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챈러들은 지리에 관해 (방구석)박사이듯 나도 그래. 나는 지리 지식으로 이득을 본 경험이 있어서 써볼게. 

내가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갔는데 한국유학원에서 2달에 한번 보내기 때문에 기수 라는 개념으로 묶여져. 앞기수는 2달 전 뒷기수는 2달 후 이렇게. 내 동기는 남자11 여자13. 

나는 먼저 여자한테 말 거는 인싸가 아니라서 여자 중에 전혀 안 친한 사람이 있었거든? 어쨋든 동기들끼리 전부 모여서 술자리를 가졌는데 하필 그녀가 내 앞자리인거야. 그냥저냥 그녀와 대화없는 시간이었는데 누군가 고향을 말하더라구. 그러자 여기저기서 자기 지역 이야기를 꺼내는데 그녀가 테이블 사람들한테 이렇게 말했지. 

"내 고향 맞춰봐요. 소원 들어줄게. 난 23년간 살면서 내 고향 맞춘 사람은 한 명도 못봤어" 

그러자 방구석 지리박사인 내가 승부욕이 발동했지. 반드시 맞추고 말테다!!!

"시군 이름보다 읍면이 더 유명한 곳" 사람들이 당연히 모른다고 했지

"장흥 근처" 사람들은 장흥은 또 어디야? 이러대

근데 난 이미 답을 알아챘어. 다만 그녀와 너무 어색하기에 침묵했지. 결국 아무도 정답을 못맞춰서 그녀는 시무룩해져서 자리에 앉았어.

나는 순간 자기의 고향이 존재감이 없다는걸 실망하는 그녀를 보니까 안타까워서 입이 열리더라

"보성이죠?"

"어?????!!!!!! 내 고향맞춘 사람 내 평생에 처음봐. 신기하네. 어찌 알았어요? 근처 사세요?"

"아뇨 전 보성이 좋아서 알아요" 라고 대답했어. 원래는 지리가 좋아서요 라고 말하려다 너무 지리오타쿠 같아서 지리 대신 보성이라고 말했지. 

그러니까 나한테 아무 관심도 없던 사람이 갑자기 나한테 이것저것 대화를 걸더라구. 전혀 이쁘진 않았고 그냥저냥한 외모였는데 그래도 친해지고 싶어서 나도 말을 주고 받았지. 그 때부터 그녀랑 마주치면 나한테 말을 걸고 구내식당에서 마주치면 일부러 같이 앉았어. 고작 고향 한번 맞췄다고 사람대접이 확 달라지더라. 아마 자기의 정체성을 알아봐준 고마운 느낌이라 그랬나봐

어쨌든 그녀랑 문자도 주고받고 주말에는 단둘이 필리핀 현지에 나가서 관광하고 밥먹고 술집가고 심지어 퇴폐마사지샾도 갔지. 타국에서 여자랑 단둘이 노는게 너무 좋았어. 사람이 심리적으로 가까워지면 육체적으로도 가까워진다고 설왕설래 까지는 했는데 정작!!! 밤일은 못했다. 하고 싶었지만 나는 쑥맥이고 한국 유학생들이랑 길에서 자꾸 마주쳐 시선이 신경쓰였거든. ㅜㅠ 근데 알고보니 다른 새끼들도 다 남녀 짝지어서 모텔가서 거사 치루더라. ㅅㅂ

앞서 말했듯이 어학연수라서 대개 3~4개월 코스야. 그래서 시간이 금방 지나가더라. 여친 직전까지 관계로 형성이 됐으니 놓치기는 아까워 한국에 가서도 서로 연락하고 자주 만나기로 약속하고 귀국했는데 사람이 환경이 바뀌니까 서로 상대방 생각이 전혀 안나고 연락도 없이 그냥 흐지부지 되었다는 sad ending~~


한줄요약 - 지리는 쉬워도 연애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