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시 지형 탓하는 댓글 보고 한국 사람들이 이만큼이나 서울 중심주의에 젖어서 지도도 제대로 안 보이나 싶어서 좀 씁쓸했음. 어쨌든 서울 대도시권은 지형적으로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도시권이 아님. 지형적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도시권은 도쿄같은 도시를 가리키지, 서울이 아님. 서울은 지형적으로 커질 수 없는 악조건이 너무 많음.

 

우선 한강, 비수도권 사람은 물론 외국인들도 서울을 와보면 제일 인상 깊은 지형은 한강이라고 말함. 도시 한 가운데 한강만큼 큰 강이 가로지르는 경우가 거의 없거든. 한국 도시들은 다들 산을 끼고 있으니 북한산 같은 건 인상적이지 않고 한강이 눈에 띌 수밖에 없는 거지. 그렇지만 외국인들은 또 북한산 같은 큰 산이 시가지를 감싸고 있는 게 또 눈에 띌 거임. 다시 강조하지만 북한산계는 원 서울을 '감싸고 있음' 한마디로 지형적으로만 따지면 서울은 한강 북쪽에서 더 커질 수가 없는 경우임.

 

뭐 한강 같은 큰 강을 끼고 각자 다른 도시로 발전하던 도시들이 합친 경우도 있으니 영등포와 서울이 그런 식으로 합쳐진 거라고 보더라도 한강 남쪽도 역시 지형적인 경계가 뚜렷함. 관악산, 청계산 산계가 역시 서울 남쪽에 우뚝 서 있음. 안양천, 탄천 계곡이 있지만 시가지가 크게 형성될만큼 넓은 평지는 아님. 그런데 역시 불도저로 산을 밀어버리고 시가지를 만들었음. 서쪽으로도 인천, 안산이 원래 다 갯벌이었던 건 알고 있지? 그게 아니라도 서울 주변은 구릉지 투성이라서 큰 시가지가 형성될 만한 지형이 아님.

내가 서울 친척 집을 방문했을 때 놀란 것 중 하나가 집이 무슨 산 중턱에 있냐 하는 거였음. 주차하는 차들이 어떻게 붙어 있나 싶을 정도로 경사가 심했거든. 내 고향에도 경사진 곳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데 동네가 형성되지는 않았음.

 

  일본 대도시처럼 산악 지형 사이의 큰 평야가 한국에 아예 없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음. 경기도만 해도 평택-안성이나 이천-여주 같은 곳은 평지가 꽤 넓음. 충청, 전라도는 그런 곳이 꽤 많고. 개성만 해도 북쪽에 산이 막고 있기는 하지만 북쪽만 빼면 구릉지인데, 서울도 구릉지 많기는 마찬가지라서 개성 지형이 대도시로 발전하기에는 차라리 더 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