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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여름은 덥다.


오늘은 날씨가 덥기때문에 그냥 집에만 있으려고 했으나- 빌어먹을 친구 녀석이 문자를 하도 보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밖에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소개팅은 싫어- 이런 말을 아무리 어필해봐도 그 녀석은 대학의 과내 단체 미팅 자리 한 자리가 빈다면서


폭탄 제거라도 해달라면서 사정사정해댔다.


망할 녀석 같으니라고.


안 그래도 묘하게 여자들한테서 인기가 없는 자신이었다. 그런데 그런 자리에 끌려나간다는 것은…


…진짜 무언의 폭력이고 정신적 학대다.


못 생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식한 것도 아니고-


그러나 매 번 고백하는 여자마다 차였다.


에라이 빌어먹을


…왼쪽 이마에 난 상처가 주는 인상이 더러운 것따위는 알고 있는데


태어날 때부터 그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고, 어머니께서 말해주셨다.


항상 그 칼자국같은 상처가 콤플렉스였다. 학창 시절 때에는 그 상처때문에 놀림도 많이 받았었고,


싸움도 많이 했었고, 그 상처가 주는 인상때문이었는지 자신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상처를 보고 움찔하고 놀라고는 했다.


「아- 진짜 더워 죽겠네. 이 망할 녀석… 예쁜 여자들이랑 하는 게 아니면 콱 죽여버리고 싶네…」


한참을 버스를 타고 한참을 걸어서 도착한 번화가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 곳은, 도시의 생명력을 보여주는듯이 늘 활기차다.


수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뒤로 하면서 횡단보도를 건너서 번화가의 중심 방향으로 걸어갔다.


수없이 즐비한 카페와 음식점, 옷가게들 사이에서 미팅 장소의 이름을 되뇌이면서 찾아가는 게 얼마나 고역인지


아웃사이더인 자신과는 다르게 철저하게 인사이더인 망할 친구 녀석은 알아야한다.


…아니


방금 등에 땀이 비처럼 내리는 걸 생각하니 마음이 바뀌었다.


이 녀석 나중에 죽이자


확실히 사형이다 이녀석


…젠장


멀리서 보이는 횡단보도를 한 번만 더 지나가면 이 번화가의 중심 지역이다.


안 그래도 많은 사람들을 부대껴서 불쾌 지수가 높아지는 차에, 도착하면 그 주위를 두리번 거리면서


사막에서 바늘을 찾듯이 미팅 장소인 카페까지 알아서 찾아야한다.


「…정말이지 난 운이 지지리도 없다니깐…」


한숨을 쉬면서 횡단보도쪽을 걸어갈 때-


유난히 내 시선을 끄는 사람이 있었다.


한 눈에 봐도 늘씬한 미녀인 그녀는 그 길고 하얀 생머리에 검은 띠를 매고 있었는데,


등에는 예전에 검도를 하던 친구가 들고 다닐 때 본 그런 느낌의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뭔가 언밸런스하면서도


-그녀의 존재감은 그 거리를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같이 보이게 하는 인상을 주었다.


…어차피 나랑 인연없는 사람이다 쳇


그런 망상의 나래를 펴면서 그 방향으로 가던 차에


뒤를 힐끔보던 그녀가


갑자기 이쪽을 보더니 고개를 확 돌린다.


그 자리에서 굳은채로 이쪽을 바라보는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만나려고 약속한 사람을 발견한 것인걸까


갑자기


그녀가 이쪽 방향으로 뛰어온다.


성실해 보이나 뭔가 덜렁스러운 느낌의 그녀는-


그러나 어두운 밤 속에서도 끝내


-새벽과 아침이 오는 순간을 지켜낼 것같은 그녀는


내 앞까지 뛰어와서야 멈추었다.


잔뜩 흐드러진 그 은발에서 향기로운 향이 난다.


무릎에 손을 얹고 헉헉하면서 숨을 고르던 그녀는


고개를 들더니 그 맑고 투명한 눈동자로 내 얼굴을 뜯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모를 묘한 표정을 짓는다.


「…저…저기요 아가씨? 저저절로 가야하거든요? 조…좀 비켜주시겠어요?」


그녀의 맑은 눈동자만큼이나 맑은 빛줄기가 그녀의 두 눈에서 흐른다.


「에?! 저저-저는 아무것도 잘못 안했어요?!」


「…칠백…」


「예?!」


「…아흔하고도 두번째 해…」


-갑자기 몸에 소름이 돋는 듣한 어떤 기시감이 몸을 덮쳤다.


어떤 오래된 영상이 지나가는 것 같은데 그 영상이 보이질 않는다.


어떤- 아니 그런 류의 이미지는… 자신의 인지 영역 밖인 것같으면서도 어쩌면 아주 그리운-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온다.


누군가의 얼굴이 지나가는 것같다.


강한 영혼의 누군가-


예전에도 이런 풍경을 본 것 같은


-어떤 원초적인 곳으로부터 오는 듯한 어떠한 확신


「…한달하고도…」


넘쳐흐르는 눈물이 그녀의 턱선을 따라서 떨어진다.


그녀는…


「…일주일…」


그녀가 자신을 껴안는다.


-아주 오래전에 느꼈던 어느 강한 영혼이 껴안아주듯이


        ―― Ending No.1019 (요무우 엔딩 -당신과 그녀를 지키는 검)






출처(들어가면 위험한 세상이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