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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매진 유무가 중요한 게 아니다. 티켓 시스템부터 돌아봐야 한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취소표가 발생하고 있다. 취소표 공지도 늦다. 오후 2시에 경기를 시작하는데 당일 오전 10시 30분경 취소표 수량과 현장판매가 발표된다. 암표상과 리셀러(재판매 목적으로 티켓을 구입하는 사람)를 차단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포스트시즌 티켓이 야구팬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매년 암표상과 리셀러의 규모가 늘어나며 티켓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그런데 경기 당일이 되면 취소표가 쏟아진다. 이번 플레이오프(PO)만 봐도 그렇다. 지난 27일에 열린 PO 1차전 취소표가 약 1700장, 28일에 열린 2차전은 취소표가 약 2900장이었다. 2차전의 경우 새벽부터 비가 왔기 때문에 취소표가 많을 수밖에 없었지만 1차전은 날씨 변수도 없었다. 포스트시즌 경기 티켓의 15%가량을 암표상과 리셀러들이 차지하며 생긴 현상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김남우 재무 팀장은 29일 “포스트시즌만 되면 암표상과 리셀러들이 활기를 친다. PO 1차전만 봐도 그렇다. 1차전 당일인 27일 새벽과 아침 사이에 취소표 분량이 1200매였다. 26일까지 취소표 분량이 500매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취소 티켓의 3분의 2 이상이 암표상이나 리셀러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포스트시즌 티켓 취소 마감시간은 경기시간 5시간 전이다. 오후 2시 경기의 경우 오전 9시가 취소 마감시간이다. 암표상과 리셀러들은 당일 새벽까지 정가에 2~3배를 붙여 재판매 사이트에 티켓을 올려놓고 판매되지 않은 티켓은 마감시한을 앞두고 취소한다. 속된 말로 ‘마음껏 남겨먹는 장사’를 하고 있다. 김 팀장은 “암표상과 리셀러의 규모가 매년 더 커지고 있다. 예매 시작시간 사이트 동시접속인원이 25만명에서 30만명에 달한다. 예매가 끝나고 티켓베이와 중고나라 같은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포스트시즌 티켓 천지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법률적으로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취소마감시간을 당기면 공정거래법에 저촉된다. 티켓 재판매도 원천차단은 불가능하다. 예전에는 야구장 근처에서 재판매가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온라인 거래의 비중이 훨씬 높다. 김 팀장은 “취소마감시간을 경기 전날로 당기는 것도 고려했다. 하지만 알아보니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가 될 수 있더라. 게다가 소비자 입장에선 경기 당일에 티켓을 취소할 수밖에 없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결국에는 조금씩 시간을 당기는 방법 밖에 없을 것 같다. 정규시즌의 경우 경기 시간 4시간 전까지 티켓을 취소해야 하는데 이번 포스트시즌에선 5시간 전으로 한 시간 당겼다. 내년에는 6시간 전으로 당기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켓 재판매 차단은 법률이 개정되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 김 팀장은 “매년 법률기관에 문의하지만 법이 바뀌는 게 쉽지 않더라. 법적으로 재판매 사이트를 용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삼켰다. 재판매 금액이 높은 것 외에도 재판매 과정에서 사기행위가 일어나고 피해자도 늘고 있으나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김 팀장은 “연령대가 높은 분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예매내역을 전달받고 매표소에서 티켓을 교환하려고 했는데 이미 판매된 티켓을 샀거나 예약번호를 확인하려면 예매자의 신분증이나 이름, 생년월일등이 필요한데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경우도 꽤 된다. 모바일 티켓으로 거래했지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사용법을 몰라 당황하시는 분도 봤다”고 피해사례를 나열했다.

 

KBO는 PO 1, 2차전 동안 암표상과 리셀러가 티켓 7500장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했다. PO 1, 2차전을 치른 인천SK행복드림구장은 2만5000석이다. 야구팬이 잃어버린 티켓만 15%에 달한다. 예매에 실패하면 정가 이상의 웃돈을 주거나 경기 당일 서둘러 현장을 찾아야 가을야구를 볼 수 있다. 매진 유무를 떠나 거래 목적으로 생긴 취소표를 줄일 수 있는 규정 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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