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자료 채널
 "어쩌면.. 이현이가 정말 그랬을 수도 있어."
 진수일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진수연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물었다.
 "아빠.. 그게 무슨..?"
 "이현이한테.. 폭행을 당했다던 친구와 만나고 왔어. 이현이가 걔를 묶어놓고 폭행하고.. 심지어, 성폭행까지 하려 했다고.."
 "말도 안돼요! 황태자님이 그럴리가.."
 황시현이 끼어들자, 진수일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그 애는 그 트라우마로 약물 치료까지 받고 있어.. 어쩌면.. 정말로 이현이 그랬을지도.."
 "아빠.. 그 친구.. 혹시 누군지 아세요?"
 진수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진수일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수인이라고.. 이현이 반에 실장인데.."
 "수인이요? 수인이가 그랬다고요..?"
 진수연은 충격을 받은 듯 말했다.
 "왜..?"
 황시현이 조심스레 묻자, 진수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수인이.. 남편이 엄청 아끼는 애였어요.. 집에서도 그 애 이야기를 얼마나 했었는데.."
 "나도 알아. 하지만.. 그 애의 말을 들어보면.."
 "걔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요..?"
 "그게 무슨 말이야?"
 "아빠도 생각해보세요, 남편이 여제와 이야기를 나눈 뒤 홀연히 병실을 빠져나가 자신이 그렇게 아끼던 제자를 폭행했다고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 장인어른이 아니라 범죄심리학자로서 말하자면.. 어쩌면 정수인과 친하게 지낸 것도.. 성폭행을 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
 순간, 유리잔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산산조각이 났다. 유리잔을 바닥으로 던진 진수연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는.. 어떻게 그러세요? 가족이잖아요.. 사위였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한 사람의 말만 믿고.."
 "만일 우리가 이현이 결백하다고 생각했다가, 정말 그런 놈이였으면.. 너 다 감당할 수 있겠어?"
 "선배!"
 황시현이 말리자, 진수일은 화를 내며 말했다.
 "어쩌면..! 어쩌면 이현이 우리 생각과는 다른 사람일 수 있다고!"
 "선배! 침착하고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이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요?"
 "뭐가 말이 안돼!"
 "테러를 당한 사람이, 자기 여동생이랑 대화를 나누더니 학생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치자고요.. 이현이 자살한 그 약물.. 어디서 구한거에요? 경찰이 말하는 것처럼 병원에서요..? 어떤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기도 전에 자살할 생각부터.."
 "그 애의 말에 따르면.. 이현이 간식으로 유인했다고 했어.. 아마 거기에 넣을 용도로 수면제를 가져가려다, 실수로 가져갔을 수.."
 "선배! 의학적인 지식이 전무한 사람이 독극물이 주입된 주사와, 수면제를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전.. 선배가 억지 부리는 것 같아요."
 진수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침상에 앉은 딸은 흐느끼고 있었고, 황시현은 그런 딸을 위로해주고 있었다.
 진수일은 담배를 입에 물고 흡연실로 향하며 생각했다.
 그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나, 정말 이현이 그런 사람이였다면.. 가족에게 돌아올 후폭풍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는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정수인과의 대화를 곰씹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정수인이 쓰러진 시점은.. 그가 그녀의 말에 모순점을 발견하자마자였다.
 우연 치고는 절묘했다.
 더군다나, 호신술로 포박된 상태에서 벗어난다는 점은 믿기가 힘들었다. 또, 구체적인 설명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현이 병실을 나서기 전 대화를 나눈 상대인 여제.
 진수일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현이 정수인을 찾아간 것은 분명 여제의 영향이 있었으리라 추측했다.
 분명히.. 여제와 정수인 간의 어떠한 관계가 있을지도 몰랐다.
 그는 흡연실에서 황시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 아직도 황태자님이 그랬다고 생각하세요?"
 "긴 말 필요 없고, 너 황실대표부 직원이지?"
 "네, 아직까지 그렇죠.."
 "좋아, 너 황실대표부나 황실정보부 쪽에, 정수인이라고 하는 여자애 관련된 정보.. 싸그리 모을 수 있는 만큼 모을 수 있겠어?"
 "대표부 정보야 어렵지 않을 것 같긴 한데.. 정보부는 아무래도 기밀 정보가 많다보니.. 정보부쪽 애들이랑 접촉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긴 한데.."
 "불가능한 건 아니지?"
 "네.. 가능할 것 같긴 해요."
 "좋아, 부탁한다."
 진수일은 전화를 끊으며 담뱃불을 비벼 껐다. 그리고, 어쩌면 정수인이 이번 사건의 실마리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