나도 안 다행인 거야! 치르릴은 지겹도록 혼난 거야!

메리나 :
그러고 보니 클라르테는? 모습이 안 보이는데......

알도 :
아, 맞다.....! 신하 칙정때문에 허둥대서 완전히 잊고 있었어......!
결정탑의 대문 쪽에서 사라졌는데......

로제타 :
결정탑이요.....? 설마 또 혼자.......

알도 :
.....아니. 어째서인지 문은 열지 못했던 것 같아.
혼자 올라가진 않았을 거야.

프라이 :
열지 못했다고.....? 더 신경쓰이는군요.

메리나 :
......생각에 빠져봐야 소용없어. 대문 앞으로 가 보자!



미스트레아 :
역시 안 보여요. 르테는 어디에......

로제타 :
클라르테 씨는 이 문을 열지 못했다고 했죠? 알도 씨.

알도 :
응.....적어도 클라르테 본인은 그렇게 말했고 거짓말로 들리지 않았어.

치르릴 :
그럼 너무 배고파서 간식 찾으러 간 거야?

메리나 :
그럴 리가 없잖아......
클라르테가 탑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집착하는 건 틀림없어.
그리고 클라르테 말고도 문을 열 만한 인물이 존재해......

프라이 :
그런가......탑지기 요한 공......!

로제타 :
신하 칙정으로 저희를 구속해 놓고 클라르테 씨를 탑으로......?

메리나 :
가능성은 그게 제일 높지 않을까.
그나저나 요한......그는 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거지......?

??? :
......너무 억측은 하지 마.

알도 :
이 목소리는......!

클라르테 :
그는 그만의 방식으로 이 땅을 구원하려고 하고 있어. 너희처럼......

치르릴 :
클라르테.....!?

메리나 :
당신......역시 요한과 둘이서 탑에 있었지?

클라르테 :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그의 아량으로.....마지막에 이렇게 만날 수 있게 됐어.

미스트레아 :
마지막이라니.....? 무슨 말이에요, 르테.....!

메리나 :
기다려, 미스트레아.
......클라르테. 요한은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온화한 인간이 아니야.
지금 이 상황은 아마 그 남자에게는 예기치 못한 사태겠지.

클라르테 :
예기치 못한 사태......?
뭔가 서로 엇갈린 모양이네. 서로 정보를 교환해 보자.


클라르테 :
그렇군. 신하 칙정......내가 없는 동안 그런 일이......

로제타 :
그 분의 생각대로 됐다면 저희가 이렇게 다시 만날 수는 없었.....을 거에요.

메리나 :
요한이 교전의 누락된 부분이라는 강력한 수를 가진 이류는 모르겠어. 하지만.....
클라르테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역시 그 남자가 클라르테와 우리를 떼어놓으려고 한 것 같네.
클라르테를 신의 그릇으로 삼아 이 땅에 은총을 되돌리기 위해......

알도 :
클라르테......설마 아까 마지막이라고 한 게 그 이야기를 받아들였다는 의미는 아니겠지?

치르릴 :
받아들일 필요 없다는 거야! 요한이 계략을 꾸미고 있다는 건 이걸로 잘 알았다는 거야!

클라르테 :
.........
.....미안. 그 사실을 아니까 더더욱......그릇이 될 결의가 강해지고 말았어.

프라이 :
하지만 클라르테 공......!

클라르테 :
......난 기억도 없는 몸이야.
구원의 목소리를 내는 존재가 있어......그리고 그를 구원해서 눈 앞의 너희도 구원할 수 있다면.....
내 몸 하나 정도는 싸게 먹히는 거지.

미스트레아 :
그러지 마세요......!
제 마을의 저주와 같아요. 누군가의 희생으로 뭔가를 구해봐야 의미는 없어요!

메리나 :
그래. 의미는 없어. 적어도 당신이 신의 그릇이 된다는 것 만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없어. 그렇게 부활한 은총 따위도.

클라르테 :
메리나......

프라이 :
그렇습니다, 클라르테 공.
그리고 지금 누리고 있는 은총이 결정의 정령의 희생이 전제가 된다는 것을 안 이상, 쓸 수 없습니다.

치르릴 :
구하러 가야 하는 거야. 지금도 자신을 희생해 은총을 만들고 있는 정령님을.

메리나 :
......같이 가자. 우리가 있는 곳의 신 정도는 우리가 구하고 싶어.

클라르테 :
......아니, 안돼. 그렇게 되느니 나 하나로.......

메리나 :
클라르테 당신.......
......그래. 기억이 돌아왔지?

클라르테 :
응......?

메리나 :
그리고 탑에 같이 가면 우리에게 나쁜 일이 생길 거라는 걸 확신하고 있어......

클라르테 :
메리나가 그걸 어떻게......

메리나 :
......이유같은 건 없어. 다만 당신의 언동을 보면 그렇다고밖에 볼 수 없어.
클라르테......그 요한은 정말로 왜곡된 자야. 뭘 할지 읽어낼 수 없어.
하지만 위험한 일에는 지금까지 몇 번씩이나 끼어들어 왔어. 그 때도......


클라르테 :
하지만 날개가진 아이는 검을 가진 구세주.......너희가 신이라 믿는 존재로 가는 이정표야.......
.......그게 사실이라면 이런 곳에서 운명을 닫을 순 없어.
난.......그 날개에 걸고 싶어.



메리나 :
......그런데도 이번에는 내 날개에 걸지 않을 거야?
검을 가진 구세주의 실태가 교전과 동떨어져 있는 이상 내 날개도 가짜라서 걸지 않는 거지......?
.......웃기는 말 하지 마. 분명 처음에는 무거운 짐같은 이름이었지만......
한참 전에 그 이름은 내 안에서 숨쉬고 있었어.

클라르테 :
............
후우......정말 메리나는 못 이기겠네.
......알았어. 결정탑 꼭대기로 가자.
여기 있는 모두와.....함께.





알도 :
이 방은 뭐지.....?
이 방만 분위기가 꽤 다른 것 같은데......

미스트레아 :
이건 깃털 같은데......제 깃털과는 인상이 많이 다르네요......

프라이 :
이쪽은 내 열량에도 지지 않는군요......!

알도 :
......틀림없어. 이건 4대 정령의 힘이 담긴 조각이야.
4대 환령에게서 느낀 힘과 굉장히 닮았어......4대 환령을 만났을 때의 힘과.

메리나 :
이건......꼭대기에서 소용돌이치는 「결정」의 힘이 4대 정령의 힘을 복사한 건가......?
아주 조금이나마 원본만 존재하면 결정의 힘으로 계속 복사할 수 있다는 거야.....?

로제타 :
그렇군요......♪ 교회가 「결정」의 힘으로 은총을 복사하는 걸 추천하지 않는 이유가 이거였네요.
이중 복사로 열화도가 심해지는 것도 있는데다.......
복사가 일상화되면 신의 은총이라는 구조를 알아버리는 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늘어나니까요.

메리나 :
단, 말을 들어보니 최고 사제도 탑 안에 있는 것을 알고 있다는 느낌은 없었어.

클라르테 :
그럼 탑지기는......
대체 얼마나 큰 기밀을 그 혈통 속에 숨겨왔던 걸까.

프라이 :
음......4대 정령의 힘이 담긴 조각들은 대체 어디서 가져온 거지?
그리고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던 거지......

치르릴 :
......분명 정상에 가면 모두 알 수 있을 거야.
요한.....결정의 정령을 풀어주고 전부 말하게 할 거야......!



요한 :
이런 이런. 이건......?
놀랍군......모두 나타나다니. 내 계산을 벗어나 신하 칙정이 열리지 않았던 건가......?

메리나 :
아니. 예상대로 열렸어. 실제로도 굉장히 위태로웠지.

치르릴 :
하지만 아쉽게 된 거야. 그 정도로 치르릴을 막을 수 없다는 거야!

요한 :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우선 난 위기에 처한 모양이야.

로제타 :
네. 저희의 기억을 마음대로 바꿔놓은 답례를 하러 왔어요♪

요한 :
그걸 알아냈다는 건 역시 기억이 돌아왔다는 거겠지?
열혈 신부 군은 날 속인 거였나...... 보기와는 달리 재치가 뛰어나군 그래.

프라이 :
사실을 숨기는 건 성직자로서 주저했지만......

요한 :
.......아니. 훌륭해. 서로를 속이는 데엔 성도 사악도 없는 법이지.

클라르테 :
미안해......요한. 신의 그릇이 되는 건 허락할 수 없겠어.

요한 :
음~ 그건 곤란한데......
이대로는 정말로 은총이 바닥나고 말아.
어쩔 수 없지. 내 대에서 일족의 의무가 끊기는 건 역시 괴로우니까......
......힘으로 호소해 볼까.

알도 :
메리나!!

치르릴 :
프라이! 치르릴이 방패가 되겠다는 거야! 그 틈에 무거운 일격을......
크윽......!!

프라이 :
느오오오오옷!!

요한 :
칫......!

로제타 :
지금이에요, 알도 씨!

클라르테 :
끝내버려, 알도!

알도 :
큭.....바로 앞인데 안 닿아.....!

미스트레아 :
(지금이 유일무이한 기회.....! 빗나가선 안돼.....)
꺄악.....!?

요한 :
.....최대의 무기에 의존하는 건 강력한 반면 읽기 쉬운 법이라고.
아무튼.....휴...... 겨우겨우 견디고 있는 건가?

치르릴 :
강한.....거야......!

요한 :
아니.....이건 내가 아니라 락원의 기술의 힘이지.
무장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완전히 압도당해서.......
......뭐지?

??? :
......최대의 무기에 의존하는 건 강력한 반면 읽기 쉽다. 한 말 그대로 돌려주겠어.

요한 :
말도 안돼.....낙원의 기술인데!? 대체 누가......

메리나 :
당신은 비장의 수를 너무 많이 보여줬어. 덕분에 마력 구조를 겨우 봤다고.

요한 :
마력 구조.....? 설마 그걸 간파할 시간을 벌기 위해 일부러 처음에 당한 건가.....?

메리나 :
말할 것도 없어. 어쨌든 우리가 신을 풀어주기 위해 사슬의 구조를 파악하는 게 반드시 필요했거든.

요한 :
신을 풀어주겠다니.....? 은발 군을 그릇으로 삼는 걸 거부하면서도?
그건 그냥 자살 행위야. 이 땅을 멸할 생각이냐.....?

메리나 :
아니. 나는 날개가진 아이......이땅을 정말로 구제할 자야.
그러니 누군가의 희생 위에 잠깐의 평온을 세우지 않겠어.....!

요한 :
으악......!!

치르릴 :
해낸 거야.....!?

요한 :
흐흐......흐흐흐......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이 없군.......

메리나 :
요한......?

요한 :
자네들이 은발 군을 포기하지 않았듯이......
나도 양보할 수 없는 게 있어. ......알아 줄 거지?

클라르테 :
그만둬......! 뭘 하려는 거야, 요한!?

요한 :
뭐냐니.....이게 자네들이 하려고 한 일이지. 결정의 정령을 풀어 준 거다.

알도 :
저게 결정의 정령......!?

프라이 :
윽.....! 이 힘의 흐름은......

로제타 :
은총의 감소로 약해졌다고만 생각했는데.......놀라울 정도의 압력이네요......!

요한 :
상처입은 사자일수록 두려운 게 없다고들 하지......
엘의 사슬을 풀었으니 끝이다...... 무너져 가는 정령을 인간의 차원으로 잇는 것을 막을 수단은 없어.
그는 이 차원에서 사라진다. 원래의 고차원으로 돌아갈 수 없다......이거야.
은발 군이 그릇이 되어 저 존재를 안에 담지 않는 한.......
.......진정한 의미로 우리의 신을 고통으로부터 구할 수 없다고.

알도 :
위험해......정령이......!

치르릴 :
으윽~~......! 역시 얌전히 끝내주지 않는 거야!

알도 :
지금은 싸울 수밖에! 결정의 정령을 진정시키자......!



프라이 :
진정된 건가......!? 그런데......

미스트레아 :
정령의 존재가 사라져 가잖아요......!?

클라르테 :
큭......방법이 없어! 결정의 정령아, 내 안으로......!

알도 :
안돼! 그럼 클라르테가 그릇으로.......

클라르테 :
걱정하지 마. 너희의 마음을 무시하진 않을 거야.
난 내 방식으로......너희들의 신을 구하겠어!
.........
느껴져......내 안에 결정의 정령이 공존하고 있다는 게.......

로제타 :
다행이네요......아무래도 이상은 없는 것 같아요.

프라이 :
어디 이상은 없습니까, 클라르테 공......?

클라르테 :
응. 문제없어. 이거라면.......

요한 :
지금이 기회다! ........라는 거지.

알도 :
어......?

요한 :
나도 힘을 가진 자를 풀어둘 만큼 무뎌진 건 아니라고.

미스트레아 :
당신......아직 움직일 수 있었던 건가요......!?

메리나 :
클라르테......! 큭......

요한 :
어이쿠. 무리하지 않는 게 좋을걸. 아까 그 모습은 출력이 높은 반면 마력 소모가 크니까 말이지?
은발 군의 희생은 이 땅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아픔이야.
그는 여기서 오랫동안 은총을 낳아야 해......

치르릴 :
그러니까 치르릴은 클라르테를 아프게 해서 만든 은총 같은거 안 받겠다는 거야!

요한 :
자네들은 기억력이 나쁜 건가? 기억을 조작하면 또 평화를 받아들이게 될 텐데.
이번엔 더 신중하게 시간을 들여 조작해야겠어.
그리고 지금까지 해 온 대로 사는 거야. 세계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알도 :
큭......강하잖아......!?

요한 :
놀란 건 내 쪽이야.......
낙원의 기술로 온몸을 감싼 내게 왜 맨몸으로 달려드는 거지?

클라르테 :
다들.......
이 광경은......그래.......
이걸 피하기 위해......그것만을 위해서 나는......!

미스트레아 :
등에 생긴 건......날개......!?

클라르테 :
......신기하네. 지금까지 몸에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 감각이 있었는데......
......지금이라면 난 날 수 있어!

요한 :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그만한 힘을 그 잠깐 동안에 제어하다니.....!
..........
흐흐.......끝이다. 좋아......내가 졌어.
정말로 내 대가 되고 나서부터 편한 일이 없구나......



클라르테 :
그럼.......여러 일이 있었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한데.

로제타 :
아무래도 이 교회에는 탑지기의 가계에만 이어지는 비밀이 많이 있는 모양이네요.

메리나 :
......설명해 봐. 당신이 아는 걸 전부.......

요한 :
바란다면 대답해 주지. 그 각오가 자네들에게 있다면야......

프라이 :
......기다려라. 어디로 가는 거지?

요한 :
이 참에 자네들만이 아니라 최고 사제에게도 말하고 싶어서.
걱정하지 않아도 돼. 도망가지도 않고 숨지도 않을 테니까. 이래봬도 난 목숨을 아끼는 타입이니까 말이지.
.....대성당에서 자네들을 기다리겠어. 마음의 준비가 끝나는 대로 찾아와.

클라르테 :
윽......

알도 :
클라르테.....!? 정말 괜찮은 거 맞아!?

클라르테 :
하핫.....미안. 조금 지친 것 같네.
그보다 신기해. 결정의 정령이라는 다른 존재를 내 몸에 받아들였을 텐데.......
......어째서일까. 마치 빠져 있던 것이 채워진 것 같은 감각이 느껴지는 건.
그리고......어느샌가 뇌리에 되살아난 이......
.......「실락의 날개」라는 들어본 적 없는 말은......

Quest Complete



어나더 던전 『고대 제르베리야 대륙-번개』가 개방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