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채널 (비)
아까 어느 글의 댓글에서 공지영 얘기가 잠깐 나왔는데
찾아보니까 이런 기사가 있더라구.

"문프께서 그걸 함께할 사람으로 조국이 적임자라 하시니까. 나는 문프께 이 모든 권리를 양도해드렸다. 그분이 나보다 조국을 잘 아실테니까."

기사에 있는 공지영의 페북 글 일부분이야.
나는 이 말을 듣고 성경 구절이 떠올랐는데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쳐라(마태복음 21장 22절)."

교회에 다니면 이 구절을 한번쯤 들어봤을거야.(Q: 어느 교회 다녀? A: 교회 안다녀!)
이 구절은 예수의 제자 중 한 사람이 로마의 황제에게 세금을 내야하냐는 질문에 예수가 답으로 했던 말이야.
당시 금화에는 황제의 모습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러면 그 금화는 황제가 만든 것이니 황제에게 주라고 했지.
그러니까 우리나라도 얼마전에 잠깐 논쟁이 있었던 종교인 과세에 대한 예수 본인피셜이라고 할 수 있어.
그건 중요치 않고.

여기서 중요한 다음 질문은 '그렇다면 하나님의 것을 하나님에게 바치라는게 무엇을 바치라는 의미인가?'가 되겠지.
요즘 교회는 돈을 바치라고도 하는 모양이지만 예수는 돈(금화)이 황제의 것이라고 했어.
하나님에게는 하나님의 것을 바쳐야지.

나는 하나님에게 바쳐야할 것은 믿음이라고 생각해. 종교에서 요구하는게 결국 그거잖아? 믿음.
믿음을 먼저 바치고 그 믿음의 증표로 돈도 바치고 싶으면 바치던가 말던가... 뭐 이정도가 교회의 입장이지 않아?
물론 나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믿음을 바친다는건 아마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여라." (마태복음 22:37)

이런 의미라고 생각해. 마음과 목숨과 뜻을 모두 다하여 그분께 바칠 수 있으려면 일단 믿음이 필요하니까.
결국 하나님에게는 너 자신을 바쳐라, 라는 소리지. 자살폭탄테러는 어쩌면 이런 구절 때문에 생기는거 아닐까?
쿠란이 뭐라고 가르치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이와 비슷한 뉘앙스의 말은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어쨌든,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건 인류는(혹은 적어도 예수를 위시한 기독교도들은) 이미 2,000년 전에 정치에 바쳐야 할 것과 종교에 바쳐야 할 것이 다르다는, 혹은 달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점이야. 그래서 내가 위에 소개한 마태복음 21장 22절은 흔히 예수님의 정교분리에 대한 생각을 보여주는 구절이라고 해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37339 여기서 주장하는 것처럼).

그럼 기사에 나온 공지영의 발언을 다시 생각해보자.
나는 저 발언이 문재인에게 자기 마음과 목숨과(이건 모르지) 뜻을 바쳤다는 의미라고 보여.
그러니까 하나님에게 믿음을 비롯해 아예 마음과 목숨과 뜻, 그러니까 자기 자신을 바치라고 한 예수의 가르침을,
하나님이 아니라 문재인에게 실천하고 있는 거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을 바친 모습인거야.

나는 한국의 정치와 종교에 대해서 좀 이상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에 중심이 되는 종교가 없는게 오히려 정치에 악영향이라고 생각해.
그 대단한 미국조차도 여전히 대통령 취임식 같은 주요 정치적 행사에도 성경이 등장하고 선서가 등장하면서 완벽한 정교분리를 이루지 못했는데(물론 이게 사실은 종교>정치라는 예수의 사상을 제대로 반영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말야)
아직 권위주의가 익숙하고 매우 감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한국인들은 맹목적인 믿음이라는, 하나님에게 향해야 할 것을, 자꾸 현실에 있는 가이사에게 바치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어. 정신적으로 의존할 곳이 필요한건지. 
보수세력도 이 부분에서 생각나는게 있을 거야.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야말로 이런 성질을 아마 가장 잘 이해하고 이용한 사람일테니까.
하지만 본인이 숭배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이 정도면 다른 대통령들에 비해 매우 훌륭하다고 봐.

다른 사례들을 보면 알잖아?
구미에서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반인반신이라며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도 있고
광주는 그보다는 좀 현대적으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건물을 지었지.
박정희 교의 추종자들이 대통령 박근혜를 만들어 떠받들었고
김대중 교의 추종자들은 순교자 노무현을 만들어 떠받든 것처럼(대통령 시절에는 지금만큼 종교적 색을 띄지는 않았다고 생각해)
이제 문재인이 다음 교주이자 숭배의 대상이 된거지.

나는 한국이 정교분리의 원칙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앞으로 올 거라고 봐.
내 눈에는 한국 정치가 가면 갈수록 종교와 구분하기 어려운 형태가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거든.
종교에 심취한 사람을 상대하기는 힘들어.
그 종교가 사이비 종교이기까지 하면 더더욱 그렇지.
근데 원래 그런 거에 빠지는 애들이 믿음 하나는 견고하잖아?
너희가 대깨문을 상대할 때, 광신도라고 부르는게 이상한 일이 아니야.
그건 정말로 민주시민이 아니라 종교인이니까.
그러니까 너희가 문재인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비록 인터넷 상에서일 뿐이라도 광신도와 마주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어야해.

'대깨문 콘크리트는 그냥 강성 지지세력이 아니라 광신도이기 때문에 거기서 빠져나올 일은 죽기 전까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말해도 될 거 같아.
우리나라 사람들 절반이 가진 정치와 종교에 대한 의식 수준은 어쩌면 2,000년 전 예수쟁이들보다 못한지도 몰라. 참 안타까운 일이지.
물론 여론조사에서 문재인을 지지한다는 사람들이 전부 이런 수준은 아니겠지만
노무현이 어떻게 죽었는지 벌써 잊었냐면서 문재인이 아무리 막나가도 맹목적인 신뢰를 보내줘야 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이 얘기가 아주 헛소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어.

지금 보면 미국은 사실 참 나쁜 짓을 한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아담과 하와에게 선악과와도 같은 민주주의를 던져줬으니 그 순진한 뇌를 가진 아이들이 이걸 감당이나 할 수 있었겠냐구. 

그러니까 다같이 뻐킹 USA를 외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