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가장 앞에서 나열되는 수많은 러시아 이름의 등장인물들의 향연에 잠시 멈칫했다.

러시아 문학 작품을 사실상 처음 접하는지라 익숙하지 않은 형태의 이름이었을 뿐더러, 이름-애칭-애칭의 애칭-다른애칭 등으로 불리는 것이 다소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3분의 1가량을 읽고나니 익숙해질 수 있었다.


1차 세계대전, 러시아 혁명, 러시아 내전 등의 방대한 기간을 다루는지라 분량이 꽤 길었으나, 이름에 익숙해진 뒤로는 술술 읽게 되었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그 과정에서의 사건들, 역사적 사건과 개인사적 사건이 얽힘으로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들은 정말 재미있었다.


마치 수많은 실들과 같았다. 각각의 가닥들은 나아가며 이리저리 휘고, 서로 엉키거나 휘감기고, 때로는 가볍게 만났다가 떨어지며, 여럿으로 풀어지기도 한다. 


혁명, 성장, 사랑, 죽음-부활. 


작중 등장하는 장소와 사건들의 공유지점을 잘 떠올릴 서 있다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뒤에 나오는 유리 지바고의 시는, 연계되는 소설 속 상황들이 떠오르는, 그리고 유리 지바고의 사상을 연구할 수 있는 글들이었으며, 흥미롭게 읽었다.


개인적으로 소설 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인물은,


유리 안드레예비치 지바고 > 라리사 표도로브나 기샤르 = 파벨 파블로비치 안티포프 


정도가 될 것 같다. 이 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따라간다면 조금 더 쉬울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 중 하나를 적고 글을 마무리 하도록 하겠다.


「아이들은 거칠 것 없이 솔직하니까 진실을 부끄러워하지 않지만 우리는 구닥다리처럼 보일까봐 두려워 가장 소중한 것마저 배신하려 하고 역겨운 것을 찬양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맞장구를 치지」-유리 지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