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반 할 감독이 은퇴를 선언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네덜란드의 괴짜 감독 반 할은 자국 TV 프로그램을 통해 감독직과 작별을 고했다.

반 할은 세계 축구사의 거목 중 하나다. 반 할은 AFC 아약스 감독을 시작으로 FC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유나티이드 등을 거쳐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조국을 3위까지 이끌며 찬사를 받기도 했다. 무수한 리그 타이틀과 1994-1995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화려한 커리어를 구축한 반 할이다.

빛나는 트로피가 그의 전부가 아니다. 무수한 매력을 가졌던 반 할에게는 유독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바로 '신인 발굴'이다. 그는 무수한 클럽을 거치며 훗날 축구사의 족적을 남긴 다수의 위대한 선수들을 프로 무대에 데뷔시켰다. 반 할의 밑에서 많은 선수들이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는 2002년 만 18세의 나이로 반 할의 부름을 받았다.

화려한 선배들에게 밀려 완전한 1군 멤버는 아니었지만, 2002년 바르셀로나로 복귀한 반 할 감독은 이니에스타의 가능성을 눈여겨 봤다.

반 할의 안목은 탁월했다. 사비와 이니에스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의 황금기의 중심이 됐다.

단순히 우승을 넘어 점유율 축구라는 브랜드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사비와 이니에스타의 시작에도 반 할의 역할이 있었다.

앞서 설명한 선수 외에도 에드가 다비즈, 빅토르 발데스 등도 반 할 감독 밑에서 경력을 시작한 선수들이다. 또한 굳이 데뷔 시킨 선수가 아니더라도,

어린 시절 반 할의 지도 아래에서 실력을 만개한 선수는 수두룩하다. 마르크 오베르마스, 에드윈 반 데 사르, 토마스 뮐러 등이 반 할의 지휘 아래 한 차원 다른 선수로 성장했다.

반 할의 은퇴 소식을 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마커스 래쉬포드가 개인 SNS를 통해 "데뷔를 시켜주고 나를 믿어줘서 고맙습니다.

은퇴를 즐기세요 보스(boss)"라는 말을 남긴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던 시절 루이스 반 할의 모습

 

파트릭 클루이베르트(아약스, 1994년 데뷔)

 

어린 재능이 넘쳐나는 아약스의 유소년 정책과 반 할의 유소년 선수의 능력을 알아채는 눈썰미 조합은 소위 '대박'을 쳤다.

1994년 반 할은 만 18세에 불과했던 파트릭 클루이베르트를 공격수로 적극 활용했다.

결과는 대성공. 데뷔 시즌부터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한 클루이베르트는 AC 밀란과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도 골을 뽑아냈다.

'검은 베르캄프'의 등장에 전 유럽이 열광했다. 어린 시절 기대만큼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클루이베르트는 소속팀과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굵직한 활약을 하며

'오렌지 군단'의 전진을 이끌었다.

 

 

클라렌스 세도르프(아약스, 1992년 데뷔)

 

아약스의 유소년 선수들에게 반 할은 축복이었다. 반 할 감독은 1992년 만 16세에 불과했던 클라렌스 세도르프를 1군 무대에 데뷔시켰다.

반 할의 지도 아래 세도르프는 경험을 축척했고, 아약스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세도르프에게 아약스 시절은 서막에 불과했다. 그는 삼프도리아-레알 마드리드-인터 밀란-AC 밀란 등을 거치며 모든 종류의 트로피를 수집했다.

레알과 AC 밀란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 타이틀을 거머쥔 세도르프는 축구 역사상 유일한 '3개 클럽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한 선수로 남아 있다.

 

 

카를레스 푸욜(FC 바르셀로나, 1999년 데뷔)

 

FC 바르셀로나의 심장 카를레스 푸욜도 반 할 감독 지휘 아래에서 데뷔전을 가졌다.

열정과 패기로 똘똘 뭉친 오른쪽 풀백 푸욜은 반 할의 선택 덕에 만 21세의 나이에 바르셀로나 1군 무대에 진입했다.

1년 뒤 자신의 스승은 팀을 떠났지만, 푸욜은 성공가도를 달렸다. 중앙 수비수로 역할을 바꾼 푸욜은 바르셀로나 수비 그 자체가 됐다.

푸욜은 바르셀로나와 함께 챔피언스리그 3회, 라리가 6회, 스페인 국왕컵 2회 등을 달성하며 전설이 됐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유로 2008과 2010 남아공 월드컵 주전 멤버로 '무적함대'의 메이저 대회 연속 우승에 일조했다.

 

 

사비 & 이니에스타(FC 바르셀로나, 1998년·2002년 데뷔)

 

스페인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드필더 듀오 역시 반 할의 손을 거쳤다. 먼저 사비 에르난데스는 반 할이 FC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잡은 1998년에 1군 무대에 데뷔했다.

반 할은 어리지만 탁월한 기술을 가진 사비를 주전급 선수로 기용했고, 이내 사비는 스페인이 주목하는 젊은 미드필더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