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있다면 죽음도 있다.
그러나 죽음은 보기 싫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들의 주거지에서 죽음을 몰아냈다.
장례식장, 도축장, 감옥, 사형장...

내가 있다면 타아도 있다.
그러나 타아는 보기 싫다.
그래서 인간들은 자신들의 주거지에서 인외를 짓쳐누른다.
방충망, 살충제, 목줄, 입마개...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나 관찰하고 있는가.

내가 지금 타고 있는 지하철에서도, 내려서도. 손 안에 들어오는 다용도 정보통신기기가 악마의 발명품이라도 되는 양 떠들어댄 것이 무색하게 모든 이들이 그것을 들여다본다.

마냥 틀린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른다. 이들의 생각은 더 아둔하고 멍청해졌고, 결론적으로 단순해졌다.

이런 시대는 나 같은 이들에게 그리 좋은 환경이 아니다. 이들은 생사고락을 진정으로 알지 못하고, 때문에 감정의 깊이가 얕고 조잡하다.

왜 그게 문제냐면, 이 인간들이 가지는 원한의 평균적 최대치가 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의 목적지로 도달하면서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이야기다. 전쟁과 죽음을 많이 겪은 이들의 평균적인 원한을 100이라는 수치로 나타낼 수 있다고 치자.

그러면 지금,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자란 세대의 원한은 평균적으로 그보다 낮다. 정확한 추산은 힘들지만 어디까지나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소리다.

그러면 "강한 원한"이라는 조건이 달성하기 쉬워지게 되고, 강한 감정에 기반하는 원령들이 존나게 많아지게 된다. 별 보수도 받지 못하고 일하는 내 입장에선 열뻗쳐 돌아가실 노릇이다.

물론 원한의 절대적인 강도가 낮으므로 각각의 원령은 약하다. 나조차도 이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실감한다. 지금의 내 일은 그냥 죽을만큼 귀찮은 것 뿐이고, 내 선대는 정말 목숨을 걸고 강대한 악귀를 처리해야 했던 거니까.

도착했다. 한창 휴가 시즌이 끝난 캠핑장이다. 자신들의 쓰레기를 정리하고, 자리를 비운다. 그 자리는 채워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제 비수기니까.

이 시즌, 이 밤에 굳이 온 이유는...

그래.

밤하늘에 반딧불이가 하나둘 나타난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반딧불이가 아님을 알고 있다. 그것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울고 있다. 헌신짝처럼 버려진.

사람에게 심각한 위해가 되진 못할 터이지만 당연히 위해를 안 가하는 건 아니다. 수가 많으니 위협은 된다.

반짝거리는 물결이 하늘을 한 번 휘젓고, 자기들끼리 부딫히며 불꽃을 발한다. 그리고 자그마한 화염의 알갱이들이 파동을 이루고... 내게로 온다.

"뭐야?"
"우리가 보이나봐!"
"인간 밉다!!!"
"가만있어봐!"

이것들은 수없이 버려진 일회용 캠핑랜턴들에서 만들어진 쵸칭오바케들이다. 애초 원본 되는 물체의 크기부터가 너무 작았기에 몸집이 지나치게 작고, 가장 행복한 때 혹은 가장 불행한 때의 강렬한 기억을 쉽게 머금다 보니 정말정말 수가 많다. 이맘때쯤에 꼭 한 번씩 와줘야 하는 이유다. 제 때 처리하지 못하면 이것들은...

"인간!"
"수상하다!"
"그래! 우리 쪽 보고있다!"
"우리 말이 들리나!"
"어, 들려."
"우오아아아!!"
"자, 잠깐..."
"우리 차례는..."
"한 명씩 물어보기로 했었잖아..."
"인간들 없어져버렸다!"
"엄청 많았었는데!"
"잠깐 잠깐. 난 한 명이잖아."
"얘들아!"
"인간 말하는 거 안 들리잖아!"

직원이 쓰레기봉투를 치우려는 모양이다. 일을 빨리 마쳐야 한다. 내가 청소하는 직원을 심상찮게 노려보자 쵸칭오바케들의 분위기도 급변한다.

조용해졌다.

"자아. 얘들아?"
"듣고있다!"
"난 퇴마사다."
"어어?"
"퇴마사면 우리"
"튀어!!!"
"아니. 안 죽여. 안 내쫓아."
"그걸 어떻게 믿어!"
"그럴거면 내가 이렇게 직접 말 안 하지."
"그런가?"
"그런가?"
"그런가봐!"
"자. 의심스럽겠지만 이 등불을 봐봐."

커다란 구식의 캠핑 랜턴. 1940년대에 제작된 것이다. 계속 켜고 있는다는 전재 하에 값싼 일회용 전구들에게서 만들어진 쵸칭오바케들은 2만까지도 수용할 수 있다.

"자. 여기로 들어가줄래."
"뭐야!"
"속이려는 거 아냐?"
"여기 들어가면 죽는거지!"
"하지만 시간이 없어."

난 쓰레기를 치우는 직원을 가리켰다. 저 직원이 쓰레기를 처리하고, 그 쓰레기가 매립지나 소각장으로 향하게 되면 매끄러운 구슬들처럼 아름답고 자잘한 쵸칭오바케들은 죽고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저것들이 너희들의 몸을 태우거나 부숴버릴거야."
"으에아아아아!!"
"안돼!"
"무서워!"
"그러니까 내 말 좀 들어줄래."
"으음...!"
"난 몰라~"
"큰 집이다!"

가는 길에 화장품을 하나 산다.

멍청한 인간들은 때로 좋은 일을 한다. 그 중 하나가 나비기름이 포함되어있다고 광고하고선 실제 나비기름을 0.1%정도 넣어둔 이 화장품같은 물건이다.

이 자그마한 쵸칭오바케들에겐 이걸로 충분하다.

이 뭐냐... 뷰티풀 버터플라이 스컵쳐 오가닉 에센스 아잇 작명 센스 한 번 스노비즘적이긴. 아무튼 나비기름이 포함된 이 화장품 오일을 그릇에 담고, 태운다.

가방에서 랜턴을 꺼냈다. 통상적인 등유 랜턴이라면 기름 냄새라던가 다양한 문제들이 있었겠지만, 쵸칭오바케들이 많이 들어있다면 깔끔하다.

"자. 이걸 봐봐."
"불이!"
"예쁘다..."
"난 파란색 안 좋아해!"

크흠 크흠. 목을 가다듬었다.

"이제 시간이 정말 얼마 없어. 이 불은 나비기름을 태운 건데, 너희들이 여기 들어가면 다른 생명의 불꽃에 간섭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너희의 작은 몸으로도 남자를 만날 수 있지."
"하지만 이렇게 작은데..."
"그래서 이걸 쓰는 거야. 의식이 깨어 있는 사람은 볼 수 없겠지만, 너희는 잠든 남자들의 꿈에 간섭할 수 있게 되는 거지. 원하는 몸매 생각해둔 거 있어?"
"나! 뚱뚱하고 못생긴 남자가 키 큰 여자랑 하는 거 봤어!"
"나 가슴 엄청 크게!"
"난 짜끄만 채로 있고 싶은데..."
"다 괜찮아, 네 맘대로 해.. 그리고 이건 생사의 경계를 흐릿하게 해주니까 웬만한 물건은 뚫고 지나갈 수도 있을 거야."
"오아..."
"완전 좋은데!"
"좋은 인간!"
"난 좋은 사람 아니야. 퇴마사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 거 뿐이지."
"그럼 똑똑한 인간!"
"그래!"
"좋아. 다 이해했지?"
"그렇다!"
"가자!"
"오 예!"

도시는,
콘크리트 정글은,
인간이 아닌 것들을 배척하고자 했다.
난 그것을 어지럽히는 것이 좋다.

나비기름 화염에 물든 푸른 빛의 반딧불이들이 오늘 밤 도시를 물들인다. 그녀들이 당신을 찾아가도 개들은 짖지 않을 테고 고양이들도 쫓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가로등들도 광공해로 별을 죽이지 못할 것이다.

그녀들은 잠든 당신들을 덮치겠지.
그러니 당신들이 오늘 좋은 꿈을 꾸길.

하찮게도 당신네들의 작은 손짓 하나를 마음에 담아둔 채 당신네들과 함께했던 잠깐의 행복을 소중히 머금고 있을 그녀들을 만난다면, 이제 영원토록 사라져버리기 전에 사랑해주길 바란다.

그러니까 섹스 꿈이나 꾸라고, 등신들아.
그게 내 비즈니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