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삭제]번호0036:【시키에이키 야마자나두】

본인 왈, 환상향 담당인 지옥의 재판관이라 한다.

애매한 정보이긴 하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 왠지 믿을 수밖에 없는 묘한 힘이 있다.

성적 지식도 경험도 일천한 듯 보이지만, 그 정신은 달관한 성인처럼 딱딱하고, 쾌락에 빠지는 일도 거의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 봐 온 [검열삭제]들 중에서도 최고로 난해한 부류에 들어갈 것 같다.

종족:염마 난이도:SSSS 성장도:B 공헌도:B 매각치:★

가슴크기:[빈유] 추가정보:<없음>

소질 정보 :[숫처녀] [꿋꿋함] [자제심] [무관심] [보수적] [일선을 넘지않음] [정조관념] [부끄럼쟁이] [젖기 쉬움] [헌신적] [쾌감을 부정] [중독되기 어려움] [고무] [A민감] [빈유] [구현] [신령] 

□ 상성

     사이교우지 유유코×110%          야쿠모 유카리×110%        오노즈카 코마치×150%

----------------------------------------------------------------------------------------------------------------------


설교 이벤트를 실행하시겠습니까?

[설명:설교 이벤트 실행시 에이키의 고유 커맨드인 설교 커맨드로 이벤트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설명:설교 이벤트는 조교자가 남자임을 가정해서 쓴것으로, 조교자가 여성일때도 완수가 가능하지만, 내용은 변하지 않습니다.]

(주의:설교 이벤트로 조교 난이도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설교 이벤트 완수 이전엔 연모가 뜨지 않습니다.)

 

[0] 예

[1] 아니오

0

이벤트를 'ON' 했습니다.

당신에게 '감정결여'가 추가되었습니다.



최초 [검열삭제]시 멘트.

당신이 방에 들어가자 에이키는 당신을 노려보았다.

「당신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알고는 있는 것입니까.

알겠습니까…지금, 당신이 하려고 하려는 것은…」

당신은 에이키의 말을 막고, 저항하는 에이키의 옷을 무리하게 벗겼다.

「싫어… 그, 그만두세요! 이런 일 해도… 싫어어…」


1월1일 야간에 [검열삭제]시 멘트.

「올해는 작년보다 나은 1년이었으면 하네요」

「새해 첫 날부터… 이것입니까」

「새해 교합? 그건, 사랑하는 사람끼리 하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설교이벤트.

에이키는 당신을 향해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설교를 듣겠단 말씀입니까…?」

 

설교를 듣겠다는 이야기는 설교를 듣는다는 행위,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것은 아니었다. 

조교라는 것도 여러 방식이 있다. 몸과 마음을 깨부숴서 망가뜨리는 방법. 협박을 통해 완전한 통제를 얻는 방법.

그 무엇이든 간에, 조교사는 조교 대상을 파악해야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특히, 이번 조교대상은 염마. 그녀를 파악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설교리라.그렇게 생각했다.

 

「뭐,…저도 당신에게 할 말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해는 안가는군요…」

 

에이키는 진지하게 당신의 공허한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의도는…

다만,

…죄인을 속죄하고 회개시키는것. 염마인 그 자신에겐 이뤄야할 사명이다.

설사,그게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거나 함정에 빠지는 일이라 할지라도, 방법이 있다면 해내야 한다.

 

「우선, 당신 자신이 무슨일을 하고있는지 알고 있는거지요.」

「당신은 스스로 반성할 생각이 있기는 한겁니까?」

 

예리하긴…, 당신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어어.하고는 어물쩡 넘어갔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인거라고 장황하고 그럴싸한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정말로 가식적인 사람이군요…」

 

에이키는 벌레씹은 표정으로 이 쪽을 쏘아보았다. 역시, 거짓말은 안통하는가.  

 

「이럴줄 알았습니다… 쯧,무슨 생각인지 알고는 있었지만 이리 뻔뻔할 줄이야.」

「할 말이 다 없어지는군요. 그냥 가시지요.」

 

실팬가…별 수 없다. 그렇다면 차선책을 찾아보든가. 이 일을 만회할 수단을 찾아봐야지. 

 

「그래도…」

 

방을 떠나려하자, 에이키가 다시 말을 걸어왔다.

 

「포기할 수는 없지요. 나갈 수도 없다면 언젠가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해주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에 오시지요.」 

 

하, 속죄 시키겠다.라.

당신은 가소롭다고 생각했다.

하지만…당신은 변하지 않는다.

그 자신은 텅빈 껍데기다…인간의 탈을 쓴 괴물일 뿐이다. 죄(罪)도 의(義)도 없다. 선(善)도 악(惡)도 없다.

자신이 그깟 설교따위로 변할 사람이라면, 하고

당신은 그저 자조할 뿐이었다…

 

그래… 역시, 당신은 변할 수 없다. 음지에서 태어났다면 음지에서 죽는게 당연하다.

…게다가 자신을 백(白)으로 감싸줄 사람은…더 이상 존재하질 않으니.


--------------------------------------------------------------------------------------------------------------------------------------------------------

 

하아…나는…

 

장황한 설교가 끝난지 두어시간 지나고…

해가 산을 넘어 하늘을 주홍빛으로 물들일때 

색색이 물든 하늘을 보며

당신은 과거를 회상했다…

 

평화로움…

 

그나마 인간답게 살았던 때가 있었다…

이런 나에게도, 소중한 이가 있었다…

나는 그 사람과 매일같이 이 하늘을 올려다 보았었다…

하지만 영원할 거 같았던… 날 아껴주던 나의 가족…그녀는…저 하늘로 스러져갔다…

………

그 이후, 하늘을 볼 일은 없어졌고…

…난 더 이상 인간으로 서지 못하고있다…

 

「…아직도 설교 듣길 원하시는겁니까?」

 

에이키의 방문 앞에서 주저앉아서

꼴사납게 줄곧 창밖만 보면서 주절거리고 있었던건가…

당신은 멍한 정신을 가다듬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터덜터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


「아무리 그래도, 저번처럼 그러는건 좀 아니잖습니까!」

「자신이 죄를 짓고

죄를 지은 그 자신이 큰 자각없이 설교를 듣고싶다.라고 하면 그 사람에게 설교를 순순히 하고싶겠습니까?!」

 

「게다가, 제가 하는 설교는 죄를 뉘우치게 하는거지 죄를 질책하는게 아닙니다만?…」

 

에이키는 전에 했던소리를 반복하기가 짜증이라도 나는듯, 지끈거리는 머리에 손끝을 대고 

한손으로 얼굴의 반을 가린 채 그대로 짓누르며 이야기한다.

 

「하아…,뭐 됐습니다.」

「최소한 우이(牛耳)는 아닐테니 설교하다보면 깨닫고 뉘우칠 날도 오겠지요…」

 

에이키는 눈을 감은채로 시간을 보냈다. 짧은 침묵 후-에이키는 한숨에 가깝게 날숨을 뱉고, 엄숙한 목소리로 설교를 시작했다.

「그러면, 중요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지요.」

 

「당신은 죄를 뭐라고 생각하는겁니까?…」

 

죄를 뭐냐고 생각하냐니?

 

에이키는 한심한듯 흘겨보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당신같은 사람에겐 죄라는게 뭐냔 말입니다.」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이를 희생시키는 일,이유,목적. 그런것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사람이, 사람끼리 공감,공존하기 위해 내놓은 개념. 당신은 그렇게 대답했다.

 

「…하아」

「당연하지만 가식적인 대답이군요.」

 

에이키는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에게 등을 지곤 말을 이어나갔다.

 

「…죄라는 것은,」

「인간다움을, 인간성을 존재하게 합니다.」

 

…무슨 소리지?라고 물었다. 염마에겐 죄라는건 최악(最惡)의 것일텐데? …무엇보다 죄라는건 인간다움과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기본적으로 죄라는 것은, 누군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라는 인식이 생겼을 때 따라붙는 각인과도 같은것입니다.」

「…단순히 '인륜을 벗어났다.'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를 느낄 수 있어야 죄인 것이지요.」

「…그런데 당신은, 정말 '자신이 잘못됐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지요.」

「그런 당신에게 '인간성'을 내세우며 설교를 하라. 이말입니까? 여러가지 의미로 모순이군요.」

 

「뭐,됐습니다.어차피 그런 당신에겐 이해할 수 없는 일일테니.」

「…그래도, 사후의 '죄'라는 것은, 죽은 이의 입장이 아니라 살아있는 세계의 법도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죄를 짓지 말라고 이야기하는게 그런 이유입니다.죄인이 살아있는한 언젠가는 심판을 받기에 마련입니다.」

「생중(生中)이든 사후(死後)든.」

 

에이키는 거기에서 말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에이키의 등 뒤에 있는 창이 보인다.

에이키의 얼굴에 비좁은 창에서 긁힌 창백한 달빛이 녹아들어있다.

아무리 어둡고 칙칙한 곳이라도 저렇게 조그만 창이라도 있다면 하늘은 방으로 기어들어와 빛을 비추는건가…

 

 

어디에 있던 하늘이 비추지 않는곳은 없는거지…

 

「에…?」 

「…그렇군요. 뭐… 비유는 좋습니다만… 그걸 안다면 절 풀어주시는 편이 낫겠습니다만…」

 

…생각하던게 마음 밖으로 삐져나왔다

그리고 에이키는 그걸 자기가 한 말을 듣고 대답한거라 생각한건가…

 

…그래도, 널 풀어줄 생각은 없다…고 당신은 에이키에게 대답했다

 

「…역시, 그렇군요…하긴…」

「하아…,오늘 설교는 여기까지입니다…」

 

 

「…」

 

「할 말이라도 있으신겁니까?」

 

응…? 아니,

 

오랜만에 본… 저 하늘이 아름답거든…

 

「무슨…」

 

…더 이상 볼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저 하늘은

오늘따라 더 눈에 띄는구나…


--------------------------------------------------------------------------------------------------------------------------------------------------------


…평소에는 보기싫었던 저 하늘이…

오늘은 더 보고싶어진다…

 

그리움…

 

 

보고싶다…

 

 

안타까움…

 

 

보고싶다…

 

사랑…

 

 

이제 나 아니,당신에겐 그런건 없다.

자신이 알던 것들은, 유일하게 알던 것들은 모두 저 하늘이 집어삼켰으니까…

그럼에도… 저 빛은…

저 하늘은…

내가 그리워하는 만큼 

내가 안타까워하는 만큼

내가…사랑하는 만큼…

온 몸을 찢어내어 

창으로 기어들어와 어두운 구석을 비춰준다…


--------------------------------------------------------------------------------------------------------------------------------------------------------


에이키의 방으로 들어섰다.

 

「오셨군요.」

 

「…오늘은 반드시 당신을 속죄하도록 만들겠습니다.」

 

…바보같은 여자.

내 마음엔 창같은건 없다고…

당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


「그래요. 당신은 언제나 그런식인거죠. 그러니까 당신은 자신의 죄를 알 수 없는겁니다!…」

 

에이키는 열화와도 같은 설교를 했다. 무지에 대한 비분을 열정에 가깝게 쏟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죄와 벌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하기위해, 보응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만들기 위해

가식적이고 들은말만 지껄이려하는 당신을 몇번이고 쪼아대듯 독설에 가까운 설교를 퍼부었다.

 

「그래도, 당신같은이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자신이 죄를 짓지 않는것보다 죄 자체를 두려워 하는겁니다!

당신은 결국 죽어서까지 고통을 겪게될테니까요. 당신은 죄를 짓지 않는게 타인만을 위한게 아니라는걸 이해해야 합니다!」

 

…에이키의 설교가 내용이 점점 '타인'의 시점에서 당신의 시점으로 바뀌어가고,

죄와 가식에 대한 '공격'에서 그 결과로 일어날 보응에 대한 '걱정'으로 변화하고 있다.

 

「당신은 자신이 사후에 일어날 일들을 알아야합니다. 당신은 자신의 사후를 위해서라도 선행을 해야한다는겁니다!」

 

에이키의 말투는 퍽 날카롭지만, 설교의 시간이 지날수록 그 내용은 점점 부드럽고 타이르는 듯한 방식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정말 당신을 설득하려고만 하는것일까?

자신을 어두운 곳에 가두고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빼앗고, 

자신을 희롱하고,

자신을 야한 농지거리의 대상으로 보고, 

자신의 직무이행을 방해한 죄인을

 

천천히 구슬리거나 동정하는 척하기엔 너무 멀리왔다. 적어도 그녀와 그 자신 사이에 그렇다는것을 당신은 안다.

그렇다고 그녀의 성품이 악랄하고 교활한 그것은 아니라고 들었으며, 그렇게 알고 있으니. 거짓행동은 아니다.

…그녀의 그릇이 큰것인건가. 염마의 관용이란것인가.

솔직히, 당신에게 이런 태도를 보인 이는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녀'를 제외하곤 말이다. 그래서 망연함마저 느낄정도다.

그러면, 그녀는 도대체…무엇인걸까.

 

「…인데…제 말 듣고 계십니까…?!」

 

어…응…

 

고마워…

 

……………

…………

………

……

 

「네…?」

 

잠깐…뭐라고 말한거지…? 내가 미친건가…?여기서 갑자기 고맙다는 이야기가 왜…?

에이키와 당신은 당신이 의도치 않게 입밖으로 내뱉은 소리떄문에

혼란통에 빠진것이나 다름없이 크게 당황했으나, 침묵으로 매워진 방에서 몸이 굳은 듯 미동 한 번, 숨 한 모금 들이쉬기도

힘든 역설적이지만 웃지못할 희극이 벌어지게 된것이다.

 

「아…으흠…!」

「뭐…알아들으셨으면 된겁니다…!오늘은 더 말씀을 드릴 필요는 없겠군요. 가,가보셔도 됩니다…!」

 

당신은 도망치듯 소스라쳐 방을 빠져나가고, 문을 쾅닫은다음 그 상태로 문에 등을 진 채

팔딱팔딱 뛰는 심장의 판막이 여닫히는 소리가 자신의 귀까지 들릴정도로 커졌음만을 느꼈다.

아…이런…내가 다른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 적은 그 이후론 없었는데…

하아…정말 미쳤지…미쳤지….라며, 당신은 실언에 대한 후회를

광인처럼 되뇌이고 뇌까리며 복도를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움직였다.

………

 

--------------------------------------------------------------------------------------------------------------------------------------------------------


해가 붉게 녹아드는 때 당신은

다시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면 안 돼요…다음부턴 그러지 않기야…?

 

겹쳐보였었다…

유일하게 자신을 걱정해줬던 여인…

그리고 한 때 자신이 욕구를 품었던 

 

자신의 '누이'를…

 

누나…

 

텅 빈 눈만큼 마음속이 비어있는 어린 소년의 추억은 

그림자 진 구석에 앉아 친누이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어린날의 환영이 되어 그녀와 풀밭에서 

사그러져가는 해의 주홍빛 잿내를 맡으며 

서로의 볼에 입맞춤을 나누곤 집으로 사라져갔다…

 

「으…음, 지금도… 계신겁니까…?」

 

아…

 

외로운 발걸음을 옮기는 당신은 

그리움을 뒤편으로 한 채 현실로 돌아갔다…

 

--------------------------------------------------------------------------------------------------------------------------------------------------------


「아…오셨습니까…」

어…으음

………

방 안에선 침묵을 깨는건 차가운 공기가 흐르는 바람소리가…

………

「그…저기…오늘도 설교를…해드려야하나…?」

으아아…그런 눈으로 보지마…


--------------------------------------------------------------------------------------------------------------------------------------------------------

 

……………

설교를 시작한지는 한 두어시간이 지난거 같은데…그럼에도 에이키는 당신에게 말 한마디 않고 있었다.

이 어색한 공기에 큰 부담을 느꼈지만, 에이키가 곧 눈을 가늘게 떴다가 숨을 내쉬는 것으로 상황은 이완되어갔고.

마침내 에이키가 당신의 얼굴을 살피려는듯 눈을 휘돌리자, 침묵은 깨졌다.

 

「저기…」

 

어…응…?

 

「역시 전에 그건…아…아닙니다…」

 

……………제길 한 번의 말실수가 이렇게까지 될 줄이야…명색이 조교사인 내가 조교 대상에게 이런…

 

…침묵의 깨어짐은 오래가지 않았다. 당신은 소리내지 않고 위와 같은 말을 입모양으로만 지껄였지만

결국엔, 답답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번민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간다는 사실을 피해갈 수 없음을 알게되었다.

 

「후우…」

 

에이키는 심호흡을 했다. 다시 침묵을 깨려는 것이다. 고개를 돌린채 생각을 정돈하려는 듯 안구를 천천히 돌리더니,

천장과 벽 사이 금에 초점을 맞춘 뒤, 그 상태로 살짝 내려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곤

질문을 던졌다. 

 

「지금은…다른건 묻지 않겠습니다…당신은, 으음…」

 

갑작스레 깨진 침묵은 생각할거리를 많게한다. 적어도 에이키에겐, 침묵을 깬 사람에겐 최소한 그럴 것이다.

에이키는 잊어버릴듯, 중요한 생각을 놓치지 않기위해 머릿속을 가다듬곤 질문을 이었다.

 

「당신은…어째서 이런일들을 하고 있는겁니까…?」

 

그건…

――.


알 수 없다…


당신은 자신이 왜 이런 일을 하는건지…어느 순간부터 알 수 없게 되었다…

…그저 우연찮게 얻은 힘으로… 

사회적 감시에서 벗어나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비뚤어진 인성에 의한 단순한 일탈…?

얼마전부턴 돈에도 신경을 쓰지 않게되었는데…

당신은 왜 이런일을 하는걸까… 알 수가 없게 되었다.

………

 

「그렇군요 당신은… 하아…」

 

「뭐…대답하고 싶지 않으시면 대답할 필요는 없습니다…어차피 제가 붙잡혀있는 상태에선 물어봤자니까…」

 

에이키는 묵묵무답인 당신에게 질려버린 듯 눈을 아래로 깔고 목소리를 가라앉힌 채 이야기를 끝맺었다…

 

…어쩐지 찝찝한 뒷마무리였다. 끝이긴해도 뭔가 남은듯하다.

이런식은 아니더라도 찝찝한 느낌이 드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특히, 무언가에 빠져있지 않으면 더하단 느낌이 들 때도 많다.

당신은 …이래서 내가 일에서 잘 벗어나지 못하는걸까…라고 상념에 잠긴 채 복도를 걸었다.


--------------------------------------------------------------------------------------------------------------------------------------------------------


당신은 작업을 위해 도구상자를 들고 작업실로 들어갔다…

 

사각…

 

목재를 깎아내는 소리가 방안을 메우고

 

사각…

 

머릿속 상념과 충돌하기 시작한다

 

끓어넘치는 초조와 싫증에 진저리가 난다. 

내팽겨쳐버리고 싶어진다…하지만 꾹 참고…하다보면…

 

사악-

 

손이 베여버렸다…붉은 매화꽃에서 떨어지는 잎처럼 붉고 아린 고통이… 손 끝까지 번진다…

 

다친거니…?

 

풍경속의 매화나무, 감싸진 손과 감싼 손. 

그 붉은 꽃잎은 손에 맺힌 핏방울마저 꽃으로 바꾸었다.

 

응…이라고 대답할 수도 없잖아 이젠…이라며 투덜거리며

당신은 푹 베인 손바닥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나는 정말 봉래인이 맞는걸까…

 

아니…

그전에 인간이 아니겠지만…

추억에 허우적대는게 힘겨워진 당신은

손끝에 꽃잎처럼 달라붙은 핏물을 땅에 살짝 털어내곤

손수건을 들어 그대로 손등위를 향하여 살짝 감아 올렸다…

 

일진이 안 좋군…

 

…반쪽짜리 인간은 그렇게 되뇌었다.

………

……

 

--------------------------------------------------------------------------------------------------------------------------------------------------------


오늘도 에이키에게…

삐그덕거리는 문 소리, 그리고 당신은 햇빛을 받아 상체가 그림자로 가려진 채로 방 안으로 들어왔다  

「하아…그래도 절 풀어줄 생각은 없으신가보군요…」

에이키는 진저리가 난 듯한 표정으로 어두운 구석에 자리잡고 않은 당신을 쏘아보았다…

………

「원하신다면 언제든 설교는 해 드리죠…」

…그래


--------------------------------------------------------------------------------------------------------------------------------------------------------


「…그래도 그 상처는 뭡니까…!」

설교를 듣다가 다른 방향으로 세어버렸다. 이젠 손에 난 상처가지고도 설교를 할 참인가…

 

「이것보세요…!피하고 진물이 엄청나잖습니까…! 갈지도않고 이래선…하아…」

엉망진창이긴 하다. 진물은 진득하게 묻어있어 손수건은 연한 노란색을 띄고, 피는 굳어서 쇠비린내가 난다.

그래도 그렇게 큰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 진물도 멈췄고, 고통도 점점 줄고는 있으니.

 

하지만, 자기 상황을 이해 못하는것도 아니고 자신을 걱정하는건가.

마음 편하다고 해야할지, 마음이 넓다고 해야할지 모를 여자다.라고 당신은 생각했다…

게다가 이런 상처정도는 걱정없는 몸뚱아리인데 말이다.

뭐 결국엔 이런꼴이라 별 수 없다. 봉래인인것도 믿진 못할테니.

 

「당신은 원래 그럽니까…?자기 몸은 소중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하는겁니다…!」

 

에이키는 갑자기 당신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 상태로 늘어붙은 손수건을 빠른 손놀림으로 풀더니 

그대로 부욱-하고 자신의 소매를 찢어서 손바닥을 아래로 한 뒤 손바닥을 감싸듯 아래에서 위로 감아 올린 뒤 조여서 묶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일까. 생각하기엔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게 많다.

 

「하아… 이래선 흉이 지겠네요…」

 

…왜 그런거지?…라며 당신이 물었다. 그러더니 에이키는 앉은채로 팔짱을 끼고

완전히 질린듯한 표정으로 대답을 돌려주었다.

 

「…붕대를 가지고 오라고하면 가져올것도 같지않고, 제가 같이 가자고하면 믿지않을거 같아서 그랬습니다. 나중에는 붕대로 알아서 갈으시지요…」

 

그런 소리가 아니다. 왜 붙잡혀있는 처지에, 그것도 자신을 납치한 사람을 걱정한다는 것인가?

게다가, 죄를 지은자는 보응을 받아야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오히려 그런 자에게 선행을 행한다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 소리를 들은 에이키는 입을 다물고 눈동자를 살짝 굴려 내리 깔았다. 마치 할 말을 잃었다는 듯이.

그런 뒤, 얼굴에 어두운 빛을 보이며 목석같이 딱딱하지만 쓸쓸하게 이야기했다. 

 

「심판은 죽은 자에게나 내려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염마는 살아있는 자의 죄를 보는게 아닙니다.」 

「본다면, 그 사람의 가능성을 보겠지요…」

「무엇보다, 당신은 살아있잖습니까?…그러면 언젠간 뉘우칠 날이 오겠지요.」

 

그런 이윤가. 그럼에도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의 옷을 찢어가면서까지 당신의 붕대를 감아줄 필요가 있었냔 말이다.

 

「따지자면, 이거하곤 그거하곤 다른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살다가 자신의 원수에게 한두번쯤 선행을 하는건 예사도 아니잖습니까. 큰 뜻은 없었습니다.」

「그러면 이제 돌아가시지요…옳은 소리를 하더라도…다친 사람을 묶어둬서 상처를 덧나게 하는건 제 의향과는 다르니까요」

 

…이상한 여자. 이상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른다.

당신은 그런 이상한 일들에 대해 잊어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느꼈다.

어쩌면, 아쉽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


…흐음

 

…어째서 내가 이걸 준비한거지…

 

당신은 혼란스러운 기분, 

 

적막하지만 소란스러운 감정이 내면에서 자신에게 부딪혀오는게 느껴진다…

 

어째서 조교사인 내가 에이키의 말을 듣고 그대로 따라야 했는가…그리고

어째서 에이키가 찢은 옷깃을 핏자국하나 남지않게 깨끗이 빨아서 그걸 상자에 고이 모셔두었냐는거다…

…이게 뭐하는 짓이지? 천하의 조교사인 내가 이까짓 것을 소중히 여기는거지? 

 

당신은 공허감 속에 간신히 자리잡고 있는 자신의 자존심이 

 

토사하는 뱃속에서 끓어오르는 위산처럼, 터진 용광로의 달아오르는 쇳물처럼 끓어넘치며 

 

감정의 빈 자리에서 꿰메진 자국을 부여잡고 쫒겨나지 않으려 발악하는게 느껴졌다 

 

제기랄…!알게뭐야…! 이런…!!!

 

하아…

 

덧나면 안 돼잖니…따가워도 참아요…약은 원래 그러니까…

 

…왜 자꾸 생각이 나는거냐…

 

어차피 그때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도 없는데…

 

나중에 처리하자…

지금은 급한일이 많으니까…

 

--------------------------------------------------------------------------------------------------------------------------------------------------------


에이키의 방으로 들어왔다…

 

「…왔습니까?」

에이키는 자신의 처지가 어느정도 적응이 됀듯하다… 

…그래도 진절머리나게 싫긴 하겠다만…

「…?」

갑자기 에이키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

 

아…이런

 

에이키의 찢어진 소매를 넣은 상자를 그대로 가져와버렸다… 무슨 생각인거냐고… 아오…!!

…당신은 허둥지둥 방문을 걸어잠그고 달려가서 상자를 숨기곤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다시 에이키의 방으로 냅다 튀어들어왔다…

 

「………?」

 

제기랄…진짜 위험할 뻔 했어…



(길이제한때문에 이 뒷부분을 둘로 나누도록 하지요.)