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아야의 왼손을 끌어당겨서, 약지에 반지를 끼워줬다.

「…너 바보지?」

 

소파에 털썩 누워서 천장에 왼손을 뻗은 그녀가 반지를 보면서 말한다.

「…천 살 이상을 훌쩍 넘긴 이런 녀석이 뭐가 그리 귀엽다고 이런 결정을 하는거야?」

「…」

「…그건 별개로, 처음에 나를 끌고 올 때는 이런 식으로 생각 안 하셨잖아요? 헤에?

근데 이게 뭐야. 이제는 내 몸을 유린하는 것도 모자라서 마음까지 유린하려고? 아야야야―」

「…」

「말 좀 해봐 거기 귀축. 안 그래도 어제 너가 내일 놓아준다고 하길래 여기 있었던 일을

죄다 폭로해서, 너를 완전히 사회적으로 매장시킬 때, 극적으로 쓸 몇 마디는 건지게 뱉어봐」

 

자세를 바로 잡고 앉아서 이쪽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싸늘하다.

강한자한테는 공손하고 약자한테는 거만한 성격의 그녀는 원래 그런 여자였다.

자신이 이 집에서 포박되어 나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아마 그녀는 독한 마음을 먹고

자신의 감정을 모두 억누르는 가면을 썼을 것이다.

 

…언젠가 기회가 될 때 방심한 자신을 죽이고 탈출할 수 있도록

 

자신이 상대를 정신적으로 압도하는 것을 알자 그녀의 말은 더 거칠어진다.

「지저의 쓰레기 같은 놈들이나― 뭐 그외에도 마음에 안드는 새로온 신이라던가, 땡중이라던가,

지도자 껍데기 쓴 녀석이라던가― 등등 많은 녀석들은 봐왔지만 그 중에서도 너가 제일 쓰레기였어

이거 칭찬이다? 쓰레기 중의 쓰레기― 쓰레기의 왕이 된거야 너는」

「…」

그녀의 독기서린 비난에도 과거의 어떤 순간들처럼 화가 나거나 그렇지않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그녀에게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깨닫기 시작한 이후부터 그녀는

약간씩 버릇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평소 다른 계집애들같았으면 진작 입을 막고 폭력으로 죽을 때까지 때려서 고분고분하게 만들었겠지만―

…그녀에게는 그런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게 너무 빠져든 것이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채로 그녀의 언어적 폭력을 무조건 수용했다.

 

「언론은 사회의 공기지― 왜곡이던 뭐던 결국 여론이라는걸 만드는 거고, 칼보다 더 잔인하게 상대를

난도질 할 수가 있지. 너, 내가 오늘 출발해서 텐구 마을에 도착해서 글 쓰기 시작하면,

내일 아침쯤 신문이 모두 돌고난 뒤에는 진작 자살 안한걸 후회할껄?」

「…」

「…흥 여전히 말이 없네 멍청한 놈」

 

그녀는 소파에서 일어나서 내가 꺼내놓은 자신의 문화첩과 카메라를 들고 문쪽으로 걸어나갔다.

 

 

그녀의 걸음걸이가 멀어질 때마다―

 

오래전에 그녀때문에 조교사로써 끝난 자신의 처지가 생각났다. 

…이제는 이 환상향에 발도 못 붙이고, 얼굴도 못 들고 다니는 인간이 되는 건가

 

자신으로부터 멀어지는 그녀의 걷는 걸음걸이는 빠르나

마치 그녀의 하얀 발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그 시간의 흐름은 매우 느려지는 것 같았다.

이후 오게될 시간을 보고 싶지 않았다.

사진과 같이 영원의 시간의 어떤 아름다운 순간으로 지금 이 순간을 박제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상품으로 팔 대상도 모두 잃었고

조교사로써의 자신도 모두 잃었으며

―이제는 이 곳에 살게될 자신도 모두 잃을 것이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녀는 자신의 신발을 신고 문 밖으로 나갔다.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아무말없이 앉아 있는 내 귀에 쾅하는 문을 닫는 소리가 들린다.

 

 

그녀는 떠났다.

 

 

 

바닥에 떨어진 눈물의 크기는 지금 자신이 느끼는 자신의 그릇만큼이나 작은 것같다.

그녀를 담기에는 나라는 그릇이 너무 작았다.

아예, 그녀에게 빠져들지 않았더라면,

아예, 처음만난 그 순간부터 엉망진창으로 그녀를 만들었다면,

 

그러나

 

 

『―그런 모습마저도 상상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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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같은 놈

병―신 같은 놈

 

환상향 최속으로 빠르게 날아가면서 과거의 기억들을 지워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몸을 유린당하면서도 이 악물고 그 곳을 빠져나갈 그 날을 위해 참고 또 참던 자신이었다.

나긋나긋한 몸짓과 새색시같은 말투로 그를 안심시켰다.

 

결국 성공했다.

 

『텐구들의 마을에 있던 친구들과 마을이 보고싶어요 서방님―』

영업용 미소의 천재인 자신은 그런 능청스러운 거짓말을 했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면서 조교도 마다하고 거의 반나절을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서

고민하던 그 병신은 『내일가서… 꼭 돌아와줘.』이런 말을 하면서 자신의 문화첩과 카메라를

내일 순순히 내놓겠다는 것이 아닌가.

 

진짜 저런 등신같은 놈한테 당한 수모를 생각하면 지금도 어이가 없다.

 

'…흥. 자업자득이지 멍청한 놈. 내일 신문이 나가면 너를 죽이러 온 여성들의 부모나 요괴들이 

네 집 앞으로 가서 네 놈의 머리채를 끄집어 당기고 가죽을 벗기고 네 놈을 사지분해를 해줄거다.'

 

 

아름다운 환상향의 풍경이 아래 펼쳐진다.

 

여름이 거의 다 지나가고 가을로 접어들기 시작한 그 곳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같다.

거―의 야생신처럼 되가는 수확신이 돌보는 잘 여물은 곡식과 과일 나무를 지나,

캇파들이랑 텐구들이 뭐가 그리 즐거운지 깔깔대면서 노는 강을 지나,

요괴의 산의 정상 부근의 텐구의 마을까지 날아간다.

 

텐구들의 마을, 

영원목(永遠木)에 도착했을 무렵이다.

 

거의 한 마을만한 굵기의 엄청난 크기의 나무 한 그루와 그를 감싸는 숲의 나무마다 지은

집들이 엄청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을 때는 노을이 지는 저녁 무렵이였다.

 

그녀는 자신의 문화첩 수첩을 펴고 

 

『충격! 당신의 딸은 안전한가? 어느 귀축 남성의 고백』

이란 제목을 적었다.

붕붕마루가 이전보다 꽤나 선전해서, 요즘에 호외치고는 조금씩 퍼지고 있다. 

 

 

그래도 붕붕마루정도의 신문이라면

 

그를 사회적으로 완전 매장하는 것따위는 어린아이의 손가락 부러뜨리는 것만큼이나 쉬울 것이다.

 

마을까지 날아가면서 펜을 딸깍거리면서 한참을 써내려 갈 때쯤이었다.

카메라에서 필름이 다했음을 알리는 표시를 봤기에, 중간에 사진소에서 필름을 사러가야했다.

캇파의 기술력은 제―일이어서

요즘에는 향림당에서 가져온 기술을 응용해서 별의별 기계를 만들더니, 그덕에 요즘에는 카메라가 

자신이 들고다니던 때보다 훨씬 흔해졌다. 쳇

심지어 몇몇 돈많은 텐구나 요괴,인간들은 언론사를 아예 새로 차려서 자신의 붕붕마루 신문을 위협해댔다.

그라운드 제로의 심정으로 이전의 부동의 1위의 명성을 다시 되찾기 위해서 다시 차근차근 따라잡을

생각이었다.

 

…뭐 그 따라잡아야하는 놈들이 좀 많기는 하지만

 

 

아직 문을 닫지 않은 단골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딸랑

 

방울소리가 울린다.

 

「어서옵쇼! 어? 이게 누구야 아야쨩이네? 허허― 몇 일만이네 뭔 일 있었어?」

나이가 상당히 든 사진소 주인이 가게를 정리하고 문을 나가려던 참이었다. 

「뭐― 취재하다보면 이런저런 일 있는거지. 영감 필름 하나만 갈아 줘. 돈은 내 신문사에다 달고」

「허허― 쌩쌩한걸 보니 뭐 괜찮은 거겠지」

 

건내받은 카메라를 받은 영감은 안의 필름을 꺼내서 새 필름으로 갈아끼웠다.

「이 필름은 모두 인화해서 줄까? 요즘 새로운 기계를 캇파애들이 만들어서 들여놨더니 성능이 좋아

순식간에 인화하더라니깐?」

「뭐 그러던지. 그것도 신문사에 달아줘― …아니 서비스로 좀 해줘 영감 하루이틀 보는게 아니잖아」

「껄껄 타고난 언론인이야 아야쨩은…설득을 당해내질 못 하겠네. 뭐 오랫만에 보는 얼굴이니 특별히 오늘은

서비스로 해줄게」

「고마워」

 

영감이 인화하는 기계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는 동안 생각해봤다.

 

 

그 멍청이는 진짜 속은 걸까?

 

뭐― 그 놈은 뭔가 나사가 풀린 놈이니, 자신을 24시간 관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내 본모습을 볼 기회도 없었겠지

언젠가는 등에 언론의 칼을 박아줄 그날을 고대한 자신을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 놈이

 

 

… 뭐 상관없어 그 놈은 이제 끝장난 거나 다름 없으니까

 

 

잠시후 사진 한 뭉텅이를 들고 사진들을 살펴보면서 그 방에서 나오는 영감이 말했다.

 

「뭔놈의 자는 사진을 이렇게 많이 찍었어? 누가 찍어준거일려나― 혹시 사귀는 사람있어?」

 

 

…?

 

 

영감에게서 사진을 낚아채듯이 뺐어서 사진들을 보았다.

 

 

 

『X월XX일. 자신이 새근새근 자고 있는 모습』

『X월Xo일. 자신이 혼자 차를 마시면서 책을 보는 모습』

『X월oX일. 자신이 술에 취해 쓰러져 있을 때 이불을 덮어 준 모습』

『X월oo일. 자신이―』

 

 

―매일 자신과 지낸 일상 중에서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찍은 사진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찍은 그 사진들은―

 

 

―항상

 

 

 

그는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당연히 모를리가 없었다.

언젠가는, 자신을 떠날 것이란 생각으로 괴로워했을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언젠가는, 이별의 순간에 자신의 죄악에 괴로워하면서 고통스러워했을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매일 자신을 끌어안아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던 그의 표정이 

점점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그의 표정에서 

 

이전의 잔인한 그런 쓰레기가 아닌

 

한 명의 연인으로써 서고 싶어하던 그 표정은―

 

 

 

「아야쨩 왜 그래?」

「…」

 

문을 박차고 뛰쳐 나왔다.

「아야쨩! 카메라는 안 들고―」

 

환상향 최속인 자신이 향하던 것은

 

 

그의 집이었다.

아야는 뺨을 붉히며 당신의 마음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 얼굴은 지금까지는 없던 행복에 가득차, 모든 괴로움을 날려버린 듯이 보였다.




―――단독 엔딩 조건 달성―――

…………

………

……

 

「흠흠!」

힘 있고 당차게 수백 명의 인요가 모인 한 대형 연회에서 연설을 시작한다.

 

「에― 또 여러분 이런 자리에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붕붕마루 창간 100주년같은, 환상향의 기념비적인 자리에

참석해주신 여러분에게 진심어린 감사와, 앞으로도 붕붕마루 신문을 계속 사랑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참석해주신 인간분들은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지금의 규모의 신문사가 되기까지에는 많은 시련이 있었습니다.

각종 신문사가 난립하는 가운데에서도 꾸준히 성장하던 저희 붕붕마루 신문사는! 다른 자본을 앞 세운 신문사와는 다르게!

늘 깨끗하고 올바른 기사만을 고집해왔습니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한달에 끽해야 다섯 부 나오기 힘들었던 것은 주간지로,

그리고 마침내 일간지로까지 성장하였습니다. '한 가정 한 붕붕마루'의 정신은 이루어졌습니다만 여기서 도태되지 않고!

앞으로도 최고의! 부동의 1위의 언론사가 되도록 심혈을 쏟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허리를 굽히고 인사하자 우래와 같은 박수가 쏟아진다.

 

뒷풀이 자리가 시작된다.

 

「감동이네요― 결국 몇십 년 단골이 된 보람이 있었네요 아야씨」

「아 린노스케 씨 꾸준한 구독 감사드립니다」

「…어이 이봐 자만하지 말라고? 곧 따라잡아 줄테니까 말이야」

「젖이나 더 먹고 와라 하타테」

「―지난번 기사 날조잖아 이 망할 년아!?」

「워워 유카리 님 체통을 지키세요―」

「뭐 술을 준다길래 와봤더니. 썩 나쁘지는 않네」

「…적당히 좀 마셔주세요 스이카. 저번에는 당신 때문에 술이 동이 났어요」

 

그런 연회가 무르익을 무렵―

 

 

 

「뭐 쓰레기 신문사가 이리 큰걸 보면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아야?」

―완벽 소쇄한 메이드와 카리스마 홍마관 당주

「하…하하 홍마관…에서도 오셨…군요?」

「예―전 홍마관에 관한 기사를 생각하면 아주 갈기갈기 포를 떠주고 싶지만, 뭐― 예전 일은 예전 일이지. 

앞으로 조심해 까마귀, 쥐도 새도 모르게 머리에 칼이 박혀있는 수가 있다?」

「며…명심하겠습니다」

 

그녀가 포도주 잔을 건낸다.

 

「흥. 뭐 됐고, 술이나 마시러 온거니 같이 한잔이나 하지」

「가…감사합니다」

…왠지 여기서 원샷을 안하면 옆의 메이드가 쥐도새로 모르게 칼을 머리에 박을 것 같아서 술을 원샷했다.

 

「그나저나 이제는 그 불쌍한 남편은 못 보는거네. 아쉽네―」

「…뭐 인간이라는게 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쓸쓸하게 웃음을 짓는다.

잔이 비기 무섭게 옆에서 그 잔을 다시 채워주는 메이드

「네 그런 음흉한 성격을 견디어준 그 녀석이 대단하지. 그나저나 아쉽구만, 

마지막에 환상향 최초로 일간지가 나오는 역사적인 순간을 못 보고 먼저 훌쩍 떠나버렸으니」

그녀는 포도주 잔을 홀짝하고 마십니다.

「…」

「…뭐 떠난지 20년도 더 된 이야기니 그런 생각하고 살지 말자구. 나이 많다는게 다 그런거지 뭐」

 

 

아주 오래 전에 하도 흘려서, 

말라버린 줄 알았는데

 

 

 

「어?! 야 갑자기 그런 반응 보이면 괜히 미안해지잖아」

「…하…하하 아니에요 레밀리아 님 이건―」

 

뚝뚝

 

뚝뚝뚝뚝뚝뚝뚝뚝뚝뚝뚝

 

「야?!」

 

눈물은 하염없이 얼굴을 타고 떨어지고, 주변 인요들은 그런 자신을 보면서 취했다면서 깔깔 웃는다.

 

그 사람과의 추억이 가슴 아프게 가슴을 찢는 것 같다.

그 추억들을 잊어버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왜냐하면 매일 사진을 같이 찍었기 때문이다.

사진첩에는 매일 찍은 사진들이 넘쳐났지만, 단 한 장도 버릴 수 없어서 수십 개의 사진첩을 창고에 차곡차곡 쌓아놓았다.

그와의 지낸 모든 시간들이 사진들에 담겨있다.

 

슬펐던 순간

기뻤던 순간

같이 했던 모든 순간을―

 

―사진은 삶과 죽음을 넘어서

 

기억을 매개한다.

 

 

「…이…이건 아니에요. 흐…흐으으…그니까 이건 우는게 아니라―」

 

―통곡

 

바닥에 쓰러져 우는 자신을 보고 연회의 인요들은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린다.

이렇게 기쁜 자리에서 우는 자신이 꼴 사납다.

그러나, 한 번 시작된 울음은 좀처럼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매번 자신의 눈물을 통제하려고해도, 

그와의 기억들이 

성공한 자신을 조용히 뒤에서 끌어안아주는 것 같다.

 

끝까지 바보 같던 사람

자신이 속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받아준 사람

 

 

그 사람은―

 

끝까지 나를 지지해줬다.

 

 

 

―다음날 모든 신문사가 카메라를 앞세워서 촬영한 그 연회 자리에서,

한 소녀가 흘리는 눈물이 모든 신문의 1면을 장식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 Ending No.1032J (아야 엔딩 - 사진은 사랑을 매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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