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남식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영국 더럼대 중동정치학 박사
● 現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중동정치·테러리즘 전공),
한국중동학회·이슬람학회 상임이사,
한국국제정치학회 상임이사, 외교부 정책자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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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주전까지만 해도 이라크의 반이란 시위는 심각했다.
불과 몇달전까지만 해도 이란의 반정부 시위 역시 심각했다.

순식간에 죄다 반미 시위로 바뀌었다.

 

1. 이라크에서 이란 영향력의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은 공을 들이고 또 들여왔다. 친미까지는 아니어도 이란의 간섭과 개입을 싫어하는 이라크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였다. 그래서 솔레이마니도 이라크를 오가며 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은 이라크 의회의 미군 (외국군) 철군요구서를 받아들었다. 트럼프는 그동안 이라크에서 쓴 돈이 얼만데 나가라느냐며 자꾸 이러면 제재하겠단다.

 

 

 

2. 이란내 반정부 시위는 심각했다. 사상자 숫자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휘발유가 인상으로 항의하는 시민을 수백명 단위로 사살했다면 체제로서는 보통 위기의식을 가질 일이 아니다. 미국이 국제사회의 온갖 욕을 먹어가며 이란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제재를 복원시킨 것도 다 이란내부를 옥죄어서 체제를 못견디게 만들어 협상장으로 굴복하게 나오게 하려는 것 아니었던가? 아니면 체제가 무너지든지. 그러나 지금 이란 온국민은 불만과 원한을 미국에게 쏟아내고 있다.

 

 

 

3. 알카에다의 추종세력인 동부 아프리카의 알샤밥은 기다렸다는 듯 케냐의 미군기지를 타격, 미국인 3명이 사망했다. 작년중반 IS 완전 궤멸 국면에 들어갔다며 세상은 환호했다. 해외무장전투원들은 흩어졌고 거점은 옮겨졌다. 그러나 IS의 본고장 시리아와 이라크 중 이라크에서 사달이 나면, 그래서 미군과 이라크 시아 민병대간 싸움이 심각해지면 결국 수니파 극단주의자들이 다시 기회를 얻으려 할 것이다.

 

 

4. 분명히 지난 10월 시리아에서 미군병력을 철수하겠노라 선언했다. 그 때 IS 와의 싸움 전선에서 동맹으로 함께 싸웠던 시리아 쿠르드 민병대가 미국의 배신으로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던가? 미국이 중동에서 발을 떼고 고립노선으로 회귀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이라크전쟁이었고 그 후폭풍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는 미군의 이라크 증파를 목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증파는 전국민의 80%가 반사담후세인 진영으로 미국을 환영했던 이라크전쟁때와는 다르다. 이라크라는 전장에서 이란 세력과 싸워야 하는 ... 훨씬 더 고약한 상황이다.

 

해가 바뀌면서 너무 많은게 순식간에 바뀌었다.

외교적인 과실을 따지자면 위에서 보듯 얻는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물론 미국인들의 시선으로 보면 솔레이마니가 오사마 빈라덴이나 아부바크르 알바그다디 못지 않은 위협적 인물이었기에 내심 반길 수도 있고... 트럼프로서는 자국민의 사망이라는 레드라인을 마주하고 결기있게 반응하는 선택을 한것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응징 수위를 정하는 과정의 후문을 잘 들여다보면, 참모들이 놀랐다고 할만큼 대통령의 독자결정이었다는 것. 그렇다면 이 작전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향후 시나리오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그리고 지금 주고받는 일련의 공세적 언사를 보면 고개를 더 갸웃하게 된다. 아무래도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고 트럼프의 직관에 의한 결정이었을 가능성이랄까? 그래서 솔레이마니 제거를 직접 대통령이 지시했을 때 외교안보 참모들도 깜짝 놀랐다는 것 아닐까?

 

그 후문이 사실이라면 일반적 외교안보 정책결정과정과 사뭇 다른 셈이고... 참모들의 치밀한 분석과 컨틴전시 대응안 등을 뒤로하고 내려진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틸러슨도, 매티스도, 맥마스터도 없다. 이들은 죄다 중동에서 잔뼈가 굵은 초기 참모들이었다. 여차하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했던 이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전략가 대신 선거에 익숙한 정치가형 참모 폼페이오와 다른 이들로 채워져있다. 자칫 선거와 국내정치의 동인이 외교적 고려를 압도하는 결정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든다.

 

덧. 52개 공격목표 발언도 참 희한했지만... 그 가운데 cultural sites도 공격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고 한 발언은 최악이었다. 역사 문명의 파괴는 인명 피해만큼이나 국제사회가 혐오한다는 것을 IS가 시리아 유적 파괴할 때 다 지켜본건데... 이걸 참모가 조언해주거나 동의해주었다면... 휴.

 

덧 둘. 아이러니컬한 것은 바로 이런 상황이기에 더 트럼프의 결정과 판단에 의존해서 상황을 반전시킬 수 밖에 없다는 것. 정말 스트롱맨의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