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자료 채널
 진수일은 병상에 누워있는 딸을 가만히 지켜봤다.
 딸은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채 병상에 며칠째 누워 있었다.
 의사는 잠시 혼절했을 뿐이지,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아비된 마음으로 씁쓸한 것은 사실이였다.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어버린 딸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도 막막했다.
 진수일은 담배를 피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이며 담뱃갑을 꺼내다 문득, 자신이 이현과 같은 담배를 피우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현이 피우던 담배와 똑같은 담배의 담뱃갑을 문지르며, 진수일은 이현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이현에게 큰 기대를 품고 있었다. 광기에 사로잡힌 황가에서 유일하게 깨어있는 자이자, 황가가 지금까지 저질러온 지난 실수들을 만회하고 사죄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 여겼다.
 그랬기에, 그가 황태자직에서 물러나게 되었을때도,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가 황태자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아직 충분히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고, 이현에게는 그럴 의지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이현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자신에게 가해진 테러 이후, 그는 자신의 여동생과 만난 뒤 홀연히 병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곤 자기 학교의 제자를 폭행하고, 스스로 야산에서 독극물을 주사해 목숨을 끊었다.
 도무지 말도 안되는 행적이였다.
 "도무지 말도 안되는 행적이죠?"
 진수일이 놀라 뒤를 돌아보자, 황시현이 그 곳에 서 있었다. 그녀는 어두운 얼굴로 병실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선배, 선배는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뭐가?"
 ".. 황태자님이요. 아무리 목숨이 위험해질 정도의 공격을 당했다지만.. 여제와 병실에서 대화를 마치자마자 일하던 학교로 가서 학생을 폭행했어요. 그리고 어디서 구했는지도 모를 약물로 목숨을 끊었고요.. 도무지 이해가.."
 "이해는 무슨 이해, 경찰이 다 수사해주겠지.."
 ".. 선배는 모르시죠?"
 진수일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무슨 소리야?"
 ".. 아마 이 내용이 공식적인 수사 결과가 될거에요.. 동료 형사들도 죄다 이 사건을 빨리 끝내려고 하거든요.."
 진수일이 놀라며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황태자가 죽었어! 황태자가..! 이 나라 국민들의 관심이 전부 여기에 쏠려있는데, 이걸 그냥 이렇게 덮는다고?"
 "윗선 지시에요. 빨리 해결하라는.. 그리고.. 국민들은 이현 황태자님의 죽음을 궁금해하지 않아요, 그의 죽음을 기뻐하는거죠.."
 그러면서 황시현은 휴대전화를 켜 이현 황태자 사망 소식이 담긴 뉴스 기사의 댓글창을 열어 진수일에게 보여줬다.
 온통 이현 황태자에 대한 욕으로 가득찬 댓글창을 보며 아연실색한 진수일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지현.. 이지현 여제! 이현 황태자와 여제.. 각별했던 사이야. 절대 여제가 이 사건이 덮이는걸 그대로 보고만 있지는.."
 "여제의 기자회견이 있었어요, 이현 황태자의 죽음은 자살이 맞으며, 타살설은 고인에 대한 모독이다.. 황태자가 죽었는데도 가족장으로 진행하고, 황가가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 이런 여제가.. 이 사건이 덮이는걸 막으려고 할까요?"
 "..."
 "오히려.. 이 사건이 덮이길 원하거나, 혹은 지시한게.. 아닐까요?"
 황시현은 젖은 두 눈으로 진수일을 올려다봤다. 진수일은 어지러움을 느끼며 비틀거렸다.
 진수일은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흡연실로 옮겼다. 벽에 기대 담배 연기를 괴로운 얼굴로 내뱉었다. 심장이 턱턱 막히는 듯 답답했고,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담배를 비벼끈 진수일은 벤치에 주저앉아 마른세수를 했다. 그리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