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채널

 

시간을 돌려도 파도는 여전히 부서지고

반나절을 덜 살아도 더 이상 일어나진 못하겠지

밤이 식으면 명왕성은 꿈도 못 꿀 테고

아슬히 달리던 물방울들은 못내 부서지겠지

 

바다가 얼마 남지 않았어 뒷 맛은 좀 쓰다

떨어지는 달의 결백을 증명하려 애써봤자

유리는 비치지 않고 그넷줄은 썩은 지 오래

이미 휘어진 철길은 눈이 덮여도 돌아오지 않고

애꿎은 선인장만 몰래 말라가겠지

 

천장은 낮아지고 미지근한 잠들이 울대를 찌른다

눈을 감으면 질식하고 마는 그곳의 추위는

이젠 보이지도 않는 일출의 얇은 눈꺼풀일까

 

아래를 자처해 무게없는 오만을 이불삼아 누웠고

코 끝은 벌써 울지도 못할 만큼 자라버렸다

색깔없는 하루살이들이 헤엄쳐 날아오르면

하루가 더 남아도 새벽은 끝내 부족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