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시 멘트

[검열삭제]번호0010:【레밀리아 스칼렛】

영원히 붉은 어린 달이란 이명을 지닌 홍마관의 주인이자 흡혈귀.

외견은 어린 소녀지만 환상향에서도 굴지의 힘을 지녔으며, 성격은 유치하고 오만하다.

더우기 흡혈귀로서의 위격도 높고, 자기중심적인 새디스트이기도 하다.

하지만 마음을 허락한 상대와의 거리는 가깝고, 성적으로도 관계를 가지기 쉬운 경향인 것 같다.

타고난 새디스트이기 때문인지 조교를 행하는 쪽에 상당한 재능을 지니고 있다.


[검열삭제]시 멘트

레밀리아 스칼렛.

요괴 가운데 특히 강력한 힘을 갖춘 흡혈귀.

개중에서도 두드러지는 개체로, 안개 호수에 있는 홍마관의 주인이다.

그러나 막상 이렇게 힘을 잃고 당신의 수중에 떨어진 모습은 단순한 어린 여아에 불과했다.

등에 달린 박쥐의 그것 같은 날개를 제외하면 열 살에도 못 미치는 유아 같다.

「흥, 네가 내 『주인님』이라 이거지. ――퉷」

레밀리아는 당신에게 침을 뱉더니 심드렁하니 중얼거렸다.

「따분하기도 했으니 이런 취향도 재미있을지 모르겠네. 그래, 어디 한 번 해봐」

「시시껍절한 짓이나 하겠다면…… 보이는걸, 너의 말로가」


연모없는 상태 임신

「저, 저기……. 잠깐 묻고 싶은 게 있어」

「아침부터…… 아니, 전에부터 몸 상태가 안 좋아」

「머리가 무거운데다 구역질이 다 나고, 몸은 나른해서 여느 때보다 더 힘이 안 나와」

「그, 그리고, 봐! 배가, 어쩐지, 볼록하고……」

레밀리아가 스스로 옷을 걷어 올리면서 당신의 눈 앞에 작은 배를 내민다.

말마따나……. 살이 찐 것과는 다르게, 부자연스럽게 부푼 배.

당신은 임신해버렸을지도 모른다고, 레밀리아에게 정직하게 전했다.

「임, 신…? 뭐야, 그게……」

종족이 다른 레밀리아에게 당신은 인간이 아이를 만드는 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아이가, 생겼어? 내게……?」

「아, 아니야……」

「나, 난, 이런 식으로 종족을 안 남겨……」

「피, 피를 빨아서……. 죽을 때까지, 빨아서, 그래가지고……」

「그러니까, 이런 거, 이런 건, 아니……」

레밀리아답잖은 작은 소리로 무슨 말을 계속 중얼중얼거리고 있다.

당신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려니, 레밀리아는 갑자기 메마른 웃음을 흘렸다.

「………아하하」

「아하, 아하하. 그래, 이거 괜찮군」

「어차피 난 같은 편을 늘리지 못 해. 그렇다면 낳아보겠어」

「누가 부모인지도 모를, 이 아이를 낳으면 되지. 그래서 같은 편을 늘리면 되는 거야」

「그래 이거밖에 없었어. 난 흡혈귀로서 실패했었던 거야」

「설마 내가, 여동생도 아니라 바로 내가, 레밀리아가, 실패작이었다니. 아하하, 하하」

「그런 줄은, 생각도 못 했지 뭐야. 아하하하하」

「실패작답게 살아가보자고, 하하. 아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

 

 

「있지, 파파」

「아기가 어디서 오는지, 레미 겨우 알았어」

「황새가 날라준다느니, 양배추 밭에서 난다느니, 다∼ 거짓말이더라」

[검열삭제]한 일 하면 돼. [검열삭제]를 말야, [검열삭제]에다 넣고 안에다 [검열삭제]면 생기는 거지」

「마마가 되는 건 아주 힘들어. 왜냐면 [검열삭제]한 일 하면 엄청 창피한걸」

「그치만 레미도 [검열삭제]에다 많이 [검열삭제]져서 마마가 되어버렸다?」

[검열삭제]한 일 싫어해도 아기는 생겨버리는구나아……♪」

………

아무래도 레밀리아의 어린 정신은 이 가혹한 현실에 버티지 못했던 모양이다.

맑고 아름답던 붉은 눈동자는 이물질이 녹아든 것처럼 적갈색으로 탁해지고,

그 광채를 잃은 두 눈은 눈부신 듯 허공을 쳐다보고 있다.

그녀의 무구하고 고상한 마음은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지만, 그건 영원히 당신 것이 되었다…….


연모+임신

「아……」

당신이 방에 들어가자 레밀리아는 흠칫 몸을 움츠렸다.

「저, 저기 있지……」

「어쩐지 나 좀 이상해. 일어난 뒤로 구역질이 나고, 목도 마르고, 몸이 무거운데……」

「그래서, 봐……」

레밀리아는 스스로 옷을 스륵스륵 벗고는 볼록한 배를 당신에게 내보였다.

「이거, 전에 파체한테 들은 적이 있어……」

「인간은 여자 체내에 아이를 배어서 번식을 해나간다고……」

「그때에 여자가 여러 가지로 고생한다고 말이야……」

「있지……. 설마, 나―― 정말로, 생긴 거야?」

불안스레 이쪽을 쳐다보는 레밀리아에게 당신은 솔직하게 회임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 그럴 수가아……. 난 인간 아닌데에……」

「인간이 아니니까, 진짜로, 생길 줄, 몰라서……」

「흡혈귀는 이런 식으로 같은 편을 늘리지 않는단 말야아……. 우, 윽, 흐, 끅, 으에에에엥!」

여태까지 붉은 악마로서 고상하게 살아왔다고 여겼다.

그랬건만 지금, 설마 이런 처지로 몰락할 줄은 눈곱만큼도 상상할 수 있을 리 없다.

불합리한 제 처지에 레밀리아는 엉엉 울고 있었다.

「너무, 너무해애……. 쿨쩍, 쿨쩍……」

레밀리아는 울다 부어 새빨갛게 된 눈시울을 문지르며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이런 짓을 해놓고선……. 절대, 절대 절대 절대로!」

믿어왔던 자기 자신을 부정당한 레밀리아는 단 하나의 기댈 곳을 갈구했다.

「레미랑, 꼭 결혼해야 하거든……」


노말, 트루 엔딩공통

「…농담이 지나치군」

손에 낀 반지를 보면서 그녀는 헛웃음을 지으며 자신과 반지를 번갈아 보았다.

자신을 보고 항상 애정어린 표현을 하던 그녀의 표정이 싸늘하다.

할 말이 없었다. 아무리 그녀가 저항하지 않고 자신을 응시해 온 시간이 길었다고는 해도,

자신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상대를 용서하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나를 이런 곳에 끌고 와서 입에 담기도 힘든 일들을 경험하게 한 당신이…

 아무리 당신과 지낸 시간이 길다고 할지라도 내가 그 순간들을 잊고 살 거라고 생각했나?」

나의 오만이었던가. 어쩌면 그녀의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

단지 그녀가 내게 보여준 미소들은 

살기 위해 억지로 쓴 애정의 가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조교사로써 프라이드도 다 내던지고 전한 마음은

…그래…. 사실 근본적인 부분에서 잘못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왜곡되고, 어둡게 시작한 우리의 관계는 이미 건너갈 수 없는 감정적 해자를 

먼저 깊게 파고 교류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마… 나는 그런 사실들을 애써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당신 말이야. 스스로도 정말 한심한 인간인 것 알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정말 한심한 인간이었다.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이런 생활을 계속하면서, 단 한번도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던―

인간적인 행위라고는 언제부터인가 잊고 살던 자신이었다.

「흡혈귀보다 잔혹한 인간― 인간으로 당신을 생각하기에는 당신의 피가 너무 더럽지.

 당신의 피에서는 역겨운 냄새가 나거든, 몇 명을 팔아치웠는지 모르는 구역질나는 냄새가.」

그녀의 질책이 가슴 후벼파듯이 아프게 자신을 찔렀다.

어쩌면, 나는 그녀가 나를 죽이고 달아나지 않은 것에 대해 

오히려 그녀에게 고마워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녀 정도의 흡혈귀라면 자신을 갈기갈기 찢을 수 있는 기회는 몇 번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을 죽이지 않았다.

어쩌면, 자신이 그만한 가치도 없는, 벌레 같은 존재로 여겼기 때문인 걸까.

「…좋아 결정했어, 거기 귀축…. 잘 듣도록 해」

자신을 집어 삼킬 것 같았던, 그 깊이감을 알 수 없는 붉은 눈이 자신을 바라본다.

자신은 이미 돌이킬 수 없다.

이렇게 살아 온 인생을 다시 되돌릴 수 없으며, 

앞으로도 자신은 계속 이런 더러운 인생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너무나도 늦게―

 

인간다움이 뭔지 깨닫기 시작한 자신은

 

이미 되돌아 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인지도 모른다.

 

슬픔과 공포 속에서도 굴하지 않던 그녀의 눈빛이 아니었더라면,

자신의 추악한 영혼을 거울처럼 비추어 볼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계속 그런 삶을 살았을 것이다.

 

 

난생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는 것 같다.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 모르겠다.

정말이지 자신의 모든 인생을 지긋히 노려보는듯한 그녀의 붉은 눈동자를 견딜 수 없었다.

 

이제서야…

 

모든 것을 버리고 나서야… 인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이 되는 것 같았는데...

 

이제서야…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여, 성욕을 충족시키는 대상으로써의 상대가 아닌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게되는 것 같았는데―

 

「…나는―」

 

 

그녀의 심판이―

 

 

「…나는… 당신이 이런 생활을 그만 두기를 바라.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는 인간이니까.」

 

 

…?

 

 

자신의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당신은 나쁜 놈이라는 표현도 충분히 당신의 악함을 묘사하는 데 부족한, 

 정말이지 최저의 인간이지만… 당신의 피가… 이런 생활을 청산한다고 해서 

 완전히 깨끗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나는 당신이… 좀 더 나은 인간이 되었으면 해」

 

 

 

뚝뚝

 

뚝뚝뚝

 

 

이상하다. 분명... 분명 그녀는 나를 미워하고 증오할 터인데…

또… 나… 나는 이런 감정을 절대로 느끼지 못할… 그런 최저의 인간인 줄 알았는데…

―왜 그녀는… 또 나는―

 

눈물이 넘쳐 흐르는 채로 바닥에 무릎을 꿇은 자신을 

그녀가 다가와 조용히 어깨에 손을 얹고 끌어 안아주었다.

눈물은 어느새 통곡이 되고, 그런 자신을 모든 것을 용서할 듯한 향기로운 향기와, 

자신이 두려워했던 아름다운 영혼이 눈물이 떨어질 때마다 꽉 끌어 안아준다.

「…그럼에도 나는 당신을 믿으니까」


노말엔딩(주인공이 인간이 아닐경우 발생)

―――단독 엔딩 조건 달성―――

…………

………

……

 

옛날, 얼마 안 되는 기간에만 활동했던 조교사가 있었다.

그 기량은 탁월해, 한 번 먹잇감이라 점찍으면 인간뿐만 아니라 요정과 요괴마저도 함락시켰다고 한다.

같은 조교사라면 누구나 부러워하며 그 앞날에 기대한 남자.

그러나 그는 이제 없다. 어느 날을 경계로 뚝 끊기듯 자취가 사라지고 만 것이다.

그가 어디로 가버렸는지 아는 사람은 적다.

 

환상향, 호수변. 적홍(赤紅)의 저택이 안개 속에 허깨비처럼 떠 있었다.

한때, 주인을 잃었던 이 저택은 주인의 귀환을 맞이해 다시 전과 같은 리듬을 되찾았다.

다만, 바람이 전하는 소문에 따르면, 그 저택에 주인이 데리고 온 새로운 거주자가 늘었다던가, 말았다던가.

변화라 할 만한 건 그뿐. 환상향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하루하루 맴돌아간다.

 

홍마관은 오늘도 주인과 함께 늦은 아침을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 Ending No.1010 (레밀리아 노멀 엔딩)


트루엔드(?)

―――단독 엔딩 조건 달성―――

…………

………

……

 

옛날, 어느 조교사가 있었다.

타고난 조교사였던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음에도,

오물을 묻히면서 자신이 걸어온 조교사의 삶을 후회하는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그에게 있어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폭력이었다.

먹지않으면 먹히게 되는 세상- 이 곳 역시 힘이 지배하는 곳

자신의 힘에 굴복한 약자들에대한 일말의 동정은 없었다.

 

동료들마저 인간의 탈을 쓴 악마같은 그를 만나기를 꺼려했었다.

몇몇은 도를 넘은 그의 조교 방식을 가지고,

혹은 그의 매정한 판매 방식을 가지고,

혀를 차면서 그를 뒷담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그들이 프로가 아니기 때문이기에 그런 감상내지는 일말의 인간성을 버리지 못하고,

나약한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라고 오히려 그들을 비웃었다.

 

적어도 자신은 프로였다.

 

세상이 역겹게 여기는 더러운 일일지언정, 자신을 능가하는 조교사는 없다는 프라이드는

그가 이 잔혹한 세상에서 두 발을 땅에 딛고 설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하늘색의 부드러운 머릿결과 와인같이 붉은 눈동자를 가진 그녀는 일개의 상품에 지나지 않았었다.

'레밀리아'라는 이름도, '흡혈귀'라는 사실도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에게 그런 것은 팔려나가는 상품에 붙이는― 이름표나 성적 취향을 만족시키는 것따위의 내용물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그가 그녀를 끌고 집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일이다.

처음에 그의 집에 도착해서 그녀의 목에 걸린 쇠사슬을 끌고 조교실로 끌고 올 때

그는 문득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기 죽지 않는, 고고한 프라이드가 넘치는 눈빛―

 

그런 눈빛들을 많이 보아온 그는 그녀의 그런 눈빛을 비웃었다.

제 아무리 프라이드가 넘치고 마음의 성벽을 쌓더라도,

결국 그런 눈빛들은 폭력과 공포 속에서 눈의 생기와 초점을 잃기 시작했고,

마지막에는 죽은 눈이 되어서 팔려나가는 모습을 여지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녀 역시 그런 부류― 그는 그녀를 마음 속으로부터 부수기로 마음 먹었다.

'약간'의 난이도가 있는 공략 대상일뿐 그에게 불가능은 없었다.

 

 

그러나

 

 

하나의 '완성'된 상품을 만들기 위해 몇 번이고 그녀를 굴복시키려고 한 시도들은 번번히 실패했다.

 

그녀는 굴복하지 않았다.

 

그 건방진 눈빛을 뜯어 고치기 위해서 아무리 조교의 강도를 높여도,

그 건방진 미소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아무리 폭력을 가해도,

 

―보란듯이 그녀는 그 특유의 프라이드에 찬 미소와 눈빛만큼은 잃지 않았다.

 

밀폐된 공간에서 오랫동안 지내면 당연히 변하기 마련인 눈빛들만 보아왔던 그는,

그녀에게서 어딘가 닮은 자신의 모습을 보는듯한 착각에 빠졌다.

 

 

몇 일째부터였을까.

 

―그런 그녀에게서 두려움을 느끼던 것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그녀에대한 그의 두려움은 커져만 갔다.

그녀의 그 눈빛을 볼 수록, 그녀의 음성을 들을 수록, 

그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

 

아무리 육체를 유린하고,

아무리 공포 속에 밀어넣어도,

아무리 마음을 무너뜨리려고 해도,

 

―늘 고고하고 아름다운 그녀의 눈빛은 빛을 잃지 않았다.

 

 

무너진 것은 자신이었다.

 

 

단지 상품에 불과했던

단지 도구에 불과했던 그녀는

 

 

어느새 자신을 마음 속으로부터 지배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처음으로 그녀에게 상품으로써 대하는 감정 외의 감정을 품게 되었다.

처음에 그는 그런 감정을 애써 무시하려고 안간 힘을 다했다.

매번 그녀는 상품이다라는 말을 스스로 되뇌이면서, 자신의 조교사로써의 프라이드를 지키려고 애썼다.

그 프라이드는 조교사로써의 자신의 삶의 이유였고,

이것을 잃으면 조교사로써 자신이 이 땅 위에 발딛고 사는 힘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그는 필사적이었다.

 

 

그러나 그녀를 만나게 되는 순간마다

 

그녀의 프라이드 넘치는 붉은 눈동자에 그런 다짐은 점점 힘을 잃어갔다.

 

무너지기 시작한 그의 마음은 어느새 그녀를 '그녀'로 보기 시작했다.

 

 

 

조교사로써의 그는 끝났다. ―그의 삶까지도

 

---------------------------------------------------------------------------------------------------------------------------------------------

 

 

환상향, 호수변. 적홍(赤紅)의 아름다운 저택이 안개 속에 허깨비처럼 떠 있었다.

한때, 주인을 잃었던 이 저택은 주인의 귀환을 맞이해 다시 전과 같은 리듬을 되찾았다고 한다.

다만, 바람이 전하는 소문에 따르면,

오래전 그 저택의 주인이 새로운 거주자를 끌고와서 같이 살게되었을 때는 지금보다 한층 더 시끌벅적 했었다나 뭐라나.

그러나 역시 인요를 막론하고 그 저택에 관한 소문들 중 가장 많이 언급되고 관심을 끄는 소문은,

그 저택에 가본 어느 누구라도 잊지 못하는, 가장 햇빛이 잘 드는 장소에 놓인 아름답게 꾸민 묘지에 관한 소문이다.

 

어떤 이는 그것이 저택에 충성을 바친 한 메이드의 무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어떤 이는 그것이 주인과 친했던 어떤 친구를 위한 무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 그들의 추측이 있거나 없거나―

이제는 비석이 꽤나 풍화되어 이름조차 지워지는 바람에, 누구 묘였는가 가물가물해진 그 무덤은 여전히 깨끗하고 아름답게 유지되고 있다.

 

아마 그들은 모를 것이다.

 

 

―한 여자에게 사랑에 빠진 나머지,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리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된 한 남자의 이름을.

 

        ―― Ending No.1010 (레밀리아 트루 엔딩)


유아퇴행 엔딩

―――단독 엔딩 조건 달성―――

…………

………

……

 

 

심야, 세계 전부가 활동을 쉬는 시간의 작은 교회.

그곳에는 사람들로부터 스칼렛 데블이라며 두려움을 사던 흡혈귀와 한 명의 인간이 있었다.

아무도 없는 심야의 교회에서, 지금 두 명은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다.

「……저기, 파파」

왜 그러니? 라며  당신이 애띤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하나님은 흡혈귀라도 축복해줄까……? 나, 불안해……」

불안해하는 레밀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기쁜 듯 수줍어했다.

「……파파……」

그대로 당신과 레밀리아는 가볍게 입술을 포갰다.

「파파……. 기뻐……. 나, 쭉 파파 색시가 될 거라고 결정했었어」

레밀리아가 그렇게 말하며 살짝 눈물을 머금자, 당신은 꼬옥 껴안았다.

「아, 죄, 죄송해요……. 기쁜데도 눈물이 막……」

순백의 드레스를 두른 흡혈귀의 볼에 눈물이 흐른다.

그것은 세계의 온갖 존재보다 더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 Ending No.1010 (레미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