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채널

 "지금 이 소설을 읽고있는 독자들은 저주를 받았다고 합니다. 후후......"

 청바지를 입고있는 잘생긴 모델인 민석은 정면을 바라보면서 말하고 있다.

 "후후.. 그건 바로 지금 읽고 있는 소설이 엄청 짧을 것이라는 저주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민석이 찡긋 미소짓는다.

 

 "민석아! 지금 거실에는 아무도 없단다!"

 "아.."

 민석의 눈에는 방금까지만 해도 현장을 지위하는 감독을 비롯해서 수많은 촬영 스텝들, 그리고 민석을 따라다니는 스타일리스트와 매니저들까지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목소리가 민석을 다시 현실로 불러왔다.

 "정신차려라 민석아. 여기는 현실이다."

 "아. 그렇네요. 감사해요."

 민석은 금방 시무룩해졌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곧 있으면 나는 또 다시 정신병이 도지겠지? 내가 믿고싶은대로 믿어버리는 중증망상을 앓고있잖아 나.'

 민석은 스스로에 대한 병세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여전히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은 그의 정신이 의식을 현실에 잡아두는 것이 병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누군가의 개입이 들어가지 않는 한, 민석은 다시 환상 속으로 들어가겠지. 과연 이것이 그의 잘못일까?

 

 "오빠야는 지금 저주에 걸려있어요. 당신이 저주에 걸려있다구요? 그건 틀렸어요. 저주에 걸린 대상을 잘 못 알고있다구요!"

 대학생인 민아는 오빠에 대해서 생각했다. 과연 오빠가 결혼을 할 수는 있을까? 민아가 전부 챙겨줘야 할 지도 모른다. 집안일 같은 것은 잘하니까, 어쩌면 커리어우먼과 결혼을 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야 다행이겠네. 민아는 모든 일이 잘 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TV를 튼다. TV속에는 민석이 나오지 않는다. 그 대신 어떤 남자와 여자의 키스신이 나오고 있었다. 드라마 속 시간은 마치 정지해 있는 것 마냥 영원해 보였다.

 "과연... 낭만이란 시간을 멈추게 하는군."

 그리고 화면은 연인을 비추면서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웃긴 건 민아가 보고 있는 텔레비전도 따라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니! 이건 내 예상 밖이야! 오빠야! 일로와봐!"

 오빠는 조용히 나의 방으로 들어왔다.

 "왜 그러시요?"

 "텔레비전이 빙글빙글 돌고있어.."

 민석과 민아는 텔레비전이 아름답게 돌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갑자기... 갑자기...?"

 "갑자기라니 오빠?"

 "춤을 추고 싶어졌어."

 민석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민아의 손을 잡았다. 민아는 기겁했다.

 "아.. 오빠가 또!"

 민아는 그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하지만 오빠는 이미 스텝을 밟고 있었다. 민아는 못이겨서 결국 같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둘은 춤을추고... TV는 빙글빙글 돌아가고...

 '아, 오빠의 저주! 오빠는 저주 받은 것이 분명해! 신은 해명해라!'

 드라마의 장면이 끝나자 TV가 갑자기 주저앉았다.

방에 신이 나타났다.

 "민아야. TV가 저주에 걸린 것 같다는 생각은 안해봤니?"

 "아니요. 전혀요. 근데요, 신님. 하나 부탁드려도 될까요.

 "해보렴."

 "오빠의 정신적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저의 부탁은 비양심적이고 파렴치한 바람일까요?"

 "나도 너의 오빠처럼 현실속에서 꿈이나 꾸면서 살고 싶단다."

 "오빠는 저주에 걸려있는거죠?"

 "어떤 식으로든 해결을 볼 수 있는 문제란다. 그러니까 그건 저주는 아니지. 저주는 특정한 방법 이외로는 해결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멍 때리고 있는 민석이 무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다가 갑자기 놀란다. 아직 환상속에 있는 모양이다.

 "아! 저주에 걸려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았어요!"

 "나도 알고있다."

 "신님. 저는 부탁을 드립니다. 이 소설은 당장이라도 끝날 위기에 있어요. 그러니까 이 소설이 영원히 이어지도록!"

신이 방에서 사라져버렸다. 소원은 이루어졌다. 이제 이 소설은 끝나지 않는다. 절대로 끝나지 않는다. 절대로 말이지. 절대 끝나지 않는다. 민석은 민아를 쳐다보았다.

 "이제 이 소설은 끝나지 않아."

 "그래. 우리는 소설이 끝나기 전에 생을 마감하겠네."

 그때... 그때 창밖에서 굉장한 굉음이 울렸다. 민아는 창 밖으로 얼굴을 드밀었다.

 

 저 멀리 사거리에 굉장한 연기가 일고 있었다. 그곳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어떤 사람이 있었다. 빨간 무언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 사람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안녕. 나는 하늘의 명을 받고 이 지상에 내려왔다."

 

그의 목소리는 비장했으며 그녀가 겨우 보일 정도로 한참 떨어져있는 민아와 민석도 들을 수 있을 만큼 또렷하게 세상으로 퍼져나갔다.

 

 "나는 이 세상을 끝내라는 명을 내리고 왔다. 세상은... 추악함과 죄로 가득했다. 이 세상은 심판을 받아야 된다는 하느님의 명령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다.

 

 '아니, 방금 우리 앞에 나타났던 신은 저 존재에 비하면 그냥 발바닥 때 수준이였나보네..'

 민아는 생각했다.

 

 "세상은 악으로 부터 돌이킬 수 없게 물들여졌고.. 상처받았다.. 나는 이... 세상을... 끝내려온 자다..."

 

그의 목소리로 말미암아 세상은 비로소 끝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