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이 마저! 어째서!

사실 상자 안에 이런 쪽지가 적혀있었어요.

[ 이 토끼가 너무 말썽을 부리는 바람에 이 곳에 버려둡니다. 키울 사람은 알아서들 가져가세요- 행운의 토끼 ]

ㅎㄷㄷㄷㄷ...ㅋㅋㅋㅋ

참고로 밑에 글에 이런 것도 적혀있었어요

[ 만약 키우실 분은 한가지만 주의하고 넘어가세요 ]

-WARNING-
[ 절. 대. 이 아이의 눈을 빤히 쳐다보지 마십시오. 이 이후에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

베어형...? 형이 왜 여기서 나와..?

늑대다! 이리다! 이리!

「…」

과거에 신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달토끼

평소 손으로 조교할 때와는 다르게 조교 도구를 보고는 패닉 상태에 빠져서 마구 발버둥치던가,

피를 보더니 경기를 일으키면서 나를 물어뜯던가-

그런 이상 현상을 계속 경험하던 내가 언젠가 물어서 알게된 사실이었다.

「…당신」

그런 그녀가 도망친 곳은 영원정이었으나 그 곳에서마저 계속 겉도는 삶을 살았다고 했다.

자신을 싸늘하게보는 스승과, 경계하는 땅토끼와 무관심한 공주-

그런 곳에서 달과의 통신을 위한 수단외에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던 그들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나간건 자신이 달의 주민이라는 껍데기같던 자부심뿐

『전쟁은 지옥이었다.』라고 그녀가 말했었다.

바로 어제까지 자신의 낡은 침낭을 보고 안쓰러워하며 바꿔준 상냥한 이가 눈 앞에서 골수를 쏟으며 죽는 곳이고

어제까지 실랑이를 벌이던 이가 지뢰를 밟고 터져 고깃조각이 되어 바로 얼굴 위로 쏟아내는 곳이며

사랑하던 이도 무차별 폭격으로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그런 곳이다.

유난히 고문에 민감하던 그녀는 자신의 조교에 정신까지 붕괴되어 가면서 그런 이야기를 술술 털어놓았다.

비어있는 동공에서 술술 풀어내는 이야기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보다 더 참혹하고 잔인한 이야기들 뿐이었다.

피부로 느껴지는 그 공포는 그녀의 몸에 새겨져 있었고, 그런 감정의 상흔을 건드릴 때마다

그녀는 울부짖으면서 그만둬달라고 애원하고는 했었다.

침을 질질흘리면서 육욕외에는 아무것도 남지않은 상품으로 만들었을 때쯤

그런 그녀를 노예상에게 팔기로 작정하고 노예상에게 연락하고 난 뒤의 일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떠나가는 그녀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닫았을 것이나

그녀가 노예상에게 떠나가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그녀가 걸어갈 때마다, 그녀의 잔인한 과거가 같이 옆을 걸어가고 있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발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얼마나 많은 피와 눈물을 본 것일까-

이제와서 그런 감상이 드는 것도 우스웠지만, 그녀의 연약해 보이기만한 그 뒷모습은

그런 고통의 각인을 짊어지기에는 너무 무거워 보였다.

그녀가 떠나가고 난 뒤, 그녀와 함께있던 방 안에서 멍하니 앉아있던 그날밤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포류하던 나는 노예상에게 다시 연락했다.

약속한 금액의 두 배를 더 얹어줄테니, 그 토끼를 다시 돌려보내라고 말이다.

노예상은 처음에 내가 미쳤거니- 생각했지만, 돈을 더 얹어준다는 말에 말없이 돌려보내주었다.

그녀를 노예상으로부터 다시 데려오던 날, 집까지 같이 걸어 올 때 흘깃 본 그녀의 눈은,

노예상에게서 몇 번의 괴롭힘을 당했는지 그녀의 동공은 여전히 비어있었다.

같이 집에 도착한 자신은 말없이 그런 그녀의 옷을 벗기고 깨끗하게 씻겨주었다.

그리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히고 따뜻한 커피를 끓여서 그녀에게 대접했다.

「…」

-당시 그녀의 표정은 아직도 마음에 남는다.

쓰라린 상흔만 남긴 과거의 빛이 채 지워지지도 않은,

모든 걸 잃은 그녀의 표정에서,

눈동자 뒤에 어떤 생기가 도는 빛을 발견했을 때의 그 감정은-

내가 여지껏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무표정에 가까워진 그녀를 보살피면서 그럭저럭 1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조교 짓도 언제부터인가는 못 해먹게 되어서, 언제부터인가는 노가다를 전전하면서 아려오는 어깨를 풀면서 집으로

올 때 쯤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녀가 집 밖에 마중나와서 나를 바라봐주는게 일상이 되어버려서,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집 안으로 들어갈 때-

-갑자기 팔을 끌어당긴 그녀가 처음으로 직접 자신에게 입을 맞추어주었다.

이전 처럼의 죽은 눈이 아닌 그런- 정말이지 처음 보는 눈 빛으로 다가와준 그녀의 눈은

이전의 과거의 상흔에서 신음하던 그런 눈빛이 아니었다.

「…당신의 생각은 정말 알기가 힘들어…그런 짓 후에 그런 짓을 하고, 다시 이런 짓을 나에게 하는군…」

그녀는 자신의 손에 끼인 반지를 몇 번 들춰보더니 정말 주의깊게 바라보지 않으면 눈치채기 힘든 그런 종류의

아주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을 만난건 정말 태어나서 최대의 불행이면서 최대의 행운인지도 몰라…」

「…그러나 당신 위험해. 이런 식으로까지 나한테서 가까워지는건 확실히-」

그 뒤의 답을 듣고 싶지않았다.

그녀의 입을 내 입술로 막아서, 어떤 일말의 의문의 감정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어떤 확신- 그런 종류의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나를 그렇게 하도록 이끌었다.

아무 말없이 내 키스를 받아들이는 그녀의 눈에서는 안도의 빛이 그녀의 녹아내린 감정만큼 흘러내렸다.

그녀는 나로부터 자신이 괴롭힘 당하는 처지인 수준까지로도 충분히 만족했었다.

그 이상의 관계는 나를 불행하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것과는 별개로, 그녀의 생기 넘치는 눈동자를 더 탐하고 싶은, 그런 추한 욕망이

반지를 건내라고 속살거린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답변보다, 내가 스스로 내는 답변보다, 그런 단순한 키스가 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좀 더 마음에 다가가가고 싶은 욕망

과거를 지우지 못해서 고통스러워하던 그녀에게 좀 더 다가가서 보듬어 주고 싶다는 욕망

-다가가는 것 외에는 다른 답이 존재하지 않았다.

확실히 그러했다-라고 할 수 있었다.





[일반 엔딩]



―――단독 엔딩 조건 달성―――

…………

………

……

삶은 잔인하다.

적어도 자신이 살아온 삶은 그러했다.

전쟁터에서 나고 자라서 피와 시체를 보는게 일상인 삶을 살다보면, 존엄함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쉽게 잊는다.

탄환이 누군가의 심장이나 머리를 갉아먹을 때마다, 한 명분의 삶이 끝난다는 것을 일일히 자각하기에는,

너무나도 가슴 아픈 순간들이 연속인 곳에서 존엄성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어느날 쑥대밭이 된 참호에서 기어나와 간신히 목숨을 연명한 토끼를 보면서 느낀 감정은 추하다는 생각이었다.

온 몸이 화상을 입은 채로 이제 곧 다가올 죽음의 시간을 응시하는 그 반 쪽짜리 눈은,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듯했다.

자신이 손을 들어 사격 자세를 취하자, 그럼에도 살려달라고 사라진 손을 내저었으나-

이미 그런 상황을 너무나도 많이 본 자신은 그런 망설임이 없었다.

견디어낼 수가 없었다.

죽음이 주는 중압감이 어느 때보다도 깊이감있게 느껴지는 그 곳의 분위기를 이겨낼 수가 없었다.

탈영을 결심하고 임무 도중 뛰쳐나온 것은 그쯤이었다.

죽은 동료들을 뒤로하고, 곧 죽게될 동료들을 뒤로 하면서- 막무가내로 달리다보니 도착한 곳은 영원정이었다.

-그러나 귀에서는 그들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파동의 형태로 들려오는 그들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생생했고, 스스로를 견딜 수 없을만큼 괴롭혔다.

모든 것에 소극적이되고, 정신적으로 움츠러들었을 때에는 이미 늦었었다.

전쟁은 이미 나를 철저하게 망가뜨려 놓았다.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혼잣말하는 이상한 토끼로 마을에 알려진 이후로 약을 팔고 도망치듯이 마을을 빠져나오던 중

무뢰배들에게 붙잡혀서 이상한 곳으로 끌려가 입에 담기도 힘든 짓을 당했다.

노예상에 팔려간 뒤로는 마음과 생각- 거의 모든 희망을 포기했다.

다만 죽고 싶었다.

이미 죽어서 땅에 묻힌 전우들처럼

그에게 데려가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를 유린하고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만 끄집어대던 그는, 자신이 보아왔던 인간 이하의 생물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자신의 몸을 유린하던 그를 찢어 죽이고 싶은 충동마저 들지 않았다.

이미 탈진해버린 영혼은 생각을 거부했다.

팔려나가는 순간에도 그런 생각뿐이었다.

한 때 염마가 내게 말해준 것처럼- 나는 내 죄의 댓가를 치루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그 곳에서 죽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는 삶만이 남은 듯했다.

-그러나 다시 돌아왔다.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의 표정을 바라보았을 때, 그의 표정은 이전의 귀축이 아니었다.

혼란스러운 채로 그를 계속 따라갔다.

집에 도착할 무렵, 이전처럼 장난감처럼 자신을 성 노리개로 삼을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 그를 막을 힘마저 없던 자신이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는 나를 씻겨주고, 입혀주고, 커피를 대접해주었다.

이상하게도 눈물이 그렁하게 맺혔다.

그 이후 그는 나를 위한 생활을 꾸려나갔다.

이전처럼 계집애들을 사오는 일 없이, 목수일을 거들면서 생활하기 시작한 그는, 집안일마저 모두 자신이 했다.

아침마다 멍하니 자신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는 이마에 키스해주는 것 외에는 내 몸을 건들지도 않았다.

행복을 박탈당한 이가 누리기에는 너무나도 큰 사치인 생활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서 있는 채로 아직도 바닥을 보면서 신음하고 있다.

동공이 비어있는 그 빛에서는 붉은 빛만이 나왔다.

탄환이 갉아먹은 어깨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지혈하면서 쓰러져 있던 나는 그런 그녀를 고통에 찬 눈빛으로 지켜보았다.

그녀의 마음 속 상흔은 지워지지 않았다.

어느날 내가 집 안에 들어왔을 때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던 그녀는 나를 보더니 탄환을 발사했다.

나는 가까스로 피했지만, 잠시 뒤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가를 깨달은 그녀가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자신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기려던 것을 내가 말리지 않았더라면 상당히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집에 돌아 왔을 때, 그녀의 방 안을 가득 매운 검붉은 아우라는 방 안의 공간 개념을 뒤틀었다.

그녀에게 내 목소리가 닿을 때에만, 그 공간 왜곡은 풀리곤 했다.

들리지 않게되면 어떻게 되는가- 하는 생각을 가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 결과 이 모양 이꼴이다.

「…죽어,죽어,죽…」

달로부터의 파동을 수신한 그녀는 수신만이 가능한 그 귀를 세우고 그런 말을 웅얼거렸다.

전쟁이 계속되는 달

계속 누군가 죽고 죽으면서 내뿜는 파동이 그녀의 귀에 계속 닿는 듯했다.

고장난 무전기같은 그녀는 귀에서 계속 들려오는 죽음의 메아리가 그녀의 마음을 채우는지, 수신한 파동을 계속 웅얼거렸다.

「…탱크…찢어줘…터진다…죽어…살려줘…죽여라…」

몇 번이고 내가 레이센의 이름을 불러봤지만 그녀의 빈 동공에는 아무런 빛도 나지 않았다.

죽은 눈으로 휘청거리면서 사격 자세를 취할 뿐이었다.

다시 몇 번의 사격이 이루어졌다.

탄환들은 나를 스쳐지나가 내 뒤에 있던 소파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거친 숨을 내쉬는 그녀는 식은땀으로 온 몸이 젖어 있었다.

「…레이센 도망치지마…안돼 레이센…병장님…가지마세요…」

힘겨워 보이는 그녀는 다시 손을 들고 사격 자세를 취한다.

「…도망쳐」

문득 들려온 그 말

「…도망-」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한 말은 이내 붉은 눈에는 살의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어깨죽지를 관통한 탄환이 주는 극심한 고통보다도-

눈동자 위로 비친, 그녀의 빈 동공에서 흘러져 나오는 눈물이 주는 감각이 더 생생했다.

쓰러져서 한참을 버둥거리던 내 주위는 피바다가 되었다.

뚜벅

그녀가 다가온다.

손을 들고 내 머리를 겨냥했다.

탕

두번째 탄환이 꿰뚫은 것은

-그녀의 왼쪽 가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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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짧은 순간의 행복이 그날로 끝났다

불행으로 점철된 삶을 끝내고 싶었다.

이제 총격으로 치명상을 준 시점에서, 아무리 상냥하던 그마저도 나를 버리겠지

-이제는 그런 불행을 더 겪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정신을 붙잡고 가슴을 겨누고 쏘았을 때의 각오는 그러했다.

이제 죽음으로써 내 죄를 모두 갚을 수 있다면…

…그래 그것으로 된 거다.

…미안해요. 당신

-

-눈을 뜰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눈을 다시 떴을 때, 익숙한 영원정 병실의 회색 천장이 눈에 띄었다.

몇 번이고 본 이 곳은-

설마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려고 했으나, 가슴에 극심한 통증을 느껴서 작게 신음하고는 포기했다.

오른쪽 팔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에 고개를 돌려서 옆을 보았을 때-

분명 피로에 지쳐 쓰러져 자는 그 얼굴은

- 반드시 기다리는 그것이었다.

출처 :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qN5Q&articleno=1376&categoryId=152&regdt=20151001192730

안되요, 당신은 왠지 위험햇! (내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