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채널

밤.
올빼미가 울었다. 그건 10년 전이다. 지금은 없다. 나도 그렇게 없어졌다.
달. 보름달이었다. 구름 한 점 없고 별 하나 없이 막막했다. 창창한 조부모 둘 모시고 어딘가를 갔다 오는 길이었다.

 

글. 글을 쓰고 있다.
사각사각. 목재 내음이 난다. 빗방울에 눅눅해진 채이다.

 

어느덧, 시간은 밤. 누런 변색을 보지 못한 종이는 흰색일 뿐이다.
아무것도 보지 못 하고 듣지 못 해 흰 종이여. 그대로 정체되어 썩을 때까지 희고 밝아라.

 

빨간 사전을 스치다가

 

글. 글이 마저 보인다.

방. 방은 어지러져 있다. 어딘가 디디면 진물이 나온다.

마지막 순수함. 미숙함은 끝내 정제되지 않는다.

 

꿈. 옛 나날의 한 귀퉁이. 연필이 움직인다. 창문도 방도 없다.
다시, 보인다. 창문에 해살이 비친다. 연필도 방도 없다.

 

다시, 샤프펜을 놓인다. 행복이 떠오르지 않는다. 엄마도, 아빠도, 동생도.

 

물건을 놓인다. 물건은 일정하다. 책상은 단단하다.
눈. 눈을 감는다. 물건이 보인다. 물건은 바알갛고, 노오랳고, 파랗다.
그리고, 시간은 지난다.

 

일기장은 덮인다. 먼지 덮일 것이 없다.
그대로... 해는 진다...

 

잠을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