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가 철도의 무덤이라 그랬던가, 하지만 광주도 파란만장하고 화려한 철도의 역사가 있다. 화려했으나, 사라지고 없다. 이번엔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나 안습의 역사를 살펴보자.


1. 전남선 폐선 (1944)

 일제강점기 광주역에서 담양까지 영업을 했었으며 남원까지 공사가 진행중이던, 미래 광주대구선의 전신격 되는 완공되었다면 꽤나 혁신적이었을 노선. 서부경전선의 시작은 이 전남선이었으며, 지금 남은건 사실 방계에 가깝다.

 그러나 이른바 불요불급선, 담양까지만 짧게 운행하니 그닥 중요도가 떨어지던 이 선로는 태평양 전쟁중 주요 간선 철도망 개보수를 위해 뜯겨나가는 수모를 겪고, 일제가 패망하여 그대로 복원되는 일은 없었다. 60년대 한번 써먹어보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잠깐 활용했다가 역시 폐선절차를 밟게된다. 그렇다보니 거의 80여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노선이기도 하다.


2. 광주역 이설 (1969)

 시가지 확장에 맞추어 역을 시 외곽으로 이설하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기때문에, 명백한 문제라기보다는 계륵이라고 보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앞서 말했던 60년대 전남선을 부활해보고자 하는 시도와 더불어 광주역을 더 담양에 가깝게 이설한 의도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에야 시가지 한복판에 있지만 당시에는 광주시 외곽으로 이전하는 모양새였고, 또 가만보면 광주의 주요 지역 중 어디에서도 그닥 가깝지 않은 애매한 위치선정이 이용객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3. 북광주역 폐역 (1974)

 현재 운암동에 있었던 북광주역(운암역). 지금은 흔적조차 찾기 힘들어 아무것도 없던 역 같지만, 광주학생항일운동의 발단이 되는 조선인 여학생의 머리끄댕이를 잡아당겼다는 그 사건이 바로 이 역에서 일어난 일이다.

 현재 운암동은 운암산 비탈면에 슬럼화된 시가지 위로 온갖 버스노선이 교차하는 광주 북부 교통의 결절지라는 경악의 교통환경을 자랑한다. 운암역이 남아있었다면 일부 해소되지 않았을까?


4. 도시철도 2~5호선 계획 취소 (1997)

 광주의 도시철도환경을 어중간하게 만들어버린 계기인 IMF 경제위기. 광주는 물론 모든 국내의 철도에서 IMF로 피해를 봤다. 서울은 3기가 망했고, 광주에서는 무려 5개의 노선을 계획하고 1996년 1호선 착공과 함께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려고 하니 다음 해 경제가 사망해버렸다.

 이 5개의 노선, 워낙에 유기적으로 짜버린 탓에 신시가지로는 2호선 이후의 노선들이 맡을 예정이었고, 1호선 자체의 목적도 따로 있었기 때문에 변경없이 진행되었으나..... 그 후로 20년동안 유기성을 발휘할 일은 없었다. 결국 어중간하게 혼자 살아남은 1호선은 그대로 욕받이가 되어버린다...


5. 경전선 이설 (2000)

 광주역-남광주역-효천역 구간이 폐선되고, 송정리역-서광주역(신설)-효천역으로 경전선이 이설되었다. 시가지를 가르는 선로의 단절효과와 안전문제를 두고볼 수 없었던 이유이다. 현재 광주 철도환경의 아쉬운 점에서 가장 체감이 큰 사건일 것이다. 이 일로 광주역은 지선의 종점이 되어 이용하기 어려워졌고, 시내 한복판에 있던 역은 너무나도 먼 외곽으로 옮겨져 쓰기 어려워졌다.

 폐선구간은 당시 2호선으로 재활용하자는 의견이 상당했으나, 설계상 선로를 그대로 쓸 수 없을거라 판단해 일단 철길을 들어내버렸고, 결국에는 공원으로 전용되어 남는다. 지금에 이르러 폐철길 부지를 다시 2호선으로 쓰자는 말이 나오자, 일부 집단에서 이제 공원이라 안된다고 그런다....


6. 광주역 KTX정차 중단 (2014)

 호남고속선이 없던 시절 KTX는 광주송정역과 광주역, 두 역에 모두 정차했다. 광주송정역은 호남선상의 광주에 있는 대형역으로써 당연히 정차했고, 광주역은 광주의 대표역이라는 명분과 실제 광주 시내에서 가까워 이용객이 꽤 있었다는 실리가 일치해 정차했다. 그러나, 호남고속선이 완공되고 KTX광주역 정차 요구를 거부한 당국에서 든 이유는 바로 '1도시 1역 정책'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정책의 반례가 너무 많다. 서울엔 서울, 용산, 나중에 생긴 수서에 청량리도 있다. 서울의 특별함을 인정하기엔 부산의 구포, 대전의 서대전 등. 심지어 창원에도 3역에 정차하며, 여수도 여천 따로 정차한다. 가령 광주역에 KTX가 정차하지 않는 것이 옳은 판단이라 하여도, 지금의 이유는 쉽사리 이해하기 힘들다.


7. 시민단체의 훼방과 도시철도 2호선 착공연기 (~2019)

 1996년 도시철도 1호선이 착공되고, 2호선이 현실화되기까지 자그마치 20년도 더 흘렀다. 이 20년은 신중함의 시간도 있었지만, 시민단체에 의한 훼방의 시간도 상당했다. 효용성이 의심되니 짓지 마라, 돈이 없으니, 차라리 버스가 나으니, 공원이 훼손되니, 도로에 방해만 되니 짓지좀 마라. 무조건 반대를 외치던 시민단체가 있었다.

 그들을 달래보고자 공청회에 토론, 공론화과정까지 거쳤으나 그들은 여전히 반대였다. 시민은 찬성하고 시민단체는 반대했다. 물론 그 시간만큼 연기되었다. 결국,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와 공론화위원회의 압도적인 찬성여론을 들이밀고 강행하고 나서야 현실화가 되었다.


8. 서부경전선 개량 (미래)

 안습철도계의 보스 서부경전선의 마지막, 보성-송정리 개량계획은 다음과 같다. 화순 이양역에서, 빛가람혁신도시를 지나, 광주송정역으로 직행한다.

 어라? 2000년에 광주송정역에서 효천역까지 이설했다고 위에서 언급했을텐데....? 그렇다. 기껏 이설해놓고 안쓰겠단다. 비효율적인 철도시설 운용은 미래에도 반복될 예정이다. 굳이 언급 하지 않아도 이미 매일같이 까이는 서부경전선 개량계획이다. 그저 이대로 진행되지 않았으면....




쓰고나니 한숨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